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70화 (370/381)

370화

드렁큰 크라운의 ‘마리오네트’ 스 킬은 죽은 자를 조종할 수 있는 기 술이 다.

죽은 자의 생전 의식을 유지할 수 있으며 죽은 자에게 강제로 행동을 강요할 수 있는 강제력을 가진다. 죽은 이후로 사흘이 지난 시체는 조종할 수 없고,생전 육체의 9할 이상을 지닌 시체만 조종할 수 있어 서 사용하려면 드링큰 크라운처럼 시체를 복원시키는 기술을 따로 보 유해야만 한다.

조건만 충족하면 시신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스킬이다.

그랬을 터인데 카심은 명령에 따르 지 않고 드링큰 크라운에게 대항하 고 있었다.

IX TZ tz I

ㄱ-ㄱ-:?!

카심이 손을 겹쳐 뼈마디 맞물리는 소리를 내면서 말하길.

“네놈의 시건방진 태도가 계속 거 슬렸었지. 드디어 네놈에게 한 방 먹일 수 있겠구나.”

드링큰 크라운은 중지를 까딱여서 카심과 연결된 실을 조종했다.

실로 조종하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야 하는데 카심이 힘으로 버텨 대는 통에 당겨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명령이 통하지 않는데다 실을 이용 한 강제조종이 듣지 않는다.

정신력이 강한 자일수록 마리오네 트 스킬을 적용시키기 어렵긴 하다. 근데 어지간한 정신력으론 가당치 도 않은 일이다.

무엇이 카심을 지탱하고 있는 건 가.

죽은 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인간의 의지는 무언가를 얻고 싶어 하는 욕망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었 나?

드링큰 크라운으로선 카심의 행동 을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목이 날아간 충격으로 사고가 뒤 죽박죽이 되었나 보군요. 당신을 죽 인 건 제가 아니라 저쪽의 최강현 씨인데요.”

“그래서 네놈의 명령을 따르라? 얕 보지 마라. 죽었다 한들 난 커뮤니 티의 수장이다. 네놈의 꼭두각시 노 릇 따윌 할 것 같으냐?”

“흠? 조종할 수 없는 장난감은 장 난감으로서의 존재 의의를 잃었다고 봐야겠지요. 당신은 폐기처분입니 다.”

“오냐,할 수 있으면 해 봐라!”

카심이 부유술로 날아올라 드링큰 크라운을 향해 윈드스톰 건틀릿을 시전 했다.

주먹을 감싸고 있는 그랜드 오러 주위로 후폭풍이 뻗어 나오더니 허 리케인마냥 크기를 불려 나갔다.

카심에게도 강현처럼 반동을 줄여

주는 가호가 존재했다.

가호 타입의 보구를 사용할 수 있 게 되어 공격 반동을 염려하지 않아 도 되는 지금.

카심의 전력이 온전히 발휘되었다. 태풍을 연상케 하는 거센 바람이 몰아치면서 서커스 천막 전체에 강 한 바람이 일었다.

휘이이이잉!

무수히 많은 바람의 칼날로 이루어 진 돌개바람이 드링큰 크라운을 덮 쳤다.

그러나 드링큰 크라운에 닿는 족족 바람의 칼날이 무기력하게 와해되었 다.

그러고 보니 드링큰 크라운이 스스

로 무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 었다.

본래 가진 힘을 모두 끌어냈는데도 결국 놈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 는 건가.

카심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분을 삼키는 사이,드링큰 크라운은 중지 에 걸려 있는 실을 휘감아서 끊어 냈다.

뚝!

“부질없는 짓 수고하셨고요. 말씀 드린 대로 당신을 폐기처분하겠습니 다.”

실이 끊긴 자는 마리오네트 스킬의 효과가 끊겨서 죽게 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처음부터 죽은

자였으니 원래대로 되돌아간다고 말 할 수 있다.

카심의 몸이 말 그대로 실 끊어진 마리오네트마냥 무너졌다.

그런데 쓰러진 카심의 손에서 실이 뻗어 나오는가 싶더니,카심 스스로 의 몸에 휘감겼다.

분명 죽었어야 할 카심이 중지를 까딱이며 몸을 일으켰다.

“누가 누굴 폐기처분한다고?”

강제스킬복사.

줄리앙이 가지고 있는 메모리 스킬 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스킬로,눈 으로 확인한 스킬을 등급에 상관없 이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이다.

줄리앙의 메모리 스킬은 S급 이하 의 스킬만 복사할 수 있지만,카심 의 강제스킬복사는 등급에 상관없이 스킬을 복사할 수 있다.

마나가 들지 않는 스킬이라 줄곧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제한이 풀리 면서 마리오네트 스킬을 복사한 것 이었다.

카심은 스스로에게 마리오네트 스 킬을 걸며 마리오네트 스킬의 특성 을 확인했다.

“죽은 지 사흘 이내의 시체만 조종 할 수 있는 건가. 반쪽짜리 스킬이 군.”

제한조건이 없다면 시체가 된 몸으 로라도 커뮤니티에 복귀하고 싶었는데 거기까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제한된 시간 동안 할 수 있 는 게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그래도 하늘이 영 무심하진 않군. 주정뱅이 광대 놈에게 엿 먹일 시간 정도는 허락해 주었으니 말이다.”

드링큰 크라운으로선 화딱지가 나 서 미치고 팔짝 될 노릇이었다. 불필요한 장난감을 마음대로 처분 조차 못하게 된 것도 모자라,처분 하려던 장난감이 제멋대로 날을 세 우며 주인에게 덤비는 꼴이다. 드링큰 크라운은 삿대질을 하듯 검 지로 카심을 지목했다.

“골머리 썩이는 인간이군요. 저 드 링큰 크라운,모처럼 유흥거리 덕분에 기분이 좋았는데 당신 때문에 흥 이 확 식었습니다.”

“그 한 마디 덕에 내 남은 시간이 아깝지 않게 느껴지는군.”

“가세하겠습니다. 수령님.”

아이작과 룬,구드르슨까지 마리오 네트 스킬에 저항하며 카심에게 가 담했다.

드링큰 크라운이 열 받은 나머지 아이작과 룬,구드르슨의 실마저 끊 어 버렸는데 하등 무의미한 짓이었 다.

카심이 쓰러진 아이작,룬,구드르 슨에게 마리오네트 스킬을 걸어서 일으켜 세웠으니까.

카심 세력 vs 드링큰 크라운.

서커스 천막 중앙에서 예기치 못한 전투가 발발했다.

한편 카심 세력과 드링큰 크라운의 전투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선 강현과 줄리앙 세력이 대치 하고 있었다.

강현은 허물검을 앞세우며 무인도 에서 못 다한 용무를 매듭짓고자 허 를 찌르는 한 마디를 날렸다.

“타임로드는 신수였나 보군.”

소드 컨트롤로 강현의 검을 빼앗으 려 했던 줄리앙이다.

허나 불현듯 날아든 한 마디에 불 의의 일격을 얻어맞은 것마냥 동작 이 멎고 말았다.

그러고는 애써 침착한 척하며 강현 의 말을 부정했다.

“곧 죽을 사람에겐 필요 없는 지식 이지요.”

“긍정으로 받아들이지.”

처음에는 타임로드가 신화급 웨이 브에 사는 아인족 중 하나가 아닐까 여겼었다.

하지만 줄리앙이 타임로드를 알고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 생각이 바뀌 었다.

세븐즈 교가 아인족의 존재 가지고 꽁꽁 숨길 린 없고,적어도 아인족 이상의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궁금했다.

신수는 다섯 마리인데 왜 종교의 명칭을 세븐즈 교라 지었을까?

7은 행운의 숫자라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세븐즈 교라 지은 걸까?

신화급 웨이브에서 아인족 이상의 존재.

세븐즈 교라는 이름.

두 가지의 단서가 한 군데에 모이 면서 줄곧 가지고 있던 의문에 정답 을 던져 주었다.

확인을 위해 타임로드가 신수였다 는 둥 미끼를 던져 보았는데,아니 나 다를까 줄리앙이 행동으로서 가 설에 확신을 주었다.

“놀랄 노자로군. 신수가 테라 시스 템에 반기를 들고 있다니 말이야.

신수를 지키려는 입장에선 감추고 싶을 만도 하군.”

“자꾸만 쓸데없는 소리를! 신수 자 리에서 쫓겨난 계집 따위에게 홀리 다니! 그년은 단지 신수 자리에서 쫓겨난 원한 때문에 세상을 멸망시 키려는 악녀입니다! 당신은 속고 있 단 말입니다!”

“네가 관여할 일이 아니지.”

“답답하긴!”

“누가 할 소리.”

줄리앙은 소드 컨트롤 스킬로 강현 의 검을 조종했다.

허물검이 주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멋대로 손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검에는 눈이 없다더니 그 말이 주인도 몰라본다는 의미로도 쓰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억지로 쥐고 있자면 못 월 것도 없긴 하다.

허나 강현은 서슴없이 허물검을 손 에서 놓았다.

통제되지 않는 명검은 녹이 슨 고 철검보다도 못한 게 사실이다.

줄리앙은 빼앗은 허물검을 조종하 여 틈을 주지 않고 강현을 찌르고자 했다.

‘놈에게 틈을 줘선 안 돼. 지체하 지 않고 바로 찌른다!’

허물검을 움직이려던 찰나.

돌연 강현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와 함께 등 뒤에서 세븐즈 교

사제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교주님! 뒤! 뒤!”

급한 나머지 앞뒤 단어 다 잘라먹 고 뒤라는 말만 연발했다.

줄리앙이 뒤를 보기도 전에 그랜드 오러를 두른 롱소드가 가슴께를 뚫 고 튀어나왔다.

통증은 없었다.

이미 죽은 몸이니까.

몸 안에 이물질이 헤집고 다니는 감각만이 전해져 왔다.

아프지만 않지 그다지 유쾌하진 않 다.

강현은 가차 없이 증폭 스렛의 효 과를 발동하였다.

과드드득!

줄리앙의 몸 안에서 그랜드 오러의 파괴력이 증폭되어 마나파장을 일으 켰다.

그로 인해 내부에서부터 줄리앙의 몸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원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줄리앙에게 마지막 말을 남길 시간 은 주어지지 않았다. 줄 생각도 없 었고.

과지직!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시신인지 라,다시 가루가 되어 흘러내렸다. 한낱 먼지로 흩어져 가는 줄리앙의 얼굴에는 원통함이 담겨 있었다.

한 번 겪어도 원통한 것이 죽음이

라는 것인데,두 번을 겪었으니 오 죽하랴.

어쩌겠나.

주장을 관철하기엔 줄리앙이 너무 약했다.

강현의 기준에선 말이다.

강현은 사라지는 줄리앙의 시신을 차갑게 외면하며 하늘계단으로 원래 있던 자리에 되돌아갔다. 그리곤 바 닥에 떨어진 허물검을 도로 손에 쥐 며 세븐즈 교 사제들에게 겨누었다.

“망자는 망자가 갈 곳으로 가야지. 안 그래?”

피잉!

압축된 마나가 유성의 꼬리마냥 기

다란 잔상을 남겼다.

드링큰 크라운의 검지에서 뻗어 나 온 응축 마나탄이었다.

제3신화급 웨이브 입장 초기에 보 구를 들고 온 자를 벌할 때 선보였 던 스킬이기도 했다.

응축 마나탄이 섬광처럼 뻗어 나가 며 부유술로 공중에 떠 있는 카심을 노렸다.

빛과 같이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공격인지라 보고 피한다는 건 도저 히 무리였다.

보고 피해선 늦는다.

섬광을 쏜다는 걸 예측하고 미리 이동 스킬을 써야만 피할 수 있다. 응축 마나탄이 쏘아졌을 땐 벌써 카심이 이동 스킬로 몸을 옮긴 후였 다.

지이이엉!

응축 마나탄이 장식에 불과한 관객 석을 지지며 기다란 구멍을 뚫었다. 한 점에 집중된 응축 마나탄의 속 도와 관통력을 반증하는 흔적이었 다.

심지어 무적 관통 능력까지 있어서 실드로 막는 게 불가능하다.

카심은 피하기 급급한데 드링큰 크 라운은 개전 시작 때부터 제자리에 서 1mm도 움직이지 않았다. 커뮤니티가 신화급 웨이브를 최초 로 발견한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공 략하지 못했던 건 모두 무적 능력 때문이다.

당최 무적 관통 능력을 얻을 수가 있어야 뚫든가 말든가 하지.

생전에 공략을 포기하게 했던 무적 능력은 죽은 후에도 걸림돌이 되었 다.

“수령님! 바로 재사용대기시간

을…… 크헉!”

자신,타인 가리지 않고 스킬 재사 용대기시간을 초기화시켜 주는 지원 형 스킬을 가진 구드르슨이 응축 마 나탄에 꿰뚫려 흔적도 없이 소멸되 었다.

구드르슨이 사라진 자리 양옆으로 응축 마나탄이 작렬한 흔적이 하나 씩 더 있었다.

아이작과 룬이 죽은 자리이다.

기세 좋게 드링큰 크라운에게 대항 해 보았지만 결국엔 또 카심만이 남 았다.

단지 목숨만 붙어 있다 뿐이지 카 심 또한 죽는 건 예정되어 있었다. 무력 능력을 뚫을 방법이 없는데 이길 턱이 있나.

드링큰 크라운은 이기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기를 쓰고 버티는 카심을 이해할 수 없었다.

“볼수록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인 간은 의미 없는 행동을 싫어하지 않 던가요?”

카심이 돌바닥을 꼴사납게 구르다 가 간신히 몸을 가누었다.

벌써 드링큰 크라운의 검지가 카심 을 가리키고 있었다.

공격 간격이 워낙 짧아 이동 스킬 의 재사용대기시간이 따라가질 못한 다.

헌데도 카심은 웃고 있었다.

“잘 아는군. 의미 없는 행동은 없 지.”

어느새 드링큰 크라운의 어깨 너머 에 투영검이 머무르고 있었다. 숱하게 신화급 웨이브를 공략해 온 네놈이라면 무적 관통 능력쯤은 가 지고 있겠지.

놈을 쳐라,최강현.

녀석의 시선이 내게 꽂혀 있는 지 금이 기회다.

내 남은 시간은 네게 주마.

네놈 따윈 마음에 안 들지만 별수 없지.

공공의 적인 네놈이 있으면 내가 없더라도 커뮤니티가 분열하는 일은 없을 터.

모든 것은 커뮤니티를 위한 것이니 착각하지 마라.

투영검이 굵직한 선을 그으며 드렁 큰 크라운의 몸을 양단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격이 가해지면서 처음으로 드링큰 크라운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끄어어억!”

……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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