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스트 호더-11화 (11/84)

[11] 영광의증명 (2)

“어땠어?”

한주가 손톱을 손질하며 물었다. 나는 영광의증명에서 보았던 풍경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아직은 그다지 강압적이진 않네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떨떠름했다.

억압과 제재는커녕 과도한 친절을 보이던 신도들도 부담스러웠지만, 무엇보다 불편했던 건 분위기였다.

뭐라고 콕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모두가 여유롭고 행복해 보이는 분위기가 엄청나게 불편했다.

“그랬어?”

한주가 알 것 같다는 투로 말하며 피식 웃었다.

한들과 카드놀이를 하던 예린이 끼어들어 물었다.

“강의는 이 회부터 먼저 들어보기로 했어요?”

“응.”

“언제, 어디서?”

“두 시에 제1강당에서 듣기로 했어.”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예린이 손에서 카드 하나를 골라내며 말했다.

“그럼 강의 이십 분 전에 뒷문 쪽 외곽 산책로 근처로 다녀보세요.”

“왜?”

“그 시간에 엄마가 그쪽으로 다니거든요. 한번 직접 봐두시라고요. 산책로라 그냥 서성거려도 딱히 이상해 보이지 않을 거고요.”

나는 내가 하려는 말이 예린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정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네가 죽은 지 얼마 안 됐으니 장례식 도중이라든가…….”

카드 패 위에 얹은 예린의 손이 멈칫했다. 잠시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예린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씩 웃은 예린이 설명을 덧붙였다.

“엄마는 가람이 오빠가 그냥 일반 신자인 줄 알 거예요. 이미지관리 차원에서 간단한 인사는 할 수도 있는데, 그냥 지나칠 거니까 부담 갖지 마요.”

“직접 봐둬서 나쁠 것도 없고.”

한주가 예린의 말을 받았다.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나는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근데 연주를 조사한 적도 있고 한주 씨도 안다면서. 나도 알지 않을까?”

예린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모르죠. 근처 인물 하나하나 일일이 조사하는 건 시간 낭비라 안 했어요. 가람 오빠가 여기서 일하는 것도 여기 와서 처음 알았고요. 그리고 오히려 숨어다니는 게 더 수상해요. 자신감을 가져요.”

“그래도. 만에 하나란 것도 있는 거고, 위험해지면 어떡해.”

내가 투정을 부리자 한들이 뭘 그런 걸 걱정하냐는 투로 말했다.

“위험해지면 내 힘을 쓰면 되잖아.”

확실히, 한들의 힘을 빌려 쓰면 엄청나게 강해지니까 위험을 견딜 수 있는 능력도 생길 거다.

하지만 거기엔 큰 문제가 있었다.

“나, 네 힘 어떻게 쓰는 건지 몰라.”

한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네가 모르면 어떻게 해?”

서로를 멍청한 표정으로 마주 보다가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주에게 흘렀다.

한주가 손톱을 후 불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뭘 봐?”

걱정이 배로 늘었다.

새하얀 옷이 진한 커피로 젖은 것을 나는 아연하게 바라봤다.

눈앞의 검은 긴 생머리의 여자도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식은땀이 절로 나왔다. 잠깐 딴생각을 하면서 걷는다는 게 이런 대형사고를 칠 줄이야.

수행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기겁하며 여자 근처로 달려들었다.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자이니 교주는 아닌 것 같지만, 수행원들이 있는 걸 보니 종교 간부 정도는 되는 사람인 모양이다.

눈에 띄는 짓 하면 안 되는데. 그래도 이미 저질러버린 일은 어쩔 수 없다.

“세탁비는 드릴게요. 죄송합니다…….”

내가 소심하게 말하자, 놀란 얼굴을 하던 여자가 퍼뜩 정신을 차린 듯 애매하게 웃었다.

“괜찮아요. 조심하지 않은 내 잘못도 있는걸요.”

“그래도…….”

남의 옷에 커피 쏟아놓고 어물쩍 넘어갈 만큼 개념이 없진 않다.

내가 머뭇거리자 그새 평정을 되찾은 여자가 너그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세탁비는 괜찮고, 잠깐 시간 내주셨으면 하는데 괜찮으세요?”

시간을 내달라니? 무슨 용건인진 몰라도 웬만하면 들어주고 싶지만…….

삼십 분 후에는 교리 강의를 들으러 들어가야 했다.

“정말 죄송한데, 제가 두 시 강의를 들어서요. 그냥 세탁비 드릴게요.”

그 말에 여자가 수행원을 돌아보며 물었다.

“지금 몇 시예요?”

수행원이 대답하자 여자가 다시 사람 좋게 웃으며 날 보고 말했다.

“이십 분 정도면 충분해요. 근처에 제 상담실이 있는데,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교주를 보려고 나와 있던 거였는데.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데 거절하고 다시 이 근처를 서성거릴 수도 없어, 결국 나는 여자의 제안을 승낙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쪽을 쳐다봤다. 옷을 갈아입고 온 여자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기다리셨죠?”

“괜찮습니다.”

여자가 우아한 걸음걸이로 다가와 내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이가윤이라고 해요.”

“전 한가람이라고 합니다.”

적막한 상담실 안에서 모르는 사람과 단둘이 앉아 있으려니 엄청나게 어색했다.

도대체 날 왜 불렀지? 영문을 모르는 상태로 슬쩍 가윤의 눈치를 보는데 눈이 딱 마주쳤다.

가윤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꿰뚫어 볼 것 같은 시선에 안절부절못해하자 가윤이 미안한 듯 웃으며 말했다.

“불편하신가 봐요.”

나는 괜히 머쓱해 손사래를 쳤다.

“아, 아뇨. 아니에요. 그냥 좀, 무슨 부탁이 하고 싶으신 건지 궁금해서…….”

내 말에 가윤이 갑자기 표정을 흐렸다.

“음, 부탁드리고 싶은 건요…….”

가윤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도대체 초면에 무슨 어려운 부탁을 하려고 그럴까.

굳이 날 붙들고 이러는 이유도 감이 안 왔다.

왠지 긴장돼 나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가윤이 곧 결심이 선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가람 형제님은…… 김연주 씨의 사촌분이시죠?”

그 말에 심장이 쿵 곤두박질쳤다.

놀란 표정을 그대로 얼굴에 드러내고, 뒤늦게 모른 척 시치미를 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른 척할까? 근데 벌써 놀랐는데 이제 와서 모른 척하는 게 먹힐까? 어떻게 알았지? 예린이는 모를 거라고 했는데.

그 짧은 순간 머릿속이 엉망진창으로 복잡해졌다.

내 반응에 가윤도 놀란 얼굴을 하며 말했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가람 형제님이 걱정하는 그런 거 아니니까요. 아마 저 말곤 다들 모를 거예요. 연주 씨에 대한 걸요.”

“……무슨 소리예요?”

가윤이 몸을 움찔 떨고는 크게 떴던 눈을 내리깔았다.

“가람 형제님은 왜 여기에 오신 거예요? 연주 씨를 구하기 위해 혼자서 여기에 온 건가요?”

대답하지 않고 가윤을 천천히 살펴봤다.

가윤의 손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얼굴에서는 무언가 괴로움이 느껴졌다.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믿어도 될까?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이, 나쁜 일을 하지 않을 거라는 증거가 될까?

내가 대답하지 않자 가윤이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강의를 듣고 다시 이곳에 와달라고 부탁드려도 될까요?”

가윤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교주와 연주에 대한 건 자신만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즉 이곳에서 이 사건에 관련된 건 교주와 가윤 두 사람이란 얘기다.

예린에게 가윤에 관한 얘기는 듣지 못했다. 예린은 모든 걸 교주 혼자 했다는 식으로 말했었다.

그럼 가윤은 적어도 직접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가윤은 어떤 식으로 이 일을 알고 있는 거지? 교주의 공범일까, 아니면 단순한 목격자일까.

공범이라면 이대로는 위험하다. 무슨 생각으로 내게 접근한 건지, 한시라도 빨리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가윤에게 먼저 접촉한 건 나였는데. 그 시간에 그곳에서 그렇게 부딪칠 거라고 누가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떠보려는 거였으면 다른 방식으로 내게 접촉했겠지. 적어도 오늘 일은 계획된 게 아닐 거다.

……한주처럼 뭔가 능력이 있는 거라면?

한주는 어느 정도 미래 예지가 가능해 보였고, 직접 보지 않아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가윤에게도 그런 부류의 능력이 있다면…….

아니, 이건 너무 깊게 생각하는 건가.

이 문제에 대한 건 지금 혼자 생각해봐야 한도 끝도 없다.

그럼 다른 중요한 문제. 교주는 나에 대해 알고 있을까?

가윤이 교주의 공범이라면, 교주도 날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가윤이 단순한 목격자라면…… 그럼 날 어떻게 알지?

죄책감에 못 이겨 이런저런 조사를 해본 걸까?

모르겠다. 지금 확실한 정보는 ‘가윤이 나를 알고 있다’ 이 사실 하나뿐이다.

한주에게 연락을 취하고 싶지만, 강의 중에 대놓고 연락할 수는 없다.

강의가 끝나고 가윤의 상담실로 가기 전 그사이에 연락을 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 회당은 특히 부지 안쪽에 있고 신규 신도들이 많아 감시가 심하다.

“으…….”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데, 갑자기 앞쪽에서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꺄아악!”

선뜩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고개를 들어 앞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미 몇 번의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쫙 찢어진 입. 새하얗고 털 하나 없이 매끈한 형상. 기괴한 자세. 감정도 지성도 느껴지지 않는 바둑알 같은 눈.

벌레를 보았을 때처럼 생리적으로 불쾌한 감각이 일었다.

‘원한에 꼬이는 벌레 귀신.’

처음 보는 귀신이지만 이 귀신이 벌레 귀신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동훈이 내게 건넸던 책에 수록되어 있던 귀신 중 하나였던 것이다.

녀석이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몸을 비틀어대고 있었다.

단 한 마리였다.

단 한 마리였는데, 엄청나게 컸다. 이 높은 강당의 천장까지 닿을 만큼.

“헉…….”

숨을 삼켰다.

판타지 소설에서나 볼 법한 비현실적인 광경이라, 귀신들에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정신이 멍해졌다.

녀석이 몸을 크게 틀었다. 녀석의 왼 다리가 강당 벽을 따라 뻗어 나왔다. 그러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강당이 흔들거렸다.

강당 의자가 뜯겨나가고 조명이 떨어지며 강당 안이 난장판이 됐다.

굉음이 멎지 않았고, 비명 또한 점점 더 시끄럽게 울려댔다.

귀신을 볼 수 없는 강당 안의 사람들은 갑자기 일어난 천재지변으로 패닉이 되어 있었다.

떨어지고 날아드는 가구들과 이리저리 정신없이 몰린 사람의 무리 때문에, 다친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떨리는 다리에 힘을 줘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흡이 빨라졌다.

한들, 한들을 어떻게 불러야 하지?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다만 멍하니 녀석을 바라만 봤다.

녀석이 고개를 돌렸다. 날 봤다. 녀석의 고개가 있을 수 없는 각도로 꺾였다. 원래도 찢어져 있던 녀석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날 찾고 있었구나.

그렇겠지. 내가 그런 체질이니까. 그리고 악귀를 꼬이게 만들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

이 근방을 맴돌며 악귀를 계속 불러내서 교주를 나오게 하는 게 우리의 작전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저런 어마어마한 녀석을 불러낼 생각은 아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휘말리게 할 생각도 없었다.

오늘은 일단 분위기를 살피고 영광의증명을 파악하는 정도만 생각했는데.

녀석이 빠르게 나를 향해 달려왔다. 아비규환 속에서 나 혼자만 녀석에게 압도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비명도 울음도 아득하게 들려왔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꼭 주마등을 보는 것처럼.

숨이 멎을 것 같은 순간, 내 앞을 누군가 막아섰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 왠지 한주가 생각났다.

“멈춰.”

녀석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강당의 흔들림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저 멀리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가윤 님이다!”

내 앞을 막아선 사람, 가윤이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 주문 같은 것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녀석이 몸을 비틀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다시 강당 안이 쿵쿵 울리기 시작했지만, 다행히도 몸을 웅크려 주변의 물건을 부수지는 못했다.

가윤과 녀석이 팽팽하게 기 싸움을 하고 있었다. 한동안 긴장감이 이어지고, 결국 녀석이 어디론가 도망가버렸다.

강당 안의 소란이 완전히 멎었다. 다들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가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여러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기적이야…….”

“가윤 님이 기적을 행하셨어!”

강당 안에 묘한 광기 같은 것이 맴돌았다.

격앙된 찬양과 감격으로 강당 안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내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생각만이 떠돌고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한주랑은 다른 느낌인데, 왜 내 앞을 막아섰을 땐 가윤을 한주 같다고 느꼈던 걸까.

“무슨 일이죠?”

그때 앞문에서 누군가 들어오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중년 여자. 굉장히 털털하고 포부가 클 것 같은 사람이었다.

가윤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교주님.”

교주. 저 여자가 예린의 엄마다.

교주가 가윤에게 다가왔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교주가 지나갈 자리를 터줬다.

교주가 가윤을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가윤이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사악한 존재가 날뛰어 쫓아냈습니다.”

교주가 고개를 돌려 가윤의 뒤에 있던 날 봤다. 교주의 눈이 가늘어졌다.

교주가 다시 가윤을 보며 말했다.

“이렇게 나서서 신도들을 지켜주다니. 영광의 빛께서 가윤 님을 괜히 아끼시는 게 아니네요.”

가윤이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교주님, 상담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교주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아, 가윤 님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죠.”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한 가윤이 뒤돌아 나를 봤다. 몸이 움찔 떨렸다.

“같이 가요.”

악귀 소란으로 어그로를 끌어 교주가 나오게 하려고 했다. 그 혼란을 틈타 예린의 안내로 깊숙한 곳까지 숨어드는 게 우리 작전이었다.

그러니 소란을 일으키되, 소란의 범인을 알 수 없게 하는 게 베스트였는데.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가면서 수도 없이 많은 생각을 했다.

가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다 들킨 건가? 아니면 가윤한테 다른 생각이 있나?

교주는 도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 거지?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하나?

그럼…… 연주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극도로 오른 긴장 때문에 토할 것 같다.

얼마나 왔는진 모르겠지만, 어느새 아무도 없는 층에 다다라 있었다.

교주가 문 하나를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가윤과 나도 교주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섰다.

방 안은 평범한 응접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교주가 먼저 소파에 앉고 한 손으로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으세요.”

일단 순순히 자리에 앉았다. 가윤도 내 옆에 앉았다. 교주가 가윤에게 물었다.

“그분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갈 것 같다. 애써 태연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마 얼굴은 창백한 상태일 것이다.

“한가람 형제님이에요. 방금 벌레 귀신이 나왔는데, 가람 형제님에게 반응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영매 체질이네요.”

“네.”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줬다. 교주가 날 바라보며 말했다.

“형제님, 벌레 귀신이 왜 나오는지 알고 있나요?”

떠보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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