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 화
“저기요,상어 씨. 상어는 헤엄치지 않으면 죽는다는데 사실이에요?”
“상어가 아니라 메갈로돈이라 했잖 느냐!”
텀벙!
“상어나 메갈로돈이나 같은 부류인 데 한낱 바다 생선이 족보 따지고 계시네.”
“바,바다 생선? 바다 생선이라고? 이년이!”
텀벙!
“생선을 생선이라고 하지 그럼 뭐 라고 할까요? 확 낚아다가 어물전 소쿠리 위에 올려 버릴라.”
“크으으! 뚫린 입이라고 잘도 망발 으.. ≪
김혜림이 신명나게 독설을 내뱉으 며 어스 메갈로돈을 유인하고 있는 사이.
강현과 루나,세이아나는 3시 방향 끝자락에 모였다.
레비아탄의 가호 덕에 탈출구의 위 치가 어디인지 감지할 수 있었다.
3시 방향 끝자락에 있는 늪지대 중에서도 유달리 부들이 많이 자란 곳이 있었는데,부들을 좌우로 젖히 자 맨홀 크기의 검은색 원형 소용돌 이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미니 사이즈 블랙홀 같달까.
왠지 빨간 옷의 배관공마냥 힘껏
뛰어서 들어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구멍이었다.
강현과 루나의 경우 웨이브 탈출구 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여태까지 공략할 때 막혀서 곤란했 던 적이 있긴 있나?
죄다 술술 깨부숴서 탈출을 할 일 이 있었어야지.
탈출구 찾기는커녕 덤벼 오는 족족 다 처리했는데 탈출구 구경할 일이 어디 있겠나.
강현과 루나가 동시에 호두까기 인 형마냥 딱딱한 움직임으로 고개를 돌려 세이아나를 보았다.
강현 일행 중에서 유일하게 탈출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
유일무이한 탈출문화제 제1호인 세 이아나의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무리당 한 명씩 씹고 뜯는 역할을 맡는다더니, 예전에는 김혜림이었는 데 요즘은 세이아나에게로 옮겨진 느낌이 강했다.
세이아나는 체념한 듯 피식 웃으며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거 탈출구 맞아. 들어가면 ‘무 슨 무슨 페널티가 존재하는데 정말 나가시겠습니까?’ 하고 물었던 걸로 기억해. 근데 모두 다 탈출할 수 있 는 방법이 있다며? 내 머리로는 도 저히 계산이 안 되는데 그게 가능하 긴 해?”
“가능해. 라이부터 내보내고 시작
하자.”
강현은 아공간 주머니를 뒤적여 라 이의 소환석을 꺼냈다.
라이를 소환하기 전에 미리 빙백검 으로 늪에 깔린 물을 얼려 놓아 라 이가 디딜 발판을 만들어 두었다.
빙판 위에 라이를 소환하자 간만에 소환되어 기분이 좋은지 동물의 왕 국 오프닝마냥 입을 크게 벌렸다. 정작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애교 많은 고양이 소리였지만 말이다.
“냐?”
강현은 탈출구를 지목하며 라이에 게 차근차근 해야 할 일을 알려 주 었다.
“지금부터 하는 말 잘 들어. 일단
탈출구를 통해서 나가. 여기까지 이 해했어?”
“냐?”
“그다음에 다시 신화급 웨이브로 들어와. 커다란 황금색 보석이야. 알 겠지?”
“냐?”
“황금색 보석에 앞발을 대고 입장 하는 이미지를 그려. 마나의 기류에 빨려 들어가는 이미지를 그리면 될 거야. 그게 끝이야. 지금까지 내가 뭐뭐 하라고 했는지 말해 봐.”
“냐냐냐,냐냥,냐냐냐.”
“루나. 해석.”
“탈출,입장. 입장할 때 이미지 그 릴 것…… 이라고 말했어.”
“제대로 알아들었군. 출발해.”
모처럼의 명령인지라 앞발,뒷발을 번갈아 쭈욱 피며 기지개를 펴곤 활 기차게 탈출구로 뛰어드는 라이였 다.
라이를 탈출시킨 강현은 파악 능력 을 발동하여 라이의 현황을 살펴보 았다.
군단원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 파악.
재차 말하지만 군단의 서 능력은 웨이브나 던전 안에서만 발휘된다. 다만 군단의 서 효과 중 ‘군단원과 경험치 공유’,‘군단원 위치 파악’ 능력은 특수능력인 분할과 파악 능 력에 귀속되었기에 던전 바깥에서도 사용가능하다.
분할 능력으로 강현이 명계의 서로 얻고 있는 경험치가 여성진과 소환 수들에게 전달되고 있고,파악 능력 으로 던전 바깥에서도 일정 거리 내 에 있는 여성진과 소환수들의 위치 를 파악할 수 있다.
드랍률 상승 효과와 군단원에게로 이동하는 능력은 특수능력과 아무런 관계가 없기에 던전 바깥에서는 사 용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연유로 웨이브 안에 있 음에도 불구하고 웨이브 바깥에 있 는 라이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 다.
강현은 머릿속으로 홀러들어 오는
라이의 영상을 관람했다.
‘라이에게도 테라 시스템이 적용되 었으니까 페널티가 주어질 텐데 말 이지. 겉보기에는 페널티가 뭔지 알 수 없군.’
라이가 빠져나간 곳은 강현 일행이 처음 입장했던 지점이었다.
지하동굴 바닥에 갈라져 있는 균열 사이로 몸을 들여 입장해야 하는데 라이의 몸뚱이로는 균열을 통과하는 게 쉽지 않았다.
라이는 어떻게든 균열 사이로 몸을 집어넣어서 껑껑거리며 밑으로 내려 가려 했다.
완전히 끼어 버린 라이는 궁여지책 으로 식용 정령을 소환하여 흙의 정령으로 균열의 틈을 벌린 후에야 신 화급 웨이브 보석에 착지할 수 있었 다.
마지막으로 입장하는 이미지를 그 리면서 신화급 웨이브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헌데 기껏 웨이브 보석 위까지 도 착했으면서 마지막 지시를 까먹은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라이였다.
잊어버리지 말라고 했건만!
다행히도 금방 마지막 지시를 떠올 렸는지 웨이브 보석 위에 앞발을 올 리며 입장에 성공하였다.
라이가 제2신화급 웨이브 1층에 입장하면서 1층으로 내려갈 조건이 갖추어졌다.
강현은 지트의 소환석을 손에 쥐며 소환석에 찍혀 있던 바코드를 지웠 다.
“내려가면 지트에게 군단의 서 스 킬을 넘길 거야. 그러면 일시적으로 모든 군주,군단원 관계가 해제되겠 지. 소리잔으로 지트와 군단 관계를 맺도록 해.”
“아하! 유령광대의 소울로 군단의 서 효과를 지트에게 옮긴다 이거 지?”
“맞아. 지트가 2층으로 올라오면 세이아나 네가 먼저 군단의 서를 전 달받도록 해. 그런 다음에 이번에는 네가 소리잔으로 나와 군단 관계를 맺는 거지. 군단 관계를 맺으면 지트를 소환석 상태로 되돌려서 1층으 로 내려와.”
“쉽게 말하면 지트를 군단의 서 운 반책으로 쓰는 거네.”
“그렇지.”
모두를 2증에서 1증으로 옮기는 방법을 단계별로 구분하면 이와 같 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1. 먼저 강현이 라이를 타고 1층으 로 간다.
2. 지트를 소환하여 유령광대 소을 로 지트에게 군단의 서를 넘긴다.
3. 지트가 2층에 있는 여자들 중 한 명과 군단 관계를 맺는다.
4. 지트가 2층으로 이동한다.
5. 여자들 중 한 명이 군단의 서를
넘겨받는다.
6. 군단의 서를 넘겨받은 이가 지 트를 소환석 상태로 되돌려서 강현 을 타고 1층으로 내려온다.
7. 지트를 소환하여 2? 6의 과정을 반복한다.
던전 안에서 서로 동의를 할 수 있으면 의사소통만으로도 군단 관계 를 맺을 수 있다.
거기에 지트가 가진 유령광대의 소 울을 응용한 방법이었다.
시간이 제법 걸리는 방법이긴 하 다.
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동 할 수 없는 것을 이동 가능케 한 것이니 다소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수고를 들이는 것에 비해 얻는 효 과가 크다.
그 누구도 페널티를 받지 않을 수 있고,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강현은 먼저 라이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 내려가자 라이가 반쯤 늪에 빠진 채로 버둥거리고 있었다.
“냐! 냐아아!”
“너 식용 물의 정령 놔두고 뭐하 냐?”
“냐?”
식용 물의 정령을 소환하여 발을 디딜 빙판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될 것을.
강현의 말을 듣고 나서야 라이가 ‘그런 방법이!’라는 듯 깨달음을 얻 은 표정을 지었다.
강현은 라이가 빙판을 만드는 동안 지트를 소환했다.
“지트,시작하자. 아까 설명했으니 추가 설명은 필요 없겠지?”
“네,주군. 군단의 서로 2층으로 올라가서 세이아나 님께 군단의 서 를 전해 주면 되지요?”
“그래. 세이아나,루나,김혜림 순 으로 진행하자고.”
강현과 지트는 각자 빙백검과 포이 즌 소드를 뽑으며 군단의 서가 전달 될 때까지 검을 맞부딪쳤다.
*
“바닷고기야,바닷고기야. 돔배기라 고 알아? 상어 고기로 만든 건데 우리 외갓집에선 그걸 제사상에 올 리더라고.”
“이젠 아주 막 나가는구나. 나를 한낱 고깃덩이 취급을 해?”
“바닷고기야,바닷고기야. 삭스핀이 라고 알아? 상어 지느러미로 만든 건데…… 으음,이건 나도 안 먹어 봐서 맛있는지 모르겠네.”
“거기 서라! 서란 말이다! 좀 서라
도망치는 게 어찌나 잽싼지 하마터 면 비장의 수단을 쓸 뻔했다.
벌써 비장의 수단을 쓰는 건 아깝 기에 도발,도주,조롱 3종 세트를 꾸역꾸역 받아 내고 있었다. 김혜림을 쫓느라 정신이 팔려 있던 가운데 문득 다른 공략자들이 보이 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녀석들은 어디로 갔지? 아까 3시 쪽으로 가던 것 같은데 벌써 탈출구가 있는 곳을 발견했나? 크흐 흐,탈출했다면 탈출구가 지옥문이 었다는 걸 알아차렸겠군.’ 제2신화급 웨이브의 탈출 페널티는 바로 ‘시한부 인생’이었다.
제2신화급 웨이브에서 탈출한 자는 어김없이 수명이 단축되어 7일 후에 사망하는 저주에 걸린다.
어스 메갈로돈은 7일 후에 영문도 모르고 죽을 공략자들을 떠올리며 희희낙락거렸다.
“인간 계집아! 네 동료들은 널 버 리고 도망친 것 같구나! 이제 포기 하고 순순히 먹히는 게 어떻겠느 냐?”
“사양할게. 나한테 그리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거든.”
“너무 미련해서 눈 뜨고 봐줄 수가 없구나. 지금 먹히나 나중에 먹히나 시간의 차이일 뿐인 것을.”
“돌아다니면서 죽은 고기 많이 주 워 먹었으면서 아직도 배가 고파? 네가 먹은 것들 강현 씨가 잡아 놓 은 거란다. 거북이도 은혜를 입으면 갚을 줄 안다던데 너는 대체 양심을 어디에 팔았니?”
주둥이만 산 년 같으니!
속이 부글부글 끓는 와중에도 이성 을 잃지 않고 끈질기게 김혜림을 추 격하는 어스 메갈로돈이었다.
갈수록 힘이 부치는지 김혜림의 반 응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추격하면 집어삼킬 수 있을 터.
한 입.
단 한 입이면 족하다.
단 한 끼를 위해 맛집 앞의 기다 란 대기열에서 인내와 고단함을 곱 씹는 것마냥 끈질기게 추격과 공격 을 반복했다.
헌데 갑자기 김혜림이 올라서 있는 하늘 계단 위에 갑옷을 입은 자가 나타났다.
나타난 자가 머리에 장착하고 있는 마스크헬름이 눈에 밟힌다.
‘아까 내 물의 유희를 앗아 갔던 놈이잖아?’
저자 때문에 물의 유희를 잃었고, 공격을 당하여 죽어야 했다.
무한정 부활할 수 있다고 해서 죽 는 게 기분 좋을 리 없다.
만약 죽는 것이 기분 좋다고 느끼 는 자가 있다면 그자는 정신적인 부 분의 조절나사가 빠진 작자이리라. 도망간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차라리 잘됐다.
이대로 같이 삼켜 버리자.
어스 메갈로돈은 김혜림이 있는 지 점까지 이동하여 튀어오를 준비를 했다.
그런데 하늘 계단 위에 있는 자들 이 이상한 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서로 무기를 맞대고 떼길 반복하는 게 아닌가.
개의치 않고 늪 속에서 뛰쳐나오는 데 갑자기 갑옷 사내 쪽이 소환석으 로 변했다.
소환수였다고?
아무렴 어떠랴.
저 빌어먹을 계집년만 삼키면 족하 다.
허나 어스 메갈로돈의 바람은 이루 어지지 않았다.
막 튀어 오른 찰나.
김혜림이 어디론가 이동하듯 사라 졌기에.
어스 메갈로돈으로선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뭐야! 얘들 어디 갔어! 어디로 갔 냐고! 제기랄?! 한 입이 코앞이었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