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화
참담한 몰골이 된 교주의 모습과 적이었던 강현에게 고개를 숙였다는 점.
거기다 강현을 아군으로 끌어들인 것에 대한 감탄.
가슴을 찌르는 강현의 일침까지.
전의를 타는점까지 인도하기엔 충 분한 요소들이었다.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때 흐름을 타 야 한다.
강현은 허공에 투영검을 소환하며 물 흐르듯 지휘봉을 잡았다.
“그레이트 모스를 카심 쪽으로 쓰 러뜨려라! 실드는 내가 뚫어 줄 테니 마비독을 먹여라!”
사제들 중에선 실드를 깨부술 스킬 을 가진 자가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마나가 없어서 스킬 을 사용하지 못하거나,마나가 들지 않는 스킬은 봉인당해서 쓸 수 없었 다.
세력의 수장에게 마나 환약을 몰아 주다 보니 수장이 부재 시에 전력이 9할 이상 감소한다는 문제점이 발생 하고 있었다.
만약에 사제들이 카심을 마비시킨 다 하더라도 실드 관통 스킬이나, 실드를 부수는 스킬이 없으면 백날 공격해도 카심에게 손끝 하나 댈 수 없다.
대신 강현 수준의 공략자라면 실드 를 뚫을 스킬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테니 카심에게 마비독만 먹이면 그 의 심장을 뚫을 수 있다.
사제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그레이 트 모스를 사냥하러 나섰다.
한편 카심은 카심대로 효율적으로 사냥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 그레이트 모스 2마리를 사 냥한 이후부턴 그레이트 모스의 날 개만 잡아 뜯었고,마무리는 온전히 조직원들에게 맡기는 중이었다. 구드르슨을 비롯한 조직원들이 베 어 넘긴 그레이트 모스만 하더라도 20마리에 달한다.
조직원 3명이서 20마리를 베었으 니 한 사람당 약 7마리.
이쯤 되면 스탯이 절반 이상 감소 한 셈이었다.
제아무리 조직원들이 숙련된 베테 랑이라 해도 실드 스텟과 회피 스텟 을 일정 수준 이상 갖추고 있어야 거대 몬스터를 상대로 상처 없이 싸 울 수 있다.
게다가 바람을 등지고 싸우고 있다 한들 그레이트 모스를 처치할 때마 다 소량씩 분진을 들이마시고 있었 다.
적어도 20마리 전에는 최강현 세 력을 한 명이라도 발견할 줄 알았 다.
그런데 발견하기도 전에 벌써 스텟 이 절반 이상 감소해 버렸다.
구드르슨을 비롯한 조직원 3명은 스렛에 연연하지 않고 그레이트 모 스를 베는데 주력했다.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스렛이 감소하더라도 CP로 부족한 스텟을 계속 구매하고 있었기 때문 이다.
쿠우응!
또 한 마리의 그레이트 모스를 베 어 낸 구드르슨이 조직원들을 불렀 다.
“스렛이 떨어질 때가 되었으니 CP 로 보충해 둬!”
“안 그래도 실드와 회복 위주로 보
충해 뒀습니다!”
카심 측에선 그레이트 모스 위에 올라타 있다는 최강현 세력을 찾기 위해서 대량의 CP를 사용하기로 결 정했다.
강제 입장 전에 카심이 챙겨 온
CP는 총 70억 CP.
조직원들의 스텟이 깎여도 보충하 고도 남을 CP였다.
카심이 2마리를 사냥한 건 최강현 을 위협하기 위한 퍼포먼스였고,그 이후로부턴 조직원들이 사냥을 하면 서 스렛이 감소할 때마다 CP로 스 렛을 사서 보충하고 있었다.
그레이트 모스를 절반 이상 사냥했 건만 여전히 최강현 세력은 나타날 기미가 안 보였다.
구드르슨은 거짓 정보의 냄새를 느 꼈다.
‘세븐즈 교에서 거짓 정보를 흘렸 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한 가지 설 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 우리가 거래를 받아들였으면 어떻게 할 생 각이었지? 고작 그레이트 모스절반 만 없애려고 우리에게 거짓 제안을 했다? 공략을 저지하려는 놈들이?’ 공략 저지가 목적이라면 거짓 제안 을 할 이유가 없다.
정말로 최강현 세력을 제거하고 싶 었기 때문에 거래를 제안한 거라 여 겼다.
만약 거짓 제안이었다고 가정했을
경우.
거짓 제안을 한 이유가 뭘까?
거짓 제안을 해서 줄리앙 세력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카심 세력의 약화를 꾀할 수 있긴 하다.
약화시켜도 줄리앙 세력과 최강현 세력이 손이라도 잡지 않는 양 카심 세력이 무너질 일은 없다.
‘두 세력이 손을 잡았다면 조만간 공격이 오겠군.’
카심이 중요한 시기에 참모로 뽑아 데리고 온 인물인 만큼 지략에 있어 선 구드르슨도 범상치 않은 자질을 지니고 있었다.
구드르슨은 카심에게 두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소리잔을 쓰지 못하기에 사전에 사 인을 정해 두었는데,숫자 2는 후퇴 사인이었다.
최강현과 줄리앙이 양쪽에서 덮쳐 오면 그레이트 모스 한가운데에서 놈들을 맞이해야 한다.
스렛 소모와 CP소모가 있긴 했어 도 카심 세력에게 CP소모는 손해 축에도 들지 못한다.
강현과 줄리앙이 손을 잡았다는 걸 안 것만으로도 그간의 CP소모는 상 쇄된다.
여기가 분기점이다.
전력이 약해진 척 도망치면서 기만 책을 부리면 방심한 적의 허를 찌를 수 있다.
몇 수 후를 보고 후퇴 사인을 보 낸 것이었는데,카심이 사인을 따르 지 않고 계속 그레이트 모스의 날개 를 찢어발겼다.
제대로 보지 못하셨나?
가까이 가서 목소리로 전달하려던 차에 사방에서 사생결단을 방불케 하는 우렁찬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와아아아! 카심을 죽여라!”
“교주님의 원수! 죽더라도 네놈 목 만은 가져가겠다!”
“놈을 제압해라! 나머지 조무래기 들은 무시해라!”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그레이트 모스가 10마리가량 남았
을 때 덮쳐 왔다.
겉보기에는 별거 아닌 숫자가 같아 도 카심 세력에겐 매우 성가신 상황 이 되었다.
바람을 등지기 위해서 그레이트 모 스의 남쪽에 위치하여 싸우고 있는 마당인지라 북쪽에는 그레이트 모스 10마리가,남쪽에는 이미 쓰러뜨린 그레이트 모스의 시체가 가로막고 있었다.
살아 있는 그레이트 모스,죽은 그 레이트 모스가 바리게이트 역할을 하여 남은 길은 측면밖에 없었다. 양쪽 측면에서 최강현 세력과 줄리 앙 세력이 치고 들어오면 꼼짝없이 둘러싸이게 된다.
구드르슨은 카심에게 달려가서 퇴 각을 권했다.
“양 측면에서 적들이 몰려오고 있 습니다! 시급히 퇴각하셔야 합니 다!”
구드르슨의 다급한 외침 속에서도 카심의 시선은 그레이트 모스에게 향해 있었다.
묵묵히 뻗은 정권에서 권풍이 발출 되어 그레이트 모스의 날개 한 짝을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그레이트 모스가 땅바닥에 부딪치 면서 날개에 묻어 있던 황색 분진이 하늘하늘 피어올랐다.
남쪽에서 불어온 강풍이 분진을 북 쪽으로 실어 보냈다.
카심은 날개 잃고 바닥을 기는 나 방을 멸시하듯 쳐다보면서 말했다.
“찾아다닐 수고를 덜었구나. 너희 들은 조무래기들을 맡아라. 최강현 과 사이비 교주는 내가 맡겠다.”
“지금은 몸을 빼야 할 때입니다! 남에 시체가 즐비하고,북에 몬스터 가 날개를 퍼덕이는 마당에 양옆에 서 다가오는 적을 맞이하는 건 스스 로 손에 수갑을 차고 싸우는 꼴입니 다!”
“신중을 기할 시기는 지났어. 여기 서 퇴각하면 너희들 중 1,2명은 반 드시 죽는다. 차라리 싸우는 게 살 확률이 더 높다는 걸 왜 모르느냐!”
“코반의 간언을 떠을리십시오. 최
강현을 상대할 땐 계책과 힘을 동시 에 부리라 하였습니다. 지금 힘은 있되 계책이 부족합니다. 저희의 목 숨을 소모품이라 생각해 주시고 부 디 수령님을 위해 써 주십시오.”
“답답하긴! 상대는 놈들만이 아니 란 말이다! 공략에 차질이 생길 것 을 감안하면 최대한 인원을 남겨 놓 는 게 좋다는 것도 모르는가!”
공략은 후에 해도 좋으니 최대한 신중하게 최강현과 줄리앙을 상대하 려는 구드르슨.
공략까지 염두에 두어 한시라도 빨 리 최강현과 줄리앙을 죽이려는 카 심.
비슷해 보여도 어느 쪽에 중점을
두냐에 따라 전투방식이 180도 달 라진다.
의견 차이를 좁히기도 전에 적들이 몰려왔다.
양옆에서 몰려온다는 구드르슨의 말과 다르게 적은 북쪽에서 몰려왔 다.
카심을 덮치려고 몰려들던 그레이 트 모스들이 하나둘 쓰러지더니 세 븐즈 교 사제들이 몰려왔다.
“와아아아!”
완전히 심리의 사각을 찔렸다.
분진이 북쪽으로 가고 있는데 북쪽 에서 왔다고?
분진에 마비독이 있다는 걸 모르 나?
자멸할 생각이냐!
아무래도 고깔 마스크를 써서 들이 마시는 양을 최대한 줄이고 있는 듯 한데 그래도 완벽하게 막긴 어렵다.
여기서 잠시 물러나면 놈들의 몸이 마비될 게 분명하다.
놈들이 자멸을 해 준 덕분에 일이 쉽게 풀리게 되었다.
지금이라면 카심도 잠시 물러나는 걸 받아들일 거라 여겼다.
“수령님,놈들이 자충수를 뒀습니 다. 마비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도 록 하죠. 차려진 밥상을 마다해서야 되겠습니까? 부디 결단을!”
후퇴해서 인원이 줄어든다면 모를 까 적이 알아서 나자빠져 주었는데 무엇을 망설이랴.
카심이라도 분진이 펄펄 날리는 북 쪽으로 뛰어들 생각은 없었다.
독 면역 스킬은 기본적으로 마나가 들지 않는 스킬이니 카심 또한 독 면역 스킬이 봉인당한 마당이었다. 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건 카심 도 마찬가지라서 분진이 가득한 지 대에 뛰어드는 건 좋지 않았다.
카심은 이번만큼은 구드르슨의 조 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동쪽으로 이동해서 밀림 속에서 대기한다. 다른 사람에게도 전…… 카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상 황이 돌변했다.
세븐즈 교 사제들이 사냥한 그레이
트 모스가 하나둘씩 카심에게로 쓰 러지는 게 아닌가.
이걸 노렸구나!
그레이트 모스를 사냥하면서 카심 쪽으로 쓰러지게 밀어 넘어뜨린 것 이다.
카심을 향해 날고 있던 그레이트 모스가 등에 칼침을 맞고 쓰러졌으 니,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카심 이 있는 곳까지 밀려드는 게 당연했 다.
그레이트 모스의 육중한 무게가 그 대로 무기화 되어 밀려드는 것은 물 론이고,분진이 자욱하게 퍼지면서 카심 세력을 뒤덮었다.
쿠구구궁! 쿠구구궁!
밀려드는 그레이트 모스의 시체들 을 두고 구드르슨은 황급히 몸을 날 려 바닥을 굴렀다.
간신히 그레이트 모스의 시체에 깔 려 죽는 꼴을 면하긴 했는데 그 뒤 가 문제였다.
구드르슨은 로브 목깃을 끌어올려 입과 코를 가렸다.
“콜록콜록! 수령님! 수령님! 어디 계십니까,수령님!”
빌어먹을 것들!
처음부터 정면대결을 할 생각은 없 었던 거냐!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치사하고 더 러운 짓을 해?
수령님,수령님은 어디 계시지?
자기들만의 절대자를 찾아 사방을 헤매던 중 구드르슨을 비롯한 조직 원들의 동작이 멎었다.
커뮤니티 보급형 로브가 두껍다지 만 천 쪼가리로 미세한 입자를 완벽 하게 막는 건 처음부터 무리가 있었 다.
이윽고 바람에 의해 분진이 북쪽으 로 흘러가면서 뿌연 시야가 탁 트였 다.
구드르슨을 비롯한 조직원들은 말 할 것도 없고,멀지 않은 곳에서 카 심마저 몸이 굳어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그레이트 모스 를 밀어 넘어뜨린 세븐즈 교 사제들 도 몸이 마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수령님! 괜찮으십니까!”
움직여라 몸아.
저분은 여기서 생을 마감하시면 안 되는 분이시다.
고향을 잃고 강제로 소환된 이세계 인들을 위해서 카니발에 이세계인들 만의 세계를 창조하실 우리의 절대 자란 말이다.
세븐즈 교 사제들을 살피던 구드르 슨이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북쪽에서 다가오다가 마비된 자들 은 전부 세븐즈 교 사제복을 입은 자들뿐이었다.
최강현과 줄리앙은 어디 있지?
다른 녀석들은 아무래도 좋다.
그 두 사람만이 카심의 실드를 뚫
을 수 있으니까.
모두가 STOP버튼을 누른 것마냥 멈춰 있을 때.
남쪽의 그레이트 모스 시체 더미 위에서 흑발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 냈다.
카심은 꼿꼿하게 서 있는 자세에서 흑발 사내를 정면으로 노려보며 입 을 뗐다.
“소문대로 비겁하기 짝이 없구나, 최강현.”
“개들의 수장답게 개 짖는 소리가 일품이군.”
강현은 오래 끌 것 없이 허물검을 뽑으며 시체 더미 아래로 펄쩍 뛰어 내렸다. 그리곤 시체 더미 아래에서 있는 카심을 향해 검을 내리쳤 다.
내리친 검이 카심의 머리를 베어 넘겼다.
서격!
그런데 검에 베인 카심의 상태가 이상했다.
검에 의해 베여 나간 머리가 흙으 로 변하더니 바스라졌다.
사람이야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지만 죽자마자 흙으로 돌아가는 경 우는 없잖나.
분신이다!
방금 베어 낸 것이 분신이라는 것 을 깨달은 찰나.
측면에서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카
심이 나타나선 건틀릿을 뻗었다.
“어디 한 번 개에게 물려 볼 테 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