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화
예사롭지 않은 공략법에 일동 전원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수 초간 이어지던 침묵을 깬 건 강현이 었다.
“여긴 보스가 일찍 출근하는군.”
“어스 메갈로돈이면 보스잖아요. 평범한 던전도 방이 여러 개거나 최 소 3층까지는 있는데 여긴 뭐…… 2층에서 보스가 나와 버리네요.”
“표지판 뒷면에 따로 공략법이 적 혀 있는 것도 아니고. 최소 6층까진 있다고 여겼는데 말이지.”
“뭔가 숨겨진 요소가 있을 거예요. 다들 방심하지 말고 집중해요.”
김혜림이 사주 경계를 하며 가이아 보우를 꺼냈다.
2층에서 나오면 어떻고,6층에서 나오면 어떠랴.
어차피 공략해야 할 대상이거늘.
조삼모사.
아침에 3개 받고 저녁에 4개 받든, 아침에 4개 받고 저녁에 3개 받든 순서의 차이일 뿐이니.
먼저 공략하느냐,나중에 공략하느 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선 정보 수집부터 해야 한다.
어스 메갈로돈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이상 무턱대 고 전투에 돌입하는 건 자살행위다. 강현식 공략 방식에 익숙한 여성진은 따로따로 움직이고자 했다.
“별명이 땅속을 헤엄쳐 다니는 늪 의 포식자라 했었죠? 늪바닥 밑에서 헤엄치고 있겠네요.”
“상어 모습이니까 늪 위로 뛰쳐나 오면서 공략자를 집어삼키는 타입의 공격을 해 올 거야. 무적 능력이랑 무적 관통 능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을 테고. 상어 낚시 하듯이 누가 미끼 노릇하고 작살로 꿰어 버리는 건 어때? 혜림이한테 허물 화살 있 잖아.”
“낚시 작전으로 시도해 보고 안 되 면 공략을 수정하는 걸로 하지.”
“미끼는 누가 할 건데?”
“가장 맛있어 보이는 사람이 해야
지. 요즘 세이아나가 제철이라던데.”
“아 좀! 살 안 꼈다니까! 체중계 들고 와!”
세이아나가 그램 단위까지 측정할 기세로 로브를 활짝 열어젖혔다. 아웅다응하는 것과는 별개로 처음 부터 미끼 역할을 할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강현밖에 더 있겠는가.
강현이라면 요정의 신발이 있으니 늪에 빠질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 다.
빙백검으로 늪 위에 차오른 물을 얼리며 걸어도 되고 말이다.
혹시나 어스 메갈로돈이 강현을 삼 키려고 나타나면 위치되감기나 군단의 서 효과로 회피할 수 있다. 강현은 바위에서 뛰어내려서 늪지 대에 발을 들였다.
요정의 신발 효과 덕에 설피를 덧 댄 것마냥 늪에 빠지지 않게 되었 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물이 허벅지까 지 차올라서 신발 안에 물이 들어간 다는 점일까.
'이거라면 차라리 빙백검으로 얼음 길을 만들어서 움직이는 게 더 안전 하겠군.’
언제 어스 메갈로돈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수면 바로 아래조차 보이지 않는 흙탕물에 신체 일부를 담그고 있는 건 썩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다. 강현은 자신의 상태를 곧바로 인식 하곤 문제점들을 바로 수정했다.
빙백검을 뽑아서 빙결 오오라로 얼 음길을 만들어선 그 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편 여성진 쪽에서도 서서히 행동 을 취했다.
세이아나는 소환석으로 되돌렸던 그리폰을 소환하며 말했다.
“뭉쳐 있어 봐야 표적밖에 더 되겠 어? 따로 흩어지자. 흩어질수록 현 이의 반경도 넓어질 거야.”
“오빠! 나 니아 줘!”
세이아나야 그리폰을 타고 이동하 면 되고,김혜림에겐 하늘 계단이 있다.
오로지 루나만이 적절한 이동수단 이 없기에 니아를 달라고 한 것이었 다.
김혜림에게 물 위를 달릴 수 있는 말인 켈피가 있긴 한데,기동력이 중요한 터라 지금과 같은 상황에는 걸맞지 않는 소환수였다.
강현은 바위 바로 밑에서 얼음길을 만들다가 멈추어 니아를 소환하였 다.
“뀨우우우!”
1층에서 늪에 빠질 뻔한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는 소환되자마자 날개 를 퍼덕이며 날아오르는 니아였다. 그리하여 세이아나는 그리폰을,김혜림은 하늘 계단을,루나는 니아를 따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오직 강현만이 늪에 남아서 얼음길 을 만들며 늪지대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1층과 달리 나무 대신 부들이 드 문드문 자라나 있는 게 전부였다.
유속마저 느릿느릿한 게 2층 전체 가 시간이 멈춰 있는 느낌이 들어 감각이 둔해질 것 같았다.
밤에 고속도로에서 높은 속도로 계 속 달리다 보면 사람이 멍해져서 감 각이 둔해질 때가 있지 않은가. 모름지기 사람이란 비슷한 풍경이 이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도록 설계 되어 있다.
강현은 간간이 빙백검을 물에 담그 며 파문을 만들어 냈다.
포옹!
잔잔히 퍼지는 물결은 효과적으로 풍경에 변화를 가져온다.
퍼지는 물결을 보며 명경지수를 꾀 한다 하였으니.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한 행동을 취 하며 이동하였다.
얼마쯤 걸었을까.
갑자기 얼마 떨어지지 않은 늪 속 에서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오는 것 을 목격할 수 있었다.
거품의 양이 점점 많아지나 싶더니 펌프로 끌어올린 듯 물이 솟구치며 집채만 한 대형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쏴아아아! 텀벙!
지상으로 튀어나온 건 거대한 상어 였다.
일반적인 상어와 차이점이 있다면 첫째로는 거대한 몸집을 말할 수 있 을 거고,둘째로는 몸체가 시퍼런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몸집이 어찌나 거대한지 10미터가 량 떨어진 곳에서 거품이 올라왔건 만 입을 쩌억 벌리자 삼키는 범위가 강현의 발밑까지 닿았다.
찰나의 순간에 강현은 반사적으로 빙백검의 효과를 발동했다.
‘빙결 오오라!’
어스 메갈로돈의 정체가 물로 이루
어진 거대 상어이니,빙백검으로 얼 려 보려고 빙결 오오라를 발동한 것 이었다.
물론 무적 능력이 있다면 통하지 않을 것이다.
신화급 웨이브에 서식하는 신수이 니 무조건 무적 능력을 가지고 있을 터.
그래도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시도해 볼 필요가 있었다.
빙결 오오라를 사용했건만 어스 메 갈로돈은 살얼음 한 점 끼지 않고 원래의 모습 그대로 강현을 집어삼 키려 했다.
‘무적 능력이 있는 건 확실하군.’
어스 메갈로돈에게 무적 능력이 있
다는 걸 알았으니 회피를 할 차례였 다.
현재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자 는 김혜림이었다.
강현은 군단의 서 효과를 이용하여 김혜림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동시에 어스 메갈로돈이 강현이 서 있던 자리에서 튀어 올라 천장까지 올라갔다가 늪에 떨어졌다.
그런데 도로 늪 속으로 들어갈 땐 수면 위에 물방울이 떨어지듯 매우 부드럽게 잠수하였다.
포옹!
솟아오를 땐 고래였는데 물에 빠질 땐 새우 같았달까.
상승과 하강의 캡이 극과 극이었
다.
부드럽게 입수한 만큼 다음 공격으 로 이어지는 속도가 빨랐다.
김혜림이 서 있는 하늘 계단 위에 강현이 같이 올라탄 지 3초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 계단 아래 로 저만치 밑에 있는 수면에서 벌써 물기둥이 솟고 있었다.
하지만 강현이나 김혜림급 되는 공 략자에게 3초는 매우 긴 시간이었 다.
종종 다수의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가.
보고 피할 수 있을 땐 그냥 보고 피 하라고.
김혜림은 한참 떨어진 상공에 하늘 계단을 소환했다.
“강현 씨! 먼저 이동할게요! 군단 의 서로 따라와요!”
김혜림의 하늘 계단은 시전자에 한 하여 이미 설치된 하늘 계단 위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
하늘 계단 위로만 이동할 수 있다 는 전제 하에 재사용대기시간 없는 순간이동을 쓸 수 있다는 거다.
김혜림이 한 발 앞서 먼 곳에 있 는 하늘 계단으로 몸을 옮겼다. 강현은 김혜림에게로 가기 전에 허 물검을 꺼냈다.
‘투영.’
투영 스킬을 사용하여 허물검의 투
영검을 만들어 냈다.
하늘 계단 위에 서서 발을 단단히 딛고 허물검을 사선으로 그었다. 재차 강조하자면 허물검만큼은 보 구가 아니라 드워프들이 마통의 허 물이란 재료로 재구성한 '일반 무 기’이기에 무적 관통 능력이 투영검 에도 적용된다.
투영검의 스킬 효과는 어디까지나 ‘투영검과 다른 스킬의 중첩 불가’. ‘투영검에는 보구 효과 미적용’이란 조건이 달려 있다.
무적 관통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도 드워프에 의해 제작된 일반 무기 라는 특수성 덕분에 무적 관통 능력 을 가진 투영검을 사용할 수 있었다.
강현의 움직임을 따라 투영검이 날 렵하게 사선 궤적을 그렸다.
텅범!
투영검이 어스 메갈로돈의 몸을 물 베듯 관통하였다.
그러나 정작 검에 베인 어스 메갈 로돈은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은 둣 튀어 오르고 있었다.
물은 벨 수 없다라는 말이 이토록 실감나게 다가오는 광경이 따로 있 을까.
빙결 오오라로 얼리자니 무적 능력 때문에 막히고,허물검으로 베자니 검으로 물 베는 꼴이 된다.
강현은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바로
김혜림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포옹!
강현이 있던 자리를 훑고 지나간 어스 메갈로돈이 감질 난다는 둣 하 늘 계단을 으적으적 씹으며 늪으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날카로운 삼각 지느러 미를 수면에 내놓곤 유유히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며 늪 속을 헤엄쳤다. 줄곧 헤엄을 치며 간을 보던 어스 메갈로돈이 별안간 말했다.
“날파리처럼 잘도 도망치는구나. 거기 촐랑촐랑 도망 다니는 하찮은 검은 머리 사내놈아. 네까짓 것 먹 어도 간에 기별도 안 가니까 얌전히 탈출이나 하거라. 어디 콩알만 한 조무래기가 촐랑촐랑 들어와선 이 몸의 심기를 자극하느냐.”
조무래기 취급을 받아 본지가 언제 던가.
가이아 대륙은 말할 것도 없고 요 즘은 카니발에서도 경시하는 자가 없었다.
신수답게 행동해 줘서 고마울 따름 이다.
베었을 때 더더욱 각별한 손맛을 느끼라고 적절하게 조미료를 듬뿍 끼얹어 주고 있지 않은가.
“공격당할 일이 없다고 착각하는 건 그랜드 우드랑 별반 다를 게 없 군.”
“그랜드 우드 때랑 같은 방법을 쓸
거예요?”
그랜드 우드 때와 같은 방법이라면 지트를 이용해 신수의 스킬 중 하나 를 빼앗는 것이었다.
어스 메갈로돈이 몸을 물로 바꾸는 스킬을 가지고 있고,해당 스킬로 물로 이루어진 몸을 유지하고 있는 거라면 지트의 유령광대 소울로 어 스 메갈로돈의 몸을 원래 몸뚱이로 바꿀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 방법을 쓰려면 한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유령광대 소울의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지트의 검에 무적 관통 능력 을 부여해야 해.”
“그랬었죠. 2층에 무적 관통 능력
을 부여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있어야지. 없으면 아예 공략하지 말라는 거잖아.”
유령광대 소울의 효과는 지트의 공 격이 적중해야 발동한다.
그랜드 우드를 공략할 때도 보스방 입장 전에 마녀와 거래하여 무적 관 통 능력을 무기에 부여했었다.
적어도 2층 어딘가에 무적 관통 능력을 얻을 수 있는 요소가 숨겨져 있을 터.
숨겨진 요소를 찾으러 이동하려던 찰나,소리잔에서 소리가 흘러나왔 다.
품에서 소리잔을 꺼내어 얼굴에 가 까이 대자 루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 오빠! 여기 물고기 엄청 많아!
“루나,지금 오빠가 많이 바빠.”
- 그리고 이상한 토템 있어! 무, 무적 관…… 이상한 거 덕지덕지 붙 어서 글자가 잘 보여.
루나가 있는 곳에 토템이 있고 무 적 관통 능력이란 글자의 일부만 보 이나 보다.
이미 찾아냈다면 따로 찾을 것도 없다.
그사이 수면을 스치듯 헤엄치던 어 스 메갈로돈이 공세를 취하였다.
“도망갈 기회를 주는데도 끝까지 버티는군. 물에 빠진 놈이 왜 물고 기밥 신세가 되는지 실감하게 해 줘 야겠구나.”
어스 메갈로돈의 몸에서 마나가 일 링이더니 사방에서 물회오리가 솟구 쳐 올랐다.
용오름을 방불케 하는 대형 물회오 리였다.
물회오리의 숫자는 총 4개.
4개의 물회오리가 한꺼번에 강현과 김혜림이 있는 곳으로 죄여 들어왔 다.
강현은 김혜림의 머리를 손으로 거 칠게 쓰다듬곤 산뜻하게 한 마디 날 렸다.
“나 먼저 간다.”
말을 마친 강현이 군단의 서 효과 로 먼저 루나가 있는 곳으로 가 버 렸다.
홀로 남은 김혜림은 고개를 절레절 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에효,잘난 서방이 빨리 가겠다는 데 어쩌겠어. 내가 맞춰 줘야지.”
그러면서 멀찍이 떨어진 하늘의 계 단으로 순간이동을 하여 간단하게 물회오리 사이를 빠져나오는 김혜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