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스트 호더-19화 (19/84)

[19] 악령석 (3)

종교 부지 밖으로 나서면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한주에게 물었다.

“영광의증명은 이제 어떻게 될까요.”

“글쎄.”

그딴 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목소리가 안심됐다. 그러고 보니 어느샌가 계속 주변을 맴돌던 나무 냄새가 사라져 있었다.

완전히 차분해진 머리로 돌이켜보니 가윤의 목을 졸랐던 게 다시 한번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목을 조르던 감각이 남은 듯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여전히 내 손을 붙잡고 살짝 앞서 걷던 한주가 힘이 들어간 내 손에 의아한 듯 뒤를 돌아봤다.

“왜 그래?”

머뭇거리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내가 가윤 씨의 목을 졸랐어요. 있는 힘껏.”

내 말에 한주가 피식 웃었다.

“난 또 뭐라고.”

한주의 반응에 울컥해져 조금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고요.”

“그래 보이더라.”

한주의 태연한 대답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다.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한주가 다시 앞서 걷기 시작하며 말했다.

“너 말야.”

“…….”

“생각해봤는데, 한들의 힘을 쓰려면 네 감정이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 같아.”

“감정이요?”

“그래. 네 기분이 어떤지 대충 느낄 수 있거든. 내가 보기엔 네 감정이 고조돼야 한들하고 동화될 수 있는 것 같네.”

한주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첫 동화 때는 엄청나게 겁에 질려 있었고 이번엔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

“감정이 격해진 상태로 한들과 동화까지 했으니까 제어하기 어려웠을 거야. 괜찮아, 네가 도 넘은 짓을 할 땐 내가 오늘처럼 멈춰줄 테니까.”

앞서 걷는 한주의 등을 가만히 바라보다 깨달았다. 이게 한주 나름의 위로법이란 걸.

한주가 날 생각해서 위로해 준다니 고마운 마음이 물씬 들었지만, 고맙다는 말은 가슴에만 담아두기로 했다.

내가 여기 갇혀있는 걸 뻔히 알면서 세월아 네월아 뒤늦게 온 게 괘씸했으니까.

저 멀리 동훈과 연주가 보이기 시작했다.

좀 진정된 듯 코를 훌쩍이고 있는 연주와 옆에서 걱정스럽고 곤란한 얼굴을 한 동훈의 모습을 보자, 이번 의뢰가 완전히 끝났다는 실감이 났다.

“으읏…….”

방울방울 솟아 나올 것 같은 눈물 때문에 입술을 꽉 깨물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한주가 뒤를 돌아보았다.

“왜 울어?”

“……아 누러여.”

“…….”

한주가 그냥 말을 말자는 표정을 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내 손을 놓고 동훈과 연주를 향해 팔을 크게 흔들었다.

“야, 강동훈!”

한주의 외침에 땅만 바라보던 두 사람이 고개를 들고 이쪽을 쳐다봤다.

나는 반갑게 나와 한주의 이름을 부르는 두 사람에게 울며 달려갔다.

* * *

“그럼 이게…….”

예린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창백해진 얼굴을 두 손안에 파묻었다.

책상 위에는 감색 빛을 띈 팔각형 보석이 놓여 있었다.

테두리를 감싼 은색 테엔 굉장한 내공이 느껴지는 세공이 되어 있었고, 보석 안쪽엔 자세히 보아야 볼 수 있는 장미꽃이 은은한 자태를 뽐내며 들어가 있었다.

심플한 여타의 악령석이 아니라 화려하게 디자인된 특이한 악령석.

교주, 예린의 엄마를 재료로 만든 악령석이었다.

예린이 힘겨운 듯 크게 심호흡했다. 예린의 손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예린의 옆에 앉아 충격받은 얼굴로 보석을 바라보던 한들도 걱정스럽게 예린을 쳐다봤다.

고민하며 입을 벙긋거리던 한들이 결국 말없이 예린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예린이 손을 내리고 한들을 보며 살며시 웃었다.

“고마워.”

내가 영광의증명에서 지내는 동안 둘이 꽤 친해졌던 듯, 예린이 마음을 놓고 한들을 의지하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미안해.”

내가 의기소침하게 사과하자 예린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저야말로 미안해요.”

그렇게 말하는 예린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엄마를 원망했으면서도 행복했던 추억을 놓지 못하던 예린이었다. 어쩌면 엄마가 잘못을 참회하고 언젠가 재회할 날을 꿈꿨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 모든 게 물거품이 되어버렸지만.

“의뢰 보수로 엄마가 가진 악령석을 넘겨주려고 했는데…… 가람 오빠만 실컷 고생하고 악령석은 못 챙겨오신 것 같네요.”

예린이 침울하게 말했다. 나는 슬쩍 한주를 바라봤다.

한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책상 위에 놓인 악령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됐어. 연주도 구했고 이가윤한테 엿도 먹였으니까.”

예린이 기운 없이 웃었다. 나는 그런 예린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어쩔 거야?”

“……성불해야죠. 이제 미련도 없으니까.”

예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들을 마주 보고 섰다.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예린의 몸이 조금씩 맑게 빛나기 시작했다.

“한주 언니, 가람 오빠. 고마웠고…… 미안했어요. 특히 가람 오빠한테 미안해요.”

“아냐. 나야말로 미안해.”

나와 눈인사를 한 예린이 한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에 꼭 다시 만나서 또 친구 하자.”

“응.”

예린의 몸이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갔다.

너무도 조용하고 차분하게 이루어진 이별이라, 예린이 완전히 떠나갔다고 느끼기까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교주도 없어졌고 예린도 떠나가 이제 이번 의뢰는 완전히 끝이 났지만, 앞으로 나눠야 할 말들이 너무 많았다.

한주에게서 가윤이나 악령석에 얽힌 이야기도 들어야 했고, 나도 가족들에게 해줘야 할 얘기가 많다.

엄마나 이모나 연주한테 어떤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걱정하며 까무룩 잠이 들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어둠밖에 없는 공간. 나와 내 앞의 크고 엄중한 문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비현실적인 공간.

멍하니 문을 바라보는데 손이 따끔거렸다. 손을 눈앞까지 들었다. 엉망으로 찢겨 손톱자국이 남은 손등 안쪽에 무언가를 꽉 쥐고 있었다.

조심스레 펼쳐보니 감색 빛 팔각형 보석이 손 위에 놓여 있었다.

그 보석을 눈으로 확인하자 입이 썼다. 어두운 공간에 단단한 쇠의 소리가 울렸다. 천천히 문 앞으로 다가갔다.

문을 휘감은 커다란 쇠사슬과 자물쇠 중 가장 앞으로 나와 있는 자물쇠 앞에 섰다.

자물쇠엔 팔각형 모양의 홈이 파여 있었다. 손에 쥐고 있던 보석을 그 홈에 넣었다. 하지만 아무리 밀어 넣어도 보석이 들어가지 않았다.

튀어나오고 또 튀어나왔다.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듯이.

* * *

“그 꿈을 꿨는데…… 잠금이 안 풀리더라고.”

“나도 봤어.”

소파에 앉아 멍한 얼굴로 전하자 한들이 시큰둥한 대답을 돌려주었다.

“근데 왜 그렇게까지 죽을상이야? 큰일 난 것도 아니잖아.”

한들의 섬세하지 못한 질문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녁에 이모랑 연주랑 불러서 엄마한테 말하기로 했거든. 신내림이나 뭐 그런 얘기…….”

“근데?”

“…….”

“…….”

“…….”

“왜 말을 하다 말아?”

순진한 얼굴을 하는 한들을 빤히 쳐다보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러자 한들이 욱하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뭔데.”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거야.”

“왜? 그냥 말하면 되잖아.”

“그게 어렵다고.”

“말하는 게 뭐가 어려워?”

“…….”

“왜 무시해?”

도무지 말이 통하질 않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설명하면 한들이라도 알아들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기운이 없었다.

이 순간 제일 부러운 사람은 한주였다.

지금 이렇게 당당히 이쪽 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부모님하고 얘기도 다 끝났겠지.

“그러고 보니까, 한주 씨.”

“왜.”

“한주 씨 얘길 듣고 싶어요.”

“무슨 얘기.”

한주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한주는 이쪽에 시선도 주지 않고 지루한 표정으로 웹서핑을 하고 있었다.

“전부 다요. 가족 얘기라든지 지하실 얘기라든지. ……악령석이 됐다는 친구 얘기도요.”

한주가 슬쩍 시선을 들어 내 쪽을 바라봤다.

“내가 그걸 왜 너한테 말해야 하는데?”

“약속했잖아요. 영광의증명 일 끝나면 다 말해주겠다고.”

한주가 다시 시선을 내려 턱을 괴고 지루한 웹서핑을 재개했다.

“기억 안 나.”

저 당당한 뻔뻔함에 할 말을 잃고 멍하니 한주만 바라봤다.

옆에 얌전히 앉아있던 한들이 나 대신 목소리를 내줬다.

“와 진짜 치사하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투정 부리듯 말했다.

“한주 씨. 우리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일할 사이잖아요. 이런 얘기들은 다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말해봤자 뭐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입만 아프게.”

한동안 마우스 딸깍거리는 소리만 이어졌다.

나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동훈의 카페에서 얻었던 악령석을 꺼내 들었다.

“이걸 내가 가지고 있어봤자 의미도 없을 것 같고, 한주 씨가 얘길 다 해주시면 드릴게요.”

“…….”

“교주 집에서 가윤 씨한테 악령석을 안 쓴다고 했잖아요. 무슨 뜻이에요?”

한주가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더니 입을 열었다.

“난 수집가야. 어느 수집가가 수집품을 실제로 사용하겠어?”

“그럼 정말 악령석을 안 쓴다는 말이에요?”

“그래.”

한주의 말에 나는 한들을 가둘 때 사용됐던 진을 떠올렸다.

……썼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진의 힘을 직접 입은 한들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 가둘 때 썼잖아?”

“그땐 비상사태라 어쩔 수 없었고. 악령석을 써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

한주가 귀찮다는 투로 한들의 의문에 반박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딱히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았다. 내가 한주의 표정을 본다고 전부 알겠느냐마는, 느낌은 그랬다.

“가윤 씨랑은 무슨 일로 틀어진 거예요? 악령석이 됐다는 친구는? 부모님은 이런 걸 다 알고 계세요?”

“하나씩만 물어봐.”

내 질문 연발에 살짝 짜증을 내며 쏘아붙인 한주가 노트북을 닫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우리 집은 영능력자 집안이었고, 부모님은 나랑 이가윤이 틀어지기 전에 타계하셨어. 이가윤이랑은 친구가 악령석이 돼버린 사건 때문에 틀어진 거고.”

“어…… 그게, 그러니까…….”

“그런 표정 할 것 없어. 벌써 오래전 일이니까. 참고로 네가 오해하는 것 같아서 말하는 건데, 이가윤이 사람들을 악령석으로 만들고 다니는 살인자인 건 맞지만, 친구는 이가윤이 그런 게 아니야.”

한주의 뜻밖의 말에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럼요?”

한주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본인이 스스로. 덕분에 사람도 악령석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지. 나랑 이가윤이 악령석에 자세한 건 다 걔 덕이 커. 처음엔 우리 자매보다 영능력이 약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힘이 강해지더니, 금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하더라고.”

다시 떠올리기 싫은 듯 한주의 표정이 점점 더 안 좋아졌다.

“걔가 그렇게 되면서 나랑 이가윤의 악령석 수집이 시작됐어. 방향은 달랐지만. 이가윤은 사람을 재료로 만든 악령석에 완전히 홀려버렸고, 나는…….”

한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난 사람이 그렇게 된다는 게 끔찍해.”

한주가 완전히 입을 다물어버렸다. 나는 한주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그런데 왜 악령석을 모으고 있는 거예요?”

한주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예쁘니까.”

침묵이 이어졌다. 한동안 이어지던 침묵을 다시 깬 것은 한주였다.

“이가윤한테는 악귀들을 악령석으로 만들 만한 힘이 없어. 나는커녕 수화보다도 훨씬 약하거든. 근데 사람을 악령석으로 만드는 덴 탁월한 재능이 있어. 강력한 능력은 아니지만 사람을 부추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사람을 부추기는 능력이요?”

“그래. 약하지만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거든. 이미 악령석에 눈이 먼 멍청이들을 부추기는 데는 최고지.”

한주의 말에 처음 가윤을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설마 커피를 들고 가윤한테 부딪쳤던 것도…….

과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한주의 설명을 듣자 굉장히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교주가 완전히 속아넘어간 이유가 가윤의 능력 때문이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한주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처음 의뢰 내용을 들었을 때…… 어쩌면 이가윤이 끼어든 게 아닐까 생각했었어. 네가 잠입했을 때 이가윤하고 접촉해서 확실해졌지.”

“……그런 얘긴 진작 해주면 안 돼요?”

“내가 왜? 아무튼 말할 건 다 말했어. 그거 내놔.”

한주가 뻔뻔하게 손을 내밀었다.

악령석 따위 가지고 있어봤자 찝찝할 뿐이지만, 저렇게 나오니 굉장히 주기 싫어졌다.

나도 한주처럼 기억 안 난다고 잡아뗄까?

아니, 한주랑 다르게 난 매너 있는 상식인이니까. 싫은 얼굴을 하면서도 순순히 한주에게 악령석을 양도했다.

* * *

한참을 무릎만 바라보던 엄마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나는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이모와 연주도 숨을 죽이는 것이 느껴졌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벌써 신내림을 받아버렸으니까, 그냥 그러니 하고 이해해 줘야 하는 거니?”

엄마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나도 이렇게 되고 싶어서 이런 게 아닌데.

엄마에게 미안하면서도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

“언니…….”

이모가 엄마의 등을 토닥여줬다.

“주희야……. 왜 이런 일만 생기는 걸까? 연주한테도, 가람이한테도…….”

엄마가 창백한 얼굴로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귀신이니 뭐니……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다고.”

나는 쉽사리 열리지 않는 입을 애써 열었다.

“엄마, 있잖아…….”

하지만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도로 입을 다물었다.

나 역시 속상했지만 이 마음을 토로해봤자 마음만 더 불편해질 뿐이란 걸 알고 있었다.

엄마를 안심시키고 싶은데 도대체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가람아. 엄만…… 엄마도 널 너무 이해해주고 싶은데…….”

조용한 방 안에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거운 분위기에 연주가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모르겠다. 모르겠어.”

한숨을 쉬듯 약한 소리를 내뱉은 엄마가 황급히 일어나 자리를 떴다. 이모가 엄마를 따라 방 안쪽으로 사라졌다. 닫힌 문 사이로 우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연주가 코를 훌쩍거리면서도 천천히 내 등을 두드려줬다.

불편한 마음만 안고 한주의 집으로 돌아왔다.

한주와 한들이 잘 다녀왔냐고 물었던 것 같은데, 대답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다.

내 방에 들어와 불도 켜지 않고 침대에 엎어졌다.

오늘 낮에 한주, 한들 둘과 이야기할 때까지만 해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었는데. 지금은…….

엄마의 반응으로 좀 익숙해졌던 이쪽 세계의 일들이 다시 까마득해졌다.

평생 이렇게 편견을 달고 살면서 죽은 것들과 어울려야 하는 삶을 살아갈 자신이 다시금 없어졌다.

엄마도 갑자기 받아들이긴 어려웠을 거다. 나도 그건 알지만…….

어둠 속에서 멍하니 벽의 한구석만 바라봤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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