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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373화 (373/381)

373화

발 없는 말이 멀리 간다고 바빌론 에 최강현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카 니발 전역에 퍼졌다.

소문은 세븐즈 교 대신전에도 전달 되었고,대신전에선 소문을 통해 줄 리앙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세븐즈 교는 비상이 걸렸다.

교주인 줄리앙의 사망,더불어 제3 신화급 웨이브가 공략되면서 5개의 신화급 웨이브 중 3개가 공략되었 다.

얼마 전에 제4신화급 웨이브의 위 치가 발각되었으니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강현이 4개째 신화급 웨이브를 공략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리되면 세븐즈 교 대신전 근처에 있는 제5신화급 웨이브가 최후의 보 루가 된다.

제5신화급 웨이브의 위치는 과거에 커뮤니티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강현이 제4신화급 웨이브 공략 직 후에 로얄 가든으로 올 건 자명한 일이었다.

때문에 세본즈 교 고위사제들은 연 일 옥신각신거리고 있었다.

최강현에게 길을 내줘야 한다 VS 전멸을 각오하고서라도 최강현을 막 아야 한다.

최강현을 이길 수 없다는 건 모두

가 아는 사실이었다.

맞서다가 전멸당하느니,적은 확률 이나마 제5신화급 웨이브 내에서 강 현이 죽길 바라는 게 낫다고 주장하 는 자들.

이미 신화급 웨이브를 수차례 공략 한 이가 가장 난이도가 쉬운 제5신 화급 웨이브에서 죽을 리가 있겠냐 며,입장하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 라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 줄리앙이 사라지자마자 내부분열이 일어나서 매일매일 탁상공론만 펼치 고 있었다.

일찌감치 최강현에게 적의가 없음 을 밝히고 내실을 다지기 위해 정책 개편 중인 커뮤니티와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몰락으로 향하는 전철을 밟고 있다 는 걸 알고는 있는지 영양가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세븐즈 교 였다.

고위사제들을 위해 만들어진 고위 사제 전용 숙소.

라파엘라는 오늘도 회의에서 흠씬 두들겨 맞고 온 참이었다.

대체 성녀는 언제 내보낼 수 있느 냐.

네가 성녀를 섣불리 실전에 투입한 탓에 모든 게 꼬였지 않느냐. 교주님이 돌아가셨으니 성녀라도 가동해야 하지 않느냐.

성녀라도 제 역할을 한다면 최강현 을 저지할 수 있는데 왜 아직도 성 과가 없느냐.

도돌이표도 아니고 회의가 끝날 때 마다 일일행사인 것마냥 라파엘라에 게 화풀이를 해 댄다.

더럽고 치사해서 원.

무능력한 주제에 화풀이하는 것 하 나만큼은 노벨상급이다.

라파엘라는 숙소에 복귀하자마자 잠옷으로 갈아입고 신경질적으로 브 랜디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독한 술을 나발로 들이키는 것에서 그의 짜증 지수가 얼마나 높은지 엿 볼 수 있다.

그는 술기운에 기대어 억지로 잠을

청했다.

침대 위에서 수차례 뒤척이던 라파 엘라가 어렵사리 잠에 들며 코를 골기 시작했다. c=e러? 〔ㄹ러?

_ ■ ~~ (〉 1 ?_ ■ 一 O

코고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 지는 가운데,라파엘라의 방 창문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림자는 몰래 창문을 열고 방 안 으로 들어왔다.

그림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최진철 이었다.

오늘을 위해 온갖 굴욕을 다 받아 냈다.

불구자가 되고,한쪽 눈을 잃었으 며,한쪽 팔은 거의 움직이지도 않는다.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도 리리 한 명 조종하지 못하냐고 온갖 폭력과 욕설에 시달려야 했다.

고통의 나날 속에서도 조금씩 조금 씩 재기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었다. 원래는 계속 리리가 힘을 가지고 있으나 정신적 충격 때문에 힘의 발 현을 거부한다는 식으로 시간을 끌 며 세븐즈 교의 힘을 이용하고자 했 다.

그러나 그마저도 카심에 의해 하나 둘 신전을 잃고,끝내 줄리앙마저 죽으면서 세븐즈 교가 쇠락을 맞이 하면서 계획이 무산되었다.

지금에 와서 최진철이 고를 수 있

는 선택지는 얼마 없었다.

기껏해야 탈출하는 것 정도?

어떻게 하면 탈출할 수 있을까 고

민한 끝에 적절한 작전을 떠올릴 수 있었다.

드디어 오늘에서야 작전을 실행할 준비를 마치고 실행에 나서기 위해 라파엘라의 방에 몰래 잠입한 것이 었다.

최진철은 곤히 잠든 라파엘라를 내 려다보며 이를 뿌득 갈았다.

여태껏 라파엘라가 자신에게 가한 가혹행위를 생각하면 당장에 목을 졸라 죽여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잠든 이조차 죽일 힘이 없 는 게 최진철의 현 주소였다.

'경거망동 말자. 여태까지 힘들게 참아 왔잖아. 조금밖에 안 남았어. 오늘에야말로……

최진철은 품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유리병 안에는 제노스의 독충이 담 겨 있었다.

예전에 라파엘라가 최진철의 몸에 심어 두었던 수컷 독충이다.

그걸 구드르슨과 협상하여 온전히 빼내었고 지금까지 고이 간직해 놓 았다.

오늘에 와서야 수컷 독충을 쓸 때 가 왔다.

유리병 마개를 열자 독충이 사람 몸에 들어가고 싶은 양 꿈틀거렸다. 장갑을 낀 손으로 독충을 유리병에서 꺼내어 라파엘라의 입 속에 넣었 다.

그 뒤에는 독충이 알아서 라파엘라 의 입 안 너머로 기어들어 갔다. 탈출 작전의 1단계는 끝났다. 다음으로 최진철은 탁자 위의 브랜 디 병 옆에 덩그러니 놓인 라파엘라 의 아공간 주머니에 눈길을 주었다. 그간 라파엘라의 소환석 모양을 눈 에 익히기 위해 온갖 짓을 다했었 다.

일부러 라파엘라가 소환석을 꺼낼 만한 상황을 유도한다거나, 카심을 대신하여 신전을 공격하러 다니고 있는 지부장들을 상대하러 갈 때 리 리의 훈련을 겸한다는 핑계로 따라가서 소환석을 사용하는 장면을 눈 에 담는다거나.

최진철은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 어 소환석의 모양을 머릿속에 그렸 다.

이내 곧 최진철의 손에 4개의 소 환석이 딸려 나왔다.

레벨 300대 몬스터의 소환석 4개. 라파엘라의 바코드가 찍혀 있어서 지금 당장은 사용할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은.

라파엘라에게 독충을 먹였고 소환 석을 빼냈다.

최진철은 들어왔던 창문으로 도로 나가면서 후련한 표정으로 라파엘라 에게 마지막 눈길을 보냈다.

“이제 안녕이다,빌어먹을 놈아.”

라파엘라의 방은 1층인지라 창문을 통해 빠져나오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대로 세븐즈 교 신전에서 빠져나 갈 생각이다.

그런데 창문 바깥에 아까까지는 없 던 사람이 서 있었다.

아뿔싸! 이 시간에 고위사제 숙소 뒷마당을 지나가는 자가 있었을 줄 이야!

들켰나?

한밤중에 창문을 통해 남의 침실에 들락거리는 자를 수상히 여기지 않 을 자가 어디 있으랴.

여기서 소리라도 지르면 꼼짝 없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급한 대로 검을 뽑으려던 찰나.

최진철은 서 있던 자가 리리임을 알아차렸다.

“리리?”

“아으으으.”

마법석을 잃은 자신은 쓸모가 없다 는 생각 때문에 매일같이 불안에 떨 고 있던 리리다.

밤에도 잠들 수가 없어서 간간이 최진철의 방문을 두드리곤 했었다. 아무래도 오늘도 시중 드는 이의 눈을 피해 최진철의 방을 찾아가다 가 밤중에 어디론가 향하는 최진철 을 발견하곤 여기까지 따라온 모양 이었다.

세븐즈 교의 힘을 이용한다는 계획

이 무산되고,도망치기로 마음먹었 기에 더 이상 리리는 필요치 않았 다.

오히려 성가실 뿐이다.

도망치려면 리리를 버리고 가는 게 낫다.

최진철은 라파엘라에게 목소리가 들릴까 싶어 얼른 창문부터 닫았다.

머릿속에선 리리를 무시하고 이대 로 도망쳐야 된다는 생각이 맴돌고 있었다.

‘더 이상 이 아이에겐 이용가치가 없어. 힘을 잃은 녀석을 데리고 가 봤자 거치적거리기만 할 게 뻔해. 거짓말을 하자. 잠깐 나갔다가 온다 고…… 기다리라고 하면…….

다른 사람을 버리는 거야 늘상 해 왔던 일 아니던가.

오랜 지기를 버렸고,같이 임무를 맡아 왔던 적을 버렸고,몸을 의탁 하던 상관도 버려 보았다. 보잘것없는 벙어리 한 명 버리는 거야 여태까지 해 왔던 일에 비하면 버리는 축에도 못 든다.

한 마디만 하면 된다.

금방 을 테니까 기다리고 있으라 고.

근데 이상하다.

말만 하면 되는데.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인데도 말이 입 안에서만 맴돈다.

최진철은 심호흡을 하곤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금방 돌아올 테니까 방에서 기다 리고 있어.”

이전에도 금방 돌아온다고 하며 자 리를 비웠던 적이 몇 번이나 있다.

리리는 이번에도 돌아을 거라고 철 썩같이 믿는 건지,고개를 끄덕이며 종종걸음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 자니 이상하게 가슴 한 켠이 따끔거 렸다.

더불어 머릿속에 어두운 방 안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리리의 모 습이 스쳐 지나갔다.

‘진철아,금방 돌아올 테니까 엄마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렴.’

오래전,어머니와 나를 버리고 떠 난 아버지의 쪽지에 담겨 있던 내용 이 지금에서야 다시 떠오르는 이유 가 뭘까.

가족마저도 쉽게 버리고 떠나가는 세상이다.

결국 남는 건 자기 자신밖에 없다.

돌아올 거라 기대해 봤자 끝에 가 선 상처만 입기 마련이다.

상처 입을 바엔 상처 입히는 쪽이 되는 게 낫다.

그게 이번에는 리리의 차례일 뿐.

그런데 어째서일까.

머리로는 버려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

여태까지 해 왔던 일을 반복하기만

하면 되는데.

최진철은 처음으로 자신의 규율을 어겼다.

덥석!

그가 돌아가려는 리리의 팔을 잡아 채며 말하길.

“따라와.”

짧은 한 마디와 함께 리리를 데리 고 대신전 뒷문을 향해 달리는 최진 철이었다.

*

막 자정을 넘긴 한밤중.

세븐즈 교 대신전이 발칵 뒤집어졌 다.

최진철이 성녀를 데리고 도망쳤다!

땡땡땡땡땡!

비상종이 요란하게 울리면서 대신 전 내에 거주하는 모든 사제들이 뛰 쳐나왔다.

최진철의 도주 소식은 최진철과 리 리의 담당자인 라파엘라에게도 전해 졌다.

자던 중 깨어난 라파엘라는 사제들 로부터 보고를 전달받곤 분개했다.

“아무짝에 쓸모없는 놈에게 기회를 줬더니 이따위로 뒤통수를 쳐? 개자 식이 내 손에 독충이 있다는 걸 알 면서도 도망을 쳤다고? 날 얼마나 물로 봤길래!”

안 그래도 리리의 제어역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륵으로 전락해 버 린 최진철이다.

애꾸눈 고자 새끼를 볼 때마다 속 에 열불이 났었는데 차라리 잘됐다. 이참에 속시원하게 죽여 버리자.

라파엘라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소 형 삼각 플라스크를 꺼냈다. 플라스크 안에는 암컷 독충이 죽은 듯이 자리 잡고 있었다.

죽이기로 마음먹은 이상 라파엘라 의 움직임엔 군더더기 한 점 없었 다.

플라스크 뚜껑을 열고 거꾸로 들어 바닥에 암컷 독충을 떨어뜨리곤 있 는 힘껏 발로 짓밟았다.

빠직!

라파엘라는 암컷 독충을 자근자근 밟으면서 조소를 흘렸다.

“성녀가 따른다고 오냐오냐 해 줬 더니 아주 머리끝까지 기어오르는구 나,최진철. 어떠냐. 지금쯤이면 녀 석은…… 쿨력!”

비릿한 조소를 머금고 있던 라파엘 라가 별안간 가슴을 부여잡았다.

암컷 독충이 죽었으니 한 쌍을 이 루고 있는 수컷 독충이 터졌을 터. 터져야 하는 건 최진철의 몸속에 있는 독충이어야 할 텐데,어이없게 도 라파엘라의 가슴속 내부가 갈갈 이 찢어진 듯 강렬한 통증이 엄습했 다.

라파엘라는 검은 피를 토해 내며

자신이 토해 낸 피 위에 엎어졌다. 누가 뭐라고 반응할 틈도 없이 벌 어진 일이었다.

*

로얄가든에서 벗어나는 길은 두 부 류가 있다.

남쪽으로 가서 아이스 에어리어를 통과하는 육로 루트,북쪽으로 가서 바다를 통해 카니발 차이나타운 북 쪽 해안까지 가는 해상 루트.

최진철에겐 아이스 에어리어를 통 과할 만한 체력은 없었다.

때문에 북쪽의 해상 루트로 빠져나 가기 위해 북쪽을 향해 달리는 중이었다.

북쪽 해변으로 이어지는 산을 넘기 위해 산기슭을 달리고 있던 중.

최진철은 손에 쥐고 있던 소환석에 서 바코드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확 인할 수 있었다.

‘라파엘라가 죽었나. 멍청한 놈. 사 람을 무시하는 게 네놈의 약점이야, 라파엘라. 독충이 제 목을 조를 줄 은 몰랐을 테지.’

소환석의 원래 주인인 라파엘라가 죽으면서 라파엘라의 바코드가 걷혀 나간 것이었다.

주인을 잃은 보구는 새로 바코드를 찍으면 재활용할 수 있다.

고로 이제부턴 레벨300짜리 소환

석이 전부 최진철의 소유가 된 셈이 었다.

소환석에 새로이 바코드를 찍곤 그 중 하나를 골라 바닥에 던졌다.

소환석이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레벨300의 비행 몬스터인 와이번 로드가 소환되었다.

최진철은 소환된 와이번 로드에 리 리부터 태웠다.

“이제 거의 다 됐어. 이 녀석을 타 고 바다만 건너면 돼.”

리리부터 태우고 잇따라 자신이 올 라타려던 찰나.

하늘에서 불덩이가 날아들어 와이 번 로드의 옆구리에 적중했다.

퍼영!

불덩이가 와이번 로드의 옆구리에 서 강한 폭발을 일으키더니 사나운 불길이 사방팔방으로 번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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