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화
[무적 관통(공격 스렛 4차 각성)] [상대방의 실드,반사 실드,공격무효화 능력,무적 능력을 뚫을 수 있 는 공격을 할 수 있게 된다. 무적 관통 스렛의 효과는 스킬과 보구, 신체를 이용한 공격 등 모든 공격에 적용됩니다.]
공격 스렛 4차 각성 무적 관통. 허물검이 없어도 무적 능력을 뚫을 수 있게 되었다.
타임로드가 남기고 간 마지막 선
이로써 모든 스텟이 4차 각성을
이루었다.
죽은 타임로드의 몸은 여타 신수들 이 공략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가 루가 되어 흩날리며 사라졌다.
오직 빙백검을 타고 뚝뚝 흐르는 핏방울만이 그녀가 그 자리에 있었 다는 것을 증명할 따름이었다. 타임로드가 세상을 뜨고 나서 한등 안 침묵의 시간이 이어졌다.
누구 한 명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 데도 자연스럽게 묵념의 시간을 가 졌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파르마가 입 을 열었다.
“정말이지 좋은 분이셨습니다. 신 수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인간성이 짙은 분이셨지요. 곁에서 모시게 된 건 제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습니 다.”
목소리에서 먹먹함이 배어 나왔다.
타임로드가 신수 자리를 박탈당한 이후부터 줄곧 그녀의 곁을 지켜 온 파르마다.
주인이 잃고 허전한 와중에도 끝까 지 타임로드의 수하로서 예의를 갖 주었다.
모든 신화급 웨이브 공략이 끝나면 서 조만간 창조급 웨이브 공략이 진 행될 것이다.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 른다.
진행 방식이 전달될 때까지 기다리
는 수밖에 없다.
강현 일행은 창조급 웨이브 공략이 시작될 때까지 언더그라운드에 머무 르기로 결정했다.
산타마리아 호를 타고 가면 보름 만에 돌아갈 수 있다.
떠나기 위해 차례차례 아래로 내려 가고 있는데 파르마가 강현을 불렀 다.
“최강현 씨,타임로드 님께서 남기 신 마지막 예언입니다. 혹시나 최후 의 최후에 곤란한 일이 생기면 업적 의 서 효과가 당신의 힘이 되어 줄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업적의 서에는 웨이브를 10번,30 번,50번,100번,300번 공략할 때마다 업적이 달성되며 그때마다 업 적에 합당한 보구가 생성되는 효과 를 지니고 있다.
각 업적을 달성할 때마다 SS급,
SSS급,전설급,신화급,창조급 보구 가 나온다.
현재 웨이브를 200회 이상 공략했 고 신화급 보구까지 지급 받았었다. 정말로 곤란한 상황에 빠졌을 때. 창조급 보구를 지급 받아서 사용하 란 뜻이었다.
창조급 보구를 지급 받으려면 앞으 로 못해도 수십 회 이상의 웨이브를 공략해야 한다.
최근 들어 웨이브 보석 출현 횟수 가 부쩍 줄어든데다 애당초 무작위로 출현하는지라 단기간에 공략 횟 수를 높이는 건 어렵다.
한 마디로 없어서 공략 못한다는 거다.
창조급 웨이브에 업적의 서 공략횟 수를 채울 요소가 있기 때문에 구태 여 업적의 서를 언급한 게 아닐까 싶다.
“부디 무사히 마무리하시길 바라겠 습니다.”
마지막 메시지까지 전달하며 강현 의 무운을 빌어 주는 따르마였다. 강현은 팔을 휘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드림 윙을 펼쳐 부유섬 아 래로 내려갔다.
*
아이스 에어리어 너머에 있는 로얄 가든.
로얄가든의 세븐즈 교 대신전은 완 전히 붕괴되어 있었다.
스킬을 이용해 섬세하게 깎아 낸 기둥은 부서져서 나동그라졌고,무 너진 지붕의 잔해 밑엔 돌에 깔린 사체들의 신체 일부와 핏자국이 만 연했으며,대량으로 찍어 낸 성서는 불쏘시개가 되어 매캐한 연기를 피 워 올리고 있었다.
패전을 겪은 페르세폴리스마냥 찬 란한 건물들이 세워져 있던 자리는 폐허 더미가 되었다.
이 모든 건 한 여인에 의해 벌어 진 일이었다.
트라우마로 인해 단순한 행동만을 하게 된 여인.
텅 빈 가슴에 한 가지 감정만이 담겼을 때 사람이 얼마나 강해지는 지는 여러 차례 증명된 바이다. 여인에겐 분노가 담겼고 가진 감정 을 해소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제5신 화급 웨이브 공략에 임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가진 거라곤 레벨 300짜리 소환석 3개가 고작이었으니.
함정을 알아차릴 지략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적을 압도할 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며 무모 한 행동을 자행했다.
만신창이가 되어 정말로 죽기 직전 까지 갔을 즈음.
그녀는 제5신화급 웨이브의 주인인 바몬의 시체 위에 을라서 있었다. 신화급 웨이브 공략을 마친 그녀는 웨이브에서 얻은 힘을 세븐즈 교 말 살을 위해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제는 복수마저 끝나면서 그녀의 가슴속은 또다시 텅 비게 되었다.
리리는 잔혹함이 묻어나는 폐허를 뒤로한 채 끝을 정처 없이 떠돌기 시작했다.
텅 빈 가슴을 채울 수 있는 또 다 른 것을 찾기 위해서.
*
모든 신화급 웨이브가 공략된 지도 벌써 3일이 지났다.
산타마리아 호를 타고 언더그라운 드로 가고 있는데 창조급 웨이브 공 락이 진행되었다.
시작은 제3신화급 웨이브 때와 비 슷했다.
입장은 강제 입장 방식이며 입장하 기 전에 머릿속으로 공지가 흘러들 어왔다.
단,이번에는 카니발 대륙에 거주 하는 모든 이세계인에게 공지가 전 달되 었다.
[카니발 대륙의 이세계인 여러분. 대륙 곳곳에 숨겨져 있던 모든 신화 급 웨이브가 공략되었습니다. 현 시 간을 기점으로 창조급 웨이브 공략 진행을 위해 카니발 대투표를 실시 합니다.
카니발에 있는 모든 이세계 인들은 ‘죽길 바라는 사람’을 일인 당 1명씩 선정해 주십시오. 투표 일 자는 보름 후입니다.
투표 결과 1위 를 한 자에게만 제재가 가해집니다. 그리고 투표일까지 하위차원으로 가 는 정식 루트,비밀 루트가 모두 봉 쇄되며 카니발 대륙 전역에 자연재 해가 연일 발생합니다. 투표율 90퍼 센트가 넘지 않으면 재차 보름간 재투표가 진행되니 이 점 유의하시길 바람니 다.]
창조급 웨이브 공략 진행을 위한 카니발 대투표.
긴긴 설명 가운데 요점만 정리하자 면.
1. 이세계인 전원 참가 대투표 실 시.
2.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 람을 뽑아야 한다.
3. 투표 1위에게만 제재가 가해진 다.
4. 투표일까지 하위차원으로 이동 금지,매일 자연재해 발생.
5. 투표율 90퍼센트 미만이면 재투
표 실시.
사람마다 평소에 살의를 품고 있는 자가 한 명 이상은 있을 거다. 세상에 죽일 놈 천지인데 다들 한 명쯤은 생각해 두고 있지 않겠는가. 강현 일행은 갑판 위에 모여 창조 급 웨이브의 진행 방식을 두고 회의 를 벌였다.
김혜림이 이번 창조급 웨이브 진행 방식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말이 좋아 투표지 사실상 공개 처 형이잖아요! 전 이런 거 인정할 수 없어요!”
“진정해,하루 이틀 겪는 일도 아 니잖아.”
“그래도 억울하잖아요.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뽑으라 니. 전부 다 강현 씨를 뽑을 게 분 명해요. 강현 씨가 무슨 잘못을 해 서 죽일 놈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거 냐고요.”
김혜림의 말대로였다.
대투표를 실시하면 강현이 1위로 뽑힐 게 뻔했다.
4번 항목 ‘매일 자연재해 발생’이 투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거다. 태풍,집중호우,지진,벼락,가뭄 등등...
각 지역마다 온갖 형태의 자연재해 가 발생할 터.
매일 자연재해를 겪게 되면 사람들 은 힘들게 일구어 둔 모든 기반을 잃게 된다.
그리되면 사람들은 누구를 탓하겠 는가.
‘최강현이 가만히 놔둬도 될 신화 급 웨이브를 공략해서 우리를 이 모 양,이 꼴로 만들었다!’
피해를 입은 자들일수록 탓할 곳을 찾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대놓고 강현에게 불평을 할 수 있는 자는 없다.
무려 카심을 베어 낸 남자니까. 그들에게 있어 대투표란 수단은 오 갈 곳 없는 분노를 풀 수 있는 유 일한 수단이다.
강현을 안 뽑을래야 안 뽑을 수가 없다.
가까운 사람에게 위험이 닥쳐온다 는 소리를 듣게 되면 누구든 불길한 상상을 하기 마련이다.
가까운 예로 가족이 사고를 당했다 는 얘기를 들으면 중환자실부터 연 상하지 않던가.
하물며 사고와는 궤를 달리하는 규 모로 일이 돌아가고 있다.
다짜고짜 멀쩡한 사람을 죽일 놈으 로 만들어 버리다니.
사랑하는 사람이 욕받이가 되고, 제재 대상이 되는 걸 가만 두고 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김혜림이 흥분하는 것도 무리는 아 니다.
허나 흥분한 김혜림과 달리 강현은
차분하기만 했다.
“흐음,이제야 납득이 가는군. 이래 서 신화급 웨이브에 제한시간이 있 다는 걸 알리지 않은 거였어.”
“무슨 뜻이에요?”
“신화급 웨이브에 제한시간이 있었 다는 사실이 사전에 알려져 있었다 면 사람들은 모두 납득했겠지. 어차 피 공략해야 할 걸 공략했을 뿐이니 까 공략한 사람을 원망하지 않아. 하지만 사람들은 제한시간이 있다는 걸 몰라. 그래서 가만히 놔둬도 괜 잖은 걸 들쑤셔서 자신들에게 고통 을 준 것처럼 인식하게 되는 거지. 치밀하게도 만들어 놨군.”
“지금 감탄할 때가 아녜요. 대책을
짜야죠. 1위에겐 제재를 준다고 했 는데 어떤 제재를 가할지 알아내는 게 급선무예요.”
제재라고 하면 가혹하게 들리긴 한 다.
하지만 여기서 1위는 곧 절망자 후보를 뜻하는 것일 터.
죽이거나 능력을 깎아내리는 등의 페널티를 줄 린 없다.
오랫동안 공 들인 끝에 나온 귀중 한 절망자 후보니까.
룰은 창조급 웨이브에 있다. 그리 고 대중적으로 신화급 웨이브 공략 자로 알려질 만큼 강한 자가 절망하 길 바라고 있다.
두 가지 조건에 의거하여 도출되는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투표에서 1위로 뽑히면 창조급 웨 이브로 소환되는 걸 테지.”
강현에게 위험한 제재가 가해질까 봐 전전긍긍하던 김혜림은 강현의 말을 듣곤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뭐야 제재란 게 웨이브 안 으로 소환되는 거였어요? 괜히 홍분 했네.”
“기분 전환 속도 한번 빠르군.”
“그도 그럴게 웨이브 안에서 강현 씨가 질 리 없잖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변수가 될 만한 건 사전에 다 차단해 두죠. 투표일까지 바쁘겠 네요.
각종 보구도 구해 둬야 하고, 오래 걸릴지도 모르니까 식량도 든든하게 챙겨 둬야겠죠? 강현 씨에게 조리할 수 있는 재료를 챙겨 주는 건 오히려 룰한테 죽는 것보다 위험 하니까 푸드스톤을 대량으로 구해 두는 게 좋겠네요. 그쵸?”
냉정을 되찾은 김에 당장 해야 할 일을 술술 을는 김혜림이었다. 김혜림이 말한 부분들 하나하나가 모두 옳은 말이었다.
각종 보구는 변수를 줄이기 위해, 식량은 장기전을 대비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한다.
보통 사람이면 말이다.
“식량이나 수면은 제3신화급 웨이 브에서 얻은 스킬로 해결할 수 있 어. 빙하기 생존자의 생존법이라고,식량이랑 수면을 해결해 주는 스킬 이 있거든.”
“그랬어요? 그럼 보구만 챙기면 되 려나.”
“보구보단 CP를 우선적으로 모아 줘. 보구로 할 수 있는 건 각성 스 렛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까.”
CP란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세이 아나가 발 벗고 나섰다.
“CP라면 나한테 맡겨 둬. 잘만 하 면 100억 CP 언저리까지 구할 수 있을 거야.”
“어디서 구할 건데?”
“재욱이 CP교환기에서.”
“먼지 하나 남기지 않고 탈탈 털어 버리는군. 녀석이 울겠어.”
“절망자 탄생하면 영업이고 뭐고 목 간수하기도 힘들잖아. 말 꺼내면 집안 살림 다 팔아서라도 CP를 만 들어서 줄걸?”
“그리고 세간에 소문을 흘려 둬야 해. 지금부터 발생하는 모든 자연재 해는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소 문을 퍼뜨려 둬.”
보구는 김혜림이,CP는 세이아나 가 조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해야 할 게 있 다.
신화급 웨이브를 공략한 사람이라 고 하면 강현의 이름이 가장 유명하 긴 하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자라면 세이아나도 빼먹을 수 없다. 강현과 세이아나가 한 패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한때 커뮤니티의 지역장이었던데다 성격 은 저래도 세간에선 알아주는 미인 인지라 대중적 인지도는 강현 못지 않다.
이번 대투표에서 강현이 당선되는 게 유력하다 할지라도 미리 손을 써 둬서 나쁠 건 없었다.
소문을 흘리는 건 어렵지 않다.
계속 정보활동을 해 온 신 혁명군 이 있으니까.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 강현은 언더 그라운드로 향하며 투표일 당일이 다가오길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