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화
엔티티엔.
신 지역장 제례미가 관리했던 구역 으로 한때 예술의 도시라 불렸었다. 그러나 강현에게 깨진 이후로 엔티 티엔의 상황은 격변했다.
강현에게 대항하려고 쉘터를 팔아 CP를 마련했더니 정작 강현은 제 갈 길 가 버렸다.
대신 해상 카르텔이 나타나선 제례 미를 죽이고 엔티티엔을 차지해 버 렸다.
해상 카르텔의 두목 리카르도는 제 레미에게 뺏은 CP와 자신이 가진 CP를 합쳐 10성급 쉘터를 세웠다.
10성급이면 바빌론 다음 가는 규 모다.
커뮤니티가 총력을 기울여 키운 바 빌론만이 유일한 13성급 쉘터이며 그 밑으론 10성급 쉘터밖에 없었다. 11성과 12성급 쉘터는 13성급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효율이 꽝이라서, 11성급 쉘터를 지을 바엔 10성급 쉘터와 8성급 쉘터를 1개씩 세우는 게 훨씬 나았다.
리카르도의 지배가 시작되면서 엔 티티엔은 카니발 역사상 최악의 도 시로 변했다.
“CP…… CP를 가져왔으니까 약을 줘!”
“아저씨,롱 15 숏 8이에요. 깎아
달라고요? 깎을 걸 깎아야죠.”
“소매치기야! 저 새끼 소매치기야! 으헉!”
해상 카르텔에서 판매하는 마약에 중독된 자들,업소로 들여 놓고 바 가지 씌우려고 안달난 매춘부,소매 치기를 쫓아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기다리고 있던 패거리에서 매타작을 맞는 사람 등.
골목마다 보구와 스킬을 이용한 범 죄가 끊이지 않고,그 누구도 치안 에 신경 쓰지 않는 곳.
무법지대가 따로 없다.
쉘터 안이 통째로 거대한 똥통이 되어 버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
배층인 해상 카르텔이 직접 마약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배층에서 마약을 풀고 있으니 마 약중독자가 줄어들 리가 있나.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리가 없 다.
더군다나 약에 쩔은 중독자들이 성 실히 일을 해서 CP를 사서 약을 한 다?
어림없는 소리.
약은 하고 싶고,CP는 없으니 범 죄에 손을 댈 수밖에.
해상 카르텔 측에선 ‘손때 묻은 CP든,깨끗한 사냥 CP든,CP는 CP 다!’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범죄율이 높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있다.
억지로 붙잡혀 살던 시민들은 커뮤 니티의 지배 하에 있을 땐 커뮤니티 를 욕하다가,막상 더한 무법지대에 서 살게 되자 커뮤니티 지배시절을 그리워했다.
‘그래도 그때가 살기엔 좋았어.’
한숨 섞인 한탄과 함께 그나마 정 상적인 사고를 지닌 시민들이 대거 도망가면서 엔티티엔은 범죄와 도박 의 도시가 되었다.
허면 엔티티엔과 카니발 대륙 북부 지방 일부를 점령하여 돈방석에 오 른 리카르도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리카르도는 산타마리아 호 갑판 위 에서 광란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돔7、돔스、둥少、I U-3 ■ ? uj -- T_3 --- ?
음량 확대 보구를 사들여 배 곳곳 에 설치하곤 갖가지 악기로 혼잡한 음악을 연주하였으며,갑판 일부를 들어내어 수영장을 만든 데다,남녀 구분 없이 반라로 돌아다니며 약과 술을 즐기고 있었다.
갑판 중앙에는 레슬링의 케이프 매 치 무대마냥 철창을 두른 무대를 세 워 사람들끼리 맨손으로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게 만들어 놓고 그 걸 보며 즐기는 중이었다.
싸우는 자들마저도 약에 절어 빚을 지고 잡혀 온 자들이었다.
로마 제국 네로 황제 시절이라도 재현하고 싶은 건지 갑판 위에 향락 과 유혈이 낭자하고 있었다.
빠각!
철창 안에서 강력한 타격음과 부러 진 이빨이 부유할 때마다 리카르도 가 손뻑을 치며 좋아했다.
“크하하하! 아프겠구만?. 좀 더 치 고 박아 봐! 흥을 돋우란 말이야!”
리카르도는 양옆에 약에 취해서 반 쯤 풀린 여자들을 끼곤 술을 병째로 입에 들이부었다.
과거에 비하면 정말 많이 출세했 다.
원래 세계에선 기껏해야 마약농장 에서 상품 포장이나 하던 놈이, 다 른 세계에서 몇 개나 되는 도시를 지배하는 지배자가 될 줄 누가 알았 겠는가.
카르텔 조무래기가 배운 거라 해 봤자 쌈박질하는 거랑 약 팔아먹는 수법,지저분한 놀이가 고작이다. 세력이 커진다고 해서 근본이 어디 가진 않는다.
리카르도에게 있어 엔티티엔을 비 롯한 각 쉘터들은 제 잇속을 불려 줄 마약 시장,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중독자가 많아지는 게 뭐 어때서?
중독자는 돈이야 돈.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좋지.
빨아먹을 거 다 빨아먹으면 철수하 고 다른 곳 가서 장사하면 되지. 건달 마인드와 장사치 마인드가 공 존하면서 혼돈의 도시 엔티티엔이 만들어졌고, 제2의 엔티티엔,제3의 엔티티엔을 만들 궁리를 하고 있는 리카르도였다.
“에라이! 둘 다 망가져서 재미없 다! 치워라,치워! 다음 놈들 끌고 와!”
빈 술병을 철창에 내던지며 야유를 보내고 있는데 문득 양옆의 어깨가 무거웠다.
고개를 좌우로 두리번거리니 불러 들였던 여자들이 약에 취해 헤롱거 리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리카르도는 여자들의 머리채를 붙 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꺄악!”
“여자들도 다른 물건으로 가져와!”
매일매일 여자를 갈아치우고 있지 만 이렇다 할 만한 여자가 없었다. 판에 박힌 듯 똑같은 화장에,약을 받고 싶어서 자존심 내팽개치며 꼬 리를 흔드는 여자뿐이다.
분위기가 없어 분위기가.
리카르도가 권태감에 빠진 얼굴로 턱을 괴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어 깨에 손을 올렸다.
뒤를 보니 검은 두건을 쓴 흑발 단발의 동양인 여성이 서 있었다. 동양인 여성을 본 순간 리카르도는 약 3초간 할 말을 잃었다.
두건과 커틀라스,흑백의 줄무늬 상의와 품이 넓은 바지.
일부러 복고풍 해적 복장을 하고
온 것 같은데,그마저도 무색하게 만들 만큼 매력적인 분위기를 풍기 는 여자였다.
전체적으로 귀여운 인상에 균형 잡 힌 몸매,자신감 넘치는 표정. 귀여움과 요염함과 도도함이 황금 비율로 섞여 있는 느낌이었다.
이 여자라면 정복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 느낀 순간.
여자가 싱그러운 미소를 띠며 말하 길.
“이 배 잘 쓸게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 다.
배를 잘 쓴다라.
여기에 배라면 산타마리아 호밖에 없지 않은가.
존재감조차 느끼지 못했던 여자가 나타나선 뜬금없이 배를 잘 쓰겠다 고 하니 머리가 따라가지 못했다.
리카르도는 여전히 상황파악을 하 지 못하고 작업 멘트를 날렸다.
“아가씨,못 보던 얼굴인데 배에는 처음 타나 보지? 마침 자리가 비었 으니 앉는 게 어때?”
“사양하죠. 임자가 있는 몸이라서 요.”
“크하하,귀여운 방식으로 튕기는 군. 동양인 아가씨,뭘 모르나 본데 내 배에 탔으면 내 명령에 복종해야 한단다. 말을 잘 들으면 왜 해적에겐 항상 두 자루의 커틀라스가 있다 고 말하는지 알려 주지.”
바지춤을 끌어올리며 또 다른 커틀 라스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리카르도 였다.
저질 농담이 날아드는 와중에 흑발 여자,아니 김혜림은 감정서를 꺼내 어 갑판 난간에 붙여 놓았다. 그러 곤 산타마리아 호의 특성을 낱낱이 파악하며 중얼거렸다.
“으흥? ,아하? ,이렇게 쓰는 거군. 그렇군 그렇군.”
뜬금없이 나타나선 배에 감정서를 붙이고 영문 모를 행동을 하고 있 다.
이쯤 되니 수상한 냄새가 풀풀 느
껴 졌다.
그러나 취기가 올라 사고회로가 정 지된 리카르도에게 빠른 판단을 내 릴 사고력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
리카르도가 지지부진 하는 동안 김 혜림이 움직였다.
김혜림은 산타마리아 호의 사용법 을 숙지하곤 발끝으로 갑판을 세 번 두드렸다.
툭! 툭! 툭!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산타마리아 호를 회수하겠다고 강하게 되뇌니 산타마리아 호가 변화를 일으켰다. 선체가 선두부터 적갈색 가루로 변 하면서 김혜림의 손 안에 모여들었 다.
가루는 한곳에 뭉쳐서 산타마리아 호의 축소 모형이 되었다. 산타마리아 호의 소유권을 지닌 자 가 산타마리아 호를 회수했을 때 나 타나는 현상이었다.
강현이 준 대도적의 두건과 카모플 라쥬 스킬의 합작이 일구어 낸 결과 물이었다.
산타마리아 호가 사라지면서 갑판 위에 있던 자들이 아래로 추락했다.
“으아아악!”
“뭐야! 배가 사라졌…… 으아아!”
“너무 마셨나. 몸이 허공에 붕 뜬 것 같은 게 영…… 꾸엑!”
절반은 떨어지면서 비명을 지르고, 절반은 약과 술에 취해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바닥과 충돌했다.
떨어진 것은 리카르도도 마찬가지
였다.
그나마 김혜림의 행동을 사전에 눈 치챘기에 떨어지기 직전에 십각 갑 주를 소환하였다.
모든 각 부분에 뿔이 돋아나 있는 독특한 모양의 갑주가 소환되면서 리카르도의 몸에 자동으로 착용되었 다.
'불,물,바람 속성에 면역을 띠고 그 외의 속성으로 공격당할 시 피해 를 절반으로 줄여준다’는 십각 갑주 의 효과 덕에 몸이 땅에 부딪치고도 고작(?) 전신이 부서질 것 같은 충 격을 받는 것에 그쳤다.
리카르도는 몸을 사정없이 비틀며 고통을 호소했다.
“으어어어! 빌어먹을,빌어먹을,빌 어먹을!”
미친년! 미친년! 미친년!
미친년이 내 배를 가져갔어!
남이 바코드를 찍어 둔 보구를 강 제로 가져가?
씨팔,뭐하는 년인 거야?
누구든 알게 뭐야!
당장 잡아서 용서해 달라고 빌 때 까지 깔아뭉개 주겠어!
분노로 몸을 가누며 일어나는데 이 상하게도 하늘이 밝았다.
위를 보니 불로 이루어진 볏과 날 개를 지닌 거대 백조 한 마리가 날아오르고 있었다.
백조의 등에는 김혜림이 타고 있었 다.
리카르도는 김혜림을 가리키며 바 리바리 악을 썼다.
“저년이 내 배를 가져갔다! 잡아! 비행 스킬이든,원거리 공격이든 뭐 든 써서 내 배를 되찾아오라고!”
갈라진 목소리로 목청이 터져라 외 쳐 보았지만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 다.
선박에 타고 있던 자들의 대부분이 추락사로 죽은데다,살아남은 자들 은 약 기운 때문에 자신이 죽어 가 는 줄도 몰랐다.
허겁지겁 소리잔을 꺼내서 경비 중
인 자들이라도 불러 보려 했다.
“라먼드! 무하마드! 시녜! 누구라 도 좋으니까 대답해라! 산타마리아 호를 뺏겼다! 뭐든 좋으니 배를 찾 아와!”
애타게 부하들을 불러 보았지만 소 리잔에서 흘러나오는 건 시원한 물 소리뿐이었다.
물소리?
웬 물소리래?
제례미에게 CP를 빼앗아 엔티티엔 에 새로 쉘터를 세울 때 들은 얘기 가 있다.
제례미가 괜히 최강현을 건드려서 쉘터에 해일이 들이닥친 적이 있다 고.
얘기를 들었을 당시에는 내륙에서 해일이 가당키나 하냐고 물 계열 스 킬을 과장해서 말한 거라 여겼다. 오늘에 와서야 깨닫게 되었다. 당시의 소문은 과장이 아니었음을. 쉘터 북쪽에서부터 높은 파도가 응 장한 위용을 자랑하며 다가오고 있 었다.
부록으로 쉘터 상공에는 먹구름이 자욱하게 깔리는 중이었다.
시원하게 몰려오는 해일과 번개를 예감케 하는 먹구름.
리카르도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일 이란 비명을 지르는 것뿐이었다.
“안 돼!”
*
해일이 엔티티엔 쉘터를 덮치고 그 위에 세이아나의 썬더 크래쉬가 작 렬했다.
은발 모녀 콤비의 연계 공격 앞에 서 W성급 쉘터 하나가 순식간에 초토화되었다.
화력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시위하 둣 스킬이 작렬한 자리에는 아무것 도 남지 않았다.
남은 게 있긴 하다.
잔해와 시체 정도?
그리폰을 타고 상공에 머물러 있던 세이아나와 루나에게 김혜림이 다가 왔다.
김혜림은 화염백조를 몰아 그리폰 과 나란히 비행하며 산타마리아 호 의 모형을 보여 주었다.
“산타마리아 호 확보했어요.”
“아휴,작아라. 장난감 같네. 목욕 탕 장난감으로 써도 되겠어.”
“행여라도 실제로 쓰실 생각은 마 세요. 난쟁이 하우스 안에서 원래 크기로 돌아갔다간 난리 나요.”
“어떻게 할까? 바로 제4신화급 웨 이브로 이동해?”
“착지해서 산타마리아 호를 타고 지저로 이동하죠. 아마 속도는 비숫 할 거예요.”
제3신화급 웨이브 강제 소환일까지 하루를 앞둔 시점.
김혜림을 포함한 여성진은 강현과 헤어져서 따로 행동했다.
제4신화급 웨이브는 깊은 해저에 있으니 해저로 들어갈 이동수단이 필요했다.
고민하던 차에 산타마리아 호가 해 저로 들어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손에 넣고자 엔티티엔에 들렀다. 급성장하는 세력이라 들어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아무래도 기우에 불 과했던 듯하다.
강현이 여성진만으로도 신화급 웨 이브를 공략할 수 있다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긴가민가했는데 이번 일로 확신을 얻었다.
강현에 비해 모자랄 뿐,절대로 약
한 편이 아니다.
김혜림 일행은 해상 카르텔 소탕을 통해 자신감을 얻곤 중간에 산타마 리아 호로 갈아탔다.
*
파악 능력으로 여성진의 상황을 지 켜보던 강현이 눈을 떴다.
김혜림 일행 쪽은 순탄하게 제4신 화급 웨이브로 가고 있다.
이젠 강현의 차례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빠져나와 앤트 평원으로 올라가니 동쪽 지평선 너 머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자,제3신화급 웨이브 입장시간이
다.
항상 빙백검이 매달려 있던 자리에 는 허물검이 매달려 있었다.
이윽고 해가 제 모습을 완전히 드 러냈을 때.
강현의 몸이 꺼지듯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