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32화 (332/381)

332

표지판 내용을 확인한 강현은 드림 윙을 펼치며 니아의 등에서 떨어졌 다.

그러면서 니아를 소환석 상태로 되 돌리곤 제비마냥 수면 위를 저공비 행하며 이동했다.

2층으로 가려면 로토족을 찾아야 했다.

니아의 몸집으로는 빽빽하게 늘어 선 나무 사이를 이동하기 힘들다. 그래서 드림윙을 펼쳐 직접 날기 시작한 것이었다.

저공비행을 하며 한참 동안 늪지대 를 돌아다니던 중.

나무 사이로 선명한 분홍빛을 띠고 있는 연꽃이 있는 게 보였다.

‘연꽃? 하나가 아니라 꽤 많군. 로 토족과 관련이 있는 거려나.’ 흙탕물과 높게 자란 나무밖에 없는 지대에서 유일하게 발견한 특이점이 다.

로토족이 연꽃과 관련이 있지 않을 까 싶어 접근해 보았다.

접근할수록 더 많은 연꽃이 눈에 들어왔다.

육안으로 확인된 숫자만 하더라도 얼추 100개 가량 되는 양이었다. 가까이서 보니까 연꽃의 크기가 평 범한 연꽃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 었다.

사람 하나가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 을 만큼 거대한 연꽃이었다.

정말로 연꽃 안에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지 꽃잎 사이로 낭창낭창 노래 가 새어 나왔다.

아아? 내 님은 어디 있는가.

님 보고 싶어 꽃 안에서 향을 품 고 있는 불쌍한 로토 청년들이여.

40에서 50 사이를 벗어나려면 색 시가 필요하나니.

색시를 얻은 로토들이야말로 진짜 로토로 거듭나리라.

색시를 지키기 위해 무적을 두르고 색시를 빼앗으려는 적을 무찌를 힘 을 얻게 될 것이니.

아아? 로토들의 차가운 옆구리를 덥혀 줄 님은 언제쯤 오는 건가!

강현이 다가가자 오므려져 있던 연 꽃의 봉오리가 활짝 만개하였다.

벌어진 꽃잎 안에서 머리 위에 연 꽃이 달린 미청년이 모습을 드러냈 다.

직접적으로나,비유적으로나 꽃청 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모습이었 다.

머리에 꽃을 달고 있는 청년은 강 현을 올려다보더니 대뜸 눈살을 찌 푸렸다.

“쳇,간만에 손님이 왔나 했는데 남자였어? 기분 더럽군.”

초면에 실례되는 말을 찍찍 내뱉는 게 정신연령이 의심스러운 태도였 다.

정신에 문제가 있는 자들을 한두 번 만나 본 게 아니다.

여기서 벌컥 화를 내서야 진정한 공략자라 할 수 있겠는가.

강현은 안색 하나 안 바뀌고 필요 한 정보부터 수집했다.

“너희들이 로토족인가 보군.”

“그렇다면 어쩔 건데?”

“다음 층으로 가는 방법을 알고 싶 어서 말이지.”

“다 필요 없고 여자를 데려와. 우 리 전원에게 신부를 한 명씩 안겨 주면 다음 층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 주겠어.”

다른 연꽃들도 외부인의 방문을 감 지했는지 하나둘 꽃이 피기 시작했 다.

도미노처럼 밀려나듯 연꽃이 펼쳐 지면서 화려한 부채춤을 보는 듯한 장관을 연출하였다.

그러나 연꽃에서 나온 자들의 태도 는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뭐야? 남자가 찾아왔잖아. 에잇, 훼! 눈 썩었네,눈 썩었어. 하필 남 자 혼자 덜렁 찾아올게 뭐람.”

“인간 사내놈아! 여자는 없냐! 여 자를 데려왔어야지!”

“이 몸은 신부가 필요하다! 여자를 바쳐라!”

“여자! 여자! 여자!”

발정 난 들개마냥 여자를 내놓으라 고 아우성치는 로토족이었다.

말속에 노이즈는 섞이지 않았다. 신부를 강력하게 원하는 건 사실인 듯하다.

연꽃 위에서 살며 머리에 꽃을 단 남자밖에 없는 종족.

처음에 들은 노래와 종합해 보자면 레벨은 40에서 50 사이로 낮은 편 에 속한다.

대신 마누라를 얻으면 무적 능력과 무적 관통 능력이 생기는 모양이다.

‘지금 당장은 아무 능력도 없다는 거군.’

위협을 하면 어떨까 싶어 시험 삼

아 빙백검을 뽑아 보았다.

검집에서 시퍼런 검신이 뽑혀 나오 며 예리한 자태를 뽐냈다.

공격의사를 예감케 하는 행동을 취 하자 로토족이 더더욱 길길이 날뛰 었다.

“무기는 왜 뽑냐! 베려고? 벨 테면 베시지!”

“저거 저거 검 뽑는 거 봐라. 에라 이,더러운 인간 사내놈아. 여자를 데려오랬지,검을 뽑으랬냐? 죽이려 고? 죽여 봐! 죽여 보라고 임마!”

“다음 층으로 가기 싫나 보네. 그 따위 태도인데 잘도 가르쳐 주겠다. 썩 꺼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 요구조건이 충

족되기 전에는 다음 층으로 가는 법 을 알려 주지 않을 작정이었다. 요들은 적어도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며 대답을 회피했지 욕은 하지 않 았었다.

말하는 꼴만 보자면 집에서 빈둥빈 둥 놀면서 여자 친구 소개해 달라고 찡찡대는 백수 꼴이었다.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미청년이 라는 점밖에 없다.

강현이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데 로 브 안주머니의 소리잔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소리잔을 꺼내 들자 김혜림의 목소 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 강현 씨! 강현 씨! 여보세요?

안 들려요? 강현 씨!

“들려. 지금 꺼내 들었어.”

- 저희도 웨이브 안에 들어왔어 요! 으앗! 흙탕물인 줄 알았는데 늪 이었잖아! 세이아나 언니! 루나! 하 늘계단 소환할 테니까 거기 올라가 세요!

“세이아나 보고 그리폰 소환하라고 해. 날아서 움직이는 게 더 편해.”

- 세이아나 언니! 그리폰 소환해 서 날아오래요! 근데 어디로 가면 돼요? 강현 씨 지금 어디 있어요?

“거기 가만히 있어. 내가 금방 그 리로 가지.”

발정 나 있는 로토족 앞에 김혜림 과 세이아나,루나가 도착하면 미쳐서 온갖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을지 도 모른다.

그리되는 건 별로 원하지 않는다.

그녀들에게 음담패설이 쏟아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참을 수 없을 수도 있으니까.

아마 전멸시킬 버릴지도.

원만한 일처리를 위해선 아예 못 오게 하는 게 낫다.

강현은 소리잔을 도로 로브 안주머 니에 넣으며 로토족에게 질문을 던 졌다.

“안타깝게도 너희들에게 시집보낼 만한 사람은 없어. 다른 방법은 없 나?”

“다른 방법 좋아하시네. 우리가 원

하는 건 여자라고. 없으면 데려와야 지.”

로토족은 투덜거리면서 검지로 12 시 방향을 가리켰다.

12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 주 먼 곳에 무언가가 우뚝 솟아나 있는 것이 보였다.

눈을 가늘게 뜨며 안력을 돋우니 늪지대 끄트머리에 폭포가 있는 것 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 폭포에 여자들이 있나 보지?”

“있다마다. 저기 있는 여자들을 우 리에게 데려오면 다음 층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 주겠어. 방법을 알아내 고 싶으면 빨리 출발해.”

100명에 달하는 로토족을 모두 짝

지어 주려면 100명에 달하는 여자 들이 필요하다.

공략하러 들어오는 자들 중에서

100명씩 몰려다니는 무리는 흔치 않다.

100명이나 되는 여자들이 한꺼번 에 입장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고 말 이다.

굳이 인간이 아니더라도 구역 내에 다른 여성 아인족이 있을 거라 예상 하긴 했다.

아니나 다를까,여자를 데려오지 않았다고 하니까 여성 아인족이 있 다는 정보를 내놓았다.

강현은 드림윙을 퍼덕이며 12시 방향에 위치한 폭포를 향해 날아갔다.

날아가는 와중에도 강현의 머릿속 생각의 끈은 끊임없이 회전했다.

‘로토족의 연꽃. 수상저택과 비숫 한 느낌이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 든지 폭포 위까지 갈 수 있었을 테 지.’

연꽃에 매여 있는 것도 아니고 마 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은데도 꼼짝 않고 둥둥 떠다니기만 했었다. 마치 직접 폭포에 가는 걸 꺼리는 것마냥.

‘여자들의 위치를 알면서도 직접 움직이지 않고 거기 그대로 남아 있 었어.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 지.’

제대로 발정나면 실제로 본 적도 없는 여자를 만나러 서울에서 부산 까지 내려가는 게 남자란 족속이다. 실제로 원래 세계에 있을 무렵,박 인환이 어플로 만난 여자 한번 만나 보겠다고 20만원을 들여 새 옷을 차려입고 부산까지 내려간 적이 있 었다.

그러곤 당일 저녁에 돌아와선 술 한잔 하자고 부르더니 막상 약속장 소에 도착하니까 어플을 통해 ‘인환 아 또 속니?’라는 문자가 도착했었 다고 한다.

그렇게 속고도 일주일 뒤에 이상형 을 낚아챘다며 전주행 기차표를 끊 었던 일화가 있다.

한데 이성에 굶주린 로토족이 여자 들의 위치를 알면서도 가지 않고 있 다.

필시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이 유가 있을 터.

비행 끝에 폭포에 다다랐을 무렵.

로토족이 폭포에 접근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빅토리아 폭포를 연상케 하는 거대 한 폭포 안에서 기다란 뱀 대가리가 뻗어 나오는 게 아닌가!

“샤아아아!”

입에서 침을 빙자한 녹색 액체가 뚝뚝 떨어지면서 매캐한 냄새가 풍 겨 나왔다.

포이즌? 애시드? 아니면 둘 다?

독이나 산성 계열의 특징을 가진 뱀 몬스터인 것 같았다.

뱀 대가리 크기가 코끼리 한 마리 쯤은 그 자리에서 뚝딱할 수 있을 만큼 커다랬다.

강현은 드림윙을 조정하여 위로 솟 구쳐 올랐다. 그러고 나선 자신을 따라 공중으로 대가리를 뻗고 있는 뱀 몬스터에게 빙백검을 휘둘렀다.

“투영.”

투영 스킬이 발동되면서 빙백검의 모습을 빼닮은 투영검이 생성되었 다.

검을 휘두르자 투영검이 빙백검의 움직임에 따라 뱀 대가리를 양단하 기 위해 아래로 떨어졌다.

헌데 뱀 대가리에 공격을 적중시키 자 투영검이 허무하게 막혀 버렸다.

티잉!

타격과 동시에 위력이 죽어 버린 듯 공허한 타격음이 울렸다.

무적 능력이 있는 적을 가격했을 때 발생하는 현상 중 하나였다.

신화급 웨이브의 장애물 요소로 끼 워 넣은 몬스터이니 보통 몬스터는 아닐 거라 여겼다.

독인지 산성인지 모를 액체를 품고 있는데다 무적 능력까지 있는 몬스 터다.

크기 또한 만만잖으니 마룡에 버금 가는 레벨 300? 400대의 몬스터이 지 않을까 싶다.

뱀 몬스터는 투영검을 밀쳐 내며 아가리를 한껏 벌렸다.

“쉬에에엑!”

그에 대응하여 강현은 위로 더욱 날아오르며 마나폭검을 날렸다.

빙백검에 맺혀 있던 그랜드 오러가 산산이 부서지면서 뱀 몬스터의 벌 어진 아가리 속으로 쇄도했다. 그러자 뱀 몬스터가 입에 고여 있 던 타액을 뱉어 냈다.

덩치가 덩치다 보니 타액의 양이 상상을 초월했다.

가볍게 한 움큼 뱉어 낸 것 같은 데도 어지간한 대형 욕조 하나를 채 울 만큼의 타액이 뿜어져 나왔다.

뱀 몬스터의 타액은 금세 마나 파

편을 뒤덮었다.

치이익!

마나 파편은 타액에 닿자마자 순식 간에 녹아내렸다.

타액이 산성액임을 반증하는 현상 이었다.

마나 파편을 녹여 버린 산성 타액 이 추진력을 잃지 않고 그대로 강현 을 뒤덮으려 했다.

무적 능력이 있는 몬스터이니 무적 관통 능력이 있을지도 몰랐다.

‘1분 전 위치면 폭포에서 약간 떨 어진 지점이겠군. 놈의 사정 거리에 서 멀리 벗어나서 재정비를 하고 다 시 공격하는 게 낫겠지.’

강현은 위치되감기로 1분 전의 위

치로 되돌아가 산성 타액을 피해 냈 다.

이동한 위치는 폭포에서 약간 떨어 진 허공이었다.

강현이 있던 자리를 스쳐 지나간 산성 타액은 하늘로 날아가다가 보 이지 않는 벽에 부딪친 듯 증발하여 사라졌다.

산성 타액이 사라진 지점이 바로

1층 천장일 것이다.

보기에는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 는 것 같지만 웨이브 안이다 보니 풍경 어느 지점까지 도달하면 보이 지 않는 벽에 부딪쳐 더 이상 나아 갈 수 없게 된다.

강현은 산성 타액이 사라진 지점을

보며 뱀 몬스터의 사정거리를 짐작 할 수 있었다.

‘사정거리가 1층 천장까지 닿는군. 날아서 폭포 위로 가는 건 무리겠 어.’

신화급 웨이브에서 무적 능력이 있 는 적을 상대하는 방법은 두 가지 다.

1. 어딘가에 무적 관통 능력을 얻 는 방법이 숨겨져 있다.

2. 무적 관통 능력 없이도 공략할 수 있는 요소가 숨겨져 있다.

좀 더 폭포 주변을 살펴보면 폭포 위로 올라갈 수단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현재의 강현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마롱의 허물로 만든 허물검이 있으 니까.

강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허물검 을 뽑아내며 스킬을 발동했다.

“투영.”

허물검의 형상을 띤 투영검이 생겨 나선 뱀 몬스터의 대가리 위에 떨어 졌다.

뱀 몬스터는 무적 능력을 믿고 멀 리 떨어진 강현을 보고 있다가 그대 로 몸이 동강나고 말았다.

투영검을 써도 마나를 통해 반동이 돌아오기에 허물검의 내구도는 계속 떨어진다.

이번처럼 한 방에 끝낼 수 있는

적이 아니고선 최대한 아껴 쓰는 게 나았다.

강현은 폭포 아래로 뱀 몬스터의 대가리가 가라앉는 걸 보고 난 후에 야 움직였다.

‘허물검 덕에 수월하게 처리했군. 이제 폭포 위로 올라가서……

폭포 위에 있는 여성 아인족들을 만나러 가는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 가 발생했다.

뱀 대가리가 잘려 나간 단면에서 새롭게 뱀 대가리가 솟아나는 게 아 닌가.

그뿐이랴.

폭포에서 새로이 8개의 뱀 대가리 가 뻗어 나왔다.

처음에 튀어나왔던 뱀 대가리까지 합치면 총 9개의 머리를 가진 뱀 몬스터였다는 말이 된다.

“쉐에에엑!”

9개의 머리를 가진 데다 머리가 잘려도 재생하는 괴물.

폭포에 숨은 몬스터의 정체는 히드 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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