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46화 (346/381)

346화

라이가 강현 일행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항상 라이의 교육을 맡아 왔던 루 나는 주인에게 이빨을 드러내는 라 이의 행태를 용납하지 못했다.

“텍끼! 어디서 이빨을 드러내! 그 러다 혼난다!”

“쿠오오오!”

“너 나중에 혼날 줄 알아!”

강현은 세이아나를 보며 애 좀 챙 기라고 눈치를 주었다.

방방 뛰며 라이와 실랑이를 벌이던 루나는 세이아나의 품에 안겨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그사이에 니아가 되었다.

요즘 계속 늪 위에 소환되었던 것 때문인지 반사적으로 날아오를 준비 를 하는 니아였다.

니아가 날개를 펼치자 좁은 대기구 역이 한순간에 비좁아졌다. 그러나 늪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는지 금 방 날개를 접으며 고개를 갸웃거렸 다.

웬일로 늪이 아닌 평평한 땅이냐는 둣 말이다.

“뀨?”

“니아,이번에는 비행 임무가 아니 라 전투를 해야 해. 인정사정 봐주 지 말고 두들겨 버려.”

니아는 누굴 두들기면 되냐는 듯 한껏 콧김을 내뿜으며 전의를 불태 웠다.

헌데 강현이 가리킨 파괴 대상이 무진장 황당한 상대였다.

“상대는 라이니까 얼마든지 죽여도 돼.”

소환수 중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던 라이를 파괴하란다.

라이는 결투장에서 강현을 향해 적 의를 드러내고 있는 마당이다.

뭐가 뭔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상황파악이 안 되는 가운데 니아라 도 알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소환수가 주인에게 이빨을 드러내 고 있다.

소환수에게 있어선 목숨이 걸려 있 더라도 해선 안 될 금기다.

금기를 범한 소환수.

소환수로서의 존재 의의를 잊은 생 물이니.

백골이 되어 가루가 되어도 할 말 이 없을지어다.

니아는 콧김을 흑흑 내뿜으며 라이 를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크워어어어어!”

평소에 니아가 애교 부린다고 콧소 리를 섞은 소리만 해서 그렇지 본바 탕은 마통의 해출링이다.

레벨은 이제 막 150을 넘겼을망정 레벨로는 환산할 수 없는 소환수 본 래의 랭크에선 결코 레벨 200대 몬스터에게 밀리지 않는다.

강현이 니아를 보내기 전에 김혜림 이 불안요소를 콕 집어서 언급했다.

“니아마저 저쪽 손에 넘어가면 곤 란해져요. 남의 소환수를 강탈할 수 있는 기능이면 분명 제한횟수가 있 긴 하겠지만 그게 1회인지,2회인 지,3회인지 모르는데 바로 니아를 투입하는 건 리스크가 있지 않을까 요?”

“표지판엔 서로 한 마리씩 소환수 를 투입하기로 되어 있어. 라이가 있는데 니아를 강탈했다간 규칙 위 반이야. 그리되면 우리 부전승이지.”

“그럼 관건은 라이가 일시적으로 조종당하고 있는 건지,라이의 소유권 자체가 저쪽으로 넘어가 버린 건 지 그 부분이 문제네요.”

1-C구역 공략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짚었다.

일시적으로 조종당한 거라면 라이 가 사망할 시에 라이의 소환석은 강 현의 손으로 되돌아온다.

소환수의 소유권을 강탈한 거라면 라이가 사망할 시에 라이의 소환석 은 하스에게로 간다.

강현도 라이의 소유권 여부가 공략 의 핵심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무조 건 라이를 쓰러뜨릴 수 있는 니아를 투입한 것이었다.

라이를 쓰러뜨림으로서 소유권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었다.

“크우어어어어!”

니아가 얼른 싸우게 해 달라고 연 달아 목청껏 포효했다.

되짚고 가자면 니아에겐 흑염을 소 환하는 스킬과 포효로 충격파를 발 산하는 광역 스킬이 있다.

흑염 소환 스킬은 한 번 적중하면 상대의 실드를 무시하고 재가 되어 버릴 때까지 태워 버리는 기능이 있 다.

대신 흑염을 아슬아슬한 타이밍까 지 끌어들여서 다른 태울 것을 방패 막 삼아 던져 주면 금방 파훼되는 스킬이 다.

충격파 발산 스킬은 포효하면서 보

이지 않는 충격파를 사방에 퍼트리 는 스킬인데,관통 효과가 없어서 상대방의 실드량이 높으면 금방 막 히고 만다.

넓은 범위에 공격을 가한다는 특성 을 지닌 일반 광역기에 불과하다.

니아의 흑염은 라이가 식용 정령을 미끼로 던져 주면 쉽게 파훼할 수 있고,충격파는 라이의 실드 스텟이 면 버틸 만하다.

허나 라이는 니아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니아의 비늘은 마룡의 비늘.

무적 능력이 가미되어 있다.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한다.

니아의 비늘을 벗겨…….

근데 이건 진짜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나?

마룡의 비늘을 얻으려고 니아를 죽 인다?

니아의 비행능력이 강현 파티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일이 다.

똘망똘망한 눈빛과 백치미 가득한 눈빛으로 애교를 부리는데,어찌 비 늘을 벗기는 잔인한 행위를 하랴. 차라리 데리고 다니면서 키우는 게 낫지.

강현은 니아를 보내기 전에 니아에 게 스킬을 걸어 주었다.

“니아,공격을 두 번 적중시켰을

때가 승부처니까 그때 승부를 내버 려.”

“그으으으 ”

링 코너에서 지시를 받은 듯 니아 가 고개를 끄덕이며 날개를 퍼덕였 다.

대기구역을 빠져나온 니아는 육중 감 넘치는 모양새로 결투장에 착지 했다.

쿠응!

“크우워어어!”

“쿠오오오!”

마주 보고 선 라이와 니아가 성량 대결을 하듯 서로를 향해 포효했다. 짐승끼리 서로 위협할 때 포효를 하듯 살벌하게 이빨을 드러냈다.

니아는 날개를 퍼덕여 공중으로 날 아올라 1-C구역 천장 부근에서 라 이를 내려다보았다.

비행 능력이 있는 소환수와 그렇지 않은 소환수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 다.

지상에서 달리는 것밖에 못하는 라 이로선 시작부터 열세에 처한 채로 싸우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공세를 취 한 것은 라이였다.

라이는 식용 정령 4마리를 모두 소환하여 몸 주위에 머무르게 한 후 결투장 위를 난잡하게 뛰어다녔다. 타인에게 조종당하고 있어도 몇 년 간 강현을 따르며 익힌 바가 있는지 ‘파악한 상대에겐 시간을 주지 말고 몰아쳐야 한다’란 공식을 여실히 이 행하고 있었다.

“크르르르!”

라이가 사방팔방 정신없이 뛰어다 니며 니아를 교란시키는가 싶더니 힘껏 도움닫기를 하며 뛰어올랐다. 육상 동물이 아무리 높게 뛰어도 하늘을 나는 새에겐 닿지 못하듯.

라이의 점프도 무의미한 몸부림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라이가 자신의 점프 최고점 에 도달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땅의 식용 정령이 힘을 발휘했다.

땅의 식용 정령은 땅에 손을 짚고 흙기둥을 소환하였고,라이는 흙기 둥을 디딤대 삼아 더욱 높이 도약하 였다.

중간에 디딤대를 만들어 한 번 더 도약한 덕분에 니아를 물어뜯을 수 있는 위치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바람처럼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속공.

니아는 라이의 공격에 공격으로 맞 대응했다.

“크우어어!”

강한 포효와 함께 충격파 발산 스 킬과 흑염 스킬이 동시에 발동되었 다.

충격파가 결투장 전역에 퍼지면서 집중 포격이 떨어진 듯 폭발음이 산 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퍼펑! 퍼버펑!

식용 정령들이 번갈아 가며 물의 장벽,불의 장벽,바람의 장벽,바위 의 장벽을 겹겹이 펼쳤으나 니아의 충격파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겹겹이 소환된 장벽이 뚫리는 것을 본 라이가 입을 크게 벌렸다.

“크윙!”

식용정령들은 일제히 라이의 입으 로 뛰어들었다.

식용정령을 섭취하면 속성별로 추 가 효과를 얻는다.

불의 식용 정령은 공격 스렛 2배 증가,물의 식용 정령은 실드 스렛 2배 증가,바람의 식용 정령은 회피 스텟 2배 증가,땅의 식용 정령은 마나 스텟 2배 증가.

회복 스렛을 제외한 모든 스렛이 2배로 증가했다.

식용정령이 사라지자마자 흑염이 라이를 덮쳤다.

실드를 태우고 상대방의 몸을 모조 리 태울 때까지 꺼지지 않는 지옥불 이다.

흑염이 라이가 지닌 반사실드를 태 우면서 라이의 몸에 닿았다.

거울처럼 매끈한 몸에 흑염이 머물 면서 그을림 자국을 남기기 시작했 고,서서히 라이의 몸이 녹아내렸다. 불이 몸을 지지고 있는데 고통이 없을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라이에게 있어 고통은 고통

이 아니다.

라이는 고통을 반기듯 흑염을 매단 채로 사정없이 니아의 목을 물어뜯 었다.

“크르르르!”

“크어어어!”

허공에서 용과 호랑이가 한데 엉키 면서 치열하게 자웅을 겨루었다. 라이가 용쓰고 있긴 한데 그래도 니아에게 이기는 건 무리였다.

무적 유무가 크다.

라이의 장점이라면 기동력과 반사 실드,식용 정령을 이용한 다양한 전투방식인데 니아에겐 전부 통용되 지 않는다.

반사 실드는 혹염으로 태워 버리면

되고,다양한 전투방식을 펼쳐도 무 적을 못 뚫으면 말짱 도루묵인데다 기동력마저도 니아가 훨씬 뛰어나 다.

강현 일행이야 라이와 니아에 대해 훤히 알고 있으니 승부의 방향을 손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반면 하스는 밀리고 있는 라이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뭐해,이 쓰레기 같은 것아! 물어 뜯어서 살점을 도려내라고! 죽더라 도 같이 죽어! 못 이길 것 같으면 같이 죽어서 1인분이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하스로선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하스 쪽에 있는 좌판에는 상대방이

내보낸 소환수의 레벨과 몬스터 본 명이 나타난다.

외지인들이 처음부터 레벨 230짜 리 소환수를 내놓길래 시작부터 강 수를 두는구나 싶어서 냉큼 뺏었다. 좌판에서 1회만 구입할 수 있는 한정품 ‘소환수 강탈’까지 써서 가 져온 몬스터다.

헌데 외지인의 두 번째 몬스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으니 황당하 기 짝이 없었다.

하스는 좌판 상단부에 적혀 있는 ‘마룡 해출링,레벨 150’이란 문구 를 확인하곤 라이에게 역정을 내었 다.

“고작해야 레벨 150짜리 소환수를

상대로 이 무슨 추태난 말이다! 저 리 쓸모가 없으니 첫 번째로 나왔 지. 젠장,버리는 돌이라는 걸 사전 에 알아했어야 하는데.”

열이 뻗어 자신의 좌판에 있는 기 능을 간접적으로 모두 알려 주고 있 는 하스였다.

라이에게 있는 말 없는 말 전부 쏟아내던 하스는 금세 라이를 안중 에서 지우며 니아에게 시선을 고정 했다.

약한 소환수는 쓰레기만도 못하다.

필요 없는 자원은 빨리빨리 사라지 는 게 낫다.

하스는 라이를 필요 없는 자원으로 분류하며 니아를 어떻게 제압할지 고민했다.

‘젠장할! 마룡 해출링이 있단 걸 알았으면 미라이언 따위를 가져오지 않는 거였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 니 고민해 봤자 별수 없어. 다른 치 트를 사용하는 수밖에.’

하스의 좌판에는 상대 소환수 강탈 외에도 ‘상대 소환수 스킬 봉인’, ‘아군 소환수 부활’ 등의 각종 치트 기능이 포함되어 있었다.

시작부터 사기 기능을 가진 하스를 상대로 소환수만으로 이겨야 하는 가혹한 구간이었던 거다.

그러는 동안 라이와 니아의 전투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니아의 목을 문 채로 대롱대롱 매

달려 있던 라이는 끝내 흑염을 버텨 내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졌다. 결투장과 대기구역 사이에 있는 용 암늪에 떨어지면서 라이의 몸이 흔 적도 없이 사라졌다.

라이의 패배가 결정됨과 동시에 하 스가 화산 이무기의 소환석을 만지 작거 렸다.

그런데 라이가 죽으면서 라이의 소 환석이 하스의 손아귀로 되돌아왔 다.

소환수는 죽으면 그대로 사라져서 다시는 소환할 수 없게 된다.

소환석이 다시 돌아왔다는 건 영구 소환석이 박혀 있다는 증거였다.

하스는 자신의 손으로 돌아온 라이

의 소환석을 두고 웃음을 터뜨렸다.

“캬하하하! 그랬군. 그런 거였나. 쓸모없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 만은 아니었군. 놀랍구만 놀라워. 영 구 소환석을 박아 놨을 줄은 몰랐는 걸?”

영구 소환석이 있다면 소환수가 죽 더라도 계속 소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외지인들을 상대로 무한 정 라이를 소환하며 시간을 끌 수 있다는 거다.

하스 측의 좌판에 있는 ‘소환수 LV.10 레벨업 스크롤’은 외지인이 들어왔을 때만 활성화되며 1시간마 다 한 번씩 공짜로 구매할 수 있다. 시간을 끌수록 유리해지는 마당에 무한정 시간을 끌 수 있는 수단이 손에 들어왔다.

‘이거 하나면 모든 소환수를 최대 레벨인 1, 000레벨까지 올릴 수 있겠 어. 낄낄낄,생각 이상의 물건을 손 에 넣어버렸구만.’

하스는 자신의 ‘대기구역 안’에 라 이를 소환하였다.

“영구 소환석이 박힌 소환수는 잘 쓰도록 하지. 너희의 어리석음에 감 사하마.”

맞은편 대기구역을 보며 말하고 있 던 중 하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 다.

맞은편 대기구역에 서 있던 흑발 사내가 갑자기 사라지는 게 아닌가.

사라진 흑발사내는 소환된 라이 옆 에서 나타나며 푸른 비늘로 이루어 진 검을 뽑아 들었다.

“감사할 것까지야.”

강현은 빙백검에 그랜드 오러를 부 여하며 하스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내 리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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