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 화
강현 일행은 인간도 구간을 지나 마지막 구간인 천상도 구간으로 갔 다.
구간과 구간 사이에 있는 나선 계 단을 빙글빙글 돌며 올라가다 보니 천상도 구간과 이어지는 문이 나타 났다.
문 앞에는 제4신화급 웨이브 토템 이 있었다.
김혜림과 세이아나,루나는 각자 첫 구간에서 얻은 스탬프 카드를 토 템에 넣어 스탬프를 받았다.
제4신화급 웨이브에 입장하자마자 군단의 서 효과로 구간을 건너된 강현에겐 스탬프 카드가 없었다.
신화급 웨이브 보상을 받지 못해도 크게 아쉬울 건 없었다.
신수를 공략하는 것만으로도 초월 의 서 보상이 따라오는데다가 룰 추 가 용지의 효과에 의해 신수가 가진 스킬 중 하나를 받을 수 있으니까. 각자 스탬프를 받은 후,마지막 구 간과 이어진 석문을 힘껏 밀었다.
드드드드!
*
제4신화급 웨이브의 신수로서 마지 막 천상도 구간에 머무른 지 몇 년 이나 지났을까.
아무 일도 않고 가만히 있는 것만 큼 고역인 것도 없어.
모처럼 신수로 태어났는데 공략자 들을 상대해야 사는 보람이 있든가, 말든가 하지.
말이 좋아서 사신들의 수장이지 공 략자들이 안 오면 낫 쥐고 망토 두 른 해골 백수랑 뭐가 달라.
평소에는 뭘 하고 지내냐고?
놀거리라 해 봤자 부하 사신들 불 러다가 장기자랑시키거나 가끔씩 낫 이나 닦아 두는 게 전부야.
그것도 한두 번할 때나 재밌지 몇 년 동안 그 짓거리만 하고 있어 봐. 장기자랑이람시고 탈골쇼 따윌 선 보이는데 그게 재밌겠어?
지루함이 하루하루 쌓이다 보면 존 재의의에 의문이 생긴다니까.
공략자를 상대하는 역할인지 하루 하루 지루한 걸 버티는 역할인지 분 간이 안 가.
지루하다는 건 정말로 고달픈 일이 거든.
근데 반갑게도 드디어 공략자가 들 어와 주더라고.
반가운 걸 떠나서 해야 할 일은 해야 되지 않겠어?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 중에 ‘욕망 분석’이라는 스킬이 있지.
스킬을 사용하면 상대방이 어떤 욕 망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어.
그 뒤에 욕망에 걸맞는 환각을 걸
어 버리지.
천상도 구간이 왜 천상도 구간인지 알겠지?
공략자들에게 천상의 기분을 맞보 게 해 주기 때문이야.
어디 보자 남자 한 명에 여자 셋 이구만.
저 은발 꼬맹이부터 살펴볼까?
[루나의 욕망 분포도]
-식욕 60%
-애정욕 20%
-수면욕 10%
-호기심 10%
은발 꼬맹이는 먹는 것에 욕심이
많군.
은발 꼬맹이에겐 원하는 걸 원 없 이 먹을 수 있는 곳에서 살게 되는 환각을 걸어 주지.
일단 한 명 재웠고.
그 옆에 은발 여자는……
[세이아나의 욕망 분포도]
-성욕 70%
-모성애 20%
-기타 등등 10%
허허,이 여자는 참 많이도 굶주렸 나 보구나.
보통은 한 가지 욕망이 6할을 넘 기기 어려운데 7할씩이나 된단 말이지?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밖에 없겠 군.
일상생활 가능한가?
가능할 리가 없지.
극단적이다 싶을 정도로 욕구가 편 중된 상태라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려면 엄청난 자 제력이 필요할 걸?
뭘 원하는지 알기 쉽다는 점에선 상대하기 편하군.
원하는 꿈을 꾸게 해 주마. 환각으로라도 원을 풀어 보거라. 이걸로 두 명째.
그리고 저기 흑발 여자는 겉보기엔 얌전해 보이는군.
겉으론 얌전해 보이는 타입일수록 속에선 욕망이 들끓기 마련이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볼까?
[김혜림의 욕망 분포도]
-독점욕 80%
-기타 등등 20%
이 여자는 뭘 가지고 있길래 독점 욕이 8할이 되는 거지?
방금 측정한 은발 여자만 하더라도 과하다시피 한쪽에 편중되어 있는데 이 여자는 더 하구만.
아하,옆에 있는 남자에 대한 독점 욕이었나.
그 남자가 너만 바라보는 꿈을 꾸
게 해 주면 되겠군.
이걸로 세 명 재웠고.
마지막은 흑발 남자인가.
고놈 참 딱딱한 얼굴을 하고 있구 만.
목석같은 사내놈들일수록 의외의 일면이 많단 말이지.
평소에 안 그럴 것 같은 사람이 별난 취향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잖 아?
요놈에게만 환각을 걸면 끝나는군.
[최강현의 욕망 분포도]
-승리욕 95%
-기타 등등 5%
승리욕 95%?
이놈은 더한 미친놈일세.
이기는 게 인생 목표인 놈도 있네.
누구한테 이기고 싶은 거냐.
나?
날 이기고 싶은 욕망이 95%라고?
이런 놈한텐 어떤 환각을 걸어야 하지?
내 욕구 환각 스킬은 상대방이 원 하는 환각을 보여 주는 스킬인데 어 쩐다.
놈이 환각 속에서 날 쓰러뜨리면 욕구가 해소되서 바로 환각이 풀려 버릴 거야.
그러면 환각을 거나 마나잖아.
뭐 이런 성가신 욕구를 가진 놈이
왔냐.
흐음,입장한 공략자들에겐 일일이 환각을 걸어 주는 게 규칙인데 말이 지.
환각에서 깨어나면 무적 관통 능력 이 생기고,못 깨어나면 영원히 환 각 속에서 헤매도록 사전에 그리 정 해져 있어.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모 르겠군.
할 수 없지.
이 녀석은 예외로 두는 수밖에.
“인간이여. 불쌍하게도 네놈에겐 환각을 걸어 줄 수가 없구나. 환각 에서 깨어나야만 무적 관통 능력이 주어지건만 네놈은 너무나도 발칙한 욕구인지라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베어 주마.”
규칙을 어기고 독단으로 예외를 둔 거니까 설명은 해 줘야하지 않겠어? 어디 징징거리는 소리나 한번 들어 볼까?
녀석으로선 억울할 테니까 항의할 테지.
“왜 쓰러지나 했더니 환각을 걸었 던 거였나? 뭐 조만간 알아서 깨어 나겠지. 그사이에 하이데스를 정리 해 둬야겠군.”
응? 검을 든다고?
방금 내 말 못 들었어?
나 무적 능력 있다니까.
그리고 말하는 꼬라지 봐라.
난 안중에도 없다는 것처럼 말하는 군.
“신수를 무시하고서 무사할 성싶더 냐. 그 대가는 목숨으로 치러야 할 거다.”
“관심 가져 주길 바랐나? 드링큰 크라운도 그렇고 신수란 것들은 외 로음을 많이 타는군.”
“드링큰 크라운? 녀석의 영역은 신 화급 웨이브 2개를 공략해야만…… 무,뭐 상관없다. 신화급 웨이브를 몇 개나 공략했든 무적 관통 능력이 없으면 무력할 따름이니까.”
세차게 낫을 휘두르고 있는데,놈 이 거무튀튀한 색깔의 검을 꺼내 들 었다.
겉에 갈라진 자국이 선명한 걸로 봐선 부서지기 직전인 낡은 검인 것 같다.
자신 있게 검을 꺼내 들길래 얼마 나 대단한 명검을 꺼내나 싶었는데 볼품없는 누더기 검이나 꺼내고 있 었다.
결판났군.
무적 관통 능력 없지,장비는 허접 하지, 동료들은 환각에 빠져서 쓰러 져 있지.
놈이 이길 요소가 하나도 안 보이 는걸?
10미터 길이를 자랑하는 명계의 낫이 바람을 몰며 떨어졌다. 떨어지는 낫을 보고도 흑발 사내는 움직일 기미가 안 보였다.
가만히 있던 흑발 사내가 검을 휘 두른 찰나.
하이데스의 시선이 급격하게 아래 로 곤두박질쳤다.
인지할 새도 없이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땅이 왜 나한테 돌진해 오는 거 지?
아니,땅이 돌진해 오는 게 아니 다.
하이데스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투응!
하이데스는 땅에 부딪친 직후에 머 리 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 자신의 몸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어느새 허공에는 거대한 투영검이 떠 있었다.
이어지는 투영검의 움직임에 자비 라곤 없었다.
머리 잃은 하이데스의 몸체를 반으 로 갈라 버리고,검 끝이 아래로 향 하면서 하이데스의 머리가 떨어진 곳으로 수직 낙하하였다.
시야 가득 들어오는 푸른 마나의 검.
그게 하이데스가 마지막으로 본 풍 경이었다.
과직!
*
하이데스가 죽으면서 제4신화급 웨 이브 토템이 생성되었다.
이번 공략에서 만큼은 강현과 무관 한 오브젝트였다.
강현은 환각에 빠져 있는 세 여자 를 똑바로 뉘여 주곤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오래도 자는군. 인간도 구간에서 겪은 환각보다 한 차원 위 단계에 속하는 환각이란 건가.’
인간도 구간의 환각이 이상적인 현 실을 구현해 준다면,천상도 구간의 환각은 이상적인 낙원을 구현해 준 다고 할 수 있었다.
위험도만 따지면 다른 신화급 웨이
브보다 훨씬 위험하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맹독인 나태에 빠지게 되어 버리니까.
게으름에는 약도 없다.
강현은 여자들이 깨어나길 기다리 는 동안 각성 스텟을 확인해 보았 다.
[최강현(LV. 408)]
관통 : 6, 210 무적 : 703 무위 : 750 무한 : o°
무효 : 704
보너스 포인트 : 150
보유스킬 : 각성의 서(?),세이덴의
독주머니(?),마나폭검(?),석상 호 걸의 갑옷(?),쉐도우 리퍼의 외갑 (?),명계의 서(?), 위치 되감기(?), 개화의 서(?),제왕의 화염검(幻,군 단의 서(?),석화의 마안(?),엘레멘 탈 웨펀(?),개방의 서(?),업적의 서(?),매혹(?), 해신의 축복(?),드 림 윙(?),초월의 서(?),투영(?),비 밀의 서(刀, 마도의 서(?),물의 유 희(기,빙하기 생존자의 생존법(?), 응축마나탄 (?)
특수능력 : 간파,분할,파악. 공유
[무효(회복 스렛 4차 각성)]
[무효 스렛의 효과는 육체에 상처 를 입었을 시에 발동한다. 무효 스텟의 효과가 발동하면 '공격당한 사 실’ 자체를 무효로 되돌리며 육체가 상처를 입기 전의 상태로 복구된다. 적의 공격에 당하여 일격에 사망하 더라도 효과가 발동한다. 회복,리 필,재생,보급 스텟의 효과는 유지 된다.]
무적 스렛이 뚫리면 무위 스텟의 효과가 발동하고,무위 스텟의 효과 마저 뚫리면 무효 스텟의 효과가 몸 을 지켜 준다.
무적 스렛과 무위 스렛만 해도 충 분할 것 같은데 세상일이란 모르는 법이니 가지고 있어서 나쁜 건 없 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제4신화급 웨이브까지 공략했는데도 공격 계열 스텟이 4차 각성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이다.
강현의 발치엔 허물검의 잔해가 파 다했다.
하이데스를 처치한 직후에 내구도 가 다한 허물검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제5신화급 웨이브는 허물검 없이 공략해야 되는군. 신화급 웨이브 중 에선 난이도가 가장 낮다고 했으니 까 허물검 없이도 여유 있게 쩔 수 있겠지.’
룰 추가 용지의 효과에 의해 하이 데스가 가지고 있던 스킬 가운데 한 개를 습득했다.
습득한 스킬은 절대 환각.
하이데스가 김혜림,세이아나,루나 에게 환각을 걸 때 사용했던 스킬이 다.
각성 스텟을 확인하고 하이데스의 스킬까지 가져오고 나니 여자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깨어난 건 세이아나였 다.
세이아나는 벌떡 일어나선 식은땀 을 줄줄 흘리더니 소매로 이마의 땀 을 훔쳤다.
“하아하아,진짜로 넘어갈 뻔했네. 위험했어.”
“하이데스는 처리해 뒀어.”
공략이 끝났다는 말을 전하자 세이 아나가 강현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그리곤 혼자서 머리를 부여잡고 고 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냐…… 아니라고. 어느 쪽이냐 고 하면 괴롭히는 쪽이란 말야. 괴 롭힘 당하는 쪽이 아니라고.”
“무슨 환각을 봤길래 그래?”
“묻지 말아 줘.”
흑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일이라도 겪었는지 기겁하며 대답을 거부하고 있었다.
강현을 봤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 었다가 다시 강현을 봤다가.
혼자서 후유증에 시달리느라 바쁜 세이아나였다.
세이아나 다음에는 루나와 김혜림 이 깨어났다.
루나와 김혜림은 세이아나와 달리 후유증을 겪지 않았다.
되려 만족스러운 환각을 겪었는지 후련하게 웃었다.
세 여자가 토템에 스탬프 카드를 넣어 최종 보상까지 받고 난 후에야 출구를 통해 바깥으로 나갔다.
제4신화급 웨이브는 심해에 있다. 출구로 빠져나가면 심해의 물살을 온몸으로 받아 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해서 좋을 건 없기에 사전에 산타마리아 호를 소환하여 배를 타고 나갔다.
나간 이후에는 배를 타고 북쪽으로
가기로 했다.
지도상으론 대륙을 가로질러 가면 아이스 에어리어를 지나가야 하는 데,해상 루트로 가면 아이스 에어 리어를 피해서 갈 수 있어서 배로 이동하는 게 훨씬 나았다.
당분간 항해를 하기로 결정하고 심 해를 빠져나와 수면 위로 을라갔다. 잠수함이 물 아래에서 수면 위로 부상하듯.
사선 항해를 하며 부드럽게 물에서 빠져나온 순간.
분명 낮인데도 불구하고 산타마리 아 호가 있는 자리에만 그림자가 드 리워져 있었다.
그림자의 원인은 하늘에 있었다.
하늘에 웬 섬 하나가 떠 있는 게 아닌가.
부유섬의 존재를 인지함과 동시에 머릿속에 직접 흘러들어 오듯 어떤 사내의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여러분,저는 타임로드 님을 모시 는 따르마라고 합니다. 외람된 말씀 이지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섬 위 로 와 주시지 않겠습니까?]
도처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었던 그 이름.
타임로드가 직접 강현을 만나러 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