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화
양단되는 몸.
허공에 떠 있는 큰 공에서 드링큰 크라운의 상체가 서서히 기운다. 기울어지는 시야.
어찌하여 땅이 내게로 질주해 오는 것이냐.
쿵!
추락하여 맥없이 바닥에 충돌한 드 렁큰 크라운.
거기서 그치지 않고,강현의 투영 검이 날아들어 드링큰 크라운의 상 체를 찔렀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확인사살은 필 수다.
강현은 확인사살을 위해 투영검으 로 두어 번 더 공격을 가했다. 이윽고 드링큰 크라운의 육체가 늘 어지면서 사냥을 완료했다는 걸 확 신할 수 있었다.
드렁큰 크라운의 입장에서 보자면 원래는 있을 수 없는 일격이었다. 강현이 무적 관통을 얻기 위한 조 건은 타 세력의 시신을 모두 제거하 는 것.
카심이 남아 있기에 아직 무적 관 통 능력을 못 얻었을 테니 공격하지 못할 거라고 오해한 게 패착이었다. 강현에겐 허물검이 있다는 것도 모 르고 말이다.
“후우.”
끝났다는 걸 확인하자 팽팽하게 당 겨져 있던 긴장감이 느슨해지며 피 로감이 몰려왔다.
동시에 쓰러진 드링큰 크라운의 몸 이 가루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드렁큰 크라운이 사라진 자리에 토템이 생겨났다.
강현은 나선 비행을 하며 깃털처럼 사뿐한 동작으로 토템 앞에 착지했 다.
토템 앞면에는 이리 적혀 있었다.
[제3신화급 웨이브 2층 토템]
[제3신화급 웨이브의 주인 드링큰 크라운을 공략한 공략자 여러분 축 하드립니다. 해당 토템은 공략에 성공한 분들께 보상을 지급하기 위한 토템입니다. 공략에 성공한 공략자 분들은 토템 윗부분에 뚫려 있는 구 멍에 손을 넣으십시오. 공략자에게 필요한 보상이 지급될 것입니다.]
토템에 적힌 안내문대로 토템 구멍 에 손을 넣어 보았다.
그러자 시커먼 구멍 안쪽에서 넓적 하고 종이 질감이 나는 물건이 손 위에 털썩 떨어졌다.
손을 빼내어 확인해 보니 스킬북이 딸려 나왔다.
[빙하기 생존자의 생존법(등급 : 신화급)]
[긴 어둠밖에 존재하지 않는 얼어 붙은 곳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 자의 생존법. 해당 스킬북에 는 식량,쾌면,면역 3가지 효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식량 : 식량 효과를 발동하면 푸드스톤이 1개 생성됩니다. 생성된 푸드스톤의 맛은 무작위로 선택됨니 다(재사용대기시간 6시간).
2. 쾌면 : 쾌면 효과를 발동하면 그 즉시 피로감이 사라지면서 8시간 잔 것과 같은 효과를 보게 됩니다 (재사용대기시간 16시간).
3. 면역 : 독,질병,저주에 면역을 멈니다. 면역 스킬은 재사용대기시 간과 관계없이 계속 적용됩니다.]
신화급이면 투영이나 해일 스킬보 다도 한 단계 위에 있는 스킬이다.
1번 식량 효과,2번 쾌면 효과까지 만 봤을 땐 왜 신화급인지 알 수 없었다.
3번 면역 효과에 이르러서야 신화 급 스킬임을 납득할 수 있었다.
독 면역 스킬 같은 건 면역으로 치부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저주 면역은 흔하다고 말할 수준이 아니다.
저주를 푸는 보구마저도 매우 귀한 축에 속하는 마당에 저주 면역 스킬 을 얻었다.
강현마저도 저주를 푸는 보구라곤
딱 한 번 손에 쥐어 봤다.
황녀인 에르델이 황궁 창고에서 빼 내 온 해머쉬룸 경단을 만져 본 게 고작이다.
해주 효과를 가진 보구들의 경우 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혹여나 얻는다 하더라도 소모품이 많다.
독 면역,저주 면역,무적 스텟. 만에 하나 무적이 뚫려도 무위 스 텟이 발동하여 강현의 몸을 위험으 로부터 지켜 낸다.
더 이상 피해를 입을래야 입을 수 도 없는 수준에 이르렸다.
더불어 신화급 웨이브를 공략했기 에 초월의 서 효과가 발동되었다.
3번째 4차 각성 스렛은 무한 스텟
이었다.
[무한(마나 스렛 4차 각성)]
[마나 스렛의 수치가 무한으로 변
한다. 더불어 어떤 저주,어떤 페널 티에도 마나 스텟에 변형이 생기지 않는다. 기존의 마나 스텟,정제마나 스텟,순수 마나 스텟,흡기 스텟의 효과는 그대로 유지된다.]
무적,무위 다음에는 무한이었다. 머릿속에 흘러든 정보에 의하면 마 나 스렛 수치가 무한이 된다고 하였 다.
강현은 사실 확인을 위해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최강현(LV. 403)]
관통 : 6060 무적 : 703 무위 : 750 무한 : 0O 보급 : 704 보너스 포인트 : 150 보유스킬 : 각성의 서(?),세이덴의 독주머니(?),마나폭검(?),석상 호 걸의 갑옷(기,쉐도우 리퍼의 외갑 (?),명계의 서(?),위치 되감기(?), 개화의 서(?),제왕의 화염검(?),군 단의 서(?),석화의 마안(?),엘레멘 탈 웨펀(刀,개방의 서(?),업적의 서(?),매혹(?),해신의 축복(?),드림 윙(?),초월의 서(?),투영(?),비 밀의 서(?),마도의 서(?),물의 유 희(?), 빙하기 생존자의 생존법(?) 특수능력 : 간파,분할,파악. 공유흡기 스렛이 무한 스텟으로 바뀌면 서 스텟의 수치가 무한 표식으로 바 뀌었다.
페널티나 저주에도 영향을 받지 않 는다 했으니 앞으로 영영 마나량 걱 정과는 담 쌓은 셈이다.
마지막으로 룰 추가 용지로 추가한 룰에 의해 공략한 신수가 가지고 있 던 스킬을 하나 가져올 차례였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드링큰 크
라운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신화 급 웨이브의 규칙에 따라 당신은 드 렁큰 크라운이 가진 스킬 중 하나를 골라 습득할 수 있습니다.
1. 응축 마나탄(전설급) : 일점으로 응축된 마나탄을 쏘아 보낼 수 있는 스킬. 공격 스텟에 비례하여 마나탄 의 속도와 위력이 달라진다. 공격무 효화 능력을 뚫는 관통력을 지니고 있으며 마나 반동이 없다.
2. 마리오네트(전설급) : 시체를 조 종할 수 있는 스킬(사람 한정). 시 체의 살아생전 모든 스킬과 가호 보 구,스텟과 의식을 구현하여 조종할 수 있다. 단,죽은 지 사흘이 지난 시체는 다룰 수 없으며,육체의 9할 이상이 남아 있는 시체만 다룰 수 있다.
3. 공굴리기(전설급) :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큰 공을 소환하여 그 위에 올라탈 수 있다. 큰 공에는 비행 능력이 있으며,시전자는 큰 공 위에 있는 동안 모든 스렛이 5 배 상승한다.
습득하고자 하는 스킬의 번호를 옮 어 주십시오.]
세 가지 스킬 중에 무엇을 선택하 는 게 좋을까?
셋 다 나쁘지 않다.
응축 마나탄의 강점은 마나 반동이 없다는 것.
마리오네트의 강점은 죽인 적을 이 용할 수 있다는 것.
공굴리기의 강점은 모든 스텟 5배 상승을 꾀할 수 있다는 것.
셋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응축 마나탄을 고르겠다.
공굴리기는 공 위에 있어야 한다는 제약이 마음에 걸리고,마리오네트 는 죽은 지 사흘이 안 된데다 육체 의 9할 이상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제약이 거슬린다.
유일하게 제약이 없는 스킬이 응축 마나탄이었다.
무엇보다 마나 반동이 없다.
그 말이 무엇이냐.
응축 마나탄에 한하여 공격력을 무
한정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1 번.”
1번을 을자 응축 마나탄 스킬이 선택되었다.
강현은 응축 마나탄을 익히고 여태 껏 쌓아 둔 보너스 포인트를 싹 다 공격 스렛에 투자했다.
그 결과.
[최강현(LV. 403)]
관통 6, 210
무적 703
무위 750
무한 OO
보급 704
보너스 포인트 : 0
보유스킬 : 각성의 서(기,세이덴의 독주머니(?),마나폭검(?),석상 호 걸의 갑옷(기,쉐도우 리퍼의 외갑 (?),명계의 서(‘?), 위치 되감기(?), 개화의 서(?),제왕의 화염검(?),군 단의 서(?),석화의 마안(?),엘레멘 탈 웨펀(刀,개방의 서(?),업적의 서(?),매혹(?),해신의 축복(?),드 림 윙(?),초월의 서(?),투영(?),비 밀의 서(기,마도의 서(?),물의 유 희(?),빙하기 생존자의 생존법(?), 응축마나탄 (?)
특수능력 : 간파,분할,파악. 공유
보상 정리를 마칠 즈음.
토템 옆에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가
생성되었다.
공간이 갈라지면서 카니발 특유의 적색 대지가 눈에 들어왔는데 정확 히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나가려고 하던 차에 카심이 눈에 밟혔다.
카심은 팔짱을 끼고 꼿꼿하게 서선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깨 넓이로 쭈욱 뻗은 두 다리, 한 치 굽힘없이 세운 허리,교차하 여 팔짱을 낀 두꺼운 팔뚝,사자의 갈기털처럼 뻗은 붉은 머리와 수염. 단순히 몸이 굳은 건지,아니면 최 후에 자신이 죽는 모습으로 저 자세 를 택한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의 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미동조차 않는 그에게 강현이 무뚝 뚝한 투로 말을 건넸다.
“나가지 않을 생각인가 보지?”
강제스킬복사로 복사한 마리오네트 스킬을 이용하면 좀 더 활동할 수 있다.
카심이 어제 죽었으니까 적어도 내 일까진 움직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 온다.
카심은 농담을 들은 것처럼 코웃음 을 쳤다.
“커뮤니티의 수장이 썩은 몸으로 고꾸라져서야 체면이 살지 않지. 내 손으로 커뮤니티의 권위를 떨어뜨릴 짓을 할 것 같으냐?”
하루 남짓 남은 시간으로는 아무것
도 하지 못한다.
세상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하루 만 남으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 문을 수도 없이 던지지만,정작 하 루만으론 무엇도 할 수 없다.
움직일 수 있느냐,없느냐의 여부 를 떠나서 죽었다는 것 자체가 패배 의 증거다.
패자의 모습으로 탈출해 봤자 커뮤 니티의 권위만 떨어뜨릴 뿐이다.
커뮤니티의 미래를 위하여.
남은 하루를 조용히 마감하는 쪽을 택한 것이었다.
강현은 허물검을 담고 있는 검갑을 검지로 경쾌하게 튕겼다.
“날 도운 것도 커뮤니티를 위한 일
이었나 보군.”
“뭐가 좋아서 네 녀석을 돕겠느냐. 네 녀석을 위해 싸울 바엔 접시물에 코 박고 죽는 게 낫지.”
“드링큰 크라운 정도는 나 혼자서 도 충분했어. 처음부터 필요 없는 도움이 었지.”
“도와준 게 아니라고 말했을 텐 데?”
커뮤니티의 지역장이며 지부장들은 모두 개성이 강하고 출세욕이 심하 다.
카심에 대한 충성심 하나 때문에 좋든,싫든 커뮤니티란 울타리 안에 서 뭉쳐 있던 자들이다.
구심점인 카심이 없어지면 커뮤니
티가 와해될 건 불 보듯 뻔한 일이 었다.
하지만 강현이 살아나간다면 얘기 가 다르다.
강현이라는 공공의 적이 있는데 뿔 뿔이 흩어지는 건 그야말로 자살행 위 ?
강현이 살아 나가는 것만으로도 커 뮤니티는 유지된다.
도와줬니 마니로 옥신각신하던 두 사람 사이에 갑자기 말이 뚝 끊겼 다.
관계가 관계이니 만큼 대화를 이어 나갈 필요를 못 느꼈다.
죽은 자는 죽은 곳에서 최후를 맞 이하기로 하였고,산 자는 바깥으로 이어지는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 다.
출구에 발을 디디던 강현에게 느지 막이 카심의 말이 날아들었다.
“내가 없더라도 커뮤니티에 남은 이들이 내 꿈을 이뤄 줄 테지. 그때 가 되면 나 카심의 말이 옳았음을 인정하게 될 거다.”
“글쎄. 무리일 것 같은데? 커뮤니 티에 그쪽만 한 인물이 있어야 말이 지.”
암묵적으로 카심의 능력을 인정하 는 발언이었다.
적에게 인정받아 봤자 좋을 거 하 나도 없다.
오히려 기분 나쁠 따름이다.
죽을 때가 다 되어서 그런가? 이상하게도 녀석의 말이 썩 불쾌하 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카심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호기로 운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난 네 녀석이 싫다.”
강현은 출구 바깥으로 나가면서 카 심의 말에 어울리는 무뚝뚝한 대답 을 던져주었다.
“피차일반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