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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360화 (360/381)

360화

줄리앙은 혼백이 달아난 사람처럼 백짓장 같은 얼굴로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다가 곁에 있는 자들이 아군이 라는 걸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 을 내쉬었다.

“후우,뭐야 당신들이었습니까.”

“교,교주님이 깨어나셨다! 다른 이들에게 알려! 교주님! 교주님! 몸 은 괜찮으십니까?”

“제가 얼마나 잠들어 있었습니까?”

“반나절 동안 혼수 상태셨습니다.”

“반나절씩이나? 2단계 공략은 어 떻게 되었죠?”

“2단계 공략은 끝났고 3단계 넘어 가기 전에 휴식 시간이 주어졌습니 다. 누워 계십시오. 좀 더 쉬셔야 합니다.”

줄리앙으로선 혼란스럽기 짝이 없 었다.

2단계 공략이 그리 쉽게 끝날 것 이 아니었는데 반나절 만에 끝났다 고 한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공략을 방해해 야 하는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소식 이다.

정신을 잃은 동안 무슨 일이 있었 던 거지?

의문을 표하려던 찰나.

줄리앙은 오른팔이 있던 부위가 허

전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 의 오른팔을 내려다보았는데 이게 웬 걸? 오른팔이 있어야 할 부위가 텅 비어 있고 어깨 쪽에 붕대가 매 여 있었다.

“헉! 팔이 없어! 아! 최강현!”

비어 있는 오른팔을 보고 나서야 정신을 잃기 전의 상황이 떠올랐다.

기억났다!

정신을 잃기 전에 최강현과 교전 중이었어!

강현에게 당하여 오른팔이 베이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었다.

그 뒤로 최강현은 어떻게 되었지? 설마 2단계 공략이 예상보다 일찍 종결된 것도 놈이 한 짓인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제들은 강현의 이름이 언급되자 강현에 대한 찬사 를 늘어놓았다.

“최강현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대단?”

“네,부상당한 교주님을 구출해 내 서 저희에게 데려다 주셨답니다. 그 리고 교주님이 정신을 잃으신 동안 저희를 이끌어 주셨지요. 최강현 하 면 지략이라더니 바로 저희를 통솔 하면서 기가 막힌 작전을 짜더라고 요.”

“통솔?”

“게다가 듣던 것 이상으로 강하더 군요. 와아,낮에 카심과 일대일로 맞붙는데……. 와,그때 둘이 싸우던 거 생각하면 아직도 감탄이 나온다 니까요. 치열하게 싸우다가 결국엔 카심이 부상을 입고 도망갔죠. 교주 님도 보셨어야 하는데.”

“다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최강현이 대단하다뇨? 그것도 모자 라 최강현이 당신들을 통솔했다고 요? 교단 사람도 아닌 자의 명령에 따랐단 말입니까?”

줄리앙과 사제들은 서로 대화의 핀 트가 안 맞다는 걸 깨달았다.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먼저 사제들 이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해 주 었다.

줄리앙이 습격을 받았다는 말을 듣 고 구출하기 위해 토굴 바깥으로 뛰어나온 것부터.

줄리앙이 강현에게 사제들을 부탁 한다고 말했으며,그 뒤에 강현의 작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카심을 몰아붙인 것까지.

정신을 잃은 동안 있었던 일을 듣 게 된 줄리앙은 어처구니가 없어 제 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허,허참. 이런 뭐 같은 경우를 봤나.”

“왜 그러십니까? 최강현이라는 든 든한 아군을 얻었고 카심을 격퇴했 으니 좀 더 기뻐하시는 게……

“헛소리 마십시오! 제 팔을 베어 낸 게 최강현이란 말입니다!”

“뭐,뭐라고요?”

사제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낮에 최강현이 얼마나 당당하게 일 침을 날렸던가.

교주가 고개를 숙였는데 너희는 뭣 들 하는 거냐고 매도에 가까운 질책 을 날리며 자연스럽게 지휘봉을 잡 았었다.

그 당당함이 거짓이었다고?

대체 얼마나 뻔뻔한 건가!

사제들이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 하며 벙찐 얼굴을 하였다. 이용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뒤 늦게 분노가 치솟았다.

사제들은 치를 떨며 봉기하듯 하나 둘씩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몇몇은 장신인 탓에 간이 쉘터의

천장에 머리를 부딪쳐 쉘터가 크게 흔들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 다.

대나무로 만든 삼각 프레임이 흔들 리듯 사제들 또한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때문에 하나같이 앞뒤 생각지 않고 복수를 부르짖었다.

“교주님을 베어 놓고 뻔뻔하게 구 했다고 한 겁니까? 이런 쳐 죽일 놈을 봤나!”

“상식을 벗어난 미친놈입니다! 그 게 사람이 할 짓입니까? 여태껏 그 딴 놈이 사회를 활보하고 다녔다고 생각하니 살이 떨립니다.”

“놈이 내일 아침해를 보지 못하게

밤중에 끝장내 버리시지요. 교주님 을 해친 놈을 가만히 놔둬선 체면이 서지 않습니다.”

내로남불이라 했던가.

자신들이 행할 땐 상식,자신들이 당할 땐 비상식.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강현을 자기 식구마냥 칭찬하더니 속았다는 걸 알자마자 태도가 급변했다.

팔랑귀도 이만하면 수준급이다. 자기 줏대가 없으니 쉽게 속지. 줄리앙은 사제들이 한심하게 느껴 질 따름이었다.

나름대로 교단 내에서 충성심이 깊 고 강한 자들을 모아 왔다.

그러나 최강현과 카심 세력을 상대

하다 보니 단점만 보인다.

사람은 항상 상대적 우위와 상대적 열세를 가진다 했던가?

강자들만 모아 두면 강자들 사이에 서 다시 우등생과 열등생이 나뉘는 법이다.

분명 엘리트인데 엘리트 대열 사이 에선 열등생.

그 차이를 받아들이기란 본인들에 게 있어서도 쉬운 일이 아닐 거다. 그러다 보니 남탓이 남발하고 단점 을 가리기 급급할 수밖에.

줄리앙은 답답한 마음을 가슴 깊숙 이 밀어 넣으며 한 손으로 푸드스톤 을 씹었다.

우적우적.

속이 끓는데도 먹을 건 잘도 꾸역 꾸역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혹사당한 몸과 피를 흘려 허약해진 몸이 음식물을 받아들이면서 간신히 정신에 차분함이 깃들었다.

푸드스톤을 씹으며 고민하던 줄리 앙이 목을 가다듬으며 말을 꺼냈다.

“여러분 카심이 최강현에게 당했다 고 했습니까?”

“그것보다 최강현을 찾아서……

“질문에 대답부터 하십시오!”

항상 온화한 말투를 쓰던 줄리앙이 격분하여 언성을 높였다.

교실 속 학생들마냥 재잘거리던 사 제들이 한순간에 입을 다물었다. 세븐즈 교라는 종교단체를 설립한 줄리 앙이 다.

사람을 다루는데 있어 적어도 보통 은 넘는다.

힘이 실린 목소리가 사제들의 분노 를 찍어 누르며 들끓던 분위기를 가 라앉혔다.

사제들은 쭈뻣대며 줄리앙의 질문 에 대답했다.

“네,최강현과 일대일로 전투를 벌 였고 최강현이 카심의 한쪽 팔에 큰 상처를 입혔습니다.”

“그것뿐입니까?”

“그것뿐이라뇨. 교주님께서도…… 앗,죄송합니다!”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는 뻔하다. 줄리앙조차 쪽도 못 쓰던 카심이다.

그런 카심을 강현은 어린애 다루듯 상대하다가 중상을 입혔다.

도망치던 카심을 강현이 추격하긴 했는데,그대로 강현이 사라져 버려 서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뒤늦게 알아본 결과,구드르슨의 시체를 발견했는데 카심의 시체는 없는 걸로 보아 구드르슨이 카심 대 신 죽어서 도망갈 시간을 벌어 준 것으로 보인다.

줄리앙으로선 사제들의 말실수 같 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보다 카심이 살아남았고 대신 구 드르슨이 죽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구드르슨이 죽었으면 할 만하겠군 요.”

“뭐…… 구드르슨도 인물이긴 한데 그가 죽었다고 딱히 달라질 게 있겠 습니까?”

“카심이 직접 교단의 신전을 칠 때 참모격으로 데리고 다니던 게 구드 르슨이었지요. 카심 측에 누가 남았 는지 아는 사람 있습니까?”

“기억하기론 아이작과 룬이라는 자 가 있는 걸로 압니다. 둘 다 지부장 출신이고 한때 지역장 후보로까지 선정된 적이 있는 자들이지요.”

커뮤니티의 지역장은 스킬의 질과 응용능력,경력을 고려하여 뽑는다. 제3신화급 웨이브에선 힘을 쓰기 힘든 타입들이 많기에 지역장들보단 지부장들,그중에서도 충성심이 깊 은 자들만 뽑아 왔다.

하지만 카심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지금에도 충성심을 유지하고 있을진 의문이었다.

줄리앙은 그 점을 찌르고자 했다.

“지금이 카심을 칠 적기로군요. 카 심 세력부터 공략하도록 하죠.”

“최강현은 놔두고요? 놈이 교주님 과 저희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그냥 넘어가선 안 됩니다.”

“제 판단을 의심하는 겁니까?”

“아,아닙니다. 의심하는 건 아닌데 최강현이 한 짓을 생각하면……

“지금 최강현을 치러 간다고 이길

수 있다면 최강현을 치자고 했겠지 요. 전력을 고려하지 않고 감정을 앞세우는 건 아집입니다. 지금 우리 가 개인감정 앞세우자고 여기 왔습 니까? 우리의 목적이 뭐지요?”

“공략을 막는 것입니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감정부터 앞 세웁니까? 그리고 여기서 최강현의 동료들을 본 사람 있습니까?”

“그러고 보니 최강현과 함께 다니 는 자들을 본 적이 없습니다.”

“혼자 입장했을 가능성이 높겠군 요.”

“말도 안 됩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들여도 모자랄 판국에 혼자 서 입장하다뇨!”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버젓이 하 는 게 최강현이라는 걸 이제는 깨달 을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밤중의 밀림에서 강현을 찾아낸다? 떼 지어 다니면 모를까 혼자서 움 직이는 사람을?

차라리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편이 빠를 거다.

줄리앙은 시국을 정확히 짚어 냈 다.

지금은 최강현의 운세와 능력이 맞 물리고 있는 시점이다.

기세를 따지자면 최강현이 6, 줄리 앙이 2, 카심이 2로 최강현 쪽으로 승기가 기울어 있다.

흐름을 5대5로 맞춰 놓고 싸워도

강현에게 이길까 말까다.

카심을 상대로 승리를 하여 기세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줄리앙은 비어 있는 오른쪽 소매를 펄럭이며 세븐즈 교의 본래 방식을 고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카심의 위치부터 알아내십시오. 카심의 부하들에게 교리를 설파하는 걸로 시작을 끊겠습니다.”

*

같은 시각,동쪽 해변에 위치한 해 안 동굴 안에선 카심 세력이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카심의 팔은 이미 회복되어 있었

다.

포션 반입 금지인지라 포션이 없긴 하다.

그래도 카심 본인이 가진 치유 스 킬이 있어서 그를 이용해 치료한 참 이었다.

구드르슨의 희생으로 카심 한 명의 전력은 온전히 보존되었는데 4명이 었던 인원이 3명으로 줄어들었다.

카심은 동굴 안에서 물이 차오르지 않는 마른 바닥에 침낭을 깔았다.

“내일 공략을 위해서 쉬어 둬라.”

“불침번은 저와 아이작이 번갈아 가면서 맡겠습니다.”

“그랬다간 너희가 제대로 쉬질 못 하잖느냐. 9시간 휴식에 3시간씩 돌아가면서 맡도록 하자꾸나.”

“아닙니다. 버틸 수 있습니다. 수령 님이 한 시간이라도 더 쉬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3단계 공략을 위해서라도 푹 쉬어 주십시오.”

“흐음,알겠다. 너희들이 그리 말한 다면 쉬어 두지. 대신 무슨 일이 있 으면 바로 알려라.”

“네! 편히 쉬십시오,수령님.”

카심이 먼저 잠자리에 들면서 아이 작과 룬은 동굴 바깥으로 나갔다. 한숨 돌리기 위해 서로 수제 담배 에 불을 붙여 주며 첫 모금을 내뱉 었다. 그리곤 두 번째 연기부터 폐 깊숙이 빨아들이며 말을 꺼냈다.

“푸우,수령님이 밀릴 줄은 몰랐

어.”

“말조심 해. 수령님께 들릴라.”

아이작과 룬은 해변을 거닐면서 동 굴에서 떨어졌다.

그러면서 담배를 연타하며 허심탄 회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까놓고 말해서 판세를 뒤집는 건 힘들지 않을까?”

“후우,아마 힘들겠지. 계책으로 당 한 것도 아니고 일대일 정면대결에 서 밀린 거니 원. 그래도 어쩌겠냐. 구드르슨이 그리 처절하게 우릴 살 렸는데 힘 닿는데까지 해 봐야지.”

“솔직히 쇼크야. 이세계인을 위한 세계를 만든다. 그 꿈 하나만 믿고 여태껏 수령님을 따라왔는데 최강현에게 쪽도 못 쓰다니. 뭐랄까. 위에 는 위가 있다는 걸 알고 나니까 허 무해졌달까. 의욕이 안 생기네.”

“그럼 어쩌려고? 여기서 가만히 있 는다고 살 길이 생기겠냐? 살아남으 려면 뭐라도 해 봐야지.”

맹렬히 찬양하던 우상이 사실은 별 거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몰려오는 허무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허무한 나머지 의욕을 잃고 담배만 뻑뻑 피우는 두 사람이었다.

터벅터벅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남 기던 아이작과 룬에게 별안간 누군 가의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두 분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군 요.”

전형적인 종교 권유 멘트.

아이작과 룬은 반사적으로 검을 뽑 으며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응시했 다.

말을 걸어온 건 한쪽 팔이 없는

30대 중년의 장발 사내.

줄리앙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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