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종이 상자 (5)
숨소리가 흡사 흐느끼는 소리 같다고 멍하니 생각했다.
빛이 사라져가는 숲속에 나 혼자. 위협이나 협박 같은 불온한 것들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무섭고 지치고,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런 것들마저 그리워졌다.
─ ……다섯 시 정각이야.
한들의 목소리에 기운이 없다. 나 역시 대꾸할 기운조차 없다.
겨우 한 걸음 더 내디뎠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한 걸음 내딛는데 오에서 십 분은 걸리는 것 같다.
왜 이렇게 힘들까. 숲에 기운을 빨아 먹히기라도 하는 것처럼.
─ 차라리 좀 쉬는 게 어때?
한들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대꾸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 듣고 있어?
‘벌써 몇 번이나, 쉬었잖아.’
─ 그래도.
아까는 그렇게 움직이라고 주저앉지 말라고 보채던 한들이 이제는 계속 쉴 것을 권했다.
내가 계속 체력을 회복하지 못하기 때문도 있겠지만, 이대로 걸어봐야 방법이 없다는 걸 통감한 게 클 것이다.
한들이 그럴수록 나는 안절부절못하게 됐다. 몸은 녹초가 됐을지라도 한 걸음이라도 더 걷고 싶어졌다.
무섭다거나 살고 싶다거나 그런 류의 감정을 느껴서라기보다는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다.
이제와서는 발목이 아픈지 아닌지조차 모르게 됐다. 지금쯤 엄청난 꼴이 되어 있지는 않을까. 쳐다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때 뒤쪽 저 멀리서 덜커덩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작은 소리지만 고요한 숲에서 처음으로 듣는 인기척이었다.
─ 내가 잘못 들었나?
‘나도 들었어.’
뒤를 돌아봤다. 덜컹덜컹, 끼익끼익. 음산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한참 후에야 소리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여자였다. 쨍한 핑크색 원피스를 입고 있던 여자. 내게 종이 상자를 건네줬던 여자. 불청객 귀신.
그 귀신이 나무로 된 손수레를 끌며 천천히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내게서 십 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멈춰 선 귀신이 눈알을 도륵 굴리며
“호호.”
하고 웃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만 몰아쉬며 귀신을 쳐다보기만 하자, 귀신이 먼저 입을 열었다.
“시체를 수거하러 왔답니다.”
“시…… 하아, 시체?”
“그래, 당신.”
그러시겠지. 기분 나쁜 말을 하고 있지만 여기에 도착해 처음으로 만나는 살아…… 는 아니고, 어쨌든 움직이는 존재다.
빠져나갈 단서를 잡으려면 저 녀석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겠지.
‘지금 몇 시야?’
─ 다섯 시 십오 분. 쟤한테 뭔가 알아낼 수 있을까?
‘몰라. 그래도 저 녀석밖에 없어.’
숨을 고르고 귀신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귀신이 한 발짝 물러났다.
“왜…… 피해? 시, 시체…… 허억, 수거하러, 왔다며? 그럼 그냥…… 태워, 주지 그래?”
“안 돼요. 살아있는 사람은 안 돼.”
귀신을 노려보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귀신도 한 걸음 더 물러섰다.
그러니까 지금 술래잡기라도 하자는 소린가? 이렇게 힘든데. 심지어 다리도 정상이 아닌데.
목이 터질 것 같아서 말하기도 어렵고. 혹시 이렇게 기운이 쭉쭉 빠지는 이유가 이대로 말려 죽이려고 그런 걸까.
내 시체를 가져가서 뭘 할 요량인지는 몰라도, 살아 있는 사람은 저기 타면 안 된다 이거지?
‘어떻게 생각해?’
─ 뭘?
‘잡아서 타볼까?’
─ 저거? 수레에?
‘응.’
─ …….
‘달리 뭐 방법이 없잖아.’
발을 절뚝거리며 필사적으로 뒤뚱뒤뚱 귀신을 쫓으면 귀신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물러났다.
한동안 그런 술래잡기가 이어졌다.
─ 불쌍해서 못 봐주겠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시끄러워.’
목이 너무 아프고 눈앞이 어질거렸다. 한 걸음 한 걸음 위태롭게 겨우겨우 걷는데 눈앞의 풍경이 휙 돌았다.
온몸에 저릿저릿한 통증이 올랐다. 흙바닥이 바로 눈앞에 있는 걸 보고 뒤늦게 넘어졌구나 깨달았다.
넘어진 채로 한동안 숨을 몰아쉬었다. 땅을 짚을 힘조차 남지 않은 것 같았다.
─ 그…… 있잖아.
‘……?’
─ 다섯 시 반인데…….
삼십 분. 삼십 분 남았다.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귀신은 자기 위치에서 더 다가오지도 물러서지도 않은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웃는 얼굴 안쪽에 도륵도륵 굴러다니는 눈동자가 희번덕거렸다.
언젠가…… 만화였는지 영화였는지 아니면 다큐멘터리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언젠가 봤던 프로그램에서 이 비슷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어가는 사람 혹은 짐승과 죽길 바라며 근처를 맴도는 까마귀 말이다.
집구석에 앉아 그걸 볼 때는, 내가 그런 일을 당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 했는데.
이런 상황인데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겨우 몸을 일으켰다. 억지로 일어서게 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걷는 건 무리다. 걷기라도 해야 하는데 한걸음이라도 떼면 다시 넘어질 것 같았다.
─ 벌써 오 분 지났는데…….
이를 악물었다.
한걸음 겨우 귀신에게 다가갔다. 귀신은 내 노고 따위는 알 바 아니라는 듯 가볍게 한 걸음 물러섰다.
겨우 한 걸음 떼고, 넘어지고, 일어나고 버티기를 반복했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시간을 읊어주는 한들의 목소리에 점점 초조함이 배어났다.
─ 여섯 시까지 오 분 남았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히죽히죽 웃음이 나왔다. 너무 힘들고 답답하고 도무지 방법을 알 수 없으니 웃음밖에 안 나왔다.
귀신과의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질 않고 나는 점점 기력을 잃어갔다.
이렇게 치사할 줄이야. 그러니까 악귀겠지만, 이렇게까지 치사할 줄이야.
일 분 단위로 시간을 알려주는 한들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런 한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문득 아까 안 싸워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못 참고 싸웠다면 엄청 후회했겠지.
그도 그럴 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게 정말 마지막인가? 뭔가 방법이 없나? 이런 게 어딨어. 이런 게 어디 있냐고, 그런 원망밖에 생각하지 못하게 된 순간.
─ 오십구 분.
이라는 한들의 목소리와 함께 바닥이 무너져내렸다.
* * *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눈앞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수레?”
완전한 어둠 속.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
완전히 망가져버린 수레 앞에 아무것도 모르는 나만이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바닥이 무너져서 떨어졌었지. 뒤늦게 기억이 났다. 하늘 역시 빛 한 줄기 없는 완연한 어둠뿐이었다.
‘한들?’
대답이 없다.
‘한들아.’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이대로 갇혀버린 걸까? 그럼 죽은 건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멍하니 주변만 둘러봤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 끝인가? 정말로? 끝?
아무리 되뇌어도 꿈속에 있는 것처럼 막연한 기분만 들었다.
이대로 혼자서 조용히 죽어가는 걸까. 시간이 얼마나 흘러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로.
눈물도 웃음도 나올 것 같지가 않다. 그저 멍하니 눈만 깜빡였다.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포기하고 내가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도 헷갈려하고 있을 때쯤. 손목에 통증이 느껴졌다.
“한주 씨?”
황급히 손목을 내려다봤다. 꼭 화라도 내는 것처럼 손목에 굉장한 격통이 느껴졌다.
손목을 부여잡고 통증을 견디는데 앞에서 또 한 번 쿵! 하는 굉음이 났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수레의 위에 쨍한 핑크색 원피스를 입은 귀신이 쓰러져 있었다.
“뭐야?”
고개를 들어 귀신이 떨어졌을 하늘을 바라보려는데, 순간 눈앞에 무언가 커다란 게 생겨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숨을 들이켰다.
커다란 문. 수많은 잠금장치가 달린, 익숙한 문.
다시 고개를 숙여 귀신을 바라봤다. 어느새 귀신도 수레도 없어진 채.
눈앞엔 쨍한 분홍빛 보석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내가 지금 환상을 보고 있나? 이런 식으로 희망을 주고 절망하길 반복하는 건 아닐까?
순순히 보석으로 손이 뻗어지질 않았다. 한참을 보석 앞에서 망설였다. 괜한 기대를 했다가 실망하고 싶지 않았다.
보석으로 손을 뻗었다가 망설이길 열 번쯤 반복했을 때, 갑자기 손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앞의 보석을 홱 낚아챈 순간 눈물이 절로 나왔다.
“한, 한주 씨이이…….”
아, 이건 진짜다. 환상 따위가 아니다. 보석을 잡은 순간 그렇게 직감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한주한테 도움을 받은 거라는 걸 깨달았다.
짜증 나니까 울지 말라고 하는 한주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석을 꽉 쥐고 비틀비틀 문 앞으로 다가갔다.
* * *
잠금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눈물이 볼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일어났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들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옆에 앉아 있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진 후 한숨을 쉬는 것 같은 목소리로 한들이 말을 이었다.
“다음부턴 좀 조심해. 이제 못 보는 줄 알았잖아.”
그렇게 말하는 한들의 얼굴을 멍하니 응시했다. 한참을 대답하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리다가 겨우 목소리를 냈다.
“나 살아있는 거 맞지?”
“그럼 살았지 죽었냐?”
매정한 한들의 대답을 들으며 눈물을 훔쳤다. 기분이 이상했다.
“지금 몇 시야?”
“몰라. 네가 확인해.”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9:00’ 이라고 적힌 숫자를 멍하니 쳐다보다 숫자 앞에 붙은 ‘오전’이라는 글자에 눈이 갔다.
오전 아홉 시? 도대체 얼마나 잔 거야?
고개를 돌려 창문을 확인했다. 밝은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환상공간에 들어가 있는 동안 너무 피곤해서 또 자버린 건가?
그러고 보니 몸이 엄청나게 무겁고 허리가 아팠다. 머리도 조금 지끈거리는 것이 엄청나게 오래 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들은 그동안 계속 옆에 있어 줬던 건가?
“도와줘서 고마워.”
한들이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팩 돌려버렸다. 아마 화가 났다거나 그런 건 아닐 것이다.
그냥…… 이럴 땐 어떻게 얼굴을 마주 봐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겠지.
나도 굳이 한들을 더 건드리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읏!”
예상치 못한 통증에 몸을 굳혔다. 인상을 쓰고 이불을 걷어내자 퉁퉁 부어 있는 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꿈 아니었어? 멍하니 발목을 내려다보는데 한들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상처가 실제로도 남더라고. ……더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 말을 듣자 오싹해져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니, 그럼 아까 팔다리를 잘렸으면……. 상상도 하기 싫었다. 식겁한 채 발목만 내려다보는데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들어간다.”
한주였다. 문을 열고 들어온 한주가 내 발목을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병원 가자. 옷 갈아입고 나와.”
조수석에 앉아 잠시 한주를 바라보다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한주가 곁눈질로 슬쩍 나를 보더니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너 때문에 며칠 만에 집에 와서 이게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
“나 좀 쉬고 싶은데.”
살짝 짜증이 담긴 한주의 목소리에 절로 기가 죽었다.
나는 왠지 가슴속에 차고 오르는 미안함을 덮기 위해 소심하게 항변했다.
“……아니,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나도 피해자라구요.”
“…….”
“……죄송합니다. 고마워요. 한주 씨가 도와준 거 맞죠?”
“그래.”
그리고 한동안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한주는 딱히 화난 분위기를 풍기진 않았지만, 내가 안절부절못해 뭐라도 대화를 하고 싶었다.
무슨 얘길 꺼내지? 한주랑 할 만한 말이 있나?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데 한주가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네 감정은 나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잖아. ……그 녀석이 너한테 저주를 건 상태라 추적하는 게 쉬웠어. 아슬아슬하게나마 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
그렇게 말하며 슬쩍 꺼내 보인 건 꿈속에서 봤던 핑크빛 악령석이었다.
“……진짜 감사합니다.”
“너 진짜 손 많이 간다.”
“……면목 없습니다.”
내 대답에 한주가 피식 웃었다.
“됐어. 처음부터 이러려고 계약한 거였잖아. 난 널 도와주고, 넌 나한테 미끼를 물어다주고.”
잠시 말없이 운전하던 한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잘했어. 내가 늦었네.”
결국 반깁스를 하고 병원을 나섰다. 접수하고 대기하고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흘러 있었다.
살짝 앞서 걷는 한주를 뒤따라 걸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응?”
저 멀리 가로수 밑에 쪼그리고 앉아 눈물을 훔치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부모나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도 전혀 없고, 나라 잃은 사람처럼 서럽게 우는 게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결국 자리에 멈춰 서서 한주를 불렀다.
“한주 씨.”
“왜.”
“저기요.”
내가 아이 쪽을 가리키자 한주가 시큰둥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봤다.
“도와줘야 할 것 같은데요?”
잠시 아이를 바라보던 한주가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걷기 시작했다.
“무시해. 알아서 하겠지.”
“어떻게 무시해요.”
“…….”
“엄마 잃어버린 거 아니에요? 미아 같은데, 경찰서에라도 데려다주고 가요. 아니면 엄마한테 전화라도……. 응? 한주 씨? 한주 씨!”
피도 눈물도 없는 이한주. 내 말을 무시하고 벌써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그럼 그렇지. 저렇게 매정해야 이한주지.
잠시 멀어져가는 한주를 쳐다보다 아이 쪽으로 몸을 틀었다. 경찰서까진 무리더라도 애 엄마한테 전화는 해주고 가자.
설마 아예 혼자 가버리진 않겠지? 나 기다려 주겠지? 약간의 불안감을 안은 채 아이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이는 여섯에서 일곱 살쯤 되어 보였다. 더 어리면 어려워도 이 정도 되면 어느 정도 말이 통하겠지.
아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 아이를 불렀다.
“얘.”
대답이 없다. 아이는 서럽게 눈물만 훔칠 뿐이었다. 다시 한번 아이를 부르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이런 일 있지 않았나? 괜히 오지랖 부리다가…… 왠지 한들한테 크게 데었던 과거가 떠올랐다.
설마. 아니겠지? 불안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다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냐. 이러니까 갈수록 세상이 각박해지는 것 아냐. 이렇게 어린애가 혼자서 얼마나 무섭겠어. 세상엔 좋은 사람도 있다는 걸 어른이 가르쳐줘야지.
나도 이런저런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아왔잖아. 물론 한들 때처럼 선행이 무조건 좋게 끝나지만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도움을 받았으면 베풀 줄도 알아야지.
혼자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는데 앞에서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울음기 가득 담긴 그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앞을 바라봤다. 귀가 화끈화끈했다.
애를 앞에 두고 혼자 고개를 흔들고 끄덕이고…….
“으응?”
대답하는 목소리가 절로 떨려 나왔다.
하지만 아이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런 생각들이 전부 날아가 버렸다.
창백한 피부에 쫙 찢어진 고양이 눈, 신기한 눈동자.
아, 이거 사람이 아니구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아이가 말했다.
“내가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