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귀신 소동 (4)
손목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새벽 두 시였다. 신속하게 교주의 저택 쪽으로 향해 걷기 시작했다.
순찰 인원이 있어 주의해야 했지만, 방금 들은 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
별 그림을 그리고 다니는 남자는 결계 능력 외에도 일반 사람들도 귀신을 볼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을 지닌 듯하고, 목적은 교주를 압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의 간부로 추정되는 사람과 잦은 밀회가 있었다는 듯하다. 그 간부의 특징은 하필이면 가윤과 일치하고.
일단 가윤이라는 생각을 접고 생각해 보자면, 이 경우 생각할 수 있는 건 간부가 교주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
그런데 그렇다면, 교주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확증이 있어야 그런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또 자신에게 그 이상의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런 정보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 가윤 외에 또 있을까?
그런데 가윤이라고 생각하면, 교주의 자리를 노린다는 가설은 맞지 않는 것 같다.
가윤이 안 그런 척 연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냥 감이 가윤의 목적이 그건 아닐 거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외모 특징을 빼놓고 정황만 생각해보더라도, 별 그림을 그리고 다니는 남자와 결탁할 수 있는 사람은 가윤일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신을 이용한 권력 싸움이라고 하면 가능성이 있는 건 가윤뿐이다.
……일단 교주를 압박해서 이루려는 목적은 둘째치고, 그 간부가 가윤이라고 생각해 보면 별 그림을 그리는 남자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윤에 의해 내가 들어가게 된 기숙사 304호실. 룸메이트 중 벤치 남자가 말한 외모 조건과 딱 일치하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낮에 병실에서 보았던 세훈의 모습을 떠올렸다. 마침 근처에 있던 가윤 님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던 세훈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어느새 교주의 개인 주택 가까이에 도착했다.
자리에 멈춰서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의심은 아직 마음에만 담아두자. 우선은 이 근처 탐색이 먼저다.
느린 걸음을 더 늦추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벌레 하나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새벽의 적막함만이 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몇 걸음 더 걷다 그 자리에 멈춰섰다.
교주의 저택에는 결계가 쳐져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 결계가 어떤 결계인지를 못 들었다.
단순히 들어갈 수 없게 만들거나 무언가를 감추는 결계인지, 아니면 사람이 다가가는 걸 감지할 수 있는 결계인지.
……여기서 더 다가가도 되나?
사람 눈에 띄는 것도 큰일이지만, 결계에 걸리는 것도 굉장히 성가셔질 것 같다.
가만히 서서 바로 앞에 있는 교주의 저택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복잡했다.
바로 저기에 연주가 있는데. 아직은 무사할 거라고 믿고 있지만…… 불안하다.
너무 무서워하고 있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일단 조금만 더 다가가서 주위를 둘러보자.
나도 나름대로 영능력자다. 이렇다 할 능력은 없지만…….
결계가 있으면 알아챌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어쨌든 동태를 살피러 왔으니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주위는 여전히 조용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천천히 걸으며 교주의 저택 주변을 빙 돌았다. 아무것도 없는데 괜히 혼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아…….”
한참을 별 소득 없이 돌아다니고 한숨을 내쉬며 근처 나무에 몸을 기댔다.
등을 대고 머리를 쓸어올리려는데 갑자기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질 수 없는 불쾌한 감각. 닿은 곳에 질기게 남는 찝찝한 감각.
요즈음 몇 번도 느끼고 있는 감각이었다.
자세를 바로 하고 뒤를 돌아봤다.
삼각형 두 개를 합쳐놓은 별 모양이 아니라 가운데 오각형을 품고 있는 별 모양의 그림이, 방금 내 등에 쓸린 듯 천천히 지워져 가고 있었다.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기숙사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오른손을 이마 위에 올려 머리를 쓸어내렸다.
밖에 나돌아다닌 걸 누구한테 들키진 않았나? 떨어뜨린 건 없겠지? 뒤늦게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떨리는 손으로 문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런데 시야 끝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시선을 돌려보니 운명의 장난인지 문손잡이 바로 옆에 별 그림 두 개가 나란히 그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 * *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보고 이건 꿈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전에 본 적이 있는 광경이었다. 그때와 같지만 다른 꿈이다.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목각 귀신과 별을 그리는 남자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봤다.
이번엔 별 그림을 그리는 남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남자의 자취를 쫓아가며 정보를 모아왔기 때문일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고, 별 그림을 그리는 남자의 정체는 세훈이었다.
내 또래의 성격 좋아 보이는 평범한 인상의 남자. 세훈이 기분 좋은 듯 웃으며 목각 귀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넘어지고 애원하는 목각 귀신과 사람 좋은 얼굴로 못돼먹은 짓을 하는 세훈을 가만히 지켜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 목각 귀신을 보고 훌쩍훌쩍 울면서 뛰쳐나왔던 건 도대체 뭐였는지.
씁쓸하기도 전에 황당한 기분이 앞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목각 귀신을 퇴마해달라고 했던 걸까?
교주의 주택 앞에 있던 별 그림, 주택의 결계도 세훈이 친 걸까?
* * *
아침 기도가 끝나자마자 세훈을 찾아갔다.
만나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당장이라도 따져 물어야 할 것 같았다.
세훈이 쓰던 병실에 이르러 세훈이 기숙사에서 퇴실해 집으로 돌아갔다는 통보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내가 냄새를 맡았다는 걸 세훈도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
순간 열이 확 올랐으나 곧 차분해졌다.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 지금 세훈을 만나봤자 해결되는 건 없을 테니까.
이상을 감지한 건 돌아오는 길에서였다. 마냥 행복하고 걱정 없어 보이던 신도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진 것이 눈에 보였다.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를 토론하는 무리들도 이따금 눈에 띄었다.
영광의증명 부지 안에 불신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지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괴현상이 몇 달이나 이어지고 있고 요 며칠 새엔 갑자기 다치는 사람이 늘었다.
내가 영광의증명에 입단한 날 벌어졌던 소동에 대한 소문 역시 사그라들기는커녕 점점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었다.
하나하나의 사건들에 모인 시선이 향하는 꼭짓점은 당연히 교주였다.
왜 그토록 유능하고 전지전능해야 할 교주께서 교단 내의 트러블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냐는 거였다.
이 교단 내부에 있는 것이 세훈과 가윤이라고 추정되는 그 뒤의 인물뿐이었다면, 이렇게 삽시간에 불신 여론이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교주를 가장 강렬하게 압박하고 있는 건 바로 나였다. 내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아니, 의도한 건 맞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고 하는 게 맞겠지.
“분위기가 흉흉해진 것 같습니다.”
내가 세훈에게 간다는 것을 알고 따라 나온 지태가 주변을 살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태가 느끼기에도 당장 며칠 전까지만 해도 훈훈한 분위기를 풍기던 곳 같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열심히 무언가를 속닥이는 무리를 쳐다보다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이 분위기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뭔가 아는 게 있으십니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교주의 부름을 받아 왔다고 말했던 수화의 얼굴이었다.
“아니요. 그냥 어쩐지 그럴 것 같아서요.”
교주는 자신의 권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내 체질을 역이용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수화가 어떤 식으로 작업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주의 경우 재료만 있으면 악령석을 만드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교주가 벌써 새로운 악령석을 손에 넣었다고 생각하고 서두르는 게 여러모로 좋을 거다.
그 방증으로 곧 부지 내의 괴현상들도 차례로 회복될 것이다. 그럼 교주는 다시 신도들의 신뢰를 얻을 테고.
……그 순간이 오면 연주의 안전이 불투명해진다.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들로 미루어보건대 높은 확률로 가윤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을 테니, 교주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가윤이 연주를 어떻게 할지 역시 뭐 하나 확실한 게 없으니까.
“설마 한가람 형제님이 직접 나서 해결사 역을 자처하시려는 겁니까?”
나 지금 진지한데. 지태가 자꾸 고찰을 깨고 눈치 없이 말을 걸어댔다.
“제가 그럴 주제까지는 못 돼서요.”
“에헤이, 겸손하시긴. 오늘 아침에 목각 귀신이랑 연못 귀신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말씀해놓으시곤. 부탁드리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해결해주실지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비장한 표정! 완전 믿음직스러웠습니다.”
“하하…….”
대답할 말이 딱히 없어 어색하게 웃으며 지태를 흘긋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세훈이 수상한 인물인 건 확실한데, 지태는 어떨지 모르겠다.
설마 지태한테도 뭔가 있지는 않겠지?
의심의 눈초리로 지태를 쳐다보는데 그만 눈이 마주쳐버렸다.
“한가람 형제님.”
“네, 네?”
눈이 마주친 순간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나는 거짓말이나 속내를 숨기는 짓 같은 건 진짜 지지리도 못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자꾸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걸 보면.
나를 지긋이 바라본 지태가 돌연 진지한 목소리를 냈다.
“제가 열심히 생각해 봤는데 말입니다.”
“네.”
“혹시 우리 방에도 뭔가 씐 게 아닐까요?”
살짝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심장을 다스리며 지태의 말을 들었는데, 나오는 소리는 엉뚱한 것이었다.
“예?”
“임민재 형제님……. 그러니까 우리 방에 제일 오래 계셨던 형제님부터 들어온 순서대로 화를 당하고 있잖습니까. 뭔가 있는 게 아닐까요? 이대로라면 다음 차례는 저 같은데 말입니다. 너무 걱정돼서 잠도 제대로 못 자겠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쿨쿨 잘만 자더만.
나는 숨넘어갈 기세로 코를 골며 자던 지태를 떠올리며 태평한 투로 대답했다.
“설마요.”
“하지만…….”
지태가 조금 불만스럽게 웅얼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표정이 아주 진지했다.
덩치는 우락부락한데 가만 보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세심한 감성이다.
수상한 인물이…… 맞나?
그러고 보니 세훈도 자기가 가둬둔 목각 귀신이 무섭다고 울며 뛰쳐나왔지. 가윤도 사명감 넘치는 얼굴을 했고.
꿍꿍이가 있는 사람들은 죄다 연기학원부터 다니나? 나도 다니면 거짓말에 좀 능숙해지려나.
관두자. 이제 와 지태까지 수상한 인물이라고 해도 신경 쓸 겨를은 딱히 없다.
가윤과 세훈의 사례를 생각하면 새삼스러울 것 같지도 않고. 지금의 목표는 속전속결이니까.
……좋아. 이제부터는 진짜 그냥 막 나가자.
이래저래 속은 게 억울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눈치만 보며 머리만 굴려댔더니 오히려 뭐가 뭔지 모르게 돼버렸다.
처음엔 교주랑 연주만 신경 쓰면 됐는데, 가윤이 끼어들고 수화가 나타나고 세훈까지 합세하고…….
응. 역시 그냥 빨리 끝내버리자.
속은 게 열받긴 하지만, 옆에서 날 감시하던 세훈도 사라진 참이니까. 연주도 아주 힘들 테고 이모도 굉장히 걱정하고 계실 거다.
이모…… 예린과 처음 만났던 날 걸려왔던 이모의 전화를 떠올리자 왠지 코끝이 찡해졌다.
“어? 한가람 형제님. 눈가가 붉어지셨습니다. 역시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 겁니까?”
남이 감성에 젖어있는데 옆에서 호들갑이다. 짜게 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안심시키려고 그러시는 거면 그냥 진실을 말해주십쇼.”
지태가 결의를 다진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나는 잠시 지태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눈물이 핑 돌려다 식은 눈 안쪽을 꾹 누르며, 지태가 눈치 없는 건 컨셉인지 진짜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고민 뒤로 떠오르는 ‘데리러 갈 테니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는 한주의 전언은 애써 모른 척했다.
지태가 깊이 잠들었다는 확신이 서자마자 기숙사 밖으로 나왔다.
발길은 곧장 교주의 주택 쪽으로 향했다. 당장의 목적은 어제 봤던 오각형 별 그림을 다시 확인하는 거다.
어제는 당황해서 그냥 와버렸지만…… 꼭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두 별 그림의 출처가 모두 세훈이 맞는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본 적 있는 결계라곤 한주가 악령석을 이용해 한들을 잡을 때 펼쳤던 결계가 끝이라, 지식도 경험도 없으니 다시 본들 확인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어쩐지 감이 교주의 주택 근처에 그려져 있던 별 그림도 세훈의 것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만약 그 결계도 세훈의 것이 맞다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교주를 압박하는 것도 가윤과 세훈이고, 교주의 집을 지키는 것도 가윤과 세훈?
농락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도무지 지울 수가 없었다.
신이 도왔는지 순찰하는 무리와 한 번도 마주치지 않고 주택 앞에 도착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어제 별 그림이 그려져 있었던 나무 앞에 가 섰다.
별 그림이 또 생겨 있거나 무언가 달라진 게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무 위에 손을 올리고 결을 따라 쓸어내리며 자세히 살펴봐도 나무는 이제 평범한 나무가 됐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결계가 여전히 쳐져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또다시 이 근처를 샅샅이 뒤지는 수밖에 없나. 가슴이 답답해졌다.
“역시 또 나와 계셨네요.”
그때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어깨가 크게 튀었다.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세훈이 놀란 내 얼굴을 보고 빙긋 웃었다.
“박세훈…….”
“네.”
비명 대신 겨우 짜낸 목소리에 세훈이 담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들켰다. 빼도 박도 못하게 현장에서.
심장이 쿵 떨어지고 몸이 차갑게 식는 느낌에 살짝 뒷걸음질 쳤다.
세훈은 그저 가만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침착하려 애쓰며 입을 열었다.
“대체…….”
대체…… 뭘 말해야 하지?
말하고 싶은 것도 묻고 싶은 것도 많았던 것 같은데, 당황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돼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세훈이 후후 웃었다.
귀신들을 못살게 굴었을 때처럼 궁지에 몰린 상대를 앞에 두고 기분 좋은 듯이.
“진정하세요, 형제님. 저도 형제님이랑 싸우는 건 싫거든요. 그냥 제안을 하나 하고 싶을 뿐이에요.”
세훈은 그렇게 말하며 팔을 아래로 가볍게 펼쳐 자신의 품을 내보였다.
나를 위협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이.
자신은 나와의 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그 몸짓에 거부감이 더욱 심해졌다.
“제안?”
“네. 우리랑 한가람 형제님 목적은 같아요. 김연주 씨를 구하고 교주를 무력화시키는 거요. 어때요? 손잡지 않을래요?”
내 날이 선 목소리에도 세훈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목적이 같다고, 손을 잡지 않겠느냐고?
뭐 때문이라 콕 짚어 말하긴 어렵지만 어쩐지 기분이 굉장히 불쾌해졌다.
“손을 잡자고요?”
“네. 이제 더 길게 끌 것도 없어요. 오늘밤이면 다 끝날 테니까.”
“오늘밤이면 다 끝날 거라니, 무슨 소리예요?”
나는 화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물었다. 세훈은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 그대로예요. 우리의 준비가 모두 끝났거든요.”
“……당신이 말하는 ‘우리’라는 게 당신이랑 또 누군데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아마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가윤 외에 다른 인물일 확률은 거의 없으니까.
내 질문을 들은 세훈도 그걸 굳이 물어야 하냐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가윤 님이죠.”
예상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