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화
루나가 있는 곳은 어스 메갈로돈이 있는 장소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었 다.
루나의 말대로 늪 한가운데에 도미 문양이 조각되어 있는 토템이 서 있 었다.
더불어 수면 아래에 어마어마한 양 의 물고기 떼가 헤엄치는 중이었다. 몬스터는 아니고 식용으로 쓸 수 있는 민물고기인 걸로 보인다. 낚시꾼들의 물 반,고기 반이란 말 을 믿지 말라 하였는데 이곳만큼은 그 말을 적용해도 무방할 것 같았 다.
‘어스 메갈로돈의 먹이로 준비된 물고기인가 보군. 어선이 있었으면 연일 만선이있겠어.’
누구는 물고기를 잡지 못해서 피쉬 뱅크까지 만들었다는데 이곳은 아예 늪 전체가 피쉬 뱅크나 마찬가지였 다.
간간이 니아가 펠리컨마냥 물속에 입을 넣더니 입안에 물고기를 한껏 담고 꿀떡꿀떡 삼켜 댔다.
꿀꺽꿀꺽
“뀨우.”
루나는 니아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두드리며 혼을 내주었다.
“니아! 아무거나 막 먹으면 안 된 다고 했지!”
“뀨우우우.”
“소환수니까 괜찮다고? 그래서 말 안 듣겠다는 거야?”
“뀨우.”
“라이 선배가 몇 번 말 안 들으면 제 풀에 지쳐서 포기한다고 했어? 오빠! 나중에 라이 꺼내 줘!”
누구 소환수 아니랄까 봐 갈수록 영악해지는 라이였다.
제물용으로 키우다 보니 애가 이상 한 성향을 가지게 돼서 혼나는 것마 저 좋아한다.
오죽하면 더 혼내 달라고 할까.
어쩌겠냐.
허구한 날 부서지느라 고생하는데 약간(?) 삐딱선 타는 거야 감안해야지.
고양이들이야 원래 다 한 가지씩 자기 고집이 있는 거 아니겠어? 나중에 종이상자나 하나 구해 주면 좋아라 하며 거기 들어가 있을 거 다.
“나중에 꺼내 줄 테니까 지금은 둘 다 얌전히 있어.
니아와 루나에게 주의를 준 강현은 토템을 살폈다.
토템의 절반은 물에 잠겨 있었고, 나머지 절반에 이끼가 끼여 있어서 새겨진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드러난 글자라곤 ‘무적 관…….’이 란 석 자가 고작이었다.
검으로 이끼를 살살 긁어내자 모든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로토족의 추모비]
[죽은 로토족을 추모하는 추모비.
S급 이상의 보구 10개를 바쳐서 로 토족의 원혼을 달래면 원하는 무기 에 무적 관통 능력을 부여할 수 있 는 보구가 나옵니다. 한 번 부여하 면 효과가 3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토템이 어스 메갈로돈에게 닿으면 자동으로 유체화 상태가 되기 때문 에 부서지지 않습니다. 단,어스 메 갈로돈에게 닿아 유체화 상태가 되 면 5분간 사용하지 못하게 되니 주 의하십시오.]
S급 이상의 보구 W개가 뉘집 개 이름인 줄 아나.
강현 일행이 가진 보구 중에서 제 물로 써 버릴 보구는 많지 않다. 가진 게 거진 SS급 이상에 전설급 과 신화급까지 더러 섞여 있는데, 그만한 보구를 제물로 쓰긴 아깝잖 은가.
대신 B급? A급 보구는 제법 있긴 하다.
김혜림이 해상 카르텔 단원들을 일 거에 쓸어버리고 나서 언더그라운드 사람들이 잿더미에 묻혀 있는 보구 들을 챙겨 왔었다.
해체해서 CP로 쓰려고 언더그라운 드와 절반씩 나눠 가졌는데,신화급 웨이브를 찾는다고 바삐 움직인 탓 에 아직 해체하지 않고 아공간 주머 니에 넣어 둔 채로 남아 있었다. 강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B급? A 급 무기 보구를 꺼냈다.
년급 보구가 없다면 만들면 되지. 재료와 환경은 갖추어져 있으니까 여기서 만들면 되겠군.’
강현이 가진 스킬 중에는 개방의 서 스킬이 있다.
개방의 서를 쓰면 보구 하나를 지 정하여 개방의 힘을 부여할 수 있 다.
개방의 힘이 부여된 보구는 사용할 수록 숙련도가 쌓이며,숙련도가 일 정 이상 쌓이면 보구에 숨겨진 힘을 개방할 수 있게 된다.
보구의 힘을 개방할 때마다 등급이 0.5단계 상승한다.
무기 형태의 보구는 생명체를 죽이 면 숙련도가 상승한다.
그런데 무기 형태의 보구 숙련도를 쌓을 때 한 가지 편법이 있다. 죽여야 하는 생명체가 꼭 몬스터가 아니라도 된다.
물속에 우글우글 모여 있는 생명체 를 죽여도 숙련도가 쌓인다는 뜻이 다.
‘손톱만 한 송사리가 우글우글한 게,숙련도 채울 숫자는 되겠군.’ 이전에 세이아나가 ‘SS급 보구 잔 뜩 만들라고 끼워 넣은 스킬인데 왜 안 써?’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개방의 서로 CP를 벌려면 노가다 를 많이 해야 한다.
노가다뿐이랴.
B급? A급 보구 준비해야하지,노가 다 할 장소 물색해야 하지. 기본적으로 드는 시간과 비용에 비 해 얻는 것이 너무 적다.
기껏 SS급 보구 만들어도 얻는 CP 의 양이 A급을 해체했을 때에 비하 여 엄청 많은 것도 아니다.
하나를 만들어도 순이익은 고작 200~600만CP 정도다.
신화급 웨이브에서 아인족을 상대 로 머리만 잘 쓰면 한 번에 수억씩 챙길 수 있잖은가.
아니면 아예 작정하고 커뮤니티 지 역장을 농락해도 억대의 CP는 나올 거다.
개방의 서는 기본적으로 자잘한
CP를 버는데 쓰는 것이 아니라 지 금처럼 S급 이상의 보구를 제물로 바치거나,초보(?) 때 잠깐 장비를 맞출 때나 쓰는 스킬이다.
강현은 보구에 하나하나 개방의 서 를 적용하여 보구들을 업그레이드시 켰다.
퍼영! 퍼영! 퍼영!
저만치 먼 곳에서 어스 메갈로돈이 김혜림을 노리고 물회오리 스킬과 직접 튀어 올라 삼키려는 시도를 수 차례 반복하고 있었다.
하늘 계단을 군데군데 소환해 두고 그 위를 번갈아 이동하며 어스 메갈 로돈의 시선을 끄는 중이었다.
거기에 멀찍이 떨어져 있던 세이아 나가 가담하여 적절한 위치에 눈사 람을 소환하여 어스 메갈로돈의 시 야를 가려 주었다.
그러는 사이 강현은 무기들을 차례 차례 업그레이드시킨 보구들을 토템 에 넣었다.
혼자서 작업을 진행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지트를 소환했다. 오랜만에 소환된 지트는 습관적으 로 한쪽 무릎을 꿇으려다 당황을 금 치 못했다.
“오랜만에 뵙겠습니…… 흐억! 이
게 웬 진흙탕입니까,주군!”
“늪이니까 주의해서 움직여. 흠,너 갑옷 무게 때문에 안 되겠다. 갑옷 벗어.”
“벗으라고 하시니 벗기야 하겠습니 다만 투구까지 벗어야 합니까?”
“편하게 움직이려면 투구까지 벗는 게 좋긴 하지. 왜? 얼굴 드러내기 싫어?”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얼굴인 지라……
“투구 무게쯤은 괜찮겠지. 얼른 벗 어. 꾸물거릴 시간이 없어.”
김혜림과 세이아나가 언제까지고 시간을 끌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한 번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목숨이 날아간다.
어스 메갈로돈의 몸집과 사나운 외 견은 보기만 해도 강한 압박감이 느 껴진다.
때문에 대치하기만 해도 평소 이상 체력이 소모되기 마련이다.
그녀들의 체력이 고갈되기 전에 작 업을 마쳐야만 했다.
지트가 투구 이외의 갑옷을 모두 벗어던지며 강현이 던져 주는 A급 보구로 물고기를 사냥했다.
죽은 물고기가 늘어나다 보니 물에 점점 물고기 시체와 시체에서 번져 나온 피의 양이 늘어났다.
멀리서 피 냄새를 감지한 어스 메 갈로돈이 등지느러미의 방향을 강현이 있는 곳으로 돌렸다.
“가장 짜증나던 녀석은 어디로 갔 나 했더니 거기 있었구나. 토템을 쓴다 해서 이 몸을 공략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어스 메갈로돈이 쏜살같이 빠른 속 도로 늪을 질주했다.
루나가 어스 메갈로돈의 속도와 남 은 거리를 가늠하며 다급한 투로 말 했다.
“녀석이 오고 있어! 오빠! 아직 멀 었어?”
“이번 게 마지막이야. 먼저 올라 가.”
강현에겐 군단의 서가 있기에 언제 든지 피할 수 있었다.
꾸물거리다간 루나와 니아만 당하 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기에, 니아가 날개를 퍼덕이며 루나를 공 중으로 피신시켰다.
현재 토템에 S급 보구 9개를 넣었 고,지금 쥐고 있는 검이 마지막 10 개째였다.
강현은 투영검으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물고기 떼를 몰살시키며 A+급 보구를 S급 보구로 업그레이드시켰 다.
마지막 10개째 보구를 토템에 넣 자 토템 상단부에 위치한 구멍에서 구슬 하나가 튀어나왔다.
벌써 어스 메갈로돈은 지척까지 다 가와 아가리를 크게 벌리는 중이었다.
강현은 지트를 소환석 상태로 되돌 리며 군단의 서 효과를 발동했다. 첨벙!
어스 메갈로돈이 아무도 없는 늪지 대에 입을 들이밀었다가 다물면서 맹물을 삼켰다.
정작 삼키려 했던 강현은 군단의 서 효과로 멀찍이 떨어져 있는 김혜 림에게로 이동했고 말이다.
강현은 토템에서 나왔던 구슬에 감 정서를 붙여 보았다.
[로토족의 원한]
등급 : 없음
타입 : 소모품
특성 : 제2신화급 웨이브 1-A구역 을 공략하면 생기는 로토족의 추모 비에서 나온 물품. 로토족의 원한을 원하는 무기에 가져다 대고 마나를 불어넣으면,해당 무기에 3시간 동 안 무적 관통 능력이 부여된다. 1회 사용 시 사라지니 주의해서 사용할 것.
무기에 무적 관통 능력을 부여한다 는 거야 토템에 적힌 글자를 통해 이미 알아낸 바이다.
그보다 ‘1-A구역’이란 단어가 눈 에 밟힌다.
1-A구역이 있다는 건 1-B구역도 있다는 말이 된다.
1층에 여러 개의 구역이 존재했던 건가!
그렇다면 2층에서 바로 보스몬스터 가 나온 것도 이해가 간다.
로토족을 공략했기에 2층에 무적 관통 능력을 부여해 주는 토템이 생 겼던 것이다.
‘구역 하나를 공략할 때마다 어스 메갈로돈을 공략할 수 있는 토템이 생겨나는 구조였군.’ 원래라면 1층의 다른 구역도 공략 하고 왔어야 하나 고작 한 구역만 공략하고 바로 와 버린 셈이었다. 하지만 무적 관통 능력이 있으니 더 이상의 토템은 필요 없지 않을까 싶다.
강현은 하늘 계단 위에 지트를 소 환하며 로토족의 원한을 넘겼다.
“무적 관통 능력을 부여하는 보구 야. 포이즌 소드에 발라 둬.”
“저 상어 놈을 처리하기 위한 도구 지요? 그거라면 주군의 빙백검에 적 용해서 얼려 버리는 게 낫지 않겠습 니까? 물로 이루어진 놈이기도 하고 요.”
“저만한 크기면 얼리는데 시간이 좀 걸려. 다 얼리기도 전에 늪 속으 로 들어가 버리겠지. 반대로 물로 변하는 스킬을 빼앗으면 확실하게 죽일 수 있어.”
강현의 의도를 알게 된 지트는 납 득하며 포이즌 소드에 로토족의 원한을 사용했다.
어스 메갈로돈이 몇 개나 되는 스 킬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포이즌 소드로 한 번 만에 물로 변하는 스킬을 빼앗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여러 번 칼질을 시도할 작전이 필요했다.
논의 끝에 강현이 시선을 끌고,김 혜림이 지트에게 카모플라쥬를 걸어 주어 어스 메갈로돈을 공격하기로 했다.
한편 어스 메갈로돈은 좀 더 지능 적으로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흑발 사내와 흑발 여자는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할 수 있으니 쫓아다닌다 해도 헛심만 멜 뿐이었다.
노려야 할 건 은발 꼬맹이다.
방금 토템 앞에서 은발 꼬맹이부터 급하게 피신한 걸로 추측컨대 은발 꼬맹이에겐 순간이동 능력이 없는 것 같다.
‘은발 꼬맹이를 노리면 흑발 남자 가 구하러 오겠지. 그때를 노려서 놈을 삼키는 거야.’
그런데 유인을 할 것도 없이 흑발 남자 쪽에서 먼저 다가오기 시작했 다.
흑발 남자는 빛의 날개를 펼치며 물총새마냥 빠르게 급강하를 시도하 였다.
승산도 없는데 제 풀에 지쳐서 오
는 건 아닌 것 같고.
토템에서 얻은 무적 관통 능력을 믿고 공세를 취하기로 마음먹었나 보군.
이래나 저래나 결과는 매한 마찬가 지다.
끝에 가서 인간 놈들은 패배하고 죄다 물고기밥이 되는 건 약속된 미 래 였다.
어스 메갈로돈은 흑발 남자에게로 방향을 틀며 언제라도 튀어오를 준 비를 하였다.
둘 사이의 거리가 급격히 좁아지던 중.
갑자기 등지느러미에서 쇳날 스치 는 느낌이 여러 번 느껴지더니 돌연물로 이루어진 몸뚱이가 원래 몸둥 이인 상어의 몸뚱이로 되돌아갔다. 그와 함께 등지느러미 위에서 녹색 빛이 걷혀 나가더니 여태껏 존재감 이 느껴지지 않았던 웬 마스크헬를 의 사내가 나타나 목청껏 외쳤다.
“지금입니다,주군! 베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