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화
어스 메갈로돈의 스킬 중 하나인 전설급 스킬 ‘물의 유희’.
사용자의 몸을 물로 만들며,수 속 성 공격 면역 효과가 있고,무 속성 공격에는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효 과까지 있는 사기 스킬이다.
어스 메갈로돈에게서 물의 유희를 빼앗는 게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 먼저 김혜림이 어스 메갈로돈의 루 트를 예즉하여 하늘 계단을 이어 붙 여서 기다란 공중길을 만들어 주었 다.
그 위에서 카모를라쥬를 받은 지트 가 어스 메갈로돈을 기다렸다가 하늘 계단에서 뛰어내렸다.
더불어 포이즌 소드로 어스 메갈로
돈을 벨 때마다 바뀐 스킬을 확인하 여 몸을 물로 바꾸는 스킬이 손에 들어왔는지 확인하였다.
찰나의 순간에 검을 휘두르고 스킬 을 확인하는 동작은 3차례나 반복했 다.
그 결과 어스 메갈로돈에게서 물의 유희를 빼앗을 수 있었다.
물의 유희를 빼앗긴 어스 메갈로돈 은 맨들맨들한 회색 피부의 몸뚱이 로 되돌아갔다.
강현은 어스 메갈로돈이 원래 몸둥 이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곤 허물검 을 높이 들었다.
‘투영.’
허물검의 모습을 빼닮은 투영검이 어스 메갈로돈의 머리 위에 소환되 었다.
검을 내리치던 중.
어스 메갈로돈과 눈이 마주쳤다.
물의 유희가 풀렸는데도 쫓기는 기 색이 없었다.
벨 테면 베어라.
막아 낼 자신이 있다 이건가?
아니,좀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 다 른 느낌이다.
베어도 상관없다.
그래,상관없다는 쪽에 가까운 느 낌이 었다.
찝찝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
공격을 거둘 수도 없었다.
강현은 마나를 듬뿍 뽑아내어 투영 검에 한층 힘을 싣곤 어스 메갈로돈 의 머리를 베어 갈랐다.
쩌어억!
어스 메갈로돈의 머리에 세로로 금 이 가더니 상처가 벌어지며 대량의 피가 쏟아져 나왔다.
투영검은 머리를 세로로 쪼개는 것 에 그치지 않고 증폭 스렛의 효과까 지 뿜어내며 어스 메갈로돈의 내부 까지 갈가리 찢어 버렸다.
기세 좋게 움직이던 어스 메갈로돈 이 점차 느려지면서 늪 속으로 가라 앉기 시작했다.
그랜드 우드 때 써먹었던 방법이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
신수라 해 봤자 다른 몬스터보다 덩치 좀 크고,좀 더 성가신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
공략법만 알면 잡몹이나 신수나 똑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스 메갈로돈이 쓰 러지는 것을 보곤 하나둘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번 신화급 웨이브는 쉬웠네요.
6층까지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 2층까지만 있었던 건 만들다 말아서 그런 걸까요?”
“아까 무적 관통 능력을 부여해주 는 보구에 로토의 늪은 1-A구역이 라고 적혀 있었어. 1층부터 6층까지 있는 게 아니라 1층에 여러 개의 방이 있었던 거지.”
“음,원래라면 1층에 있는 방을 전 부 공략하고 왔어야 했다는 말이 죠?”
“다 공략하고 왔다면 좀 더 편하게 깨지 않았을까 싶어.”
“반대로 말하면 신화급 웨이브를 우격다짐으로 쩔 수 있을 정도로 강 해졌다는 말이 되네요.”
“방금 그 말 나쁘지 않군. 역발상 은 중요하지.”
“후후,상대방을 누르고 자신을 높 이는 게 격차를 만드는 비결이다. 맞죠?”
“잘 아는군.”
강현과 김혜림이 대화를 나누고 있 는데 멀리서 루나가 니아를 타고 빠 르게 다가왔다.
한데 어째서일까?
두 사람의 코앞까지 접근했건만 루 나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늦추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니아는 강현과 김혜림,지트를 지 나치며 입으로는 지트를 덥석 물고, 앞발로는 두 사람의 몸을 움켜잡았 다. 그러면서 날개를 힘껏 펄럭여서 한시라도 빨리 물가에서 멀어지고자 했다.
이유를 알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 다.
강현과 김혜림이 서 있던 자리에서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고 있었다.
어스 메갈로돈이 부상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늪 속에서 어스 메갈로돈이 튀어나와 높이 치솟았 다.
텀벙!
분명 허물검의 투영에 죽었을 게 분명했던 어스 메갈로돈이 살아 있 다.
더군다나 몸이 물로 이루어진 상태 였다.
물의 유희를 쓰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분명 지트가 유령광대의 소울로 물
의 유희 스킬을 빼앗았을 터.
어스 메갈로돈의 주둥이가 아슬아 슬하게 강현의 발끝을 스쳤다가 도 로 아래로 떨어졌다.
텀벙!
강현은 드림윙을 펼치며 니아의 발 톱을 검지로 두드렸다.
“혼자 날 테니 이제 놓아도 돼.”
니아가 앞발의 힘을 풀면서 강현을 놓았다.
강현은 드림윙을 이용해 비행을 시 작했고,김혜림은 따로 하늘 계단을 소환하여 허공에서 재정비를 했다.
지트의 경우 니아가 고개를 획하고 위로 들면서 재주넘기를 하듯 등에 지트를 태웠다.
죽었을 터인 어스 메갈로돈이 살아 있는 것도 놀라운데,스킬마저 처음 나타났을 때마냥 자유자재로 구사하 고 있었다.
강현은 니아의 옆에 바짝 붙으며 지트에게 말을 걸었다.
“지트,가진 스킬부터 체크해 봐.”
“어…… 아까 바꾼 물의 유희가 그 대로 남아 있습니다.”
아까 지트가 뺏은 물의 유희가 그 대로 남아 있는데도,현재 어스 메 갈로돈은 물의 유희를 쓰고 있다. 여기서 두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다.
1. 어스 메갈로돈이 죽은 척하고 물속으로 들어가서 회복했으며,어
스 메갈로돈은 처음부터 물의 유희 를 두 개 가지고 있었다.
2. 어스 메갈로돈은 죽은 후에 부 활했고,부활하면서 몸 상태와 스킬 이 원래대로 복구되었다.
전자의 경우 어스 메갈로돈이 물의 유희 두 개를 습득하고 있었다는 전 제가 깔려야만 성립된다.
지트에게 물의 유희를 빼앗겼는데, 또다시 물의 유희를 썼다는 건 같은 스킬을 2개 가지고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소거법를 적용하면 결국 어스 메갈 로돈이 죽었다가 부활했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부활 능력이 있다고 봐야겠군.”
“세븐 슬라임처럼 목숨에 제한이 있지 않을까요?”
“없을 가능성이 높아. 1층에 있는 방 중에 한 곳을 클리어 하면 부활 능력을 억제하는 토템이 나오는 방 식이겠지.”
로토의 늪을 공략하니까 2층에 일 시적으로 무적 관통 능력을 얻을 수 있는 토템이 생성되었다.
무적 관통 능력은 어스 메갈로돈의 무적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능 력이 다.
다시 말해 1층에 있는 방을 공략 할 때마다 어스 메갈로돈 공략을 도 와주는 토템이 생성된다고 보면 된 다.
로토의 늪 표지판에서 ‘1-A구역’ 이 아니라,‘어스 메갈로돈의 영역 1층’이라고 적혀 있던 게 컸다.
1층이라 적어 놓으면 누구라도 다 음은 2층일 거라 생각하지 않겠는 가.
표지판 문구에 속아 1-A구역만 공 락하고 올라오면 어스 메갈로돈에게 당하는,공략자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치는 구조였다.
김혜림은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함 을 표했다.
“곤란하게 됐네요. 우리가 들어왔 던 문은 사라진 지 오래예요. 따로 내려가는 길이 마련되어 있길 바라 야겠네요.”
“흩어져서 찾아보는 수밖에 없겠 군.”
찾아본다고는 했지만 2층에서 1층 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을지 의문이 었다.
2층에 있는 거라곤 입구 지점에 있는 바위와 드넓은 늪,어스 메갈 로돈,딸랑 토템 한 개가 전부다.
전혀 단서가 없는 가운데,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것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강현은 좀 더 편하고 빠른 길을 택했다.
'이쪽에서 일일이 찾으면 시간이 오래 걸려. 차라리 어스 메갈로돈에 게서 알아내 볼까? 그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어스 메갈로돈이라면 2층에서 1층 으로 내려가는 길의 존재 유무를 알 고 있을 거다.
있는지 없는지 모를 통로를 찾으려 고 드넓은 늪을 뒤지느니 어스 메갈 로돈을 한 번 속이는 게 낫다. 머리를 굴려 작전을 생각해 낸 강 현은 일행과 떨어져 홀로 날아다니 다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1층으로 내려가는 길 찾았다! 빨 리 모여! 지긋지긋한 놈 상대할 거 없이 1층에 가서 재정비하고 오자 고!”
강현이 한 마디 외치자 멀리 떨어 져 있던 여자들이 화색을 띠며 냉큼 돌아오기 시작했다.
좋아라 하는 강현 일행에 비해 어 스 메갈로돈은 어리둥절해하며 강현 을 힐책했다.
“거짓말 씨부리기가 수준급이구나!
1층으로 내려가는 길이 없거늘 무슨 근거로 있다고 말하느냐!”
강현은 목청껏 소리를 지르느라 크 게 벌렸던 입을 다물며 본래의 무뚝 뚝한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면서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귀 중한 정보를 접수했다는 양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렇군. 1층으로 내려가는 길 자 체를 만들지 않았군.”
어스 메갈로돈의 목소리에 노이즈
가 섞이지 않았으니 아래로 내려가 는 길이 없다는 건 사실이리라. 강현이 하도 진짜인 것처럼 외쳐 대서 저도 모르게 반응을 하고 만 어스 메갈로돈이었다.
어스 메갈로돈은 정보를 뽑아내기 위한 잔재주였음을 깨닫곤 발끈하며 물회오리를 소환했다.
“하찮은 존재가 주제도 모르고 신 수를 속여? 오냐,어디 한번 끝까지 해 보자구. 설설 기면 불쌍해서 탈 출할 길 정도는 알려 주려 했더니 제 무덤을 파는구나.”
여러 개의 물회오리가 2층 천장까 지 닿을 기세로 높이 치솟으며 사방 을 뒤덮었다.
그렇지만 정작 어스 메갈로돈 본인 은 다른 방향으로 머리를 틀며 움직 이고 있었다.
이미 수차례 겪어 본 결과 강현이 다른 공략자에게로 이동하는 기술이 있음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물회오리로 강현을 쪼아 다른 공략 자에게 이동하도록 유인해놓고 이동 과 동시에 집어삼킬 요량이었다. 나름대로 머리를 쓰고 있지만 딱히 위협적인 작전이라 부르긴 어려웠 다.
어스 메갈로돈이 김혜림에게로 가 고 있으니 강현은 그 반대 방향에 있는 세이아나에게 가면 될 일이다. 강현은 군단의 서 효과를 발동하여 세이아나에게로 이동했다. 그러곤 소리잔을 꺼내며 일행 전원에게 지 시를 내렸다.
“김혜림.”
- 네. 듣고 있어요. 빨리 말하세 요. 어스 메갈로돈…… 텀벙…… 있 어서 바쁘거든요!
“계속 어스 메갈로돈 유인하고 있 어.”
- 네? 1층으로 내려가는 길 찾은 거 아녔어요?
“어스 메갈로돈의 반응을 살펴보려 고 일부러 거짓말한 거야.”
- 살펴본 결과는요?
“없어. 처음부터 한 번 2층에 올라 오면 물릴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었어. 일단 유인 부탁해.”
- 네. 어스 메갈로돈을 멀리 떨어 뜨려 놓고 그쪽으로 갈게요.
- 내가 있는 방향이 3시 방향이 지? 난 여기 있을게.
김혜림과 루나에게서 각각 대답을 전해 들은 강현은 소리잔을 쥔 채로 세이아나에게 턱짓을 했다.
“우리도 가자.”
“1층으로 내려가는 방법이 없으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잖아. 설마 탈 출할 생각이야?”
“그 외에는 방법이 없어.”
“페널티는 염두에 두고 있지?”
“라이를 바깥으로 보낼 거야. 라이 라면 어떤 페널티에 걸리든 죽었다가 다시 소환하면 원상복구되니까.”
“흠,라이를 탈출시켜서 1층에 입 장하게 한 다음에 네가 군단의 서로 이동하겠다?”
“그래.”
“라이의 몸으론 그 비좁은 균열을 통과하기 힘들 텐데. 아니다. 그 부 분이야 균열 주변을 파내든,부수든 해서 해결하겠지. 근데 만약 성공해 도 너 혼자만 1층에 갈 수 있잖아. 아니지,아니지. 넌 혼자서라도 죄다 깨 버릴 녀석이니까 걱정하는 건 의 미가 없고…… 네가 1층 각 구역 공략하는 동안 우린 계속 쫓겨 다녀 야 하니까 그 부분이 문제네.”
강현은 레비아탄의 가호 효과 중 하나인 ‘물이 테마인 던전지대에선 탈출구 위치를 감지할 수 있다’는 효과를 이용하여 3시 방향 끝자락에 있는 탈출구 앞까지 도착했다. 동시에 검지로 경쾌하게 검갑을 튕 기며 세이아나의 걱정을 단방에 날 려 버릴 만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모두 1층으로 내려갈 방법이 있으 니 가만히 보고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