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43화 (343/381)

343화

강현이 빙백검을 빠뜨린 것 때문에 휴먼 슬라임족은 비상이 걸렸다.

휴먼 슬라임족에겐 ‘산성 반죽’. ‘애시드 볼’ 두 가지 스킬이 있는데 산성 반죽이야 주택 보수랑 살림살 이 만드는데 쓰이는 거고,애시드 볼은 적 공격 및 3시 방향에 있는 절벽에 통로를 뚫는 용도였다.

애시드 볼은 스텟과 상관없이 고정 데미지 50을 주는 스킬이다.

3시 방향에 있는 절벽은 구역 특 성상 ‘애시드 볼으로만 뚫을 수 있 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절벽 속에는 옆 구역과 이어지는

통로가 존재한다.

애시드볼로 통로까지 이어지는 길 을 뚫어야지만 옆 구역으로 갈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1. 3시 방향의 절벽에 1-C구역을 기점으로 반쯤 뚫어 놓은 터널이 존 재한다.

2. 3시 방향의 절벽은 애시드 볼로 만 뚫을 수 있다.

3. 卜B구역에서 애시드 볼을 도구 삼아 터널과 이어지는 통로를 뚫어 야 한다. 휴먼 슬라임족이 모두 투 입되어도 뚫는데 7일이 걸린다.

그러나 현재 휴먼 슬라임족에겐 통 로를 뚫는 것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외지인이 실수로 빠뜨린 냉기를 내 뿜는 검.

빙백검이라 했던가?

빙백검 때문에 용해의 늪 전체가 얼어붙어서 음식을 구하는 건 고사 하고 빙하기가 도래한 양 추위에 벌 벌 떨어야 했다.

외지인들이야 휴먼 슬라임족이 통 로를 뚫어 주면 그 길로 떠나면 그 만이다.

신화급 웨이브의 특성상 아인족은 구역 초기화에 대해 모르기에 외지 인이 떠난 후의 일을 걱정하고 있었 다.

휴먼 슬라임족은 혹시나 하는 마음

으로 빙백검이 가라앉은 구역에 애 시드 볼을 던져 보았다.

치이익! 즈즈즉! 치이익! 즈즈즉! 200명이나 되는 휴먼 슬라임족이 한꺼번에 야구공 크기의 산성 구체 를 던지다 보니 운동회 공 던지기 같은 풍경이 재현되었다.

열심히 던져 보았지만 워낙에 단단 하게 얼어서 애시드 볼이 닿아 봤자 겉만 그을리고 마는 정도에 그쳤다. 차라리 빙백검을 꺼내려고 던지는 애시드 볼을 다음 구역으로 가는 길 을 막고 있는 바위에 던지는 게 나 아 보였다.

휴먼 슬라임족으로선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휴먼 슬라임족의 규율로 말할 것 같으면 매우 단순했다.

대접을 받아들이느냐,받아들이지 않느냐로 손님과 불청객을 구분하면 되는 거였으니까.

그런데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대접을 못하는 경우를 상정한 규율 은 없다.

휴먼 슬라임족은 레슬을 중심으로 한군데에 모여 대책 회의를 열었다.

“족장님 이거 뚫는다고 뚫어질 만 한 게 아닌 것 같은데요?”

“하아,이 일을 어쩐다. 말린 생선 은 얼마나 남았는가?”

“아껴 먹으면 아마 열흘은 먹지 않

을까요?”

“우리끼리 먹었을 때만?”

“아무렴요. 이 마당에 외지인들까 지 챙길 여유가 어디 있습니까? 근 데 대접을 하지 못할 경우엔 대접을 한 걸로 쳐야 합니까,대접을 안 한 걸로 쳐야 합니까?”

“으음,원인을 따지면 최강현이란 자가 실수한 거긴 한데 그렇다고 대 접한 걸로 치는 건 좀……

휴먼 슬라임족이 골머리를 싸매고 있을 무렵.

하룻밤 푹 자고 일어난 강현이 얼 어붙은 산성 주택에서 나왔다. 음식을 대접하지 못했으니 최소한 잠자리라도 제공하고 싶다 하여 산성 주택에서 자고 일어난 것이었다. 빙백검의 냉기 덕분에 산성 주택에 흐르던 산성액이 얼어붙어서 자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산성 침대가 얼어붙어서 얼음 침대 위에서 자게 되었는데,그 부분은 옛날에 사용하던 침낭을 꺼내어 해 결했다.

오랜만에 용병 시절 기분도 내고, 은근히 얼어붙은 산성 주택이 이글 루처럼 변해서 적어도 자면서 입 돌 아가는 일은 없었다.

강현은 모여 있는 휴먼 슬라임족에 게 다가가 넉살 좋게 말을 붙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좀 어떻 습니까?”

휴먼 슬라임족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어디의 누군가 때문에 쫄졸 굶게 생겼는데 본인은 넉살 좋게 아침 인 사나 하고 있으니 속이 뒤집어질 수 밖에.

“당신이 실수한 덕분에 우리 모두 졸쫄 굶게 생겼습니다.”

면박을 주려고 한 말이었다.

사람이 양심이 있으면 미안한 기색 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남자는 양심도 없는 건 지 뻔뻔하게 무표정을 일관하고 있 다.

더욱 가관인 건 앞으로의 생활을 걱정하고 있는 자들에게 일을 시키려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대접을 받아 주었으니 옆 구역으로 가는 길을 뚫어 주십시 오.”

잠자리를 제공한 것도 대접은 대접 이다.

약속대로라면 옆 구역으로 가는 길 을 뚫어 줘야 한다.

그러나 규격 외의 상황인지라 어떻 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잠자리만 제공한 걸 대접으로 치고 통로를 개통하자니 빙백검이 문제 다.

통로를 개통하는데 시간을 들일수 록 식량은 줄어만 갈 것이고,그것 은 곧 빙백검에 대처할 시간이 줄어 든다는 걸 의미한다.

더 이상은 외지인의 뻔뻔함을 두고

볼 수가 없어 한마디 하려던 찰나. 강현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굵직한 바스타드 소드를 꺼내어 얼음에 대 었다.

“대신 여러분이 통로를 뚫는 동안 저희가 빙백검을 꺼내 보도록 하겠 습니다.”

강현의 한 마디에 휴먼 슬라임족의 들끓던 마음이 한순간에 가라앉았 다.

이대로 빙백검을 버리고 나 몰라라 떠날 줄 알았는데 작업을 하는 동안 빙백검을 꺼내 보겠다고 한다. 배려심이 없는 게 아니었구나.

사과만 하면서 분위기를 암울하게 만드느니 조금이라도 상황 개선에 힘을 쏟는 게 낫다.

강현의 의도를 확인하자 밤새 추위 를 겪으며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 내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레슬은 한결 부드러워진 어투로 빙 백검 인양 작업의 가능 여부를 물었 다.

“꺼낼 수 있겠습니까?”

“쉽지야 않겠지만 이대로 놔두면 여러분이 곤란할 테니까요. 앞으로 공략을 위해선 반드시 이 검이 필요 하기도 하고요.”

“저희는 또 나 몰라라 하는 게 아 닐까 하고 내심 어쩌나 싶었습니다.

심란해진 나머지 거칠게 대한 점 사 과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상황이 급박해지면 누구나 본성을 드러내기 마련이지 요. 저는 벌써 잊었습니다. 다들 물 러나 주십시오. 검으로 얼음을 가를 수 있을지 시험해 보겠습니다.”

워낙에 자연스럽게 넘어갔기에 은 근슬쩍 조롱이 섞여 있는 줄도 모르 고 뒤로 물러나는 휴먼 슬라임족이 었다.

휴먼 슬라임족을 뒤로 물린 강현은 몽환검에 마나를 부여했다.

그랜드 오러를 부여하진 않고 일부 러 마나유저 중급 수준의 마나 오오 라만 발현해 두었다.

그랜드 오러를 부여했다간 단숨에 얼음이 쪼개질 테니까.

정말로 얼음을 쪼개려는 게 아니라 쪼개는 척만 할 것이다.

강현은 몽환검을 거꾸로 세워선 곡 괭이 내리찍듯 얼음을 가격했다.

쩌적!

몽환검의 검날 끄트머리가 얼음에 파고들었다.

강현이 연이어 몽환검을 내리찍어 선 사각형 모양의 얼음덩이를 파냈 다.

적어도 애시드 볼을 마구잡이로 던 지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휴먼 슬라임족은 절망 속에서 희망 을 되찾은 사람들 마냥 열광했다.

“파낼 수 있어! 외지인이 하니까 금방 되는구나!”

“검을 꺼낼 수 있겠죠? 금방 늪이 원래대로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겠 죠?”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는 통로를 뚫을 테니 그동안 얼음을 뚫어 주십 시오!”

활기를 얻은 휴먼 슬라임족과 달리 강현은 세상 근심 다 짊어진 양 심 각하게 턱을 매만졌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철썩같이 믿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사정을 아는 사람이 보기엔 배우 뺨치는 열연이었지만 말이다.

강현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라는 양 아쉬운 소리를 했다.

“공격 스텟이 낮아서 한꺼번에 많 은 양을 파내는 건 무리군요. 이 정 도 작업 속도론 얼마나 걸릴지 모르 겠습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고요? 일 주일 동안 열심히 파도 무리입니 까?”

“열심히 하고 싶어도 마나량에 한 계가 있으니 하루에 할 수 있는 작 업량이 한정될 수밖에 없지요. 어디 서 CP 구할 구석이라도 있으면 스 렛이라도 사서 올릴 수 있을 텐 데……

강현이 곤란하다는 투로 중얼거리

며 말꼬리를 흐렸다.

몬스터 하나 없고,따로 보구 얻을 구석도 없는 곳에서 CP를 얻을 수 있는 곳이란 한군데밖에 없었다.

휴먼 슬라임족도 눈치가 없는 건 아닌지라 CP를 제공할 수 있는 자 가 자신들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휴먼 슬라임족이 가진 스텟을 팔아 CP로 만들어서 넘기면 강현이 스텟 을 올릴 수 있을 테고,강현이 스렛 을 올린 만큼 빙백검을 빨리 파낼 수 있을 것이다.

휴먼 슬라임족의 레벨은 50.

총 스텟은 150포인트.

애시드 볼은 마나만 소모될 뿐 공 격 스렛과 무관하게 늘 50의 고정데미지를 주기에 사실상 마나 스텟 과 회복 스텟 외의 스텟은 필요가 없었다.

공격 스렛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공격 받을 일이 없으니 실드나 회피 스텟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산성 반죽과 애시드 볼을 쓸 마나와 마나를 회복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회복 스렛만 필요할 뿐이다. 총 스렛 150포인트 중 마나 스렛 과 회복 스텟은 합산 120포인트로 전체 스텟의 8할에 달한다.

나머지는 공격 스텟 10, 실드 스렛 10,회피 스텟 10인데 전부 팔아도 상관없었다.

즉 휴먼 슬라임족 한 명당 최대

30포인트씩 팔아서 CP를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평소에 스렛의 필요성을 거의 못 느끼고 살았던 휴먼 슬라임족이기에 스렛 포인트에 욕심이 없었다. 무엇보다 이 또한 대접 아니던가! 휴먼 슬라임족은 ‘CP 대접’마저도 대접으로 인식했다.

“CP가 얼마나 필요합니까?”

“그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러 분의 귀한 스렛을 탐하면서까지 CP 를 확보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제 제가 뭐라고 했는지 잊으셨 습니까? 저희 휴먼 슬라임족에겐 대 접을 거부당하는 거야말로 최대의 굴욕입니다. 사양하지 말고 받으십시오.”

CP대접도 대접이라는 것을 증명하 둣 CP를 거부하자 레슬의 몸이 노 란색으로 바뀌었다.

이미 한 명이 반항 상태에 돌입했 으니 오늘도 통로 개통 작업은 물 건너간 셈이었다.

하지만 이로써 CP를 받는 건 정당 한 행위라는 게 성립되었다.

강현은 못 이기는 척 레슬의 권유 를 받아들였다.

“계속 거절했다간 여러분이 빨갛게 물들겠군요. 하는 수 없지요. CP를 받겠습니다.”

“얼마면 됩니까? 얼마나 필요합니 까?”

“많을수록 좋긴 합니다.”

“어차피 우린 공격,실드,회피 가 지고 있어 봐야 쓸 일도 없으니 다 팔아서 드리겠습니다. 내일부터 통 로 개통 작업에 착수할 테니 하루 빨리 검을 꺼내 주십시오.”

한 명당 30포인트.

CP로 환산하면 1,800만 CP.

휴먼 슬라임족은 200명이니 실질 적으로 36억 CP를 얻을 수 있었다. 휴먼 슬라임족들은 강요하다시피 강현에게 CP를 떠안겼다.

그로 인해 스렛 포인트를 산다고 바닥을 드러냈던 CP가 순식간에 36 억 CP로 불어났다.

이제 왜 개방의 서로 노가다를 하

지 않는지 알겠는가?

한 번 판을 짜면 수십 억씩 들어 온다.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하는 법이다.

빙백검으로 휴먼 슬라임족의 식량

에 제한을 두자고 생각할 때부터 CP를 얻어 내는 것까지 모두 염두 에 두고 있었던 강현이다.

이게 바로 대접다운 대접이지. 강현은 레슬에게서 36억 CP이 담 긴 CP교환기를 인계 받으며 능청스 럽게 말했다.

“억지로 받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 는데 말이죠. 뭐 사정이 사정인 만 큼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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