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55화 (355/381)

355화

분진의 위험성을 깨닫고 피신하느 라 바쁜 북쪽 해변.

반대로 남쪽 해변은 평화 그 자체 였다.

강현은 뿌연 황색 분진 폭풍이 북 쪽 해안으로 몰려가는 것을 보며 중 얼 거렸다.

“저건 황사마스크론 무리겠고 방독 면쯤은 되어야 막을 수 있겠군.”

가스,가스,가스.

방독면은 수 초 이내로 착용하시고 철모와 총은 바닥에 닿지 않게 합니 다.

두건끈은 매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래 FM대로 해야 되는데 안 해 도 된다고 하십니다.

총 떨어지는 소리와 가끔씩 들려오 는 안경 쓴 예비군들의 시옷비읍 소 리.

예비군 시절을 회상하며 시간을 죽 이던 강현은 분진이 가라앉을 즈음 에 2단계 공략 방법을 궁리하기 시 작했다.

‘사전에 10마리를 미리 베어 놨는 데도 40마리나 남았나. 치명적인 페 널티에 비해서 숫자가 상당히 많 아.’

한 마리를 죽일 때마다 총 스텟 10퍼센트 감소 페널티.

만약에 카심,강현,줄리앙 세 사

람이 정상적으로 5인 1조 파티를 짜 왔다면 총원은 15명.

그레이트 모스의 숫자는 50마리. 균등하게 나눠도 한 사람당 3? 4마 리씩 감당해야 한다.

한 사람당 3마리씩만 감당한다 하 더라도 약 25퍼센트의 스렛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강현처럼 총 스렛 1만 언저리인 사람은 2, 500, 총 스렛 5천인 사람 은 1, 250의 스텟이 깎여 나간다는 소리다.

총 스텟이 가늠되지 않는 카심의 경우 손해가 막심하다.

마치 월급통장 같은 느낌이다.

1단계에선 발바닥 땀나게 뛰어다니

며 쥐꼬리만 한 마나 스렛을 벌어들 이고,2단계에서 스텟이 깎여 나갈 땐 왕창 깎여 나간다.

‘3개의 세력이 누구에게 더 그레이 트 모스를 몰아주느냐의 싸움이군. 상대방이 죽여 주길 바라고 서로 안 죽이려 들면 계속 쫓겨 다녀야 하 고,내가 죽이자니 스텟 손해가 심 하고. 총체적 난국이군.’

그나저나 북쪽 해변으로 날아가고 있는 저 분진엔 무슨 효과가 있는 걸까?

딱 보기에도 들이마셔서 좋을 거 없어 보인다.

실드를 끌어올려도 호흡으로 들어 오는 미세먼지까지 일일이 막을 순없는 노릇이다.

분진이 북쪽 해변 전역을 뒤덮었으 니,어중간하게 옷으로 코와 입을 가리는 걸론 턱도 없다.

나 같으면 차라리 바다로 뛰어들 거다.

습기 덕분에 그나마 분진의 영향을 덜 받을 거고,나방의 특성상 날개 가 습기를 머금으면 둔해지기 때문 에 덤벼 와도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다.

카심 세력과 줄리앙 세력은 한 번 부닥쳤으니 서로 흩어져서 재정비 시간을 갖추고 싶을 터.

두 세력의 수장들에게 지능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헤엄을 치든,재빨리 달리든 양 갈래로 찢어져서 동쪽 해 변과 서쪽 해변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렇다면 강현이 할 일은 정해져 있다.

‘그럼 난 북쪽 해변으로 가야겠군.’

바다에 뛰어든다 해도 완전히 분진 을 피할 순 없으니 영향을 받는 자 가 나타날 거다.

분진이 사람 몸에 어떤 영향을 미 치는지 알아볼 겸,두 세력 간의 싸 움에서 누가 얼마나 죽었는지 확인 하러 가 볼 참이다.

가는 김에 양측 세력의 제복을 챙 길 수 있다면 더더욱 좋다.

강현은 그레이트 모스의 시선을 끌 지 않기 위해 물의 유희를 시전하며 북쪽 해변으로 달렸다.

*

카심의 명령에 의해 커뮤니티 조직 원들은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헤엄을 쳐서 동쪽 해변 쪽으로 빠져 나갔다.

반면에 줄리앙은 바다에 빠지기보 단 모래사장 위를 달리는 쪽을 택했 다.

“우린 달려서 빠지도록 하죠. 전원 서쪽 해변으로 달리도록 합시다.”

공략조건을 달성하지 못하게 막으 러 왔는데 목적달성은커녕 손해만 봤다.

북쪽 해변으로 갈 때만 하더라도

24명이었는데 전투 중에 6명을 잃 어서 18명이 남았다.

카심 세력은 4명 중에 1명이 줄어 서 3명이 되었고 말이다.

6명 희생해서 겨우 1명을 줄이다 니.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었 나.

최강현에게 그리 호되게 당하고도 여전히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 다.

무서운 건 커뮤니티를 농락할 정도 의 실력자인 최강현은 아직 코빼기 도 내비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점점 엉덩이에 불이 붙기 시작하는

데 상대해야 할 적들 중 한 명은 정체조차 보이지 않는다.

정보전에서 밀리고 있단 것만으로 도 가슴속에 불안감이 머무를 수밖 에 없었다.

이건 비단 카심도 마찬가지이리라.

‘파랑새의 새장을 준비하지 않았더 라면 1단계에서 승부가 갈려 버렸겠 어. 인원을 최대한 확보한 덕분에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군.’

줄리앙 세력이 제한된 인원수보다 많은 숫자를 보유하게 된 건 파랑새 의 새장이란 보구를 이용한 덕분이 었다.

파랑새의 새장은 손바닥만 한 크기 의 새장이며 사람을 축소시켜 가둘수 있는 감옥 용도의 보구였다.

최대 20명의 사람을 가둘 수 있는 데,줄리앙은 이를 이용하여 20명의 사제들을 가두었다.

제3신화급 웨이브 입장 때,드링큰 크라운이 보구를 가지고 들어온 이 를 지목했었는데 다름 아닌 파랑새 의 새장을 지목한 거였다.

사제 한 명이 희생하여 파랑새의 새장을 들고 오고,입장과 동시에 20명의 사람을 해방시켜 주었다. 인 원수 1명을 희생하는 대신,20명의 사람을 추가로 데려온 것이었다. 사실상 편법이나 마찬가지인 방법 이며 1명을 희생하는 대신 시작부터 24명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줄리앙과 나란히 달리던 사제들이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 다.

“교주님,죄송합니다. 저희가 카심 을 저지했더라면……

“지난 일에 연연하지 마십시오. 방 금 전투로 카심이 어느 정도 수준인 지 알겠더군요. 그 정도면 어렵지 않게 저지할 수 있겠지요.”

사제들로선 카심과 맞닥뜨렸을 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다.

끝을 알 수 없는 스텟을 이용한 전투력과 다양한 스킬,은연중에 흘 러나오는 카리스마.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리앙은 카심 을 어렵지 않은 상대로 치부하고 있 었다.

허세라 하기에는 줄리앙의 목소리 에서 강한 자신감이 배어 나왔다. 자신감이 전염되듯 사제들에게도 전해지면서 바닥을 치던 사기가 회 복되었다.

허나 아주 불안요소가 없는 건 아 니었다.

줄리앙은 여전히 최강현이 보이지 않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마지막 상자 쟁탈전 때 끝까지 모 습을 드러내지 않았어. 기회를 엿보 다가 마지막에 상자를 탈취하러 나 설 거라 여겼는데 그것도 아니었어.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모습이 보여야 의도를 파악하든가 말든가 할 거 아닌가.

최강현이란 불안요소가 있는 한 섣 불리 작전을 짤 순 없었다.

그레이트 모스들이 북쪽 해변으로 접근해 올수록 분진의 밀도가 점점 높아졌다.

줄리앙 세력의 후미가 분진의 영향 권에 휘말리면서 황색 가루를 들이 마셨다.

처음에는 몇 번 들이마셔도 별탈 없이 달리는가 싶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분진을 많이 들이마신 사람부터 한 명씩 음 직임이 몇기 시작했다.

“모,몸이 안 움직여!”

“교주님! 돌아보지 말고 뛰십시오! 분진을 마시면 마비가 됩니다!”

“교주님을 부탁하네! 우린 신경 쓰 지 말고 교주님부터 대피시키게!”

후미에서 달리던 세 사람의 몸이 굳었다.

세 사람은 어서 가란 의미로 손을 흔들다가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되었 다.

분진에 마비독이 섞여 있었던 건 가!

다들 독 면역 스킬이 있긴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독 면역 스킬은 마나가 들지 않는 스킬에 포함된다. 마나가 들지 않은 스킬이 봉인되었기 때문에 마비독에 중독된 것이었 다.

18명 중에서 3명이면 적지 않은 숫자다.

이렇게 잃어선 안 될 병력이지만 구하러 갔다간 다른 사람까지 휘말 릴 게 뻔했다.

사제들도 그걸 알기에 이를 악물며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나 오직 줄리앙만이 뒤처진 자 들을 버리지 않고 구조에 나섰다. 줄리앙은 마나로 이루어진 얇은 와 이어를 소환하여 세 자루의 레이피 어에 묶었다. 그리곤 차례대로 뒤를 향해 던졌다.

“한 사람이라도 아쉬울 때입니다.

결코 버려선 안 됩니다.”

줄리앙이 소환한 로프는 ‘오오라 와이어’란 스킬로,마나를 소모하여 갖가지 속성을 부여할 수 있는 와이 어를 소환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 다.

거기다 카심과의 전투에서도 선보 였던 ‘소드 컨트롤’이란 스킬을 이 용해 검을 원격조종했다.

와이어를 달아 놓은 레이피어 세 자루가 뒤를 향해 날아가선 각각 세 사제의 몸을 묶었다.

그와 함께 줄리앙이 검지를 까닥이 자 레이피어가 되돌아오면서 세 사 제를 끌고 왔다.

마비된 자들의 피를 빨아먹으려던

그레이트 모스들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주둥이로 모래를 파헤치는데 그쳤다.

레이피어가 세 사제를 데리고 줄리 앙이 있는 곳까지 날아왔다.

줄리앙은 모래사장에 질질 끌려오 는 세 사제를 두고 다른 사제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밀림으로 들어가야 하니 분담해서 마비된 분들을 업으십시오. 바람을 등지면 적어도 분진의 위협에선 벗 어날 수 있겠죠.”

이쯤 되니 줄리앙도 마지막 상자가 북쪽 해변에 배치된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공략자들을 북쪽에 몰아넣기 위해

서 마지막 상자를 북쪽 해변에 배치 했구나!

어쩌면 최강현 세력은 이 사실을 사전에 알고 미리 몸을 뺀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줄리앙은 최강현을 과대평 가하고 있다 여긴 나머지 고개를 가 로저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어떻게 그 놈만 북쪽이 위험하다는 걸 사전에 알아차리겠어? 그래도 최강현에게 따로 꿍꿍이가 있는 것만은 분명해. 무슨 꿍꿍이인지가 중요한데…… 생각에 잠겨 있기에는 상황이 녹록 치 않았다.

그레이트 모스들이 방향을 틀어 줄

리앙 세력을 추격해 왔다.

따라오는 그레이트 모스의 숫자는 눈대중으로 세어도 30마리가 족히 넘는다.

사냥은 금물이다.

스텟 감소를 감수하며 그레이트 모 스를 잡는다?

누구 좋으라고?

그레이트 모스를 죽이지만 않으면 스렛이 감소하지 않는다.

줄리앙은 레이피어에 마나 블레어 드를 부여하여 그레이트 모스에게 날렸다.

레이피어가 그레이트 모스 무리 사 이를 유려하게 날아다니면서 각 개 체의 날개에 상처를 입혔다.

서격! 서격! 서격!

그레이트 모스의 날개가 쩌억 벌어 지면서 똑바로 날지 못하고 균형을 잃었다.

앞서 날던 녀석들이 비틀거리다가 다른 그레이트 모스와 부딪쳤고,연 쇄 충돌이 일어나면서 그레이트 모 스들이 도미노처럼 바닥에 고꾸라졌 다.

부딪치는 과정에서 그레이트 모스 한 마리가 다른 그레이트 모스에게 깔려서 사망했다.

뿌직!

바퀴에 깔린 벌레마냥 그레이트 모 스의 몸이 찌부러졌다.

덩치만 커다랗지 약하기 짝이 없었

다.

오로지 스렛 감소만을 목적으로 만 들어진 몬스터라 일부러 죽기 쉬운 몸뚱이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의도치 않게 줄리앙의 총 스텟이 10퍼센트 감소했다.

사제들이 당황하여 줄리앙을 보았 다.

줄리앙은 팔을 휘저어 괜찮다는 제 스처를 취했다.

“이걸로 시간은 벌었습니다. 밀림 으로 들어가서 숨을 곳을 찾도록 하 죠이번 2단계에선 그레이트 모스나 다른 공략자와 마주치지 않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했다.

다른 세력은 공략을 해야만 하는 입장이니 어쩔 수 없이 그레이트 모 스를 사냥해야 할 것이다.

들키지 않고 숨어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세력의 전력 약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게 줄리앙 세력은 숨을 곳을 찾아 밀림 깊숙한 곳으로 내달렸다.

*

그레이트 모스가 떠난 북쪽 해변. 모래사장 위에 물웅덩이가 생겨났 다.

물웅덩이는 모래에 스며들지 않고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더니 곧 사람 형태를 띠었다.

강현은 물의 유희를 해제하며 전투 의 흔적이 남은 모래사장을 살폈다. 모래사장에는 세븐즈 교 사제의 시 체와 커뮤니티 조직원의 시체가 널 브러져 있었다.

그들이 입고 있는 제복을 살피던 강현이 저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만 족스러워 했다.

“사이즈는 딱 맞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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