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33화 (333/381)

333

폭포 위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게 고대의 몬스터 중 하나인 히드라 였을 줄이야.

고대 몬스터 중에서 지명도만 따지 면 상위권에 자리 잡는 몬스터이다. 원래 세계에서는 머리를 자르면, 잘린 자리에서 두 개의 머리가 돋아 난다는 설이 있었다.

그런데 방금 잘린 머리에서 하나의 머리가 재생되는 걸로 보아 웨이브 안에서 특징이 재구성된 히드라인 것 같았다.

머리를 자르고 나서 단면을 불로 지진다든가,불사의 능력을 지닌 중앙의 머리만 자르면 된다든가,9개 의 머리를 한꺼번에 잘라 낸다든가. 여러 가지 공략 일화가 전해져 오 지만 지금으로선 죽이는 방법을 찾 을 때가 아니다.

아무리 봐도 죽이라고 배치해 놓은 몬스터가 아니었다.

‘나처럼 시작부터 무적 관통 능력 을 가지고서 공략을 시작하는 자는 없어. 기본적으로 무적 관통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공략하는 곳이 신화 급 웨이브야. 그러니 어딘가에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겠지.’

허물검으로 히드라를 죽이고 가는 건 너무 비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전승되는 공략법을 일일이 시험해 보다간 히드라 한 마리 잡는데 허물 검의 내구도를 모두 소모해 버릴 것 이다.

강현은 계산 끝에 선택지를 두 가 지로 좁혔다.

1. 히드라를 지나칠 수 있는 숨겨 진 요소를 찾아낸다.

2. 김혜림을 불러다가 카모를라쥬 를 써서 폭포 위로 올라간다.

김혜림의 카모플라쥬라면 존재감마 저 지워 버리니 히드라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 다.

일단 1번과 2번을 동시에 진행할 생각이다.

김혜림을 호출하고 그녀가 오는 동

안 멍하니 시간을 죽이느니 숨겨진 요소라도 찾는 게 낫지 않겠는가. 강현은 소리잔을 꺼내어 입에 가까 이 대었다.

“김혜림.”

- 네,강현 씨. 언제 와요? 여기 표지판 보니까 로토족한테서 2층 공 략법 알아내라는데 로토족 만났어 요?

“만났어. 여자에 미친놈들이더군. 너희들이 마주쳐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 어머나 세상에? 걱정해 주는 거 봐. 자상도 하셔라.

“또 까불거린다. 카모를라쥬 쓰고

12시 방향으로 쭉 날아와. 자세한

건 그때 가서 설명하지.”

- 알겠어요. 금방 갈게요.

김혜림과 세이아나,루나가 오는 동안 강현은 폭포 근처의 늪지대를 둘러보았다.

저속비행을 하며 폭포에서 떨어진 지점부터 히드라의 사정거리가 아슬 아슬하게 닿지 않는 폭포 끄트머리 까지 자세하게 관찰했다.

한참 동안 강현을 노려보고 있던 히드라는 다가올 기미가 보이지 않 자 폭포 안쪽으로 도로 머리를 집어 넣었다.

폭포 안쪽에 히드라가 몸을 들일 만한 공간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제1신화급 웨이브에서 마통을 공략

할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에 마롱을 죽이지 않고 공격 을 피하면서 레어 안에 들어가는 게 진짜 공략법이었지. 폭포 뒤에 히드 라를 상대하지 않고도 올라가는 길 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폭포 뒤에 길이 있을 거라 확신했 다.

길이 없는 건 말이 안 된다.

비행 스킬이나 비행 몬스터가 없는 자는 폭포 위로 올라갈 생각도 말라 는 거 아닌가.

비행 스킬이나 비행 몬스터 소환석 은 희귀한 편이다.

공략자들 중에서도 극히 소수만 공 략 가능하도록 설계해 뒀을 리가 없다.

특정 능력이 없어도 각종 요소를 활용하면 공략할 수 있는 것이 웨이 브다.

이곳 1층에도 분명 어딘가엔 폭포 위로 올라갈 길이 있을 거고,그 길 은 폭포 뒤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강현은 빙백검을 뽑아 빙결 오오라 를 발하였다. 그리고 히드라의 사정 거리가 닿지 않는 폭포 끄트머리 윗 부분을 얼려 보았다.

쩌저적!

두꺼운 얼음이 물길을 막으면서 폭 포 끄트머리의 뒷부분이 드러났다. 강현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절벽으로 이루어진 벽면 아랫부분에 동굴이 있었다.

더불어 때마침 바로 옆에서 녹색빛 이 걷히면서 김혜림,세이아나,루나 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혜림은 앙증맞게 고개를 갸웃거 리면서 입을 열었다.

“강현 씨가 너무너무 걱정하셔서 철저하게 카모플라쥬 유지하면서 왔 어요.”

해상 카르텔 단원들을 쓸어버릴 땐 그리도 살벌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양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남들 앞에선 냉혈한 명사수,내 앞 에선 현모양처.

안타까운 건 한쪽은 애교라곤 눈곱 만큼도 없는 남자라는 점이다.

강현은 김혜림의 이마에 검지를 튕 기며 핀잔을 주었다.

딱!

“아얏!”

“까불기는. 따라와. 폭포 위로 올라 가자.”

“상황은 어때요? 로토족이 있다는 거랑 개네들이 욕구불만이라는 것밖 에 몰라서요.”

“올라가면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생각대로 동굴은 폭포 위쪽으로 이 어져 있었다.

워터 슬라이드마냥 완만한 곡선으 로 이루어진 동굴이었는데 바닥에 적절한 양의 물이 흘러들어 오고 있 었다.

바닥에 미끈미끈한 감촉의 수초가 자라나 있어서 발을 잘못 디디면 그 대로 동굴 바깥까지 미끄러질 것 같 았다.

왠지 일부러 타고 내려가라는 듯 만들어 놓은 느낌이 강했다.

동굴을 따라 올라가면서 강현이 메 갈로돈의 영역 1층 공략법에 대해 말해 주었다.

로토족이 짝짓기를 성사시켜 주면 공략법을 알려 준다고 말했던 것부 터,폭포에 히드라가 있었으며,폭포 뒤에 숨겨진 동굴을 발견하기까지. 모든 설명이 끝난 후.

세이아나는 설명 중에서 애매한 점 이 있는 걸 느끼곤 확인차 질문을 던졌다.

“너 히드라랑 잠깐이나마 싸웠다고 했잖아. 녀석에게 무적 관통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지 못한 거 지?”

“확인하려면 직접 부딪쳐 봐야 하 는데 그랬다간 세상 하직하기 딱 좋 지.”

“이 동굴을 통해서 폭포 위에 있는 아인족들을 데려가는 걸 거야. 모양 새가 딱 데리고 가기 좋은 모양새잖 아?”

김혜림도 의견을 보랬다.

“근데 비밀통로 찾아서 데려가는 게 끝일까요? 그게 끝이면 신화급 웨이브치곤 엉성한 면이 있는데 말이죠. 투시 능력만 가지고 있어도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잖아 요.”

“로토족의 요구를 들어주면 모든 게 명확해지겠지. 로토족의 노래를 들었는데 짝짓기를 하면 무적 능력 과 무적 관통 능력이 생긴다더군.”

“얻을 것만 얻고 배신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룰이네요. 배신하면 허 물검으로 베죠. 제 허물 화살을 봤 다간 늪에 빠져서 못 찾을 테니 그 게 낫지 않을까요?”

배신의 느낌이 풀풀 풍기는 아인 족.

히드라의 존재.

진짜 로토로 거듭 난다는 노랫말.

‘내 예상이 맞다면 신화급 웨이브 에 걸맞는 난이도겠군.’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한 가지 더 실험해 봐야 할 요소가 있 었다.

히드라가 무적 관통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둬야 한다.

그 부분은 폭포 위의 아인족들과 접촉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동굴을 빠져나오자 폭포 위에 흐르 는 장대한 강이 나타났다.

물살이 어찌나 거센지 많은 양의 물이 파도처럼 강가에 밀려들어 오 며 동굴로 흘러들어 가고 있었다. 동굴 바닥에 흐르고 있던 물은 범 람한 강물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상류는 물살이 잔잔한 편이 었다.

물살이 잔잔한 상류 쪽에는 커다란 연꽃이 100여 개가량 둥둥 떠 있었 다.

눈대중으로 연꽃의 개수를 세던 강 현이 손가락으로 경쾌하게 검갑을 튕겼다.

티잉!

“퍼즐이 하나씩 들어맞고 있군. 아 마 로토족일 테지.”

1층의 첫 번째 함정.

그건 바로 로토족의 거센 요구사항 이다.

여자를 요구한다고 해서 그 말만 철썩 믿고 웨이브에서 탈출했다가 여자들을 데리고 와서 제물로 바치 는 자들도 있을 거다.

예를 들면 커뮤니티 같은 놈들.

커뮤니티는 고려하지도 않고 여자

100명을 조달할 생각부터 할 게 뻔 하다.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물어보 면,여봐라는 듯이 여성 로토족이 있는 곳을 가르쳐 줄 텐데 말이다. 두 번째 함정은 히드라다.

여성 로토족의 위치를 알았다 하더 라도 멋모르고 폭포에 접근했다간 몰살을 면치 못한다.

강현 일행이 강 상류로 가자 외부 인의 방문을 감지한 로토족들이 연 꽃 봉오리를 활짝 펼치며 모습을 드러 냈다.

봉오리가 드러나며 나타난 자들은 연꽃이 머리에 달린 미인들이었다. 남자가 나타날 땐 아무 느낌 없었 는데 여자가 나타날 땐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이 연상되었다. 마치 서큐버스라도 맞닥뜨린 양 팔 등신의 아름다운 몸매가 남자의 본 능을 깨우고 있었다.

루나는 검지를 아랫입술에 대며 고 개를 갸웃거렸다.

“오빠,저 사람들 옷 안 입었어. 가난한가 봐.”

가난한 게 아니라 원래 저런 차림

(?)으로 사는 종족이란다.

여기에도 함정이 존재했군.

첫 번째 함정과 두 번째 함정을 통과하고 이곳까지 도달한 자가 남 자라 가정해 보자.

호불호 논란이 전혀 존재하지 않을 법한 몸매의 여자가 나타나면 한두 명쯤은 빼돌려 보고 싶을 것이다.

내부 분열을 유도하기에 안성맞춤 인 요소다.

동탁과 여포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김혜림과 세이아나는 본능적으로 한 손씩 뻗어서 각자 강현의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을 한쪽씩 가렸다.

“보면 안 돼요!”

“보면 안 돼!”

강현은 강제로 두 사람의 손금을

고배율로 직시하게 되었다.

두 여자의 굳은살 박힌 손바닥을 근거리에서 감상하는 가운데 강현이 입을 열었다.

“아인족한테까지 질투하지 마. 본 다 해도 공략 대상으로 관찰할 뿐이 야.”

“그래도 저건 좀 위험하다 싶어서 요.”

“저거보다 더한 서큐버스까지 단칼 에 베었었어.”

“서큐버스? 남자의 이상형으로 변 하는 존재죠? 서큐버스랑 마주쳤을 때 뭐로 변신했었어요?”

천공섬에 생겨난 던전을 공략하면 서 색욕의 방에 들어가 서큐버스를 공략한 적이 있다.

당시에 서큐버스들이 강현을 꼬시 려고 김혜림과 비슷한 인상의 여자 로 변했던 걸 기억하는가?

안 그래도 요즘 많이 기세등등하게 구는 김혜림이다.

여기서 김혜림이 이상형이었다고 밝히면 밑도 끝도 없이 놀려 댈 터. 강현은 모범답안에 가까운 대답을 내놓았다.

“적어도 너보단 못한 여자들로 변 하더군.”

“왜?”

“아무것도 아니에요.”

김혜림이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마냥 얼굴을 붉히며 손을 내렸다. 뒤이어 세이아나까지 손을 내리면 서 전방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강현은 어디까지나 공략을 우선시 하며 강가로 가선 여성 로토족에게 대화를 청했다.

“남성 로토족의 이야기를 듣고 왔 다. 남자들에게 갈 의향이 있는지 묻고 싶군.”

여성 로토족은 용건을 듣자마자 콧 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우리가 왜 그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가야 하죠? 정말 우릴 원한 다면 직접 폭포에 올라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정말 답이 없는 사람들이 네요.”

“그건 나도 공감한다만 중간에서 중매쟁이 노릇을 할 생각은 없어서 말이지. 같이 가 줘야겠어.”

여성 로토족이 남성 로토족에게 가 길 거부한다면 억지로 끌고 갈 수밖 에 없다.

레벨 40? 50대에 해당하는 아인족 이면 힘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허나 그러기엔 시간이 오래 걸린 다.

100명이나 되는 여자들을 어느 세 월에 동굴 아래로 보내어,남성 로 토족이 있는 곳까지 데려간단 말인 가.

강현은 여성 로토족과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려 했다.

그런데 세이아나가 강현의 의도를 읽곤 손을 뻗어 강현의 어깨를 잡았 다.

“기다려. 매혹을 걸 생각이야?”

“무슨 문제라도?”

“반하게 만들어서 어쩌게? 너한테 홀딱 반한 여자한테 다른 남자에게 가라고 하면 가겠어?”

매혹에 걸린 여자들이 광적인 집착 을 보였던 걸 생각하면 역효과를 불 러일으킬 수도 있는 방법이었다. 세이아나는 강현을 밀쳐 내며 울분 을 토해 내듯 강하게 외쳤다.

“나이 생각 못하고 콧대만 높아지 는 노처녀들아! 지금부터 귀 후벼 파고 똑똑히 새겨들어!”

공략을 명분으로 토해 내는 말이건 만.

어째서 일까.

시작부터 감정이 잔뜩 실려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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