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51화 (351/381)

351 화

강제 입장은 일반적인 입장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시야가 비틀리면서 어지럼증이 느 껴지더니 금방 시야가 복구되었다. 도착한 곳은 해변이었다.

바다 쪽으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고,섬 안쪽에는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밀림이 펼쳐져 있었다.

해변에서 보이는 풍경만으로는 전 체 지형을 알 수 없었다.

‘밀림을 배경으로 공략해야 하는 곳이려나. 표지판은…… 안 보이는 군.’

웨이브에 입장하면 항상 표지판이

있었던지라 표지판이 없는 상황이 영 익숙하지 않았다.

아마 기다리면 따로 안내를 해 주 지 않을까 싶다.

사전에 가호 타입의 보구는 입장 후에 무력화시킨다고 말하지 않았던 가.

그러니까 기다리면 가호 타입 보구 를 무력화시킬 수단을 주면서,제3 신화급 웨이브 공략법에 대해 알려 줄 거다.

잠시 기다리니 하늘에 커다란 공이 나타났다.

지름 수십 미터에 어지간한 아파트 한 채쯤은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였 다.

공에 세로 곡선이 촘촘하게 그어져 있으며,갖가지 화려한 색으로 칠해 져 있는 것이 마치 서커스에서 공 타기 재주 때 쓰는 공과 비슷한 느 낌이 었다.

이어서 공 위에 광대가 올라타며 서커스를 개시하는 양 멋들어지게 인사를 하였다.

“반갑습니다,공략자 여러분. 저는 제3신화급 웨이브의 주인 드링큰 크 라운이라고 합니다. 오,다들 좋은 얼굴을 하고 계시군요.

역시 카니발 에서 손꼽히는 분들답군요. 여러분 들을 모신 건 다름이 아니라 서로 싸워 주셨으면 해서 말이죠. 언제까 지고 카니발에서 노닥거리며 살아갈순 없지 않습니까? 언젠가 우열을 가려야 할 사이라면 지금 마음껏 치 고받고 죽이십시오. 저 드링큰 크라 운은 여러분이 어떤 추태를 부릴지 매우 기대하고 있답니다.”

광대 분장의 특징 중 하나는 가만 히 있어도 웃는 얼굴로 보이는 분장 을 한다는 거다.

광대 분장에 악의 가득한 미소가 더해지니 괴기스럽기 짝이 없었다. 무엇보다 말투가 무척 거슬린다. 경어를 쓰면서 꼬박꼬박 사람 신경 을 건드리는 말만 늘어놓고 있다.

변성기가 오기 전의 사내아이 톤에 일일이 콧소리와 비아냥거리는 투를 섞어서 듣기만 해도 짜증이 저절로 올라오는 목소리였다.

게다가 관객을 웃겨야 할 광대가

역으로 자신을 즐겁게 해 달라고 하 다니.

모순이 따로 없다.

드럼큰 크라운은 강현이 있는 쪽을 한 번 보고,오른쪽을 한 번 보고, 왼쪽을 한 번 보았다. 그러곤 갑자 기 찌그러진 양은냄비마냥 얼굴을 구겼다.

“보구를 들고 오지 말라고 했는데 위반한 자가 있군요. 저 드링큰 크 라운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자를 매 우 싫어합니다. 마음 같아선 가죽을 벗겨 버리고 싶지만 시작부터 여러 분들의 사기를 꺾으면 안 되겠죠?

즉사로 봐 드리겠습니다.”

드링큰 크라운이 왼쪽 방향으로 검 지를 뻗었다.

검지 끝에서 흰색 빛줄기가 뻗어 나오더니,강현의 위치에선 보이지 않는 먼 곳에 떨어졌다.

겉보기에도 보통 위력이 아닌 공격 이었는데도 파공음 한 점 들리지 않 는다.

응축된 마나를 쏘아 보내어 일절 힘 낭비 없이 대상의 몸을 관통하는 스킬인 것으로 추정된다.

강현은 드링큰 크라운의 행동에서 카심 세력과 줄리앙 세력의 위치를 알아냈다.

‘아까 날 보고 오른쪽과 왼쪽을 번

갈아 본 건 공략자들의 위치를 확인 한 거였군. 지도상 위치로 따지면 서로 삼각형 형태로 대치하고 있는 꼴일 거고……

이모저모 따지며 상황을 분석하고 있는데 드링큰 크라운이 말을 이었 다.

“나머지 분들은 제대로 약속을 지 키셨군요. 아주? 좋은 자세입니다. 인간들 사이에선 1위,2위,3위라도 인간은 인간이죠. 여러분은 좀 더 주제를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네 요.

여러분이 같잖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도 저? 언? 부 테라 시스템 덕분인 걸 알아야지요. 잠깐 이야기 가 옆으로 샜는데 이어서 진행하겠습니다. 아직 여러분에겐 가호 타입 의 보구가 있을 테죠. 그래서 이 드 링큰 크라운이 따로 가호 타입을 무 력화시키는 방법을 준비했단 거 아 닙니까.”

드렁큰 크라운은 엄지에 무언가를 얹곤 동전 튕기듯 공략자들을 향해 물건을 튕겨 주었다.

오른쪽 방향으로 튕기고,왼쪽 방 향으로 튕기고,이윽고 강현이 있는 방향으로도 튕겼다.

허공에 반짝거리는 빛줄기가 그어 지더니 강현의 발치에 썰 모양의 보 구가 떨어졌다.

강현은 썰을 주워다가 감정서를 붙 여 보았다.

[가호 무력화 가히

등급 : 없음

타입 : 가호

특성 : 앞으로 읽어도 가호 무력화 가호. 반대로 읽어도 가호 무력화 가호. 가호를 붙이면 제3신화급 웨 이브 내에선 가호 타입의 보구가 무 력화된다. 제3신화급 웨이브 바깥으 로 나가면 저절로 사라진다. 붙이지 않으면 드링큰 크라운의 제재가 가 해질 것(단,번역의 가호는 예외로 친다).

강현의 몸에 깃들어 있는 가호라 하면 아나리스의 가호,타이탄의 가호,레비아탄의 가호,천둥구름의 가 호,성녀의 수호령이 있다.

아나리스의 가호가 무력화되면 명 계의 서로 레벨업을 할 때마다 보너 스 포인트를 6씩 손해 보는 셈이라 그 부분만 빼면 별다른 타격은 없었 다.

가호 타입의 보구는 보구를 신체 부위에 대고 마나를 부여해야만 사 용할 수 있다.

강현은 가호 무력화 가호 썰을 팔 에 대고 마나를 부여했다. 그러자 종이가 녹아내리면서 몸 안에 스며 들었다.

내친 김에 상태창도 확인해 두고자 했다.

'여기 입장하면 마나 스텟이 0으로 고정된다고 했었지. 확인이나 해 둘 까.’ 이곳에 들어온 직후부터 몸 안의 마나가 사라지더니 마나통이 텅 비 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 마나 스렛이 0이 되었는지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최강현(LV. 353)]

관통 6, 060

무적 703

무위 750

마나 0

보급 704

보너스 포인트 : 0

보유스킬 : 각성의 서(?),세이덴의 독주머니(?),마나폭검(?),석상 호 걸의 갑옷(기,쉐도우 리퍼의 외갑 (?),명계의 서(?),위치 되감기(?), 개화의 서(?),제왕의 화염검(S),군 단의 서(?),석화의 마안(?),엘레멘 탈 웨펀(기,개방의 서(?),업적의 서(?),매혹(?),해신의 축복(?), 드 림 윙(?),초월의 서(?),투영(?),비 밀의 서(?),마도의 서(?),물의 유 희 (?)

특수능력 : 간파,분할,파악.

정말로 마나 스렛이 0으로 바뀌어 있다.

보급 스렛의 효과로 생겨난 마나

보급고에 있던 마나까지 싹 다 텅텅 비어 있었다.

‘CP로 마나 스렛을 사도 올라가지 않는군.’ 마나 스렛이 0으로 고정되었으니 올리려 해도 올라가지 않는 게 당연 했다.

마나가 없으니 순수 체술로만 싸워 야 한다.

물론 강현에겐 보구가 아닌 일반 무기,허물검이 있다.

'아니면 따로 마나를 쓸 수 있는 요소가 마련되어 있을지도. 상위 랭 커끼리 붙여 놓고 마나 없이 투닥거 리는 시시한 짓은 시키지 않겠지?’ 제1신화급 웨이브와 제2신화급 웨이브는 순진(?)해 빠진 아인족만 상 대했기에 다소 손맛이 부족한 감이 있긴 했다.

그나마 상대할 만한 건 신수들뿐이 었지.

아무래도 제3신화급 웨이브에선 질 리도록 손맛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호 무력화 가호 배분이 끝나자 드디어 공략에 대한 부분이 거론되 었다.

드링큰 크라운은 공 위에 걸터앉아 있다가 펄쩍 뛰어오르며 한 발로 공 위에 올라섰다.

“자! 여러분! 저 드링큰 크라운의 영역 1층 공략은 매우 간단합니다! 무인도 밀림 속에 무기 상자 15개를 놔두었으니 각자 알아서 열심히 찾으십시오. 15개의 상자가 모두 열 리면 자동으로 1단계 공략이 클리어 됩니다. 저 드링큰 크라운은 최상층 에서 여러분이 허덕이는 걸 즐길 테 니 모두 분발해서 상자를 찾아 주시 길 바랍니다,깔깔깔.”

뿅!

드링큰 크라운이 한 발로 서서 빙 글빙글 돌다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제3신화급 웨이 브 공략이 시작되었다.

다른 신화급 웨이브와 다르게 아인 족이 없고 카니발 상위 랭커끼리 경 쟁을 펼쳐야 하는 구조다.

1층 공략법은 밀림에 있는 15개의

상자를 모두 여는 것.

일단 밀림 안으로 들어가는 게 급

선무다.

강현은 밀림 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1층 공략의 의도를 분석해 보았다.

‘단순하게 상자만 열고 끝날 리가 없지. 이 상황에서 가장 생각해 볼 수 있을 만한 건 경쟁심리를 부추기 는 건가? 상자 안에 도움이 될 만 한 물건이라도 들어 있나 보군.’

얼마쯤 달리다 보니 얼기설기 얽힌 양치식물 사이로 갈색 나무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한 변의 길이가 30cm쯤 되는 정사 각형 나무상자였다.

운이 좋아 쉽게 발견했다기보단 처

음부터 발견하기 쉬운 곳에 배치해 둔 느낌이 강하게 풍겼다.

강현은 나무상자에 다가가서 상자 위아래와 옆면까지 모두 살펴보았 다.

뭐라도 장치가 되어 있거나 열기 위한 조건이 따로 있거나 할 줄 알 았는데 아무런 장치도 없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나무 상자다.

한번 열어나 볼까?

상자 윗부분을 열어젖히자 내용물 이 나타났다.

내용물은 철로 만든 단검 한 자루 와 푸른색 환약 2알,가죽 침낭,푸 드스톤 12개였다.

단검을 보고 있자니 무기를 가져오 지 말라고 한 이유가 고작 이거였나 싶었다.

'무기 쟁탈전을 벌이게 하려고 보 구를 가져오지 말라한 거였군. 그래 봤자 보구가 아닌 일반 무기 정돈 다들 챙겼을 텐데 말이지. 경쟁심리 를 이용하고 싶었던 거라면 이걸론 어림도 없어.’

혹시 몰라 단검에 감정서를 붙여 보았다.

허나 감정서에는 아무런 등급이 붙 지 않는 평범한 일반 단검이라고 표 기되 었다.

궁금한 건 환약 쪽이다.

나무상자 안에 있는 물건 중에서

유일하게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물 건이다.

환약에 감정서를 붙이자 가볍게 넘 길 수 없는 문구가 표기되었다.

[제3신화급 웨이브용 마나 환약]

등급 : 없음

타입 : 영약

특성 : 제3신화급 웨이브에선 마나 스렛이 0으로 고정됩니다. 대신 마 나 환약을 먹으면 제3신화급 웨이브 에 한정하여 환약 1개당 마나 스렛 이 50씩 상승합니다. 해당 환약으로 올린 스텟은 CP로 교환할 수 없습 니다.

이건 좀 크다.

공략자 전원이 마나를 쓸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마나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물건이잖은가.

50이면 적은 감이 있지만 마나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만으로도 목 숨 걸고 쟁취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혹시 가죽 침낭이나 푸드스톤에도 따로 효과가 있는 거 아닐까?

확인해 둬서 나쁠 건 없지.

가죽 침낭과 푸드스톤에 감정서를 붙이자 사람 약올리는 문구가 표기 되었다.

[가죽 침낭]

등급 : 없음 타입 : 없음

특성 : 뭔가 있을 줄 알았나? 그딴 건 존재하지 않아. 뻔뻔하기는.

[푸드스톤 : 피시 앤 칩스 맛]

등급 : 없음 타입 : 없음

특성 : 뭔가 있을 줄 알았나? 그딴 건 존재하지 않아. 뻔뻔하기는.

이건 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드링큰 크라운이니까 직역하면 술 취한 광대인가.

취객답게 진상짓을 해 놓았군.

아공간 주머니가 없기 때문에 물건

을 챙길 때 부피를 고려해서 챙겨야 한다.

이번에는 아공간 주머니를 대체하 기 위해서 작은 배낭을 메고 온 참 이다.

침낭이 필요할 경우가 있을지 모르 니 배낭 위에 매달 듯이 연결해서 짊어지고 다니기로 하였다.

음식이야 두말할 것도 없이 중요한 요소이니 푸드스톤은 배낭에 넣었 다.

강현은 단검을 허리띠의 홀더에 끼 워 두고 마나 환약 2알을 섭취하였 다.

이걸로 마나 스렛 100을 확보해 뒀다.

마나 환약 덕에 스텟이 100을 찍 으면서 마나 스렛이 정제마나 스렛 으로 각성했다.

정제마나 스렛의 효과는 ‘마나 스 렛 효율 2배 증가’이니까 실질적으 론 200의 마나를 얻은 셈이었다. 물건을 다 챙긴 후에 배낭끈을 조 이고 있는데 별안간 싸한 느낌이 등 줄기를 타고 흘렀다.

불길한 나머지 뒤를 돌아본 순간.

빽빽하게 겹쳐져 있는 수풀에서 사 람이 뛰쳐나왔다.

가슴팍에 C문양 배지를 달고 있는 자가 강현의 턱을 노리고 주먹을 날 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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