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61화 (361/381)

361 화

적의 수장인 줄리앙이 어떻게 여기 에?

휴식 시간을 포기하고 다른 세력을 찾아 나섰나 보다.

작정하고 수색했다면 해변을 거닐 고 있던 아이작과 룬을 발견해도 이 상할 건 없었다.

그리 따지면 아이작과 룬이 너무 경솔하게 움직였다고 볼 수 있었다. 아이작과 룬은 해안 동굴 쪽을 힐 끔 보았다.

허무한 마음을 달래느라 달밤의 분 위기에 취해 걷다 보니 저도 모르는 새에 해안 동굴에서 먼 위치까지 와버린 참이었다.

카심을 부를까?

그러고 싶어도 목소리가 닿을 만한 거리가 아니었다.

힘 닿는데까지 싸우다가 기회를 봐 서 해안 동굴로 달리는 것 외엔 달 리 방도가 없어 보인다.

아이작과 룬이 한껏 적개심을 표출 하는 가운데 줄리앙이 온화한 얼굴 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해 마십시오. 여러분과 싸우기 위해 온 게 아닙니다.”

“허튼수작 부릴 생각 마라. 세 치 혀로 우릴 농락할 셈이라면 꿈도 꾸 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입과 몸이 따로 노시는군요. 허세

를 부리실 거면 발 단속을 잘 하셔 야지요.”

아이작과 룬의 발아래에 발을 끈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할 뿐 본능적으 로 줄리앙에게 이길 수 없음을 알고 도망가려고 발을 끌고 있었던 것이 다.

실이 없으면 허라도 있어야 하는데 허세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차라리 죽자.

도망갈 길이 없다면 차라리 싸우다 죽자.

죽자고 결심하니 두려움이 싹 가시 며 결연함만이 남았다.

그러자 좁아졌던 시야가 넓어지며

그제야 줄리앙의 한쪽 팔이 없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줄리앙에게 팔을 앗아갈 사람은 카 심과 강현밖에 없는데,카심과의 일 전에선 팔이 멀쩡하게 붙어 있었으 니 강현에게 팔을 잃은 것으로 추정 된다.

강현과 줄리앙이 손을 잡은 걸로 알고 있던 아이작과 룬이다.

줄리앙의 팔이 없어진 것에서 두 세력이 갈라선 것이라 판단하였다. 아이작과 룬은 억지로 발을 앞으로 내딛으며 줄리앙을 자극했다.

“최강현과 손을 잡았다가 거하게 뒤통수를 얻어맞았나 보군.”

“뺨 맞고 화풀이 할 곳이 없어서

우리한테 왔나 보지? 남은 한 팔마 저 베어 주마.”

“훗.”

“뭐가 웃기지?”

“무기를 들고 윽박을 지르는데 그 꼴이 관으로 들어가고 싶어 안달 난 모습으로 보이니 어찌 웃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줄리앙은 가볍게 손을 저었다.

그러자 아이작과 룬이 들고 있던 검이 멋대로 공중으로 떠올라 주인 의 손을 떠나더니 줄리앙에게로 갔 다.

소드 컨트롤 스킬로 검을 빼앗은 줄리앙은 손에 쥔 검을 도로 던져 주었다.

두 자루의 검이 아이작과 룬의 발 치에 떨어졌다.

죽일 수 있으면 벌써 죽였다는 의 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셈이었다.

“달이 밝고 잠은 오지 않으니 외팔 이의 넋두리나 들어주시지요. 술이 없는 게 아쉽지만 장부는 좋은 얘기 에 취한다는 말이 있으니 섭섭잖게 취할 수 있을 겁니다.”

도망도 안 돼,싸우지도 못 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쪽이 대화 를 원하니,원치 않아도 들을 수밖 에 없었다.

아이작과 룬은 냉큼 검을 쥐며 경 계심을 곤두세운 채로 귀를 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여러분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 습니까?”

“탁상공론이나 하자고 귀한 휴식 시간을 쪼개서 찾아왔나?”

“휴식을 취하는 방법이야 천차만별 이니까요.”

“쳇,무엇을 위해서 싸우냐고? 커 뮤니티를 위해서 싸우고 있다. 대답 이 됐나?”

“타인을 지배하고,착취하고,잘 먹 고 잘 사는 게 인생 목표인 모양이 군요.”

“닥쳐라! 네가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는 것이냐! 네놈도 이세계인 이라면 알 거다. 하위차원에서 우리 가 어떤 대접을 받으며 살았는지를!

언젠가 수령님은 하위차원의 모든 이세계인들을 카니발에 데려다가 원 래 세계의 문명을 이룩하실 분이란 말이다!”

하위차원에서 이세계인들의 대접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수준이다.

가이아 대륙이 이세계인 대접이 가 장 좋은 편이라 부를 정도니 말 다 했다.

기사 수준의 이세계인들에겐 적잖 이 대접해 주는데,그 이하의 이세 계인들은 날마다 끼니 걱정을 한다. 특히나 처음 소환된 자들이 검을 쓸 줄 알겠나,환경에 바로 적응을 하겠나.

강현조차도 처음 소환되었을 땐 적

응하는데 한참 걸렸고,적응한 후에 도 일거리가 없어 1년 동안 용병 간판 달고 상인들 심부름거리나 하 며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막말로 이세계인에겐 귀족 작위를 주지 않는다는 정책만 봐도 답이 나 오잖나.

카니발에 있는 자들이 생각이 없어 서 꾸역꾸역 커뮤니티의 지배를 수 긍하고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커뮤니티의 지배에 불만을 품 고 있는 자들도 있다.

그런 자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 나면 되지,어째서 투덜거리면서도 남아 있겠는가.

하위차원 생활이 더 쓰레기니까!

다섯 개의 하위차원 중에 가장 심 한 곳은 아예 이세계인을 노예로 분 류하고 있다.

카심은 언젠가 카니발 전역에 쉘터 를 만들고 카니발 연방정부를 만들 어 모든 이세계인들을 카니발로 이 주시키려 하고 있다.

이세계인 전원 이주를 가능케 하려 면 하위차원 전역을 벌벌 떨게 할 상징적인 존재가 필요하다.

그래서 인공적인 신을 만들기 위해 CP를 대량으로 거둬들여 카심을 절 대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밤이 깊어 가는 내내 아이작의 입 을 통해 카심의 원대한 포부가 흘러 나왔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줄리앙은 같잖 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렸다.

“훗,무슨 대단한 이야기가 있나 했는데 별거 아니군요. 착취에 그럴 싸한 이유를 붙인 것일 뿐이잖습니 까.”

“지금은 과도기에 들어섰을 뿐,과 정만 보고 함부로 평가하지 마라. 네가 우리에 대해 뭘 안단 말이냐?”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절 망자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계시긴 합니까?”

“절망자?”

“신화급 웨이브를 모두 공략하면 창조급 웨이브가 나온다는 것 정도 는 당신들도 아실 테지요. 창조급 웨이브에서 절망자가 탄생하는 순간 카니발은 물론이고 하위차원까지 모 두 멸망합니다. 우리 세븐즈 교는 그를 막기 위해 탄생한 집단이지 요.”

“허튼소리!”

“저희가 어떻게 20명이 넘게 입장 했겠습니까? 신수를 섬기니까 따로 배려를 받은 것이지요.”

실제론 보구를 이용한 편법을 썼는 데 그걸 종교적 기적인 것마냥 포장 하고 있었다.

실제로 확인할 수 없는 일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것.

포교의 기본이다.

효과는 지대했다.

줄리앙의 세 치 혀놀림에 아이작과 룬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줄리앙은 그 점을 놓치지 않고 한 마디 더 덧붙였다.

“드링큰 크라운은 탈출구가 없다고 했지요? 저희는 탈출구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

쥐새끼도 궁지에 몰리면 문다는 말 이 있다.

하지만 도망칠 구석이 있다면? 사람은 희망을 느낄 때 가장 느슨 해진다.

그것이 살아남을 희망일 경우엔 더 더욱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단단히 닫혀 있던 금고의 문이 열 리듯 아이작과 룬의 마음이 슬며시 벌어지기 시작했다.

진짜 포교는 경계심이 느슨해졌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법이 다.

“본교의 교리 중에 이런 말이 있지 요. 믿지 않는 자들까지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우리이니 어떤 취급을 받든 포기하지 마라.

저는 신도 아니고 대단한 실력자도 아닙 니다. 저처럼 보잘것없는 자라도 나 서야 세상이 멸망하는 걸 막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본교의 사람들 중 신수를 섬기지 않는 자도 많습니다. 그저 절망자의 탄생을 저지하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사제복을 입고 있을 뿐이지요. 이 말을 하고 싶어 서 온 것이니 허무맹랑하다 여기지 마시고 자기 전에 한 번 되뇌기라도 해 주십시오.”

정말로 대화나 하자고 온 것인지 말을 마치자마자 물러나는 줄리앙이 었다.

줄리앙이 밀림에 되돌아가자 나무 그늘 아래로 줄리앙의 실루엣이 아 른거리더니 이내 곧 사라졌다.

아이작과 룬은 반신반의했다.

신화급 웨이브를 전부 공략하면 세 상을 멸망시킬 자가 탄생한다? 정말일까?

허무맹랑한 말이나 늘어놓자고 귀

한 휴식 시간을 쪼개서 온 건 아닐 터.

줄리앙의 말을 믿자면 저희만 알고 있는 탈출구가 있는데도 사명을 위 해 목숨 걸고 남아 있는 격이다.

아이작과 룬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 으며 의문을 품고 있는 자신의 모습 을 부정했다. 그러면서 애써 부정한 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저희들 끼리 말을 주고받았다.

“저 말을 믿는 건 아니지?”

“서,설마.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사이비 놈들이 하는 소리를 일일이 귀담아 들을 리가 없잖아.”

처음부터 종교에 빠지는 자는 없 다.

반신반의로 시작했다가 서서히 믿 음을 가지기 마련이다.

아이작과 룬은 입으로는 부정하고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말일까?’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들은 몰랐다.

3단계를 진행하는 내내 밤마다 줄 리앙이 찾아오리란 것을.

그게 카심 세력에게 있어 어떤 결 과를 불러올지 아직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

동이 틀 무렵,강현은 햇살이 얼굴 에 닿자마자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밀림 남쪽의 냇가에 몸을 숨기기 좋은 바위틈이 있어서 거기에 몸을 밀어 넣고 한숨 자고 일어났다.

주변 경계를 위해 나무와 나무 사 이에 발목 높이로 넝쿨을 쳐 두었는 데 전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밤중에 이 근처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한 명이라도 남쪽에 왔으면 넝쿨 이 느슨해져 있을 텐데 말이지. 다 들 정말로 휴식만 취했나? 혹시 모 르지. 나한테는 안 오고 저희들끼리 공방이 주고받았을 수도.’

꼬르륵?

3단계 공략에 앞서 배부터 채워야 할 것 같다.

허기를 채울 겸 푸드스톤을 한 입 베어 물었는데 기름진 맛이 입 안에 화악 퍼졌다.

기름진 맛이긴 한데 진짜 기름 맛 밖에 안 난다.

영국 런던에 다녀왔던 지인이 스탬 포드 브릿지에 다녀온 후기를 전해 주면서 말하길.

‘피시 앤 칩스가 그나마 먹을 만하 다고? 그건 맛 때문에 먹는 게 아 냐. 그나마 튀김 식감 때문에 먹을 만하다는 거지 그걸 맛있다고 찾아 먹기는 좀 그래.’

푸드스톤의 식감은 과일 식감이다.

식감으로 먹는 음식인데 식감마저 없다니.

어쩌겠나.

밀림 속에 먹을 거라곤 덜 익은 바나나와 다 익은 야자열매밖에 없 는데.

바나나는 덜 익어서 맛이 없고,야 자열매는 다 익어서 과즙이 전부 기 름으로 변해 버렸다.

낚싯바늘이 있긴 한데 낚시를 하고 그걸 조리할 시간이 있을까 싶다. 혜림이 요리에 너무 길들여졌군.

예전 같으면 음식 투정 따윈 생각 도 못했을 텐데.

나는 왜 개처럼 못 만들지?

요리를 못하는 이유를 고찰하고 있 는데 하늘에서 드링큰 크라운의 목 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아침입니다,공략자 여러분. 간밤에 다들 편히 주무셨습니까? 자?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십니 까? 바로 대망의 3단계 시작일이랍 니다. 어제 이미 들은 내용이라고 요? 중요한 일이니까 들으셨어도 또 들으셔 야죠.”

혼자서 주접을 떨 뿐이고 귀담아 들을 내용은 아니었다.

드링큰 크라운도 공략자들의 반응 이 싸늘하다는 걸 느낀 건지 반응이 없어서 재미없다느니,이래서 광대 짓은 어울리지 않는다느니 투덜거렸 다.

정말 투덜거려야 하는 건 공략자 쪽이다.

누구든 오늘 하루를 드링큰 크라운 의 주절거림으로 시작하고 싶진 않 을 거다.

훈화마냥 긴 투덜거림은 동이 완전 히 틀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윽고 투덜거림이 끝나면서 드디 어 3단계 공략 설명이 시작되었다.

“시간도 없고 하니 잡설은 이쯤 해 두죠. 3단계 공략에 대해 말씀드리 겠습니다. 남쪽 해변,서쪽 해변,동 쪽 해변을 보시면 커다란 크리스털 이 있을 겁니다. 이제부터 바다에서 몬스터들이 나와서 크리스털을 부수 러 올 건데 그들로부터 크리스털을 지키는 개인 디펜스 공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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