[33] 인어공주 콤플렉스 (1)
“많네요……?”
내 말에 동훈이 머쓱한 표정으로 거리를 내다봤다.
“……그렇죠?”
작게 한숨을 내쉬는 동훈의 옆으로 연주가 다가왔다.
“사장님, 손님이 커피 진짜 맛있대요!”
나와 동훈이 동시에 연주를 내려다 봤다. 연주는 해맑게 웃으며 카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말씀해 주니까 좋네요.”
“저도 사장님 커피가 제일 맛있더라고요.”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는 두 사람을 쳐다보다 다시 유리 밖, 거리로 고개를 돌렸다.
기괴하게 생긴 각종 귀신이 거리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 * *
“뭐라고?”
내가 잘못 들었나? 멍청한 표정으로 되묻자 연주가 답답해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강동훈 씨 여자친구 있냐고!”
그렇게 말하는 연주의 귀가 묘하게 붉었다. 화를 내면서도 은근히 긴장한 표정이……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소녀 같았다.
확실히. 동훈이 잘생기긴 했지. 키도 크고 성격도 좋고. 전부 다 가진 재수 없는 타입이다.
연주가 금세 자신 없어 하며 말했다.
“있겠지? 그렇게 잘생겼으니까…… 혹시 강동훈 씨랑 너희 사장님이랑 사귀는 사이야? 둘이 잘 어울리는 것 같긴 하더라.”
연주의 말에 동훈에게 둘이 결혼했냐고 물었던 일이 떠올랐다. 동훈이 정말 싫어했었지…….
“아니, 한주 씨랑은 그냥 친구랬어. 동훈 씨한테 여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 말에 연주가 고개를 들고 머뭇거리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불길하게.
“……네가 좀 물어봐 주면 안 돼?”
“내가 왜? 싫어.”
그런 걸 내가 왜 물어봐. 우물은 목마른 사람이 파라. 그런 의미를 담아 쏘아붙여도 연주는 꿋꿋했다.
“너 저번에 강동훈 씨 집에도 가본 적 있다며! 친하면 그 정도 넌지시 물어볼 수도 있잖아!”
“안 친해. 싫다고.”
“한가람. 제발, 응? 내가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두 번, 아니 세 번 사준다 내가. 응? 제발 제발.”
결국 연주의 성화에 못 이겨 동훈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 동훈 씨.
─ 네?
─ 그…… 여, 여자…… 여자 알바는 안 쓰세요?
─ ……네?
그래서 오늘에 이른다.
알아서 하라며 연주를 동훈의 카페로 밀어 넣은 것까진 좋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생기는 시너지는 생각도 못 했다.
그도 그럴 게, 귀신이 잘 꼬이는 체질이랑 귀신을 쫓는 체질이 붙어 다니면 상충해서 둘 다 사라지겠거니 하지, 이럴 줄은 다들 몰랐을 거다.
둘의 시너지로 동훈의 카페는 귀신 하나 없이 깨끗해지고 인근 거리엔 귀신이 넘쳐날 줄은…….
못 먹는 떡이 더 맛있어 보인다는 건지. 이러다 이 거리가 심령스폿이 될 것 같다.
귀신을 못 보는 연주야 속이 편하겠지만, 동훈은 여러모로 착잡해 보였다.
“저 휴지 채워 넣고 올게요!”
연주가 손에 휴지를 한가득 들고나오며 말했다. 동훈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대답했다. 연주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동훈이 처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요즘 밤길이 무서워요…….”
……그렇겠지.
동훈의 말대로 길 걷기가 무서웠다. 거리에 이런저런 귀신이 하도 많으니. 귀신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죄다 같은 심정이겠지.
……내가 자초한 일이다. 온전히 내 책임만은 아니지만 이 사태에 대한 책임엔 내 지분도 꽤 컸다.
“후우……”
한숨을 내쉬는데 누군가와 어깨가 부딪쳤다.
“아, 죄송합니……”
고개를 들어 나와 부딪친 사람을 올려다보다 말문이 막혔다.
경극 화장인가 싶을 정도로 진한 화장을 한 중성적인 얼굴. 검은 옷을 두른 그것이 나를 내려다 봤다.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덩치가 엄청나게 컸다. 키가 작은 편은 아닌 내가 꼬꼬마로 느껴질 만큼.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그것이 고개를 숙여 나를 빤히 쳐다봤다.
순간 동훈이 내게 줬던 책이 떠올랐다. 그 안에 이 녀석이 분명히 기록돼 있었다.
문제는 당황해서 무슨 귀신인지 떠오르질 않았다는 거지만.
“읏……”
도망가려는 순간 보라색 연기가 내 입속으로 훅 들어왔다. 순식간에 목 안쪽에 맴도는 매운 향에 절로 기침이 났다.
정신없이 기침하는 나를 내려다보던 그것이 여잔지 남잔지 모를 오묘한 목소리로 말했다.
“뜻을 이루지 못하는 자, 물거품이 될지니.”
‘뭐라고?’
무슨 헛소리야. 되묻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기침이 사그라들 때쯤에 그 존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한주와 한들은 내가 건넨 스케치북을 빤히 보다가 다시 나를 쳐다봤다.
“이번엔 또 뭔데?”
한주가 되돌려주는 스케치북을 받았다. 스케치북엔 내가 크게 휘갈겨 쓴 글씨가 적혀 있었다.
[목소리가 안 나와요.]
스케치북을 넘겨 자초지종을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 연주와 동훈의 일부터 그것을 만난 일까지.
“뜻을 이루지 못하는 자 물거품이 된다, 라…… 인어공주가 따로 없네.”
한주가 비아냥거리며 말하자 한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어공주가 뭔데?”
“마녀한테 목소리를 빼앗기고, 사랑을 못 이루면 물거품이 된다는 내용의 동화.”
한주의 설명을 들은 한들이 나를 보며 물었다.
“너 좋아하는 사람 있어?”
“……”
이건 말을 할 수 있었어도 대답 안 했을 거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야 왜 대답 안 해? 말 못해서 그래? 종이 줄까?”
그렇게 말하는 한들을 짜게 식은 눈으로 쳐다보는데 한주가 스케치북을 닫으며 말했다.
“어떤 귀신일지 알겠네. 고민하는 사람한테 붙는 귀신이거든.”
그 말을 듣고 뒤늦게 생각난 귀신의 이름을 떠올렸다.
귀신의 이름은 인어공주 콤플렉스. 고뇌하는 사람의 목소리부터 시작해 천천히 오감을 빼앗고 이윽고 소멸시킨다는 귀신이다.
저주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선 고민을 깔끔하게 해결하거나 저주를 건 귀신을 잡아 소멸시켜야 한다.
그런데 인어공주 콤플렉스는 저주로 사람을 죽이는 특성상 어둠에 녹아들어 숨어다니는 게 능한 귀신이다. 저주를 걸고 숨은 녀석을 잡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그래서?”
한주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네 고민이 뭔데? 어쩐지, 답지 않게 심란해한다 했더니.”
내 고민. 고개를 돌려 시선을 슬쩍 피했다. 한주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동훈이랑 연주가 네 고민이야? 아니, 아닌데…… 그 전부터…….”
그랬다, 한주는 내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럼 내가 섬에서 책을 만진 순간 느꼈던 당혹감도 감지하지 않았을까?
아니, 책이 사라져 버려 느낌 감정이라고 착각했을 수도 있겠다. 지금껏 별말이 없던 걸 보면 분명 그럴 거다.
한동안 생각하던 한주가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눈을 크게 뜬 순간, 한들이 끼어들었다.
“연주는 한가람 친척 맞지? 동훈이는 누군데?”
한들이 묻자 한주가 날 힐끔 보더니 한들을 내려다봤다.
“내 소꿉친구. 귀신이 꼬이는 체질인데, 연주랑 붙어 있으니까 거리에 귀신이 엄청나게 증식했다더라.”
“그걸 왜 한가람이 고민해?”
“한가람 성격에 내 책임이 어쩌고 하면서 고민하고도 남지.”
“진짜야?”
그렇게 물으며 나를 빤히 쳐다보는 한들을 나 역시 빤히 쳐다봤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눈망울이다. 그 눈을 보자 한숨이 나왔다.
연주랑 동훈의 문제는 그렇게까지 고민거리가 아니다. 내가 지금 고민하는 건, 신이 되는 비결에 대한 문제.
결국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했다. 한주에게조차.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신이 되기 위한 계단을 척척 밟아가고 있었으니……
그 얇은 책은 그대로 사라지면서 내 안에 스며들었다. 모두가 의뢰 전리품을 나누는 순간에 나는 이미 신이 되는 비결을 깨달았다.
신이 되는 방법은…… 신이 신성을 내어줄 만큼 원하는 것을 주는 것.
그러기 위해선 공물을 바치는 게 먼저다. 공물로써 거래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그래. 일을 해결하고 악령석으로 문을 푸는 것이 자격을 갖추는 과정이었던 거다.
그리고…… 거래에 대한 것. 내 경우에 신이 원하는 것은 인간의 환생 궤도. 즉, 나와 한들의 운명을 바꿔야 한다는 거다.
“한가람?”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나를 응시하는 한들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남의 얼굴에 대고 한숨이야?”
투덜거리며 그렇게 말하는 한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자신이 정말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러기 위해 날 신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나는, 신이 되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한들에게 인간이 될 기회를 열어주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그 꿈속의 문만 열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복잡한 문제였을 줄이야…….
먼저 내 생각부터 정리하고 싶어서 혼자 끌어안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한주와 한들에게 말하기 어렵게 되어버렸고.
차라리 기회인지도 모른다. 이 문제를 두 사람에게 털어놓을 기회.
마음을 다잡고 스케치북을 펼쳤다.
그 순간이었다. 문득 첫 의뢰, 할머니의 저주를 풀기 위해 출장을 갔던 때의 일이 떠올랐다. 무언가 의식을 치르던 사람. 불타버린 한들.
뭔지 알 수 없어 그때는 그냥 넘겼었지만, 신의 힘이나 신성 그 자체가 주고받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면…… 그 의식에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심장이 쿵 곤두박질쳤다. 뭔가 굉장한 걸 간과하고 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한가람?”
한들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한들이 조금 걱정이 담긴 얼굴로 날 쳐다봐 고개를 붕붕 저었다.
털어놓기로 마음먹고 펼쳤던 스케치북 위에
[고민은 좀 더 혼자 생각해보고 싶]
까지 적었다가 신경질적으로 줄을 벅벅 그었다.
아니, 그냥 깔끔하게 털어놓자. 혼자 더 잡고 있어봤자 달라질 건 없다. 한 배를 탄 사람들인데 좀 더 믿어보자.
마음을 다잡고, 미처 말하지 못했던 고민을 적어내렸다.
한참 스케치북을 들여다보던 한주와 한들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진짜야?”
그렇게 묻는 한주에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고민하는 표정을 짓던 한들이 머뭇거리며 물었다.
“너 신이 되고 싶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한들의 표정이 더 시무룩해졌다.
“이런 건지 몰랐어.”
그렇게 말하는 한들의 목소리 역시 기가 죽어 있었다. 이래저래 폐를 끼치는 게 싫은 모양이다.
괜찮은데. 나도 몰랐고 한주도 몰랐는걸.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던 한들이 대뜸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그럼 그만하자.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완전히 믿지도 않았고, 네가 싫은 걸 억지로 시키고 싶지도 않아.”
그렇게 말하는 한들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래도 이렇게 된 거, 한들의 소원은 이뤄주고 싶었다. 찾아보면 다른 방법도 있을지 모르고, 섣불리 정해버리긴 싫다.
그 의식에 대한 것도 신경 쓰이고.
“한가람, 고집부리지 마.”
한들이 그렇게 말해도 나 역시 또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점점 무의미한 고집싸움이 되어가는데 한주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거 꼭 가람이가 아니어도 되는 거 아냐?”
한주의 말에 한들이 반응했다.
“무슨 소리야?”
한주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너희 둘은 거래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뿐이잖아. 거래는 신성과 환생 궤도를 맞바꾸는 거고. 거래만 할 수 있으면 굳이 가람이가 받거나 줄 필요는 없는 거잖아?”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한들은 그렇게 말했지만 한주의 말뜻을 이해한 눈치였다.
“공물만 가람이가 준비하고, 환생 궤도나 신성 같은 건 다른 사람이랑 주고받아도 되지 않냐는 소리인데.”
한주의 말에 한들이 입을 다물었다. 나 역시 한주가 한 말을 곱씹었다.
확실히. 가능성 있는 얘기다. 어느 인간이 받고 내놓든 신으로선 아무래도 좋을 테니까.
고민하는 듯하던 한들이 고개를 들고 한주를 봤다.
“넌?”
뜬금없는 질문에 한주가 눈을 깜빡였다.
“응?”
“넌 신이 되고 싶어?”
나는 평범하게 살아왔고 신 같은 건 바라지도 않지만, 한주는 다를 수도 있다. 처음부터 강한 힘을 가지고 태어났고 이런 세계에 몸담고 살아왔으니.
한들을 빤히 쳐다보던 한주가 입을 열었다.
“아니. 난 이대로가 좋아.”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왜? 너라면 신이 되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묻는 한들의 표정이 참 순진무구해 보였다. 진심으로 그렇게 묻는 듯한 모습에 한주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난 과분한 힘은 갖고 싶지 않아.”
한주가 조금 질색하는 표정으로 대꾸하자 한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너는 분명히 원할 거라고 생각했어.”
한들의 말에 한주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한주가 한들을 빤히 쳐다보자 한들 역시 왜 그러냐는 듯 한주를 응시했다.
“왜?”
“아니, 아니야.”
이상한 표정을 지은 한주가 한들에게서 눈을 떼고 날 쳐다봤다.
“근데 그게 고민이었으면 소멸당하기 전까지 해결하긴 어렵겠네.”
한주의 말에 한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하고 눈치 없는 말을 내뱉었다.
“아! 그러게. 한가람 죽는 거야?”
안 죽어. 죽기 싫다고. 고개를 붕붕 젓는데 한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는 수 없지. 녀석을 찾아보는 수밖에. 일단 동훈이 카페로 가자.”
다시 돌아온 나를 본 동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주?”
그렇게 묻는 동훈에 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훈과 한주의 대화를 주시하던 연주가 끼어들었다.
“저주라니?”
연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물었지만 대답해줄 수 있을 리가 없다. 내가 난감한 표정만 짓고 있자 한주가 나를 대신해 설명했다.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면 소멸하는 저주에 걸렸거든. 그거 보기 힘든 악귀인데……. 거리가 이 모양이니 이끌려왔나 보네.”
연주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거리다가 내게 물었다.
“그게 무슨……. 너 없어지는 거야?”
고개를 젓고 이 사태를 초래한 데 꽤 큰 지분을 담당하고 있는 연주를 빤히 응시했다. 연주가 걱정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눈을 마주쳐왔다.
에휴, 그래. 얘가 뭘 알겠냐.
“그러니까 여길 아지트로 좀 쓸게. 인어공주 콤플렉스는 저주를 건 근처를 맴돈다고 하니까.”
나와 연주가 이러고 있는 사이 한주는 동훈과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한주의 말에 동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근데 찾을 순 있는 거야? 잡아서 저주를 풀었단 얘기는 거의 못 들어봤는데.”
동훈의 말에 한주가 내 쪽을 응시했다.
“다른 사람이면 힘들어도, 가람이니까.”
한주의 말에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걸 떠올렸다. 불청객 귀신의 저주에 빠졌을 때도 한주가 귀신을 추적해 줬었다.
그때 분명히 계약한 사이라서 저주를 쫓는 게 수월하다고 했었다.
“가람이인 게 왜요?”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연주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한주가 연주를 빤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넌 카페 밖으로 나오지 마.”
한주의 뜬금없는 명령에 연주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요?”
“겸사겸사 방역작업도 할 거거든. 네가 나오면 방해돼.”
거리의 귀신들도 청소할 모양이다. 연주는 어디로 보나 이해 못 한 표정이지만.
“없앨 수 있어?”
동훈이 묻자 한주가 어깨를 으쓱했다.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할 거야.”
그게 어디냐 싶은지 동훈이 안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방역작업이 뭔데요?”
연주가 그렇게 물었으나 한주는 그 말을 무시하고 날 보며 말했다.
“너도 부를 때까진 안에 있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서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연주를 내려다봤다. 연주는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좀 짜증 나기도 한 표정으로 한주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연주를 보며 나도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한주는 언제부터 연주한테 말을 놓은 거지?
한주는 밖으로 나가 돌아오지 않고 손님도 뜸해진 시간. 동훈이 어두워져 가는 거리를 내다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어두워지면 더 찾기 어려워질 텐데.”
그 말에 나도 거리를 내다봤다. 오랜 시간 밖을 헤매고 다니는 한주에게 미안함이 샘솟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주의 효과인지, 확실히 밖의 귀신이 줄어든 것 같기는 했다.
“네, 잠시만요.”
동훈을 부르는 손님 때문에 동훈이 자리를 비우자 연주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왜?’
목소리를 내진 못하고 입 모양만으로 그렇게 말하니 주위를 살펴본 연주가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더 나빠진 건 없어?”
동훈이 내주고 간 과일주스를 홀짝이며 연주에게 작게 웃어주었다.
점점 옅어져 가던 맛이 이제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