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스트 호더-10화 (10/84)

[10] 영광의증명 (1)

일단 연주의 친구들에게 모두 연락해봤지만 헛수고였다. 연주의 소재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소녀의 의미심장한 말이 불길함에 불을 지폈다.

무거운 마음으로 이모에게 연락했다.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연주의 소식을 알아낼 수 없었다고 전하자 통화 속 이모의 목소리가 어두워졌다.

소녀는 그 과정을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소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뭐야?”

말이 생각보다 더 날카롭게 나갔다. 그래도 소녀는 기죽은 기색 없이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송예린이라고 해요.”

“누가 그거 물어봤어?”

“그럼요? 오빠가 나 뭐냐면서요.”

예린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부러 모른 척하며 나를 약 올리고 있다.

그렇다는 걸 알긴 알겠는데, 알면서도 술이 들어가 평소보다 나사가 풀린 머리가 핑 돌 것 같았다.

“일단 진정해.”

어느샌가 다가온 한들이 내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한들과 눈이 마주쳤다. 차분한 눈동자를 보자 마음이 조금 진정됐다.

“아까 조금 들었는데, 그 연주란 애도 얘의 의뢰랑 관련 있나 봐. 일단 얘기부터 자세히 들어보자.”

한들의 말에 숨을 깊게 내쉬고 다시 예린을 바라봤다.

“정말이야?”

예린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맞아요.”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한주가, 정리됐으면 이제 앉으라며 분위기를 잘랐다.

다 같이 소파에 둘러앉고 어느 정도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건 한주였다.

“이제 장난 그만 치고 제대로 얘기해봐. 네 의뢰를 들을지 말지는 이야기를 제대로 들은 다음에 결정할 거야.”

그렇게 말하는 한주의 표정이 묘했다. 무언가 생각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예린은 발장난을 치며 한주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말했다.

“언니는 힘이 정말 강하네요. 앞에 앉아있기 무서워요.”

한주는 딱히 대답하지 않고 예린을 빤히 바라봤다. 예린이 실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도발하는 듯한 말투였다.

“발밑에서 엄청난 힘이 느껴져요. 이 집에 도대체 악령석이 얼마나 많은 거예요? 언니 혼자 저것들을 다 누를 수 있어요?”

자꾸 다른 얘기를 하는 예린에게 한주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지금 그게 무슨 상관이야?”

예린이 발랄하게 대답했다.

“상관있죠. 악령석이랑 관련된 이야기거든요.”

영광의증명.

창립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역사에 비해 신도 수가 상당히 많은 사이비 종교라고 한다.

불확실한 사후세계에 매달리기보단 현세의 부와 영광을 얻는 것이 목적인 종교라고.

종교에 충성하면 충성할수록 영광의 빛이 더 가까워지고, 그 옛날 교회에서 면죄부를 팔았듯이 생전의 영광으로써 사후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모토라고 한다.

예린은 이 ‘영광의증명’이라는 종교의 사멸을 바란다고 했다.

“거기에 원한이 있는 거야?”

한들이 묻자 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양 엄마랑 둘이서 살았어요.”

“응?”

맞물리지 않는 대답에 나도 한들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예린은 슬며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엄마는 나름대로 강한 영능력자였고…….”

“관련 있는 얘기야?”

내가 묻자 계속 장난스러운 태도였던 예린이 처음으로 조금 어물거리며 대답했다.

“네, 관련 있어요. 영광의증명 교주가 바로 우리 엄마거든요. 이런 식으로 말하려니까 왠지 부끄럽네요.”

고등학생 귀신이 사이비 종교를 퇴치해달라고 찾아온 것만으로도 파격적인데, 심지어 양 엄마가 교주라고…….

“아무튼. 난 귀신을 쫓는 체질이었고요.”

귀신을 쫓는 체질. 연주와 같다.

고개를 쳐드는 불길한 예감에 예린을 응시하자 예린은 고개를 숙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얌전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주가 예린에게 물었다.

“엄마가 널 죽였어?”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순간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듯한 질문이었다.

원한이 있는 종교의 교주가 엄마라면…… 결국 그런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겠지. 예린은 지금 귀신이니까.

예린이 고개를 들어 한주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그 대답을 듣자 역시 그렇구나 싶으면서도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살해당한 예린, 소재를 알 수 없는 연주, 사이비 교단, 그리고 같은 체질.

여러 키워드가 불길한 결론을 도출해내려 하고 있었다.

“……왜?”

떨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엄마에게 죽임을 당한 소녀의 사연도 기구했지만, 이 사건에 연주도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나를 무겁게 옥죄었다.

연주도 예린처럼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교단을 존속하고, 더 키우기 위해서요.”

예린은 잠시 감정을 삭이는 듯 눈을 꼭 감았다.

잠시 후 다시 웃으며 입을 연 예린이 내게 물었다.

“연주 언니가 걱정돼요?”

“당연한 거 아냐?”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실은 조금 뜨끔했다.

연주에 대한 걱정이 커서, 예린의 사연은 동정심이 들기보다 불안함을 부추기는 소재에 불과했으니까.

예린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듯 차분하게 소파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 희생자를 찾을 때까진 살려둘 테니까요. 안 그럼 엄마도 곤란해지니까.”

“……다음 희생자?”

“그러니까…….”

내 질문에 예린이 잠시 고민하더니 작게 숨을 내쉬고 말했다.

“음…… 그냥 처음부터 얘기할게요.”

솔직히 말하면 그냥 본론만 듣고 빨리 움직이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한주가 얌전히 예린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 나도 마음을 다스리는 수밖에 없었다.

“시작은 우연히 얻은 악령석 때문이었어요. 그게 무슨 사연으로 우리 집에 들어오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엄마 손에 떨어졌고 우리를 미치게 했어요. 그것의 힘을 이용해서 손쉽게 부자가 됐거든요.”

예린이 어딘가 허공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욕심은 점점 커지는 거더라고요. 어느샌가 악령석을 더 모으고, 단체랑 결탁해서 종교를 만들었어요. 엄마는 악령석의 힘을 다 감당할 수 없었지만 내가 있었으니까 문제없었고요.”

“네가 있어서 문제가 없었다니?”

이 부분을 궁금해하는 건 나뿐인 것 같았다.

한주와 한들은 굳이 묻지 않아도 이해가 간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내 체질이 악령석의 기운을 억눌렀거든요. 내가 있으면 적은 힘으로 더 많은 악령석을 사용할 수 있어요. 강한 힘을 얻는 리스크를 한없이 줄일 수 있게 된 거죠.”

이야기를 들으니 더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왜 널 죽인 건데?”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는 존재라면 꼭 옆에 끼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내 체질로도 감당할 수 없게 돼버렸으니까요.”

“그럼 더더욱 죽이면 안 되는 거 아냐?”

내 질문에 예린이 잠시 뜸을 들이고 대답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럴수록 더더욱 엄마에겐 내가 필요할 거라고. 하지만 나나 엄마 둘이서는 감당하기 어려우니까, 힘을 보탤 사람을 찾기 시작했어요.”

예린이 슬쩍 한주를 쳐다보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연주 언니를 찾아냈어요. 신중하게 끌어들이려고 뒷조사도 했고요. 그러다 연주 언니가 한주 언니랑 만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연주 언니가 한주 언니 명함을 흘렸거든요.”

“명함?”

그렇게 되묻자마자 저번에 만났을 때 한주가 하는 일을 둘러대며 연주에게 명함을 내밀었던 게 생각났다.

“한주 언니는 이 바닥에서 악령석 수집가로 유명하니까, 한주 언니가 연주 언니를 먼저 가로채진 않을까 불안해졌죠.”

그날, 한주는 연주를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소릴 했지.

연주의 체질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하지만 그 이상 연주한테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는데.

“하루라도 빨리 연주 언니를 끌어들이려고 계획을 세웠어요. 그리고 바로 오늘. 아니, 열두 시가 지났으니까 어제네요. 아무튼. 연주 언니를 끌어들이기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려는데, 엄마가 갑자기 나를 죽였어요.”

“……왜?”

“알아낸 거예요. 체질 같은 알량한 수단에 기대는 게 아니라 훨씬 더 강력한 방법을요.”

훨씬 더 강력한 방법? 이야기를 다 듣지도 않았는데 벌써 속이 울렁거렸다.

“악령석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거 알아요? 귀신들이 봉인을 풀고 싶어 하거든요. 감당 못 할 수준까지 악령석을 사용해버리면 잡아먹힌대요.”

예린은 그렇게 말하며 한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는 악령석에게 날 먹이는 방법을 찾아냈어요. 보통 사람이 먹혔다면 어떨지 몰라도, 나 같은 체질은 악령석을 더 강하게 억누르거든요. 언젠가는 그 효과가 떨어지겠지만.”

가만히 듣고 있던 한주가 예린의 말을 받았다.

“그땐 다음 희생자를 쓰면 되는 거고.”

예린이 묘한 얼굴로 웃으며 대답했다.

“네. 맞아요.”

“네 다음 희생자는 연주고. 연주를 먹이려면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놓아야겠지.”

예린은 대답하는 대신 가만히 눈을 감았다. 방 안에 침묵이 가라앉았다.

잠시 후 예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엄마는…… 적어도 내게 최소한은 해주려 노력했어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거든요. 친가족처럼 살갑진 않았어도, 우린 우리 방식대로 가족처럼 살았어요. 왜 죽고 나서야 깨닫게 된 걸까요. 돈이나 힘 같은 거 없어도 행복했는데……. 엄마도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예린은 어느샌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여전히 웃는 얼굴인데 눈물이 방울방울 흐르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상태라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억누르고 있는 걸까.

“영광의증명을 없애주세요. 연주 언니가 있을 만한 곳을 알아요. 어차피 평범한 사람들은 볼 수 없는 보석이니까, 한주 언니가 가져가도 별문제는 없겠죠.”

예린이 팔로 얼굴을 훔치며 말했다.

“엄마는 모를 거예요. 내가 아직 존재한다는 걸. 나도 내가 그대로 사라져버릴 줄 알았는데…….”

“원래라면 영혼까지 삼켜지겠지만, 너 같은 체질은 악령석에 먹혀도 영혼엔 손상이 없어.”

그제야 나는 숨을 크게 내쉬고 한주를 보며 물었다.

“연주는 당분간은 안전할 거라는 얘기죠?”

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봉인을 덧칠한 게 중첩되지는 않으니까, 적어도 예린의 힘이 떨어질 때까지는 연줄 살려둘 거야. 저런 체질을 찾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나는 잠시 입술을 씹으며 고민하다가 한주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그러게. 나도 궁금한데. 해본 적 있는 거 아냐?”

한들이 내 말에 동의하며 한주를 쳐다봤다. 수집가라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 수가 있나?

한들과 예린의 말을 들어보면 지하에 엄청난 양의 보석, 예의 그 악령석이 있다는 것 같다.

그 사실을 왜 지금껏 내게 말하지 않았지?

아니, 애초에 감당할 수 없으면 먹힐 수도 있는 그 위험한 물건을 왜 저렇게까지 모으고 있던 거지?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한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딱히 짜증을 내거나 황당해하지는 않았다.

“네.”

한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이대로 의심의 싹을 키워두고 한주와 함께하고 싶진 않았다. 한주가 진실만을 말할 거란 보장은 없어도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다.

지금 당장은 한주를 향한 의심의 싹이 그리 크지 않아도, 이런 감정은 점점 몸집을 불려간다는 것을 아니까.

내 당당한 대답에 한주가 재미있다는 듯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 일 끝나면 얘기해줄게.”

그리고 그대로 날 무시하고 예린을 보며 말했다.

“종교를 해산시키는 건 내 능력으론 불가능해. 기업이랑 싸울 능력 같은 건 없거든. 하지만 네 엄마 힘을 빼앗아버릴 순 있어.”

더 끈질기게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다. 나도 그냥 입을 다물었다.

잠자코 우리를 지켜보던 예린이, 이 대화가 이대로 끝났다는 걸 알았는지 한주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으로도 좋아요.”

* * *

살다 살다 휴학계 내고 사이비 종교에 입교하는 날이 올 줄이야. 이런 건 뉴스나 암암리에 떠도는 소문에서나 나오는 일인 줄 알았는데.

슬쩍 옆을 보자 곁눈으로 날 살피던 예쁜 여성분이 싱긋 미소를 지어줬다. 나도 어색하게 미소를 돌려줬다.

“한가람 형제님은 꿈이 뭐예요?”

“치킨집 사장?”

“사업가가 꿈이시구나. 치킨을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그렇죠, 뭐.”

드립 친 건데.

여자는 싱글싱글 웃으며 나를 커다란 문 안쪽으로 안내했다. 넓은 로비가 있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었다.

여자가 여기가 회당이라고 설명하며 나를 게시판 쪽으로 이끌었다.

게시판에는 A3 사이즈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두 개는 이벤트 안내 포스터였고, 네 개는 특강 정보를 알리는 포스터였다.

교리강의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다양한 꿈과 관련된 다양한 강의들.

교주나 신에 대한 믿음만을 강요하거나 하나의 좁은 문만은 강요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꿈을 자극할 수 있는 강의들.

게시판만 둘러봐도 영광의증명의 모토를 알 수 있었다.

“강사분들은 다 우리 영광의증명 각성급 이상의 형제자매분들이세요. 재능기부를 하시는 거죠.”

“각성급이요?”

“아, 공헌도에 따라 등급을 부여해드려요. 영광의 빛을 아무나 접하게 할 수는 없으니, 더 많이 공헌하신 분께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죠. 한가람 형제님도 노력하시다 보면 각성급에도 금방 이를 수 있을 거예요.”

이거 너무 다단계스럽지 않나?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자, 여자가 어떻게 생각했는지 숙련된 프로처럼 유려하게 말했다.

“처음엔 조금 막막하게 여겨질 수도 있어요. 낯설 수도 있고요. 하지만 곧 믿음을 얻으실 거예요. 합리적이고 공평한 구원이라는 믿음을 말이에요. 한가람 형제님은 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하셨으니까, 창업 특강을 들어보시는 게 어떨까요?”

아니, 창업이나 사업 같은 거엔 별로 관심 없는데.

“아…… 들어야 하는 거예요?”

“형제님은 지금 예비 신도세요. 급을 얻고 싶으시면 교리 강의랑 특강은 필수로 이수하셔야 해요. 특강 주제는 관심 있는 강의가 열릴 때 바로 들어두시는 게 좋고요.”

여자의 설명에 의하면 ‘급’은 여러 단계가 있단다. 가장 낮은 급인 제자급이 되기 위해선 강의 이수 비용 등 일정 금액 이상을 내야만 하는 모양이다.

그밖에도 이래저래 말이 많았지만, 결국 다단계라는 소리였다.

“정식 신도까지는 포인트를 얻는 방법이 현금을 환전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제자급부터는 혜택이 엄청난 거 아세요? 초반에 좀 부담스러워도 빨리 다시는 게 좋아요.”

“와, 정말 좋은가 보네요.”

국어책 읽듯 무미건조한 맞장구였지만 여자는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금을 포인트로 환전해야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일정수준 이상의 돈을 퍼부어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종교 활동이 가능한 점 등이 정말 악랄하다.

성공에 대한 갈망을 미끼로 신앙을 요구하며 사람을 흔들어대니, 정말 악질 중의 악질이 아닐 수 없다.

“특강 신청하시겠어요? 어떻게 하는 건지 절차 알려드릴게요.”

“어, 음…… 그게…….”

“학생 신분에 좀 부담스러우시죠.”

내 망설임에 여자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내가 머쓱해하며 그렇다고 대꾸하자, 여자가 잠시 고민하는 척 뜸을 들이다 말했다.

“그럼 한가람 형제님께 특별히 한 번만 소액으로 환전할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교리 강의 이 회 수업 정도는 들어보실 수 있을 거예요.”

“소액만요?”

“네. 이 정도는 성공을 위해 투자해볼 만하지 않나요? 원래는 안 되는데, 학생분들껜 암암리로 이렇게 해드려요. 돈 문제로 기회를 날리시는 분들이 많으면 너무 안타깝잖아요.”

애매한 액수만 환전할 수 있게 해서 교리 강의를 듣게 만들고 세뇌하려는 수작.

아마 여기까지는 나처럼 의심이 큰 사람들이 많았을 거다.

문제는 강의를 들은 다음이겠지. 이곳 교주의 힘은 사기가 아니니까.

나는 여느 사람들처럼, 큰 의심과 약간의 호기심이 있는 척 망설이다 여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여자가 다행이라는 듯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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