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65화 (365/381)

365 화

줄리앙은 카심 세력이 있는 동쪽 해변에 갔다가 돌아가고 있는 참이 었다.

오늘도 순찰 중이던 아이작과 룬을 만났는데 어제 밑밥을 깔아 둔 게 효력을 발휘했다.

두 사람 다 하루 종일 세븐즈 교 교리에 대해 고찰했는지 만나자마자 이것저것 궁금한 점을 물어 왔다. 여전히 경계는 하고 있었지만 어제 와 같은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만 더 하면 된다.

포교에 있어 속도는 생명이다. 원래라면 전도를 할 때 미끼를 물었다 싶으면 바로 신전으로 데려가 세례를 받게 한다.

그 뒤에 신도들의 환영 인사를 받 게 하여 대접 받는 느낌이 들게 함 으로서 빠르게 교단에 녹아들도록 하는 방법을 취한다.

거기에 소요되는 시간은 고작 卜2 시간.

일반적인 포교에 비하면 이번 포교 작전은 오래 걸리는 감이 적잖이 있 다.

웨이브 안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오 랫동안 커뮤니티의 사상에 찌들어 있던 자들을 포교하려면 공들여 교 리를 침투시키는 방법 외엔 없었다.

‘앞으로 빠르면 하루,늦어도 이틀

안에 아이작과 룬을 포섭한다. 카심 을 무너뜨리고 아이작과 룬을 이쪽 전력으로 편입시키면 최강현과 맞붙 을 수 있는 구색은 갖춰지겠군.’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여 기며 서쪽 해변에 복귀하던 중이었 다.

서쪽 해변에 도착하기까지 얼마 남 지 않은 시점에서 비린한 냄새가 줄 리앙의 코를 찔렀다.

농도 짙은 피 냄새.

좋았던 기분이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

줄리앙은 피 냄새가 풍겨 오는 방 향을 가늠하곤 재빨리 달려갔다.

‘최강현이 올 거라고 생각은 했어.

그래서 토굴 안에만 있으라고 단단 히 말해 뒀는데……. 근데 이 진한 피 냄새는 뭐지?’

일부러 토굴을 드문드문 배치하였 다.

최강현에게 토굴의 위치가 들키더 라도 기껏해야 서너 개 정도.

헌데 풍겨 오는 피 냄새는 토굴 서너 개 들켰다고 해서 생겨나는 농 도가 아니었다.

피 냄새가 풍기는 곳으로 달려가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 다.

벌목 작업이라도 한 것처럼 밑동만 남은 나무 그루터기들.

그루터기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지

대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사제들의 시신.

그 숫자가 눈대중으로 세어도 10? 13명은 됨직했다.

토굴에 숨어 있어야 할 사제들이 한데 모여 생을 마감했다.

최강현이 또 예측할 수 없는 계략 을 부렸나?

정확하게 세어 보니까 시신은 13 구였다.

16명 중에 13명이 죽었다면 나머 지 3명은 어디 있단 말인가.

때마침 나무그늘 아래로 3명의 사 제들이 슬그미니 걸어 나왔다.

“도,돌아오셨습니까,교주님? 보 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보고라 하면 시신이 발생한 경위밖에 더 있겠나.

불행 중 다행인 건 살아남은 3명 이 파티원 지정 썰을 부착한 자들이 라는 점이었다.

사제들은 봐선 안 될 것을 봐 버 린 것처럼 안색이 허옇게 질려 있었 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최강현, 최강현 그놈이 이랬습니 까?”

“노,놈은 괴물입니다. 자유자재로 조종가능한 지속형 광역기라니…… 미쳤어요. 그놈은 미쳤다고요!”

세 사제는 전투 장면을 회상하기라 도 했는지 제 몸을 감싸며 경기를 일으켰다.

전투 광경을 본 것만으로 트라우마 가 생겨 버린 것이다.

마나를 갖춘 최강현이 그리도 강하 단 말인가.

잠시 후,안정을 되찾은 세 사제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해 주었다. 발단은 최강현이 귀신같이 토굴을 찾아내면서 사제들을 토벌하러 다닌 것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작전대로 토굴에 숨어 있 었는데,갑자기 렌타드가 자포자기 라도 했는지 겁을 먹고 튀어 나가 최강현을 도발했다고 한다.

렌타드의 외침에 다른 사제들이 분 위기에 휩쓸리듯 튀어 나가선 강현을 포위했다.

그 뒤에는 어떻게 됐냐고?

거대한 마나검이 훑고 지나가면서 사제들과 밀림의 나무들을 베어 냈 다.

잔디 깎기를 한 것처럼 스무스하고 도 살벌한 광경이었다.

덕분에 소름이 끼친다는 말을 언제 써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세 사제는 계획이 틀어진 원흉으로 렌타드를 꼽았다.

“모든 게 렌타드 때문입니다. 녀석 이 미친 짓만 하지 않았어도 인원이 줄어들 일은 없었을 거라고요.”

카심을 제거할 때까지 파티원 지정 씰을 붙이지 않은 사제들을 최강현에게 내어 주며 시간을 끌 예정이었 는데 다 꼬였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줄리앙은 장고 끝에 결단을 내렸 다.

“내일 카심을 제거합시다. 카심을 제거하고 아이작과 룬이 우리 대열 에 합류하면 아직 해볼만 합니다.”

“내일 저녁까지 카심을 제거할 수 있겠습니까? 저녁까지 제거하지 못 하면 최강현이 저녁 휴식 시간에 우 릴 잡으러 올 겁니다.”

“그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하죠. 대 신 낮 동안 자리를 비워야 하니 세 분끼리 라이프 크리스털을 지켜주십시오. 할 수 있겠습니까?”

“말처럼 술술 풀린다 해도 최강현

의 스킬을 막을 수 없으면……”

“자꾸만 약한 소리 할 겁니까? 그

자의 마나검은 마나번 스킬로 태울 수 있어요. 조금만 관찰해 보면 알 일인데 3급 사제나 되는 분들이 어 찌 이다지도 나약하게 구십니까? 제 발 정신 차리고 교단의 책무를 다하 는데 집중하란 말입니다.”

짜증이 다분히 섞인 목소리였다.

3급 사제란 것들이 스킬 한 번 본 것 가지고 계속 칭얼대니 짜증이 안 날라야 안 날 수가 없다.

애새끼들도 아니고 정도껏 해야지. 사제들은 한 소리 듣고 나서야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 간단히 파훼할 수 있는 거였습니까?”

“일대일로 최강현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없겠지요. 하지만 최강현도 사 람입니다. 나뭇가지를 겹치면 부러 지지 않는다는 말이 왜 있겠습니까? 카심을 제거하고 아이작,룬까지 가 세하면 최강현을 잡을 수 있습니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아이작과 룬은 거의 넘어왔다.

아이작과 룬에게 접근하는 척하며 몰래 ‘도청 벌레’란 스킬을 써 두었 다.

시전자는 도청 벌레 스킬에 걸린 자가 하는 이야기를 언제든 들을 수 있다.

도청 벌레 스킬을 통해 아이작과 룬의 대화가 머릿속으로 전달되어 왔다.

- 신화급 웨이브를 공략하면 세상 이 멸망한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 아.

- 카심 수령님께는 말하지 말자고. 세븐즈 교가 옳다면 우리도 다시 판 단할 필요가 있어.

- 배신…… 할 생각이야?

- 좀 더 고민해 보고. 카심 수령님 이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 도 계속 따를 순 없으니까.

조금만 더 구슬리면 된다.

카심을 제거한 후.

아이작과 룬까지 끌어들여 한꺼번 에 최강현에게 덤비면 이길 수 있으 리라.

최강현도 사람이다.

다수가 한꺼번에 덤비면 이길 수 있으리라.

줄리앙은 머릿수가 많으면 이길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내일을 대비해 잠자리에 들었다.

*

강현은 주어진 휴식 시간 중에서 절반은 밤 사냥에 쓰고,나머지 절 반은 수면을 취하는데 썼다.

자고 일어나서 어제 미리 떠 둔

소금물로 양치부터 했다.

날마다 김혜림이 치아 관리와 피부 관리가 중요하다며 어찌나 닦달을 해 대던지.

예전엔 입에 고춧가루가 묻어 있어 도 잘만 입을 맞대더니 요즘은 양치 안 하면 고개를 획 돌려 버린다. 잔소리 듣느니 하고 말지.

해를 보며 양치를 하는 것만 봐도 강현이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신화급 웨이브를 두 곳이나 공략한 자와 한 번도 공략하지 못한 자.

두 부류 간에 격차가 존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치카치카.

‘날씨 좋고 파도도 잔잔하니 좋은 데 냄새가 흠이구만.’

어제 블랙 크라켄이 공격하도록 유 도하여 사출시킨 먹물덩어리가 그대 로 바닷물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 다.

끈적끈적한 먹물에 몬스터 시체와 체액까지 섞여서 기름 저리 가라 할 점성과 악취를 내뿜는 중이었다. 소금물이 담긴 수통을 닫고 민물이 담긴 수통으로 입을 행구고 있던 증.

라이프 크리스털에 문자가 나타났 다.

[최강현 님의 라이프 크리스털]

-15 회 차 : 블랙 크라켄(레벨

150)/남은 숫자 30마리

어제 사라질 땐 바닷속으로 들어가 더니 아침에 재등장할 땐 리스폰되 둣 소환지점 상공에서 몬스터가 나 타났다.

어제 사냥하다가 남은 블랙 크라켄 들이 한 마리씩 검은 바다에 풍덩풍 덩 빠졌다.

짜장 소스로 다이빙하는 해물 재료 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광경이었다. 블랙 크라켄들이 입수하자 하룻밤 동안 푹 숙성된 먹물이 엉겨 붙으며 놈들의 몸뚱이를 억압했다.

“구우우우!”

힘차게 포효하며 8개의 다리를 꿈 틀거려 보았지만 움직일수록 먹물이 더욱 엉겨 붙었다.

문어 증에선 더러 먹물에 독을 품 고 있는 녀석들이 있어서 본인 독에 본인이 당하는 경우가 있다는데,블 랙 크라켄에게 있어선 본인 먹물에 본인이 구속당하고 있는 셈이었다.

멀리서 블랙 크라켄들의 상황을 지 켜보던 강현은 롱소드를 길게 뽑아 들었다.

먹물의 점성을 이용한다는 작전은 멋지게 적중했다.

물에 재료가 들어갔으니 알맞은 크 기로 잘라 줘야 하지 않겠나.

바다 위에 투영검이 소환되면서 손

맛을 들이듯 블랙 크라켄을 정성 들 여 잘라 주었다.

블랙 크라켄을 모두 베자 자동으로 16회 차로 넘어갔다.

[최강현 님의 라이프 크리스털]

-16회 차 : 벙커 쉘(레벨160)/남 은 숫자 50마리

벙커 쉘이라 하여 조개의 모습을 띠고 있는 몬스터가 나타났다. 문어에 이어서 조개인가.

해산물 잔치로군.

마찬가지로 벙커 쉘도 먹물에 엉켜 제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투영검은 옴짝달싹못하고 가라앉는

벙커 쉘에 떨어지며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껍질을 관통하여 조갯살을 꿰뚫었다.

스격! 스격!

이후로도 강현은 먹물의 효과를 톡 톡히 보았다.

16회 차,17회 차,18회 차,19회 차,20회 차…….

나타나는 몬스터의 레벨이 200대 에 돌입했는데도 강현의 질주는 멈 출 기미가 안 보였다.

오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진행 해 놓고 동쪽 해변으로 가 볼 생각 이다.

‘어제 사제들이 필사적으로 싸우는 동안에도 줄리앙은 코빼기 한 점 내비치지 않았어. 만약에 서쪽 해변을 떠나 있었던 거라면?’ 줄리앙이 밤중에 어딘가로 이동하 여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

남쪽 해변으로 온 흔적은 없으니 동쪽 해변으로 갔을 터.

카심 성격상 줄리앙과 손을 잡을 린 없다.

그 부분은 줄리앙도 알고 있을 거 라 생각한다.

손을 잡으러 간 게 아니라면 카심 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수작을 부리 고 있다는 거겠지.

오늘 저녁에도 줄리앙은 동쪽 해변 에 갈 가능성이 높다.

‘어젯밤에 세본즈 교 사제들은 거

의 다 정리했으니까 오늘밤엔 동쪽 해변으로 가 봐야겠어.’

머릿속에 오늘밤 일정을 그리며 투 영검으로 21회 차 정리에 나서는 강현이 었다.

*

카심이 있는 동쪽 해변.

카심은 지금 막 20회 차를 마무리 한 참이었다.

마나 스텟이 오르면서 폭 넓게 전 투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건틀릿을 이용한 공격 외에도 각종 스킬을 사용하여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었다.

“흐읍! 지금이다! 부숴라!”

와작! 와그작!

동쪽 바다에는 카심이 소환한 머리 세 개의 얼음 뱀이 돌아다니며 몬스 터를 얼렸고,카심 본인도 서리 주 먹이란 스킬로 몬스터들을 족족 얼 렸다.

카심이 전방위의 몬스터를 얼리면 아이작과 룬이 교대로 나서며 원거 리 공격으로 얼어붙은 몬스터를 부 수는 분업 체제를 취했다.

20회 차를 마무리했건만 아직도 바다에는 몬스터가 득실거렸다.

[카심 님의 라이프 크리스털]

-21 회 차 : 뼈복치(레벨210)/남은

숫자 42마리

-22회 차 : 어린 해룡(레벨220)/ 남은 숫자 50마리

‘선두는 최강현인가. 드릴 사람이 없으니까 쉴 새 없이 치고 나가는 군.’ 20회 차가 넘어가면서 몬스터들의 레벨이 200을 넘기기 시작했지만 공격무효화나 무적 능력이 있는 몬 스터는 없었다.

공격무효화와 무적이 없다면 내일 이나 모레 중으로 50회 차까지 무 난하게 쩔 것 같다.

‘선두는 최강현이라 치고,놈이 먼 저 50회 차를 끝낸 다음에 어느 다른 세력을 치러 이동하느냐가 관건 이겠군.’

만약 강현이 동쪽 해변으로 날아오 면 몬스터와 강현을 둘 다 맞이해야 한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작전을 짜 둘 필요가 있었다.

작업장을 차린 양 빙결과 파괴를 반복하고 있던 차에 문득 룬과 교대 중이던 아이작이 카심에게 말을 붙 였다.

“수령님,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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