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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334화 (334/381)

334화

목소리에 워낙 힘이 실려 있다 보 니 여성 로토족이 일순 움찔거렸다. 확실히 여성 로토족은 나이가 많긴 하다.

웨이브 안에서 몇 년을 살아왔는지 기억조차 안 날 정도이니.

하지만 노처녀라 부르는 건 용납하 지 못한다.

못 간 게 아니다.

안 간 거지.

언젠간 연꽃 탄 왕자님이 을 거라 믿으니까!

여성 로토족들은 자신들을 노처녀 라 칭한 게 마음에 안 드는지 거세게 항의했다.

“이 여자가 누구 보고 노처녀라는 거야? 여전히 탱글탱글하다고! 인간 으로 치면 20대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단 말이야!”

“나이가 들었는데도 이만큼 유지한 게 대단한 거지! 매일 몸매 관리한 다고 폭포 위의 1급수만 마시고,1 급수로만 씻는 게 얼마나 고생인지 알아?”

“맞아 맞아. 햇볕 잘 드는 늪지대 뷰 고층에서만 살다가 흙탕물 가득 하고 나무 그늘 껴 있는 곳에서 살 면 적응될 것 같아? 결혼하고 싶으 면 최소한 직접 폭포까지 올라와서 32평짜리 연꽃이라도 마련해 와야지!”

빗발치는 항의 속에서 세이아나는 장판교에 선 익덕마냥 홀로 당당히 맞섰다.

어찌나 당당한지 일당백 역발산기 개세가 따로 없었다.

세이아나가 노련한 여유를 드러내 며 여성 로토족의 말을 되받아쳤다.

“여기서 더 나이가 들어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흥,그건 그때 가 보면 알겠지.”

“외부인들이 더 젊은 애들 데리고 오면 어쩔 건데? 여왕벌마냥 새 여 왕벌 쫓아내려고 싸우기라도 하게? 잘 들어. 잡을 수 있을 때 못 잡으 면 평생 못 잡아. 시간이 지날수록 니들은 불량채권이 된다고.”

“불량채권? 그게 뭔데?”

“영영 시집 못 간다고 이 바보 같 은 녀석들아. 너 같으면 히드라 뚫 고 폭포 오를래,그냥 너희들끼리라 도 낄낄거리면서 웃고 살래?”

“우리야 뭐……

“조건 빼고 생각해 보자. 상대가 나만 바라봐 준다고 했을 때 결혼할 래,말래?”

“조건 빼고 생각하면 당연히 하겠 지.”

“바깥세상에선 결혼해도 바람피우 는 개자식들이 널렸어. 너희들을 원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고. 간만 보고 있다간 뺏긴다니까.

까놓고 말해서 니들 한 쌍 이루면 무적 능력도 생기고 무적 관통 능력도 생 긴다며. 그때 가서 다시 폭포에 올 라와도 늦지 않잖아. 안 그래? 남자 들이 니들 손에 1급수만 묻히게 해 주겠다고 난리를 칠 텐데 그건 생각 안 해 봤어? 남자들이 원할 때 잡 으라고! 못 잡는 상황 되고 나서 후 회하지 말고!”

어느덧 여성 로토족은 세이아나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너무 진심이 느껴져서 감히 흘려들 을 수가 없었다.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사람 을 가슴에 묻은 것처럼.

듣는 이가 짠해지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진심이 전해지다 보니까 마냥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세이아나가 열변을 토해 낼수록 여 성 로토족의 반응이 서서히 바뀌었 다.

아! 우릴 매도하는 게 아니라 경험 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해 주고 있 구나!

기회를 놓친 여자는 저리되는구나.

늦기 전에 시도해야겠구나.

저렇게 되고 싶진 않아.

세이아나는 공략을 위해 여성 로토 족을 설득하다 보니 어느덧 자신에 게 동정의 눈빛이 쏟아지고 있단 걸 직감했다.

“야야야! 너희들 왜 그런 눈빛으로 봐? 난 아냐! 난 아직 팔팔하다고!”

“아냐. 네가 어떤 기분인지 잘 알 겠어. 자신처럼 되지 말라고 말리는 거였구나.”

“아니라니까!”

“부정하지 마. 우리한테 조언을 해 준 네가 방금 우리가 했던 말을 똑 같이 하면 뭐가 되니. 이해했으니까 더 이상 자신을 괴롭게 하지 마.”

부정할수록 늪에 빠지는 상황이 되 어 버렸다.

무섭도다 늪지대.

아직 1층이건만 혼자서만 늪에 빠 진 듯 허우적거리는 세이아나였다. 때마침 루나가 끼어들었다.

루나는 세이아나의 로브 자락 아랫 부분을 강하게 움켜잡으며 지원자격 에 나섰다.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 마! 엄마한 테도 아직 기회가 있단 말이야!”

엄마란 단어가 여성 로토족의 심금 을 울렸다.

여성 로토족은 더더욱 애잔한 눈빛 으로 세이아나를 보았다.

“애까지 있었어?”

“맺어졌다가 헤어진 거였구나. 그 래서 바람피우는 얘기를……

“우린 그나마 나은 편이었어. 기회 가 오기만 해도 감지덕지인 사람도 있는데 무슨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 던 건지.”

지원사격이긴 했다.

다만 총구가 아군을 향해 있었을 뿐.

어찌나 사격을 잘했는지 이상적인 탄착군이 생겨날 지경이었다.

이젠 빼도 박도 못하는 안쓰러운 돌싱이 되어 버렸다.

세이아나는 자포자기하듯 한숨을 내쉬며 동굴을 가리켰다.

“그래그래,나처럼 되기 싫으면 기 회 있을 때 잡아야지. 얼른 내려가 자.”

한 몸 바쳐 열연을 펼친 덕에 여 성 로토족은 계몽이라도 한 양,차 례차례 연꽃을 움직여 강가로 몰려 들었다.

연꽃 자체에 움직일 수 있는 능력 이 있는 건지 특별한 조작 없이도 여성 로토족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강현은 강가에 넘치는 물을 타고 동굴 앞으로 가는 여성 로토족을 보 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먼저 내려가서 기다리기로 하지. 아래쪽 수면에 충돌하면 연꽃 에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아래로 이어지는 동굴은 길다.

미끄러지는 동안 가속도가 붙어 폭 포 아래의 수면에 강하게 부딪칠 게 분명했다.

기껏 세이아나가 너덜너덜해지면서 까지 설득해 냈는데 늪 속에 곤두박 질쳐서 가라앉는 불상사가 생기면 곤란하다.

그 콧대 높은 세이아나가.

너덜너덜해지는 걸 감수하며.

넝마처럼 너덜너덜.

그녀의 희생정신을 높이 사서 반드 시 공략을 완수해야 한다.

그러나 여성 로토족은 괜찮다는 양 자신들이 타고 있는 연꽃의 강도를 언급했다.

“당연히 봉오리를 오므려서 내려가 야지. 연꽃에 무적 능력이 있으니까 충격을 받아도 안에 있는 우리는 안 전하단 말씀!”

연꽃엔 무적 능력이 있고,연꽃은 진짜 꽃이 아니라 로토족의 능력으 로 만들어진 소환수 같은 거라 꽃잎이 떨어지거나 시드는 일도 없다고 한다.

여기서 강현은 중요한 정보를 잡아 낼 수 있었다.

본체에는 무적 능력이 없더라도 연 꽃에 무적 능력이 있다.

그럼에도 남성 로토족은 히드라를 뚫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히드라의 산성액에 무적 관통 능력 이 있으니까 뚫지 않는 것이리라. 간접적으로 히드라에게 무적 관통 능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 이었다.

‘이걸로 필요한 정보는 다 모였군. 그보다……

여성 로토족이 하나둘 아래로 내려

가면서 차츰차츰 폭포 위에 남은 숫 자가 줄어들었다.

이윽고 모든 여성 로토족이 내려간 후

강현은 모든 걸 불태운 것처럼 우 두커니 서 있는 세이아나에게 다가 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수고했어.”

착각일까.

평소에는 아름다웠던 은발이 오늘 따라 유달리 하얗게 불타 버린 것처 럼 느껴졌다.

세이아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연기 였다는 걸 강조했다.

“아하하,조금 연기해 주니까 바로 넘어오네. 정말 바보 같은 아이들이야. 나한텐 당장 누굴 만나는 것보 다 공략이 먼저인걸. 자,우리도 가 자. 공략 도중이니까 다들 긴장 풀 지 마.”

미안,세이아나.

연기였다는 말에서 노이즈가 응응 울리고 있어.

간파 능력 덕에 모두 알고 있지만 그녀의 기분을 생각하여 속아 주는 척했다.

*

여성 로토족을 데리고 남성 로토족 이 있는 곳으로 가니,남성 로토족 이 익롱마냥 괴성을 질러 대며 좋아했다.

“키야야아! 여자다!”

“여자들이다! 여자들이 왔어!”

“여자! 여자! 여자!”

남성 로토족의 머리 위에 달려 있 는 연꽃이 만개하면서 그윽한 향을 뿜어 댔다.

여성 로토족을 유혹하는 효과라도 있는 건지,향을 맡은 여성 로토족 들이 홀린 양 남성 로토족에게 다가 갔다.

여성 로토족들은 남성 로토족이 있 는 연꽃으로 갈아타며 부둥켜안았 다.

그러면서 로토족의 짝짓기가 시작 되었다.

연꽃의 봉오리가 닫히면서 외부와 접촉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완전 차단,완전 방음.

100개의 연꽃이 닫히면서 여성 로 토족이 타고 있던 연꽃에 변화가 찾 아왔다.

여성 로토족의 상황을 반증하듯 그 녀들이 소유했던 연꽃의 꽃잎이 떨 어지면서 가루가 되어 바스라졌다. 잠시 후,짝짓기를 마쳤는지 연꽃 이 만개하면서 각각 한 쌍이 된 로 토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짝짓기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연 꽃의 향이 형상화된 듯 분홍색 기운 을 몸에 휘감고 있다는 점이었다.

‘저 분홍색 기운으로 무적 능력과

무적 관통 능력을 발휘하는 거겠 군.’

요구조건을 충족했으니 합당한 정 보를 제공받을 차례였다.

강현은 다음 층으로 가는 방법을 물었다.

“요구대로 여자들을 데려왔으니 위 층으로 올라가는 방법을 알려 주시 지.”

남성 로토족은 첫 경험 탈출과 동 시에 자신감을 얻은 남자마냥 의기 양양하게 여성 로토족의 어깨에 팔 을 둘렀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우줄거리며 말하길.

“성질 한번 급하군. 자고로 남자란

차분함이 있어야 되는 거라고.”

급하다고 말할 처지가 아니란다. 너희 합방 시작하고 1분 만에 끝 난 건 알고 있니?

니들 연꽃 아래에 있는 연근이라도 씹어 먹어 보렴.

그토록 바라던 소원을 이루어 줬는 데도 감사인사는 고사하고 우풀거리 기 바빴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기억 못한다더 니,이건 뭐 뻔뻔한 걸 넘어서서 건 방지다는 말이 어울린다.

남성 로토족은 건들거리는 움직임 을 취하며 선심 쓰듯 위층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불쌍하니까 알려 주지 뭐. 히드라

에게 200명의 제물을 바치면 히드 라가 사라지면서 2층으로 올라가는 통로가 나와. 이후부턴 알아서 하라 고. 나는 여자친구랑 연꽃 드라이브 를 하러 가야 해서 바쁘거든.”

아인족이 배신을 한다기보다 아인 족을 제물로 바쳐야만 피해 없이 통 과할 수 있는 구간이었다.

어쩐지 아인족의 입이 험하다 싶었 다.

입이 험한 것에 발끈하여 로토족을 한 명이라도 죽이면 로토족을 대체 할 제물을 조달해야 하는 구조였다. 남성 로토족,여성 로토족 둘 다 괜히 짜증나는 성격을 가지고 있던 게 아니었다.

강현은 쌍쌍이 연꽃에 올라타 있는 로토족을 넓게 둘러보며 말했다.

“200명의 제물이라…… 너희가 딱 200명이군.”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로토족 이 제물로 적격이라는 뜻이 신랄하 게 전달되었다.

드라이브를 하려고 연꽃을 움직이 던 남성 로토족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어쩌라고? 우릴 제물로 바 쳐 보려고? 덤빌 테면 덤벼 봐. 무 적 능력 뚫을 수단은 가지고 입을 나불거리는 거겠지?”

허물검을 쓸 것도 없다.

로토족을 히드라가 있는 폭포까지 보내 버리면 그만이니까.

이번 건 루나도 적잖이 짜증났는지 강현의 로브를 잡아당기며 앙증맞은 목소리로 살벌한 소리를 했다.

“오빠오빠,보내면 되지?”

강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대신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루나가 새하얀 스태프를 높이 들어 서 마나를 한껏 뽑아냈다.

더불어 순백의 모비딕 스태프를 통 해서 해일 스킬이 발동되었다.

로토족의 연꽃이 떠 있는 수면 아 래에 파문이 일어나더니 파도가 발 생했다.

로토족을 히드라가 있는 곳까지 배 달해 줄 특급배송 해일이었다.

쏴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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