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 화
해일이 일어나면서 물살을 따라 연 꽃이 해일을 타고 위로 떠올랐다.
로토족 전용 특수 연꽃인지라 그런 지 일반 연꽃과 다르게 물속에 빨려 들어가지 않고 물 위에 둥둥 떠 있 었다.
특유의 높은 부력 때문인지 두 아 인족이 올라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핑보드마냥 유유히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로토족은 연꽃에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얼른 봉오리를 오므 렸다.
100개에 달하는 봉오리가 해일을
타고 히드라가 있는 12시 방향으로 쓸려 갔다.
강현은 드림윙을 퍼덕여 해일을 따 라갔다.
“따라가자. 히드라가 녀석들을 처 리하면 보상이 나올 테니 챙겨 둬야 해.”
신화급 웨이브에선 층을 공략할 때 마다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 스탬프를 찍을 카드는 1층 공략 후에 얻을 수 있으니 로토족이 죽은 이후에 바로 챙겨야 한다.
강현은 드림윙으로,세이아나와 김 혜림과 루나는 그리폰을 타고 해일 을 뒤쫓았다.
해일의 속도가 빠른 덕에 금세 12
시 방향에 있는 폭포에 이르렸다. 해일이 폭포에 부딪치자 거대한 채 찍으로 바닥을 후려친 양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발생했다.
짜아아악!
어찌나 소리가 크고 날카로운지 손 으로 귀를 막았는데도 귀가 멍멍했 다.
해일과 폭포의 물이 충돌하며 대량 의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누리끼리한 흙탕물에서 피어나는 수만 갈래의 허연 물보라.
그 광경이 흡사 물을 통해 재현되 는 불꽃놀이 같아서 감히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더불어 해일 위에 있던 로토족의
연꽃은 폭포에 부딪치며 아래로 추 락했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자가 있다는 것을 감지한 히드라가 어김없이 9개 의 머리를 드러냈다.
히드라의 머리들은 침범한 자들이 연꽃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곤 산성액을 토해 냈다.
“쉐에에엑!”
9개의 머리는 누가 누가 멀리 뱉 나 시합을 하듯 역동적으로 산성액 을 뿜어 댔다.
슬라임을 연상케 하는 산성액 덩어 리가 떨어질 때마다 연꽃이 십수 개 씩 녹아내렸다.
치이익! 치이익! 치이익!
역시나 예상대로 히드라에겐 무적 관통 능력이 있었다.
산성액 덩어리에 뒤덮인 로토족들 이 형체조차 없이 녹아내리며 수면 에 떨어졌다.
산성액 범벅이 된 폭포 아래의 수 면이 유황 온천마냥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특이하게도 로토족이 죽을 때마다 허연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히드라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히드라가 누군가를 죽일 때마다 제 물 카운트가 늘어나는 방식이었다. 모든 로토족이 녹아내리기까진 얼 마 걸리지 않았다.
200명의 제물을 바치는 조건이 충
족되자 히드라가 만족했다는 듯 혀 를 날름거리며 폭포에서 나왔다. 히드라의 몸은 기다란 뱀의 몸이었 는데,늪에 몸을 비비자 무게 때문 에 히드라의 몸이 서서히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종국에는 히드라의 머리까지 늪 속 에 완전히 잠기면서 보이지 않게 되 었다.
늪 아래에 따로 히드라의 레어라도 있는 걸까?
직접 늪 아래로 들어가지 않고선 히드라가 왜 늪 속으로 들어갔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쩌면 동면 준비를 한다고 폭포 뒤에 숨어서 사냥을 하고 있던 걸지도.
그보다 히드라가 사라지면서 폭포 뒤로 들어갈 조건이 갖추어졌다. 김혜림은 매가 사냥감 찾듯 매섭게 눈동자를 휘휘 움직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리품은 나오지 않았네요. 전리 품 반응조차 안 보여요.”
“로토족이 죽으면 나올 줄 알았는 데 아니었나 보군. 폭포 뒤로 가 보 자고. 가 보면 뭐라도 있겠지.”
강현은 거침없이 폭포로 행로를 잡 으며 히드라가 빠져나온 위치를 향 해 쇄도했다.
거센 폭포 줄기를 뚫고 로브 아래 로 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동굴 안에 착지했다.
뒤이어 그리폰을 타고 있던 여자들 도 들어왔다.
들어오는 과정에서 김혜림의 센스 가 돋보였다.
그리폰이 지나칠 위치에 하늘계단 을 비스듬히 소환하여 간이 처마를 만들고는 그 밑으로 들어오는 게 아 닌가.
처마를 타고 물이 다른 쪽으로 홀 렸기에 여성진과 그리폰은 물 한 방 울 안 묻히고 폭포를 지나칠 수 있 었다.
김혜림은 그리폰에서 내리며 장난 기 어린 미소를 그렸다.
“후후후,우리는 안 젖고 들어왔지
요?”
“좋은 방법이군.”
“웬일로 순순히 인정을 하신데. 근 데 왜 갑자기 다가와요? 불안하게시 리.”
“그냥 걷고 있을 뿐이다만?”
“꺄악! 젖은 채로 오지 마요! 물 묻히려고 오는 거죠?”
“상으로 포옹이라도 해 주려고 했 다만.”
“꼭 그런 식으로 말해서 사람 아쉬 운 마음 들게 하시더라. 못됐어 정 말.”
막간을 이용해 잠시 장난을 치곤 곧바로 동굴을 관찰해 보았다.
동굴 안은 발광이끼가 자라나 있어
서 대낮처럼 환했다.
멀지 않은 곳에 막다른 벽이 있었
는데,벽 한가운데에 문이 존재했다.
2층으로 가는 문이었다.
동굴 안에 특이한 점이 있다면 바 닥 가득 육각형의 얇은 비늘조각들 이 떨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숫자는 수백 개,크기는 손바닥만 한 정도?
표면이 매끈하여 유리마냥 발광이 끼의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바닥에서 수백 개의 비늘조각이 각 기 다른 반사각으로 빛을 발하다 보 니 동굴 전체가 연회장이라도 되는 양 화려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강현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비늘조각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히드라의 비늘인 것 같은데 말이 지.”
“마룡 허물이랑 비슷한 용도로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잠깐 기다려. 전리품 반응이 새어 나오고 있어.”
전리품 반응은 죽은 몬스터의 시체 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고 있 다.
죽기 전에 이미 떨어져 나온 비늘 은 시체의 일부라 할 수 없다.
즉 여기에 있는 모든 비늘은 신화 급 웨이브 진행을 위해 특별히 전리 품 반응을 띠고 있는 물건이라 할 수 있다.
그 증거로 발광이끼의 빛을 반사하 며 전리품 반응을 숨기고 있었다. 제대로 관찰하지 않으면 얻지 못하 는 구조였다.
공략자를 농락하기 위해 일부러 발 광이끼가 과다하게 많은 동굴 안에 배치한 것이리라.
강현은 확인차 감정서를 붙여 보았 다.
[제2신화급 웨이브 글라스(소유자
: 없음)]
등급 : 없음 타입 : 없음
특성 : 제2신화급 웨이브의 글라 스. 층을 공략할 때마다 토템에 넣으면 글라스에 빛이 깃든다. 탈출 혹은 공략을 마쳤을 때,글라스에 맺혀 있는 빛이 많을수록 진귀한 보 상을 받을 수 있다. 소유자가 죽으 면 소멸되며,분실할 경우 재발급 받으려면 1층부터 다시 공략해야 한 다. 스탬프 카드의 보상으로는 소유 자에게 적합한 타입의 물건이 지급 된다.
특이사항 : 1층에 존재하는 몬스터 의 신체 일부인 것처럼 숨겨져 있 다. 글라스를 발견하지 못한 자는 보상을 포기하고 계속 공략해야 한 다.
히드라가 죽지도 않았는데 그 비늘
이 전리품 반응을 띠고 있는 것이 이상했는데,알고 보니 히드라의 비 늘이 아니었다.
히드라의 비늘처럼 보이게 해 놨을 뿐 처음부터 공략자를 농락할 생각 으로 배치해 둔 제2신화급 웨이브 물품이었던 것이다.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갔다면 아까워 서 땅을 치고 후회했을 거다.
역시 뭐든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볼 일이다.
김혜림은 강현의 어깨너머로 감정 서를 힐끔 보고선 입을 열었다.
“무적 능력은 없네요. 아쉽다.”
“애당초 히드라의 비늘이 아니니까 무적 능력이 없어도 이상할 건 없지.”
“제 기억으론 한 사람당 하나씩만 토템에 넣을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하 는데 맞죠?”
“맞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 여러 장 챙겨 놔. 나중에 필요 없는 게 확실해지면 그때 가서 버려도 늦지 않아.”
“챙기고 바로 올라갈 거예요? 하룻 밤 자고 갈 거예요?”
“바로 올라가자고. 집중력이 살아 있을 때 치고 나가는 게 좋아.”
1층 공략에서 체력과 시간을 거의 허비하지 않았기에 힘이 넘쳐나는 편이었다.
기본적으로 비행 능력으로 이동을
한 게 크게 작용했다.
비행 능력이 없었으면 늪지대를 걸 어서 이동해야 했을 것이며,남성 로토족이 있는 곳과 여성 로토족이 있는 곳을 번갈아 오다니기만 해도 체력이 한껏 소모되었을 거다. 강현이야 요정의 신발이 있다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아니지 않은가.
발이 푹푹 빠지는 늪지대를 걸어 다니는 건 고문이나 다름없다.
신발이 젖은 상태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참호족에 걸릴 가능성이 높기 도 하고,여러모로 페널티가 많이 부과된다.
비행 능력이 있는 게 천만다행인 부분이었다.
게다가 전투라곤 강현이 히드라와 잠깐 격돌한 것과 루나가 해일로 로 토족을 폭포에 배달한 게 전부다. 체력적으로 여유가 넘칠 때 최대한 많이 공략해 두는 게 시간적으로도, 공략 효율에 있어서도 이득이다.
“다들 챙겼지? 문 연다.”
강현 일행은 글라스를 챙기고 동굴 안쪽에 자리 잡은 문을 열었다.
문 안쪽에는 세찬 마나 기류가 휘 몰아치는 중이었다.
마나 기류를 통과하자 여느 때처럼 칙칙한 잿빛 돌로 이루어진 나선 계 단 통로가 나왔다.
통로를 빙글빙글 돌며 위로 올라가 자 2층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문 앞에는 제1신화급 웨이브 때와 마찬가지로 장승과 비슷한 생김새의 석상이 세워져 있었다.
석상 앞에는 기다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어스 메갈로돈의 영역 1층 토템] -토템에 ‘글라스’를 넣으면 1층 공 략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넣을 수 있는 ‘글라스’는 한 사람당 1장 입니다. (한 사람이 2장을 넣어도 보 상은 하나만 나오니 대신 넣어 주지 말고 무조건 직접 넣으십시오.)
-보상을 받은 자가 2층에 들어서 면 1층은 초기화되어 다른 필드로 바뀝니다. 초기화가 진행되면 필드 에 남아 있는 자는 모두 사망하게 됩니다.
-만약 남은 동료가 있다면 동료가 올 때까지 기다리든지,아니면 보상 을 받지 않고 다음 층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토템을 이용한 규칙은 여전히 똑같 았다.
층을 공략할 때마다 최종적으로 받 을 수 있는 보상의 급이 달라지고, 토템을 사용하고 다음 층으로 넘어 가면 아래층이 초기화되는 것까지 전부.
스탬프 카드가 글라스로 바뀌고,
스탬프 도장이 빛으로 바뀐 게 다였 다.
강현 일행은 차례차례 글라스를 토 템에 넣었다가 빼내었다.
그러자 글라스의 일부에 삼각형 빛 이 깃들었다.
육각형 글라스 전체 면적 중 6분 의 1에 해당하는 부분에 하얀빛이 머무르고 있었다.
다시 말해 빛을 6번 받으면 글라 스가 빛으로 가득 채워진다는 말이 나 다름없었다.
“여긴 6층까지 있나 본데?”
“그랜드 우드의 영역은 8층까지 있 었으니까 2층 더 적은 셈이네요. 이 득일까요?”
“꼭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지. 층 수가 적은 만큼 난이도가 압축되어 있는 걸지도.”
2층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자 퀴퀴 한 냄새와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왔 다.
2층 문 너머로 발을 딛자 크고 단 단한 바위 위에 올라서게 되었다. 바위 아래는 1층과 마찬가지로 홁 탕물이 찰랑이는 넓은 늪지대가 펼 쳐져 있었다.
넓적한 바위 끄트머리에 표지판이 박혀 있는 게 보였다.
다가가서 표지판의 내용을 확인해 보니 다소 황당한 문구가 적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황당할 수밖에 없다.
여긴 2층이잖아.
6층까지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나 서 1분도 안 지났다고.
어스 메갈로돈의 영역 2층.
그 공략법은 2층에서 나올 리가 없는 존재를 공략하는 것이었다.
[어스 메갈로돈의 영역 2층 : 주인 의 늪 공략법]
[2층에 있는 어스 메갈로돈을 공략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