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72화 (372/381)

372화

제3신화급 웨이브에서 나오자 열렸 던 공간이 좁아지며 출구가 닫혔다. 공략이 끝난 후에 공략자가 모두 웨이브 바깥으로 나오면 출구가 자 동으로 닫힌다.

살아 있는 자가 강현뿐인지라,강 현이 나옴과 동시에 출구가 닫힌 것 이었다.

빠져나온 곳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 벌판이었다.

이정표 삼을 만한 지형지물이 없어 서 어디에 떨어졌는지 통 알 수가 없었다.

‘어딘지 알 수가 없군. 드림 윙으

로 날아서 주변을 살펴봐야 하나.’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쉘터 하나 쯤은 있을 거다.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보는 것도 중 요하지만 그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해 둬야 할 게 있다.

순서라는 게 있는데 약혼자가 잘 있나 확인해 보는 게 먼저 아니겠는 가.

김혜림과 세이아나,루나 셋이라면 신화급 웨이브에서 곤란할 일은 없 을 거다.

특히 김혜림이 있다면 말이다.

이건 진짜로 주관적인 부분은 빼고 말하는 건데 혜림이도 머리 쓰는 거 라면 한 솜씨 한다.

팔불출에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진짜로.

‘적을 쓰러뜨린다’는 목적 하에 짜 는 계책이라면 김혜림도 상당한 수 준에 이르러 있다.

늘 지척에서 나를 보아 왔고,전쟁 을 경험하였고,한때 강현의 빈자리 를 대신하여 황제파 최강의 기사로 불리기도 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랑이 아니 다.

객관적인 면에서 혜림이…… 아니, 김혜림 양의 뛰어남을 어필하고 있 을 뿐이다만?

무슨 불만이라도?

파악 능력을 사용하자 프로젝터로

영상을 비추고 있는 것처럼 머릿속 에 김혜림의 현 상황이 흘러들어 왔 다.

[조금만 더 가면 바다가 나와요. 해저에 들어가면 단숨에 제4신화급 웨이브까지 일직선으로 가죠.]

[갑자기 해저가 나오면 여러모로 심장에 안 좋지 않을까? 해저엔 기 형 어류가 많지 않아?]

[그래 봤자 몬스터보다 더 하겠어 요? 징그러운 걸로 치면 몬스터가 한 수 위죠. 그보다 해저에서 생성 된 웨이브 보석은 죄다 방치했다고 했죠? 클로징 포션 준비해 둬야겠네 요.]

[어,맞아. 해저에 방치된 던전이

득실득실할걸? 심해에서 난파당하는 꼴 면하려면 미리미리 챙겨 두는 게 좋지. 그나저나 최강현은 잘하고 있 으려나 모르겠네.]

[언니는 걱정도 팔자시네. 무적 스 텟,무위 스텟 가지고 있는데 밀리 고 있으면 그냥 접시물에 코 박고 죽어 야죠.]

[후후.]

[왜 웃어요?]

[현이 앞에선 좋아 죽으면서 없으 니까 바로 쎈 척하는 게 귀여워서.]

[왜 이래요. 누가 들으면 평소에 엄청 휘둘리는 줄 알겠네.]

[아니었어? 내가 잘못 본 걸까?]

[벌써 눈이 침침하세요?]

[너도 내 나이 걸고 넘어지기야? 현이만 하든,너만 하든 둘 중 한 명만 해.]

선실에서 아웅다응 수다 떨고 있는 걸 보니 별탈 없이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벌써 카니발 대륙 동쪽 바다에 도착하기 직전인 건가.

앤트 평원에서 카니발 대륙 동쪽 바다까지 한 달은 족히 걸린다. 강현이 제3신화급 웨이브에 들어가 기 일주일 전에 출발한 것을 감안하 면 한 달 걸릴 길을 보름 만에 주 파한 셈이다.

‘날아서 가도 한 달은 걸리는데 그 절반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어. 산타마리아 호에 자동항해 능력이라도 있나? 그러면 저 속도도 납득이 가 지.’

자는 중에도 알아서 주행한다면 시 간이 절반으로도 줄어든 게 이상할 건 없다.

잘 지내고 있단 걸 확인한 것만으 로도 족하다.

그럼 이제 여기가 어디냐는게 중요 한데 말이지.

강현은 드림 윙을 시전하여 하늘로 날아올랐다.

끝도 없이 펼쳐진 허허벌판 위를 한 마리의 매가 된 양 유유자적 날 고 있던 중.

지평선 부근에 설터가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럼 그렇지.

커뮤니티의 쉘터는 카니발 대륙 전 체 면적의 2할가량 차지하고 있다. 산이나 강을 제외하면 평지 어느 곳이든 커뮤니티의 월터가 못해도 1 개 이상은 존재한다.

발견한 쉘터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데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였다.

‘쉘터 크기가 보통보다 훨씬 크잖 아. 대체 몇 성짜리 쉘터인 거지?’

지금까지 봤던 쉘터 중에서 가장 큰 월터가 10성짜리 쉘터였다. 그런데 눈앞에 나타난 쉘터는 10 성짜리보다 몇 배나 컸다.

11 성? 12성? 혹시…… 13성?

카니발에 13성짜리 쉘터는 오직 한 곳밖에 없다.

바빌론 쉘터.

지상에서 쉘터 관문을 지키고 있던 커뮤니티 조직원들이 하늘을 보며 강현을 가리켰다.

멀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낌새로 보건데 비행 능력으로 날아 다니고 있는 신원불명의 사내를 경 계하는 것으로 보였다.

경계를 하든가,말든가 강현은 현 재 위치를 파악하는데 여념이 없었 다.

‘쉘터 크기만 따지면 바빌론이 맞 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직접 내려가서 확인해 봐야겠 군.’

드림 윙을 기울여 아래로 내려가는 데,관문을 지키던 조직원들이 부리 나케 뛰어나와선 포위망을 형성했 다.

너무 예민한 반응이 아닐까 싶지만 속내를 살펴보자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한창 세븐즈 교와 대립하고 있는 마당에 카심이 제3신화급 웨이브에 강제 소환된 참이다.

비행 능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면 보통 수준은 아니기 마련이다.

비상이 걸렸는데 비행 능력을 가진 신원불명의 사내가 나타났으니 예민하게 굴 수밖에.

조직원들은 살벌하게 무기를 겨누 면서 신원조회를 하고자 했다.

“어디의 누구냐? 신원을 밝……

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착지한 자의 얼굴이 눈에 익은 나 머지 눈을 가늘게 뜨며 살폈는데, 한때 수배서에 찍혀 있던 얼굴인 걸 떠올리고 말았다.

커뮤니티 조직원치고 누가 그의 얼 굴을 모르랴.

“최,최강현이다! 누가 안에 들어 가서 이 사실을 알려라! 최강현이 나타났다!”

“헉! 최강현이 여기 있다는 건 설

마 수령님이……

“그럴 리 없어. 수령님이 당하실 리가 없다고.”

혹자는 강현을 맞아 상부에 보고를 하기 위해 쉘터 안으로 달려갔고, 혹자는 카심의 죽었다는 것을 알아 차리곤 하늘이 무너진 양 허망함에 잠겼다.

카니발 거주민치고 제3신화급 웨이 브에 카심,강현,줄리앙이 강제 소 환된 걸 모르는 자가 없었다.

카심이 제3신화급 웨이브 공지를 전해 듣곤 호쾌하게 강제 소환 사실 을 알리라고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 다.

카심의 측근인 코반이 강제 입장

소식은 숨기는 게 좋겠다고 말했을 때 카심이 대답하길.

'세상에 눈이 몇 개고,귀가 몇 개 인데 숨긴다고 숨겨지겠느냐. 차라 리 알려라. 반드시 두 놈을 처리하 고 복귀할 테니 그때를 위한 술이라 도 준비해 두거라.’

수령이 언제 돌아오나 학수고대하 던 조직원들에게 강현의 등장은 청 천벽력이나 마찬가지였다.

강현이 여기에 있다는 건 제3신화 급 웨이브 공략이 끝났다는 것.

커뮤니티의 적인 강현은 살아 돌아 왔는데 정작 돌아오길 기다렸던 카 심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곧 카심의 죽음을 의미했다.

단지 착지했을 뿐인데 삽시간에 주 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사람들이 복작거리며 소란을 피우 는 가운데 강현은 관심 없다는 양 무심한 표정으로 용건을 꺼냈다.

“길이나 물으려 왔는데 엄청 소란 을 떠는군. 여기가 어딘지 알려 주 기만 하면 바로 떠나도록 하지.”

“여기가 어딘 줄도 모르고 찾아왔 단 말이냐!”

“아,됐어. 지금 알았으니까.”

지상에 착지하니까 관문 앞에 설치 되어 있는 대형 게시판이 눈에 들어 왔다.

게시판 윗머리에 ‘바빌론 쉘터 공 지 게시판’이란 글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10성 쉘터가 우습게 보일 정도의 큰 쉘터이니 혹시나 바빌론 쉘터가 아닐까 했는데,정말로 바빌론 쉘터 였다.

카심이 직접 통치하던 지역에 카심 을 죽인 자가 나타났으니 소란을 떨 수밖에.

‘어디 보자. 바빌론은 카니발 대륙 동쪽에 있으니까 여기서 동쪽 바다 는 멀지 않아. 날아서 가면 한 일주 일? 열흘? 대충 7? 10일 정도 걸린 다고 봐야겠군.’

앤트 평원에서 출발하면 한 달,바 빌론에서 출발하면 7? 10일.

제3신화급 웨이브 출구가 바빌론과 이어진 덕에 약 20일을 단축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공략 끝나면 타고 가 려고 니아의 소환석을 윤중 아저씨 한테 맡겼는데 말이지.

니아의 소환석을 가지러 간답시고 앤트 평원까지 되돌아가는 것도 우 스운 일이다.

어차피 드림 윙이 있고 하니,여기 서 바로 제4신화급 웨이브로 가면 될 것 같다.

현재 위치도 알아냈겠다 더 이상 바빌론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드림 윙을 펼쳐 날아오르려는데 관 문에서 데릭로우스를 탄 무리가 부리나케 뛰쳐나왔다.

일반 조직원과 다르게 정장풍의 옷

을 입고 있는 것이 제법 높은 직위 에 있는 자들 같았다.

정장을 입고 있는 걸로 봐선 전투 원은 아닌 것 같고.

커뮤니티 행정직 쪽 사람일지도.

나이 쉰을 넘긴 듯한 백인이 데릭 로우스에서 내리며 정중한 태도로 말을 꺼냈다.

“최강현 씨,커뮤니티 소속 어드민 을 이끌고 있는 코반이라고 합니다. 당신과는 한 번쯤은 얼굴을 마주하 고 싶었는데 이런 식으로 보게 되는 군요.”

어드민이라면 카심이 커뮤니티의

행정 능력을 높이기 위해 신설한 부 서인 걸로 알고 있다.

어드민이 창설된 이후로부터 커뮤 니티 내부 단속이 강화되고,질서 체계가 개선되었다고 한다.

어드민의 수장이 강현의 수배령을 적극적으로 철회하자고 건의했다는 소식 또한 들은 바 있다.

저리 정중하게 나오는데 매몰차게 외면할 수야 있겠는가.

분위기로 보건데 반드시 대화를 나 눠야 할 사정이라도 있는 느낌이었 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다.

제3신화급 웨이브 공략이 끝난 시

점에서 커뮤니티 측이 궁금해할 만 한 사안은 하나밖에 없으니 말이다. 강현은 하늘로 날아오르려던 동작 을 멈추며 응대해 주었다.

“내 입으로 듣고 싶나?”

“무엇을 물으려는지 알고 있는 것 처럼 말하시는군요.”

“카심의 생사 여부. 너희들이 내게 물을 거라곤 그것밖에 없지.”

“그분은…… 어떻게 되셨습니까?”

코반의 목소리가 살짝 떨고 있었 다.

커뮤니티를 창설한 자이자 커뮤니 티의 기둥과도 같은 이였다. 각오하고 있다 하더라도 감정이 북 받쳐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존경하는 이였기에,꿈을 함께한 이였기에,그의 강함에 매료되었기 에.

끝까지 그의 부하였음을 관철하고 자 입술을 질끈 깨물고 강현의 대답 을 기다리는 코반이었다.

강현은 고개를 가로저어 말 대신 행동으로 카심의 생사여부를 전달했 다.

강현의 대답은 코반만이 아니라 주 위에 있는 모든 조직원들에게 전달 되었다.

카심의 죽음이 확실해지면서 곳곳 에서 스멀스멀 살기가 피어올랐다. 카심은 죽었고,강현은 살아남았다. 강현이 죽인 게 아니면 누가 죽였겠는가.

수장을 잃은 슬픔과 분노를 감당치 못한 나머지 눈앞에 있는 강현을 죽 여서라도 한을 풀고자 살기를 피워 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코반이 팔을 옆으로 뻗으며 조직원들을 제지했다.

“거기까지만 하거라. 감당하지 못 할 적을 건드려서 어쩌자는 것이 냐.”

“하지만 코반 님,저자가 수령님 을……. 크옥, 우리의 수령님을 코반은 단호한 눈빛으로 조직원들 에게 무언의 경고를 주곤 탄식하듯 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감정을 추스르면서 가까스로 말을 꺼냈다.

“수령님은 마지막에 뭐라고 하셨습 니까?”

“남은 이들이 자신이 못 다한 꿈을 이뤄 줄 거라고 하더군.”

“그랬습니까. 그분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거늘.”

“대답은 이걸로 충분하나?”

“네,실례 많았습니다. 가시던 길 가십시오. 모두 길을 열어드려라!”

코반이 언성을 높이며 명령을 내렸 다.

힘이 담긴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 면서 조직원들에게 전달되었다. 조직원들은 원수를 갚고 싶은 마음 을 꾹꾹 누르며 무기를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하늘로 갈 것이니 길을 열고 말고 할 것도 없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열라고 한 건 ‘커뮤니티는 더 이상 강현을 적 대시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의사표 현이었다.

강현은 코반의 의사를 받아들이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늘로 날아올 탔다.

빛의 날개를 펄럭이며 고고하게 날 아오르는 강현을 두고 지역장이며, 지부장,말단 조직원에 이르기까지 코반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어쩌면 유일한 복수 기회를 놓친 걸지도 모른다.

조직원들은 강현을 보내 준 판단에 의문을 표했다.

“코반 님,놈을 그냥 보내 주는 게 옳았던 건지 저로선 확신이 서지 않 는군요.”

“이길 자신이 있습니까?”

“그,그건…… 그런 건 해 보지 않 으면 모르지 않습니까.”

“복수하려 했다가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그대로 세력이 몰락하 는 게 수령님이 원하는 거였을까요? 다들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계실 거 라 믿겠습니다.

분명 수령님은 웃으 면서 돌아가셨을 테지요. 우리같이 모자란,수령님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미천한 것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어 줄 거라고 믿고 가셨을 겁니다. 여러분께 묻도록 하죠. 진정 수령님을 위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 같습니까?”

카심이 바랐던 것.

그리고 조직원들이 카심을 따른 이 유.

이세계인을 위한 세상을 이룩하는 거야말로 커뮤니티가 해야 할 일 아 닌가!

카심이 있었을 땐 누구도 피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을 카심이 죽 은 후에야 깊게 깨닫게 되었다. 수령님이 없는 이상 우리가 해야 한다.

우리가 이뤄야만 한다.

우리밖에 없다.

태풍이 불면 고인 물이 개이고 삭 정이가 떨어져 나가듯.

카심의 죽음으로 인해 커뮤니티에 새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멀지 않은 미래에 정말로 이세계인 을 위한 사회를 구축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바람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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