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화
카심의 움직임을 개전 신호 삼아 양쪽 세력이 나무상자를 향해 돌격 했다.
먼저 나무상자에 도달한 건 카심이 었다.
그러나 카심은 나무상자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지나쳤다.
그것보다 줄리앙을 죽이는 게 먼저 다.
줄리앙을 죽이면 줄리앙 세력이 와 르르 무너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나무상자는 덤으로 손에 들어온다. 카심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줄리앙이란 자는 세븐즈 교의 교주
다!
줄리앙을 죽이면 덩달아 세븐즈 교 의 숨통이 끊어진다.
그러니 나무상자에 눈이 갈 리가 있나.
줄리앙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오 로지 카심만 보며 정면으로 부딪쳐 왔다.
“흐읍!”
짧은 기합과 함께 카심이 주먹을 뻗었다.
줄리앙이 역수로 쥔 레이피어를 위 로 올려치며 카심의 건틀릿 아랫부 분을 긁었다.
끼이이이!
마나 건틀릿과 마나 블레이드가 마
찰을 일으키면서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카심은 배에 힘을 주며 억지로 주 먹을 끝까지 뻗었다.
주먹이 위로 튕겨 나가지 않고 뚝 심 있게 밀고 들어가면서 줄리앙의 얼굴을 노렸다.
줄리앙은 상체를 옆으로 기울이며 머리의 무게까지 온전히 실어서 상 단차기를 시도했다.
언제 부여했는지 줄리앙의 발에 마 나가 맺혀 있었다.
카심은 팔을 교차하며 왼손으로 줄 리앙의 발목을 잡았다.
“혀로 재주만 부릴 줄 아니는 게 아니라 몸으로 재롱도 피울 줄 아는구나!”
타월을 휘두르듯 줄리앙의 몸을 바 닥에 내동댕이쳤다.
왜소한 체구이긴 해도 7야eg가 넘 는 체중을 한 손으로 내동댕이쳐? 노인까진 아니더라도 적다고만은 볼 수 없는 나이다.
50에 가까운 나이로 저만한 근력 이라니.
분명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나는 노력을 했을 거다.
하지만 화려함에 비해 실속은 없었 다.
단단한 바닥이라면 모를까,푹신한 모래바닥이라 줄리앙이 받은 피해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카심은 모래바닥에 쓰러진 줄리앙 에게 주먹을 내리꽂으려 했다.
그런데 나무상자를 노리고 움직이 던 사제들 중 일부가 줄리앙을 돕기 위해 가세했다.
“교주님이 위험하시다! 교주님을 구해라!”
“교주님! 가세하겠습니다!”
다급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줄리앙 의 직함을 외치며 달려드는 사제들 이었다.
사제들이 무기를 뻗으면서 검이며 창,둔기 등의 날붙이가 카심의 실 드를 두드렸다.
카앙! 캉! 채앵!
힘차게 두들겨 보지만 계란으로 바
위치기에 불과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도 후하게 쳐준 감이 있다.
깃털로 바위 깎기 정도?
카심의 실드 스텟은 6만.
마나가 부여되지 않은 무기로 두들 겨서 벗겨 내려면 한 세월을 두드려 야 할 거다.
떨어지는 낙엽을 두고 위협을 느끼 는 자가 있을까?
카심은 폭풍과도 같은 연격 속에서 주먹을 들어 옆으로 뻗었다.
“날파리들이 귀찮게 날아다니는구 나.”
호기롭게 주먹을 뻗어서 사제들을 공격했다.
사제들은 카심의 공격에도 전혀 두 려워하지 않았다.
높은 실드 스텟과 압도적인 카리스 마를 내뿜고 있긴 해도,현재 카심 의 마나 스텟은 고작 300? 400에 불과할 터.
그랜드 오러가 아닌 마나 건틀릿을 쓰고 있는 게 그 증거다.
현재의 마나로 가할 수 있는 공격 이라 해 봤자 기껏해야 300-400 수준.
사제들 전원 실드 스렛이 700 이 상이니 데미지 2, 000까진 어렵지 않 게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사제들의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카심의 주먹이 사제 중 한 명의 얼굴을 가격하더니 공격당한 사제의 머리가 수박 터지듯 갈라졌다.
퍼영!
예기치 못한 상황에 사제들이 주춤 거렸다.
“시,실드를 뚫었어!”
“보구도 없는데 어떻게……
“조심해라! 놈은 수작을 부리고 있 다!”
수작 좋아하시네.
명색이 커뮤니티의 수장이다.
스킬이 몇 개나 되는 줄 아는가?
봉인된 것은 마나를 쓰지 않고 발 동할 수 있는 스킬 뿐.
마나를 소모하는 스킬은 마나만 있
으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카심쯤 되면 실드를 부수는 스킬을 넉넉하게 3? 4개는 익혀 놓는다. 발현한 스킬을 개별 봉인하거나, 강제 스킬 교환을 시도하는 경우를 대비한 비책이다.
사제들이 카심을 붙잡고 있는 동안 줄리앙이 일어나며 레이피어로 하단 긋기를 시도했다.
줄리앙의 레이피어가 카심의 발목 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카심은 지면에 깔리듯 날아드는 단 검을 위세 좋게 발로 짓밟았다.
푸욱!
어찌나 세게 밟았는지 레이피어 날 이 모래에 파묻혔다.
줄리앙은 레이피어를 놓으며 황급 히 몸을 뒤로 물렸다.
피하기 무섭게 줄리앙이 서 있던 자리에 카심의 주먹이 떨어졌다.
투응!
모래가 사방으로 튀면서 산산이 흩 어 졌다.
줄리앙이 자세를 고쳐 잡으며 핏기 없는 입술을 달싹였다.
“무식하게 주먹을 휘두르는 걸 보 니 수령보단 두목이란 호칭이 어울 릴 것 같군요.”
카심은 줄리앙에게 시선을 둔 채로 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카심의 발에 밟혀 있는 레이피어 외에 한 자루의 레이피어가 더 있었는데,그걸 언제 던졌는지 뒤에서 레이피어가 날아들고 있었다.
하단 긋기는 시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일 뿐.
몰래 레이피어를 옆으로 던져 스킬 로 원격조종하여 카심의 목을 치려 고 한 것이었다.
카심은 날아들던 레이피어의 칼날 을 덥석 잡고선 날을 부러뜨렸다. 쨍강!
“그쪽도 음험한 걸 보니 교주보단 사기꾼이란 호칭이 어울리겠군.”
“어깨에 힘줄 만한 능력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요. 그래도 이 싸움은 저희가 이겼습니다.”
카심을 묶어 두는 게 원래 목적이
었다는 양 입을 놀리고 있었다. 나무상자가 세븐즈 교의 손에 넘어 간 건가.
뒤를 보게 할 수작일지도 모르기에 한 귀로 흘려 넘겼다.
그런데 측면에서 묵직한 물건이 물 에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첨벙!
측면을 힐끗 보았는데 나무상자가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나무상자를 취하는 게 아니라 바다 에 버린 것이다.
아무리 봐도 미친 짓으로밖에 보이 지 않았다.
“뭐하자는 짓거리냐?”
줄리앙은 사제복 안쪽에서 예비 레
이피어를 꺼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 다.
“신화급 웨이브 공략을 막는 게 본 교의 사명. 이걸로 당신들은 영영 제3신화급 웨이브를 공략할 수 없습 니다.”
“그랬다간 네놈도 평생 여기 갇혀 살아야 할 텐데?”
“저와 몇몇 사제들이 희생해서 세 상을 지킬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거지요.”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테라 시 스템에서 파생된 존재들을 지키겠다 고? 우리가 누구 때문에 고향을 잃 고 이따위 미친 곳에서 지내게 되었 는지 잊었나?”
“테라 시스템 덕분에 만인의 머리 위에 올라서신 분이 그런 말씀을 하 시면 곤란하지요.”
“머리가 시건방짐을 따라가진 못하 는구나.”
“무슨 소리를?”
카심이 제자리에서 정권을 내질렀 다.
건틀릿이 허공을 때리면서 후폭풍 이 발생하여 줄리앙을 뒤로 밀쳤다. 그와 함께 카심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비행 스킬의 일종인 ‘부유술’이었 다.
날개를 조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날개를 소환하는 스킬보다한 단계 위로 평가되고 있다.
대신 등급은 드림윙과 똑같은 SSS 급 스킬인데,그 이유는 드림윙보다 마나를 3배나 많이 잡아먹기 때문이 다.
마나가 많이 드는 스킬임에도 불구 하고 카심은 자유자재로 부유술을 시전 했다.
뿐만 아니라 방금 권풍을 내뿜은 스킬이나 실드를 부수는 스킬 등 사 용한 스킬 하나하나가 마나 소모량 이 많은 스킬들이었다.
어떻게 카심은 고작 300언저리밖 에 되지 않는 마나 스텟으로 모든 기술을 감당할 수 있는 걸까?
그 비밀은 바로 카심의 회복 스렛
에 있었다.
회복 스텟만 1만 포인트에 달하는 카심이다.
회복 스텟이 1만을 넘어가면 회복 이 빠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마나량 이 줄어들지 않게 된다.
물론 그랜드 오러는 한꺼번에 500 분량 이상의 마나를 소모하여 틀을 만들어야만 생성되기 때문에 회복력 이 빠르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비유하자면 비행기가 날아오르려면 일정 이상의 속력이 필요한 것과 같 달까.
“부유 스킬로 건져 낼 심산인가!”
줄리앙이 뒤늦게 레이피어를 원격
조종하여 카심에게 날렸다.
그러나 레이피어를 쏘아 보내기도 전에 카심이 가라앉던 나무상자를 건져 냈다.
카심은 나무상자의 뚜껑을 우악스 럽게 잡아 뜯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끄트머리 에 광대 인형이 달린 용수철이 튀어 올랐다.
띠용? 띠용?
깜짝 상자?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드링큰 크라운 이 개자식!
잠깐 동안 허무함이 느껴지나 싶더 니 강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근데 마지막 상자의 깜짝쇼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용수철 끄트머리에 달린 광대 인형 의 실밥이 터지면서 마나 환약 10 개가 갑자기 사방으로 퍼졌다.
마나 환약이 바닷물에 빠지면서 부 질없이 가라앉았다.
카심이 반응할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실밥이 터진 인형이 용수철 끝에서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는 것이,꼭 이리 말할 것 같았다.
‘마나 환약 10알? 들어 있긴 해. 근데 준다고는 안 했어.’
카심은 나무상자에 건틀릿 손가락 자국을 남기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곤 나무상자를 바닷물 속에 내동댕이쳤다.
“드링큰 크라운! 빌어먹을 몬스터 놈이!”
북쪽 해변의 전투 결과.
카심 세력은 3명으로 줄었고,줄리 앙 세력은 18명으로 줄어들었다.
더불어 카심이 마지막 상자를 개봉 함으로서 1단계 클리어 조건이 충족 되었다.
열 받은 카심을 희롱하듯 드링큰 크라운의 목소리가 무인도 전역에 전달되었다.
“여러분 1단계 공략 클리어를 축하 드립니다. 몸 풀기는 여기까지만 하 고 본격적으로 시작해 봅시다. 안 그러면 저 드링큰 크라운이 지루해서 졸지도 모르니까요. 드링큰 크라 운이 드르렁. 깔깔깔!”
“닥치고 마나 환약 10알이나 내놔 라! 공략 증에 이 무슨 장난질이더 냐!”
“장난질이라뇨? 전 있는 그대로 말 씀드렸을 텐데요? 마나 환약을 챙기 지 못한 건 본인 책임이지,저 드렁 큰 크라운을 욕해선 안 되지요.
멍 청한 항의는 기각하기로 하고 바로 2단계로 넘어가겠습니다. 아실지 모 르겠지만 무인도 전역에는 그래이트 모스란 이름의 몬스터가 고치 상태 로 잠들어 있었답니다.
2단계에선 성충이 된 그레이트 모스가 고치에 서 빠져나올 예정이지요. 우리 귀여운 흡혈 나방들은 고치에서 나온 직 후엔 배가 고파서 피를 찾게 되니까 열심히들 상대해 보세요. 그레이트 모스를 전부 처리하면 3단계로 넘어 가겠습니다.”
드링큰 크라운의 목소리가 끊기면 서 신경 긁는 목소리의 여운이 메아 리처럼 울려 퍼졌다.
공지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제3신화급 웨이브에 있는 공략자들 의 머릿속에 일일이 그레이트 모스 에 대한 정보가 흘러들어 왔다.
[주의! 성충이 된 그레이트 모스를 처치할 때마다 그레이트 모스의 숨 통을 끊은 자의 모든 스텟이 10퍼센트씩 감소합니다(누적 적용).]
성충이 된 그레이트 모스를 사냥하 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공략법. 단순한 대신 치명적인 페널티가 존 재했다.
1마리 처치당 모든 스렛 10퍼센트 감소.
누적 적용.
총 스렛 1만이라 치고 한 마리 죽 이면 9천,두 마리 죽이면 8, 100, 세 마리 죽이면…….
다른 건 몰라도 제3신화급 웨이브 공략의 핵심인 마나 스렛이 줄어드 는 건 뼈아프다.
카심 세력과 줄리앙 세력은 2단계
대비를 위해 서로 물러나면서 소강 상태에 빠졌다.
더하여 밀림이 들썩이나 싶더니, 사전에 공지된 그레이트 모스들이 날아올랐다.
전방에서 소위 말하는 ‘팅커벨 나 방’과 같은 외견이었는데,날개 길 이만 1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놈들 약 40마리가 날개를 퍼덕였다. 그나마도 강현이 애벌레 상태일 때 10마리를 줄여 두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50마리가 날아올 랐을 거다.
그레이트 모스들은 북쪽 해안 방향 으로 날개를 퍼덕였다.
휘이엉!
곧이어 카심 세력과 줄리앙 세력은 심상치 않은 현상을 목격하게 되었 다.
그레이트 모스의 날개에 묻어 있던 황색 분진이 자욱하게 흩날리더니 바람을 타고 북쪽 해안으로 몰려오 고 있었다.
황사를 연상케 하는 분진을 두고 좋지 않은 낌새를 느낀 카심이 조직 원들을 향해 힘껏 외쳤다.
“분진을 들이마시지 마라! 바다 속 으로 뛰어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