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스트 호더-21화 (21/84)

[21] 종이 상자 (1)

“잘 모르겠는데.”

한들이 책상 위에 놓인 상자를 둘러보더니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누가 그냥 장난친 거 아냐?”

“그렇다기엔 그 여자가 너무 기분 나빴어.”

내 어두운 표정을 들여다보던 한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래? 아무튼 난 잘 모르겠어. 그것보다 맛있는 거나 만들어줘.”

“근데 넌 귀신인데 왜 밥도 먹어?”

내 말에 한들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팽하니 자리를 떠나버렸다.

“아, 알았어! 만들어 주면 되잖아!”

농담도 못 해, 농담도.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왠지 불길한 상자를 뒤로한 채 주방으로 떠났다.

* * *

그날 새벽. 어쩐지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다시 잠들기 위해 눈을 감아도 정신은 점점 또렷해졌다.

그래도 누워있자. 그래도 누워있자. 머릿속으로 되새겼지만 별 소용 없었다. 자꾸만 눈이 떠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세 시. 불길한 시간이다.

“상자…….”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흠칫 놀랐다. 내내 머리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던 상자가 단숨에 존재감을 키웠다.

한번 확인하러 가 볼까?

다시 잠들기엔 정신이 너무 맑고 상자는 계속 생각날 것 같았다. 그냥 한번 보고 오자.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둠 속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걸었다. 상자는 낮에 봤던 것처럼 책상 위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그런데 시계 초침 소리조차 선명하게 들려오는 적막 속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짧고 높은 소리가 불규칙하게 들려 오고 있었다. 꼭 병아리 울음소리 같은 소리였다.

가만히 서서 무슨 소린가 집중하다가 퍼뜩 상자에 시선이 갔다.

설마. 설마 병아리 같은 걸 넣어놓고 절대로 열지 말라느니 한 건 아니겠지?

그럴 수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방치했다가 병아리가 저대로 상자 속에서 가엾게 죽는다면 마음이 너무 불편할 것 같았다.

상자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짹짹하는 울음소리가 상자 안에서 나고 있었다. 상자 위에 손을 얹고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병아리가 들어 있는 거라면 일단 상자를 열고 상태를 확인하고…… 물이라도 줘야 할 텐데.

저주받은 상자라고 일러주던 여자의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다.

혹시 함정이라면? 정말 저주 받은 상자가 맞다면? 상자 뚜껑을 가볍게 잡은 상태로 고민했다.

함정이라면 보기 좋게 걸려드는 것이고, 병아리라면 미신에 속아 생명을 죽게 방치하는 거겠지.

─ 잘 모르겠는데.

상자를 보며 어깨를 으쓱이던 한들을 떠올렸다. 한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뿐일 수도 있지만…….

사실 정말로 그냥 평범한 상자가 아닐까.

마음속에서 답이 나왔다. 벌써 여러 번 이런 일을 겪어왔고 끽하면 한들도 있는걸. 괜찮을 거다.

상자 뚜껑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속는 것보다 병아리인 쪽이 더 기분이 나쁠 것 같았다.

상자 뚜껑을 완전히 연 순간, 나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방 안이었다. 병원 침대 같은 흰 철제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방 안이 어두워 잘 보이진 않았지만 세 평 정도 되어 보이는 방에 이런저런 가구들이 들어차 있었다.

어두운색 수납장 위에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 TV가 있고 그 옆엔 책이 듬성듬성 꽂혀 있는 낮은 책장이 있었다. 그리고…… 변기?

그제야 여기가 감옥 안인 것을 깨달았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멍하니 주변을 살폈다.

저 멀리서부터 무거운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깨닫고 본능적으로 다시 자리에 누웠다.

쿵, 쿵, 바닥이 울릴 정도로 큰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심장 소리도 함께 커졌다.

살며시 실눈을 뜨고 철창 너머를 쳐다봤다. 한줄기 손전등 빛이 보이고 발소리의 주인공이 실루엣을 들어냈다.

이삼 미터는 되어 보이는 철창으로도 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어깨 아래로만 보이는 녀석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인간이 아니라는 느낌을 풍겼다.

팔이 무릎 아래까지 늘어져 있었고 손이 사람 머리 하나는 한 손에 가볍게 잡을 정도로 컸다.

녀석이 가까워질수록 기분 나쁜 비린내가 심해졌다.

저게 뭐야. 녀석은 내가 있는 방엔 볼일이 없는 듯 그대로 지나쳐버렸지만, 기이한 형상을 본 나는 지금 진정할 수 없었다.

─ 와, 악몽인가?

그 순간 머릿속에 한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들?’

머릿속으로 되묻자 다시 대답이 돌아왔다.

─ 어? 내 목소리 들려?

들린다는 대답을 돌려주려는 찰나에 녀석이 지나간 쪽 저 멀리에서 녹슨 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끔찍한 비명이 이어졌다.

─ 무슨 소리야?

‘몰라. 모르겠어.’

놀란 상태로 멍하니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곧 퍼뜩 정신을 차리고 호소하듯 한들에게 말을 걸었다.

‘눈 떠보니까 갑자기 여기야. 상자가 신경 쓰여서 보러 갔다가 병아리 소리가 들리길래 열어봤는데……. 어떡하지?’

내 말을 듣고도 잠시 조용하던 한들이 황당해하는 투로 대답을 돌려줬다.

─ 너 지금 네 방에서 자는 중인데?

‘뭐라고?’

─ 그냥 새근새근 자고 있는데. 지금 너 꿈꾸는 거 맞아.

그냥 자는 중이라니.

손을 뻗어 침대의 철제 부분을 살짝 훑었다. 차가운 금속의 느낌과 앉은 먼지가 쓸리는 느낌마저 선명했다.

이게 꿈이라고?

이 퀴퀴한 냄새도 아까 녀석의 비린내도 저 멀리서 들려오는 끔찍한 단말마도 모두 이렇게 생생한데.

고전적인 방법인 뺨 꼬집기 역시 해봤다. 따듯한 살의 느낌이나 꼬집힌 부분의 통증 모두 진짜였다.

이렇게 선명하고 생생한데 꿈일 리가 없다. 무언가 잘못됐다. 여자의 말대로 정말로 저주받은 상자였다면.

‘한들.’

─ 응?

‘상자는? 상자는 어때?’

─ 잠시만.

잠시 후 한들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 열려 있어. 근데 그냥 빈 상자야.

역시. 병아리 소리는 함정이었구나. 함정인 걸 확인하니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영문도 모른 채 이런 곳에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유라도 아는 게 나았다.

하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악귀라면 동훈의 도감에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한들을 불렀다.

‘한들아. 미안한데 내 방 가방에서

좀 찾아서 읽어줄래?’─ 이건가? 근데 뭘 찾아야 해?뭘 찾아야 할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 기억에 남는 사건을 모두 간략하게 다시 얘기해주기로 했다.

수상한 여자, 절대로 열면 안 된다는 상자, 병아리 소리.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키워드를 넣어 한들에게 말을 전했다.

‘일치하는 게 있으면 뭐든 말해줘.’─ 알았어.한들과의 대화가 끊기고 얼마 뒤 다시 바닥이 울릴 정도로 큰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까와 같은 녀석이 아까와 같은 패턴으로 내 방을 지나쳤다. 똑같이 녹슨 쇠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오고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달라진 점은 소리가 전보다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설마…… 이렇게 점점 가까워지다가 내 차례가 닥치는 시나리오인가? 소름이 돋았다.

─ 아! 이건가?‘찾았어?’─ 응. 읽어줄게. 불청객 귀신. 집주인 없이 손님만 있는 집이나 부모가 부재중인 아이들만 있는 집에 찾아온다. 위화감이 들고 기분이 나쁜 것이 특징이지만 이것만으로 불청객 귀신인지 가려내는 것은 어렵다. 이거 맞는 것 같아?‘응. 계속 읽어줘.’─ 집주인이나 부모에게 전해달라며 어떤 물건을 건네주는데, 반드시 금지사항도 함께 이야기한다. 물건 자체는 평범한 물건이지만, 불청객 귀신이 이야기한 금지사항에는 저주가 걸려있다. 귀신의 말을 어길 경우 저주에 빠진다.그럼 그 여자가 한 말이 문제지, 상자는 평범한 상자였다는 건가. 한들이 눈치채지 못할 만했다.

─ 저주에 빠진 사람은 환상공간에 들어가게 되며 시간 내에 탈출해야만 한다. 저주를 듣고 금지사항을 어기기까지의 시간이 탈출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으로 주어진다. 다만 내부에서는 시간을 확인할 수 없다.점심시간쯤 상자를 받아서 새벽 세 시쯤 상자를 열었으니까…… 그래도 열다섯 시간 정도는 여유가 있나.

그럼 오후 여섯 시까지 빠져나가면 된다는 소리다. 나는 다행히 한들과 대화할 수 있으니까 확인이 가능할 테고.

─ 시간 내에 탈출하지 못하면 그대로 환상공간의 주민이 되고 만다. 사람마다 환상공간의 구성과 탈출법이 달라 이 부분의 조언은 어렵다. 유혹이 있더라도 금지사항을 어기지 않도록 하자. 끝이야.탈출을 알아서 해야 한다는 건가.

을 정독했다고 생각했는데, 불청객 귀신은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설렁설렁 봤던 모양이다. 과거의 내가 저주스러웠다.

‘……미안한데 나 좀 도와줄래?’─ 그래. 네가 죽으면 나도 곤란하니까. 맡겨둬.정이 아니라 손익이 얽힌 관계가 이토록 든든하다니. 한들이 있어서 정말로 천만다행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소리만으로 추정해봤을 때 앞으로 서너 번째가 내 차례가 될 것 같다.

녀석이 지나가는 주기는 감으론 삼에서 오 분쯤.

이런 경우 시간이 짧은 쪽으로 판단하는 게 좋겠지. 그럼 주어진 시간은 많아야 구 분도 되지 않는다.

방 안을 샅샅이 살펴볼 시간은 없다. 의외로 단순한 해답이 있지는 않을까?

일단 살금살금 자리에서 일어나 쇠문을 밀어봤다. 열리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봐도 쇠문 이외에 밖으로 통할 수 있어 보이는 공간은 없다.

철창을 통해 밖을 내다봤다. 맞은편에도 일자로 늘어선 감옥이 있었다. 맞은편 구조를 보니 이곳은 정확히 일자로 늘어서 있는 공간인 것 같았다.

특이하게도 맞은편 감옥은 벽이 있는 구조가 아니라 사방이 전부 철창으로 되어 있었다.

희뿌연 안개가 끼어 있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일렬로 늘어선 감옥이 몇 줄은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건물의 구조보다도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고개를 꺾으면 보이는 복도 저 멀리 끝부분에 희미하게 반짝이는 숫자 5가 허공에 떠 있었다.

오 층? 처음엔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 머릿속에 다른 가능성들이 속속 떠올랐다.

카운트다운일 수도 있고, 힌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저게 뭐 같아?’─ 뭐? 숫자?‘응.’─ 모르지.그렇겠지. 역시 아직은 한들도 상황파악이 어려운가 보다.

그런데 혹시 한들은 볼 수 있는 공간이 나보다 더 넓을까?

‘너는 지금 여기가 어떻게 보여?’─ 어떻게 보이냐니?‘어떤 시점으로 보이냐고.’─ 네가 보는 거랑 똑같이 보여.보는 시점이 다르면 단서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당장 시간이 많지 않다. 저것만 붙잡고 있을 수도 없으니 다른 걸 찾으면서 생각하자.

‘혹시 뭐 보이거나 생각나는 거 있으면 말해줘.’─ 그래.한들의 대답을 들은 순간 커다란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황급히 침대에 누웠다. 왠지는 몰라도, 잠에서 깨서 돌아다니는 모습을 녀석에게 보이면 안 될 것 같았다.

어차피 움직일 수 없는 시간이니, 이 틈에 시간을 확인받기 위해 한들에게 질문했다.

‘저 녀석이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몇 분이나 걸린 것 같아?’─ 삼 분 정도.그런가. 삼 분에서 오 분 정도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왕이면 오 분이거나 그 이상이길 바랐는데.

확실한 시간을 확인받자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녀석이 지나간 후 전보다 더 가까이에서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시간이 없다. 안전해졌다는 확신이 생기면 바로 움직이기 시작해야 한다.

지나간 녀석이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슬쩍 내다본 철창 밖에 이번엔 5가 사라지고 4가 떠 있었다.

5 다음에 4라. 카운트다운일 확률이 높아졌다. 녀석이 지나간 다음에 숫자가 바뀌었으니까, 그럼 1이 되는 순간이 내 차례인가?

그런 거라면 생각보다는 여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살금살금 걸어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책장을 들었다. 작고 들어있는 책도 많지 않아 다행히 가볍게 들렸다.

책장이 가리고 있던 벽과 바닥을 살펴보았다.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어 보인다. 평범한 벽과 바닥이었다.

책장을 돌려놓고 오래된 텔레비전이 놓인 수납장도 살짝 치워보았다. 먼지가 훅 올라와 기침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이쪽에도 다른 곳으로 통하는 통로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수납장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사이 다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시 침대로 가 누웠다.

다음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어 토할 것 같았다.

저 숫자가 카운트다운이 맞다면 아직 기회가 있으니 다행이지만…… 확실하지 않다. 여유 부리지 않는 게 좋다.

이번엔 녀석이 지나가고 마음속으로 삼 초를 센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 안 있어 다시 듣기 싫은 녹슨 쇠문을 여는 소리와 비명이 들려왔다.

그런데 막상 일어났지만 무엇을 살펴야 할지 알 수 없게 돼버렸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이 판단력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 왜 그래?내 시선을 공유하고 있는 한들이 패닉을 금새 알아채고 물어왔다. 시선이 갈피를 못 잡고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방황하고 있으니 이상하다고 생각했겠지.

나는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음……. 그럼 침대 밑도 찾아봐. 끽하면 숨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금방 들킬 거 같긴 하지만.한들의 말에 이불에 가려진 침대 밑으로 시선이 갔다. 왠지 한마디가 많은 느낌이 들지만 당장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일단은 침대 앞에서 바닥에 대고 몸을 웅크렸다.

손으로 얇고 거친 이불을 슬쩍 들춰내고 상반신을 침대 아래에 밀어 넣은 순간, 침대 밑에 눕혀져 있던 비스크 인형이 도륵 눈알을 굴려 나를 쳐다봤다.

“끕……!”─ 으악!비명은 겨우 참았지만 반사적으로 몸을 밖으로 빼려다가 침대에 머리를 부딪쳤다.

침대가 덜컹 들렸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 순간 바닥을 쿵쿵 울리는 발소리가 이전과 달리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침대 아래에 누워있던 비스크 인형이 씩 입꼬리를 올렸다.

기겁하며 발작하듯 몸을 침대 밖으로 빼냈다. 인형도 나를 따라 침대 밖으로 기어 나왔다.

창백한 피부의 인형이 웃으며 움직이는 모습이 소름 끼쳤다. 인형의 몸은 이해할 수 없는 각도로 비틀리고 있는데, 머리만은 고정된 듯 움직이지 않고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 뭐야! 무섭게! 어떡해!머릿속에 요란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한들의 것인지 내 것인지, 바닥을 울리는 쿵쿵 소리가 발소리인지 내 심장 소리인지 구분이 되지도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어졌다.

등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는 동시에 바닥의 진동이 사라졌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내 방 앞을 몇 번 지나쳤던 녀석이 허리를 낮추고 쇠문을 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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