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화
마나 건틀릿을 두른 아다만티음 건 틀릿이 강현의 가슴을 향해 일직선 으로 뻗어 왔다.
심장을 분쇄해 버리겠다는 양 맹렬 한 기세가 담겨 있었다.
분신을 세워 놓고 숨어선 계속 미 끼를 물길 기다렸던 건가.
나름대로 통박을 굴려 보겠다고 작 전을 짜 온 것이었다.
강현은 상체를 뒤로 젖히며 수정 스렛의 효과를 발동했다.
아다만티음 건틀릿의 궤도를 수정 하여 교묘하게 비껴 나가게 했다. 아다만티음 건틀릿이 강현의 가슴 팍 앞을 스쳐 지나가며 칼날과 같은 후폭풍을 동반했다.
휘이이엉!
같은 순간,카심은 위화감을 느끼 고 있었다.
이 느낌. 몇 시간 전에도 겪었었 다.
거래를 제안하러 온 세븐즈 교 사 제를 공격했을 때도 이와 같은 느낌 을 받았었다.
공격을 했는데 주먹이 의지를 벗어 나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고 있 다.
게다가 강현의 몸놀림에서 데자뷰 가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
“뻔뻔하기도 하구나. 세븐즈 교 사 제인 척을 하면서 거래를 제안해?”
“지금 그런 게 의미가 있나?”
이제 와서 알아차려 봤자 의미 없 는 사실이긴 했다.
세븐즈 교 사제들과 강현이 카심에 게 협공을 가한 마당이다.
강현 세력과 줄리앙 세력이 손을 잡았다는 건 자명한 사실.
강현이 사제복을 입고 있다 해도 이상한 건 없다.
어쩌면 카심과 줄리앙을 이용하여 그레이트 모스를 잡으려다가,카심 이 거래를 거절하자 아예 노선을 바 꾸어 줄리앙과 손을 잡은 걸지도 모 론다.
카심도 보통은 아니기에 단편적인 단서만으로 강현의 행적을 8할 이상 간파해 내고 있었다.
카심의 주먹이 빗나가면서 강현이 움직였다.
강현은 허물검의 날을 비스듬히 기 울여 카심의 팔을 잘라 내고자 했 다.
후응!
그랜드 오러가 맺힌 허물검이 간결 하게 움직이며 아래에서 위로 솟구 쳤다.
카심으로서도 강현이나 줄리앙에게 직접 공격당하는 건 지양해야만 했 다.
상대에게 실드를 뚫는 기술이 있으
면 실드 스렛 1만이라 해도 0이나 다를 게 없다.
‘폭렬 가속.’
폭렬 가속이라 하여 가속보다 한 단계 위에 속하는 속도 증가 스킬을 발동하였다.
그 결과 카심의 몸놀림이 물찬 제 비마냥 날렵해졌다.
카심은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민첩 한 몸놀림으로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다.
모름지기 뻗은 주먹을 회수할 땐 팔꿈치를 접는 게 아니라 허리와 어 깨를 당기는 게 훨씬 빠르다.
카심의 경우 팔을 당기는 과정을 그대로 원심력으로 치환하여 팔꿈치로 강현의 턱을 가격하려 했다. 강현은 카심의 팔꿈치가 완전히 가 속하기 전에 비어 있는 손을 뻗어 팔꿈치를 막았다.
턱!
카심이 완전히 몸을 돌리기도 전에 공격지점을 앞당긴 터라 카심의 등 이 훤히 드러났다.
등에 허물검을 꽂으려는데 카심이 이동 스킬을 사용했다.
카심의 신형이 땅으로 꺼지듯 사라 지더니 강현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강현이 공격을 하려고 하면 카심이 피하고,카심이 반격을 하려고 하면 강현이 역으로 그 힘을 이용하여 재 반격에 나서고,다시 카심이 공격을 피하면서 재재반격을 하고…….
보구와 마나의 제한 때문에 서로 체술을 주력 삼아 공방을 펼치다 보 니 승부가 날 기미가 안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카심 이 밀리는 추세를 보였다.
제3자가 보기에는 알 수 없었으나 아까부터 공격이 읽히는 게 느껴졌 다.
마치 벽을 때리고 있는 듯하다. 계속 공격이 막히다 보니 어딜 공 격해도 통할 것 같은 느낌이 안 든 다.
공방을 나눌 때마다 숨이 턱턱 막 히는 기분이었다.
서벅!
허물검이 카심의 팔뚝에 살짝 스쳐 지나갔다.
검 끝이 닿을랑 말랑 스친 게 전 부다.
헌데 카심의 팔뚝에 기다란 검흔이 생겨나며 피가 터져 나왔다.
아주 잠깐 호흡이 흐트러져서 팔을 거두는 게 콤마 단위로 늦어졌는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베어 낸 것이 었다.
팔뚝에 생긴 상처는 혈선이 그어지 는 데에 그치지 않았다.
강현이 지닌 증폭 스렛의 효과가 발동하면서 카심의 상처에 추가 타 격을 입혔다.
증폭 스텟의 효과는 공격의 여파를
확산시켜 마나파문을 일으키는 것. 마나파문에 의해 갈고리에 긁힌 것 처럼 팔뚝이 크게 패였다.
“크옥!”
이로써 승부의 추가 크게 기울었 다.
비등한 공방을 나누던 중에 카심이 한쪽 팔을 못 쓰게 되었다.
이어지는 강현의 공격을 받아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반격보다는 도망을 택해야 했다. 도주라니.
카심으로선 더할 나위 없이 굴욕적 인 판단이다.
커뮤니티의 수장이 어떤 존재던가.
카니발을 장악하고 있는 커뮤니티,
그중에서도 정점에 군림하고 있는 자다.
패배를 직감하고 도망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카심은 현실을 직시했다.
이동 스킬로 몸을 빼내어 강현과 거리를 벌렸고,이제 막 마비가 풀 린 구드르슨에게 후퇴 지시를 내렸 다.
“동쪽으로 뛰어라. 시작 지점에서 재정비한다.”
구드르슨을 비롯한 조직원들의 충 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최강현이 강한 거야 인정한다.
숱한 지역장들이 당한 거만 봐도 강현의 실력에 논란의 여지는 없다.
그래도 커뮤니티가 자신만만했던 건 카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든 카심 앞에선 만인이 평등하 리라 여겼다.
한데 정면대결에서 카심이 밀릴 줄 이야.
보구만 있었어도,스킬만 온전히 다 활용할 수 있었어도.
변명의 여지가 있긴 한데 그래도 패배는 패배다.
카심은 충격에 빠져 있는 조직원들 을 다그쳤다.
“뭣들 하느냐! 어서 움직여!”
조직원들을 먼저 도망치게 한 후에 야 카심이 뒤따라 움직이며 후미를 맡았다.
뒤에선 강현이 드림 윙을 펼치며 매섭게 날아들고 있었다.
매가 상처 입은 짐승을 노리고 날 아드는 격이다.
다 잡은 대어를 여기서 놓칠까 보 냐.
강현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카심 이 강하게 발을 구르며 스킬을 시전 했다.
쿵!
발을 구른 자리에서 흙먼지가 둥게 뭉게 피어오르며 먼지 연막을 이루 었다.
카심이 가진 스킬 중 하나인 ‘땅벌 레 연막’이란 스킬이었다.
익힌 스킬만 100여 개.
다 기억하기도 힘든 스킬 중에서 그나마 현 상황에 도움이 될 만한 스킬을 떠올려 급하게 사용한 것이 었다.
카심 세력은 먼지구름을 연막 삼아 몸을 감추며 울창한 밀림으로 들어 갔다.
한 치 앞을 분간키 어려운 상황이 니 최강현이라도 쉬이 쫓아올 순 없 을 거다.
그러나 안심하는 것도 잠시.
경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 다.
언제 뚫고 들어왔는지 강현이 카심 의 바로 뒤까지 따라붙어 있는 게 아닌가!
“허억! 어느새 여기까지!”
시야를 가릴 거였으면 아다만티음 에 부여해 둔 마나 건틀릿까지 해제 했었어야지.
당황했나 보군.
기본적인 부분을 잊을 만큼 말이 야.
안개등을 켜고 달리는 차량 마냥 빛이 어렴풋이 아른거린 탓에 카심 스스로 제 위치를 알려 준 꼴이 되 었다.
서로간의 거리가 손 뻗으면 닿을 거리.
뛰는 놈이,나는 놈이 뻗는 검을 어찌 피할까.
허물검이 카심의 등을 관통하는 모
습이 눈에 선하다.
강현은 카심이 반응할 틈조차 주지 않고 허물검을 뻗었다.
푸우욱!
검날을 타고 손맛이 전해져 왔다. 꼬치 꿰듯 제대로 꿰뚫어서 손맛이 아주 묵직하다.
그러나 검에 꿰인 건 카심이 아니 었다.
구드르슨이 끼어들어 카심 대신 몸 으로 허물검을 받아 낸 것이다. 구드르슨은 가슴에 검이 박힌 와중 에도 이를 악물며 힘겹게 양팔로 자 신의 몸을 감쌌다.
강현의 팔을 붙잡고 있을 만한 힘 은 없으니,가슴 근육이라도 좁혀서 검을 빼내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 다.
“쿨력! 가십시오,수령님! 살아남으 셔야 합니다! 반드시 살아남으셔 야…… 쿨럭쿨력!”
피를 토하면서도 애절하게 살아남 아야 한다고 외치는 구드르슨이었 다.
중성,존경,경의 등등...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이 뒤섞인 외침이었다.
누군가가 말하지 않았던가.
군림이란 뭇사람에게 꿈을 줄 수 있는 자만이 가능한 일이나니.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 에 몸 바쳐 카심 대신 죽어 준 것 이리라.
카심이 단순히 이세계인을 지배하 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큰 포부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 다.
정작 그의 밑에 있는 지역장들은 지배하고 착취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구드르슨이 힘내어 강현을 붙잡아 보려 했지만 근육을 죄는 것만으로 그랜드 오러가 맺힌 검을 붙잡아 둘 순 없었다.
강현은 세로로 썰어 내듯 검을 당 겼다.
쑤욱!
“쿨력!”
가슴에서 허물검이 뽑혀 나오면서 구드르슨이 대량의 피를 왈칵 쏟아 냈다. 그리곤 쓰러지며 죽어 가는 와중에도 어물어물 손을 뻗어 강현 의 발목을 잡았다.
발목에 닿은 손의 감촉.
죽어 가는 이가 힘을 내면 얼마나 내겠는가.
모기 한 마리 못 죽일 힘이건만 여태껏 마주한 조직원들 중 이보다 묵직한 힘을 실은 자는 없었다. 죽으면서도 양손에 집념만은 남긴 채로 죽은 구드르슨이었다.
집념이 낳은 결과일까.
구드르슨에게 빼앗긴 시간이 무척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들었을 땐 벌써 카심이 시야 바 깔으로 벗어난 후였다.
강현은 허물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추격을 중단했다.
“목숨을 건졌군,카심.”
지역장 같은 인간 말종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멀쩡한 수하들도 있긴 한 것 같다.
카심을 제거했다면 좋았겠지만 놓 친 고기를 아까워할 때가 아니었다. 지금쯤이면 서쪽 해변에선 줄리앙 이 정신을 차렸을 거다.
줄리앙 세력이야 그래이트 모스를 쓰러뜨린 것만으로도 단물은 충분히 빨아먹은 셈이니 아쉬울 건 없다. 그보다 2단계 공략이 끝났으니 곧 3단계로 넘어갈 차례다.
1단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아침 이었는데 벌써 해가 서쪽 수평선 너 머에 턱을 걸치고 있다.
바로 3단계가 시작된다면 어두컴컴 한 밤을 배경으로 공략을 해야 한 다.
하지만 밤에 공략을 해야 하는 일 은 벌어지지 않았다.
2단계 공략이 끝나면서 하늘에서 드링큰 크라운의 목소리가 들려왔 다.
“마지막 그레이트 모스가 방금 막 숨이 끊어지면서 2단계 공략이 끝났 습니다. 저 드링큰 크라운은 벌써부 터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는군요.
여러분이 힘껏 발버둥 쳐 주고 계셔 서 매우 만족스럽답니다. 제 영역에 선 밤에는 공략을 진행하지 않습니 다. 내일부터 3단계를 진행할 텐데 3단계에서 살아남은 분은 저와 마주 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지니까 분발 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여러분 좋은 꿈꾸십시오. 내일부턴 악몽을 겪게 되실 테니 말이죠.”
모처럼 손에 넣은 장난감을 오랫동 안 가지고 놀고 싶은 건지 손수 휴 식 시간까지 내어 주고 있었다.
‘3단계가 끝나면 바로 보스 공략. 드링큰 크라운의 말에 노이즈는 섞 이지 않았어. 어스 메갈로돈 때처럼 말장난이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 그만큼 3단계 공략이 빡세다 는 걸 테지.’
과연 세 세력 중에서 곧이곧대로 휴식을 취하는 세력이 있긴 할까?
1단계,2단계를 거치면서 모두가 한껏 격양되어 있다.
휴식 시간 중에 각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일단은 자 둘 생각이다.
다른 세력에겐 충분히 피해를 입혀 두었고,3단계가 마지막이라는 걸 안 이상 쉴 수 있을 때 쉬어 두는 게 나은 것 같다.
쉬기로 마음먹은 강현은 편히 잘 수 있는 곳을 찾아 밀림 속을 헤치 고 다녔다.
*
노을이 지고 밤이 찾아왔을 무렵.
서쪽 해변에선 세븐즈 교 사제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쪽 팔을 잃은 줄리앙은 아직도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우두머리가 행동불능이 된 탓에 사 제들의 움직임에도 제약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사제들은 머리를 맞댄 끝에 결정을 내렸다.
줄리앙을 데리고 밀림을 돌아다니 며 숨을 곳을 찾는 것보다,조금이 라도 빨리 안정을 취하게 하는 게 급선무라 판단하였다.
그래서 대나무로 삼각 프레임을 세 우고 야자수 잎을 반으로 갈라 겹쳐 서 간이 쉘터를 만들었다.
어설프게 숨기보단 탁 트인 곳에서 주변을 경계하며 하룻밤을 보낼 작 정이었다.
밤이 깊어 가고 바닷바람이 모닥불 에게 괜한 심술을 부리고 있던 중.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줄리앙이 눈 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