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 화
뒤풀이 파티의 여파 때문에 황재욱 과 세이아나가 숙취에 시달린 나머 지 하루를 더 쉬어야 했다.
황재욱이 제 컨디션을 되찾는 시점 에 맞춰서,강현과 세이아나는 황재 욱과 함께 제2신화급 웨이브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확실친 않기 때문에 강현과 세이아 나가 가 보고 진짜로 신화급 웨이브 면 루나와 김혜림을 데려와서 같이 들어가기로 했다.
황재욱은 발광이끼를 두른 막대를 햇불 삼아 길을 밝히면서 어두운 통 로로 강현 일행을 이끌었다.
“예전에 던전 레이스에 쓸 던전을 찾으러 가다가 발견한 곳인데 꽤 깊 은 곳에 있어서 한참 가야 할 겁니 다.”
황재욱의 바로 뒤에서 걷고 있던 세이아나가 미심쩍다는 듯 의문을 던졌다.
“잘못 본 건 아니지? 확실한 거 아니면 혼날 줄 알아.”
“에고고,누님. 그래서 사전에 확실 한 건 아니라고 했잖습니까. 저랑 현이 형님만 먼저 확인해 보고 온다 고 했는데 굳이 따라와 놓고선 n
“야,너 신화급 웨이브 실제로 본 적 있어 없어?”
“없죠. 그랜드 마운틴에서 살적에 제1신화급 웨이브 구경하러 가고 싶 다고 하니까 누님이 안 된다고 하셨 잖습니까.”
“그러니까 적어도 신화급 웨이브 실제로 본 사람 2명은 따라가야 진 짜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확인할 거 아냐. 내 말,맞아 틀려?”
“네네,누님 말은 전부 옳습니다 요.”
“까불고 있네. 야야야,앞에 바닥 물기 있잖아. 조심 좀 해서 내려가. 다친다.”
친남매마냥 아웅다응 다투면서 지 하 더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는 황재 욱과 세이아나였다.
맨 뒤에선 강현이 과묵한 분위기를 풍기며 말없이 걷고 있었다.
언더그라운드만 하더라도 지상에서 상당히 깊숙한 곳에 위치한 곳이다. 그보다 더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고 있는데도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 다.
이쯤 되면 폐소공포증이나 산소부 족,압박감이 느껴져도 이상하지 않 은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아마 원래 세계의 지하구조와 카니 발의 지하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리 라.
오히려 이 깊은 지하 속에도 바람 이 횡횡 일고 있는 지경이다. 아무래도 앤트 평원 자체의 지대가 높고 감히 이루 말할 수 없는 스케 일의 터널이 연결되어 있기에 가능 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강현은 바람결에 휘날리는 앞머리 를 옆으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
“대충 얼마쯤 더 가야 하지?”
“제 기억이 맞다면 30분 정도 더 걸어야 할 겁니다.”
“30분이면 그렇게 많이 먼 것도 아니군.”
“하하하,그 왜 같이 다니는 친구 들마다 꼭 한 명씩은 걷는 거 싫어 하는 애들 있잖습니까. 그런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30분 동안 불만불평 백 마디는 하고도 남죠.”
“적어도 내 입장에선 짧은 거리
지.”
“누님은 길다고 불평할 것 같아서 미리 길다고 해 뒀습니다.”
“누가 길다고 불평했어? 나 걷는 거 좋아하거든?”
“걷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살이 그 리 찌셨…… 꾸엑!”
퍼억!
세이아나는 미끄러운 바닥을 이용 하여 스케이팅하듯 발을 끌어 황재 욱을 앞질렀다. 그리고 강하게 발을 디디며 깔끔하게 명치를 가격했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동작이 일 품이었다.
체중을 싣기 힘든 지형인데도 저만 한 위력이라니.
확실히 하체가 튼실해진 게 주먹으 로 표현되고 있군.
황재욱은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더니 엄지를 척하고 치켜들었다.
“좋은 펀치였습니다,누님. 하체가 튼실해진 게 느껴지는 일격이었습니 다.”
아? 저건 맞아도 싸지.
퍼억!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황재 욱이 말한 대로 정확히 30분 후에 예정된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황재욱이 안내한 곳은 바닥에 갈라 진 틈이 있는 통로였다.
“어디 보자. 이 근처였던 것 같은 데......”
앤트 평원 지하에 있는 여느 통로 와 다를 게 없는 원형 통로였지만 딱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이 통로에만 지진이라도 맞이한 양 통로 바닥을 따라 가느다란 틈이 벌 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통로 바닥에는 사람 하나가 몸을 비집고 들어가야 통과할 수 있는 틈 이 있었다.
황재욱은 발광이끼 햇불을 갈라진 틈에 넣으며 틈새 아래를 가리켰다.
“형님! 누님! 저 아래를 보십쇼! 제가 말한 게 저겁니다!”
발광이끼의 불빛이 틈새 아래까지 닿으면서 약 5미터 아래에 무언가 있는 것이 보였다.
저 멀리 틈새 아래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물체가 있었다.
강현은 틈새 아래를 유심히 보면서 입을 떼었다.
“황금 덩어리…… 는 아닌 것 같 고. 신화급 웨이브일지도 모르겠는 데?”
“사실 여길 발견한지 꽤 됐는데 처 음 발견했을 땐 금광이라도 찾은 줄 알았거든요. 근데 카니발에서 황금 은 단가가 워낙 싸잖습니까. 그래서 무시하고 있었죠.”
확실히 카니발은 보구나 스킬북, 음식이 훨씬 비싸지 귀금속류는 거 의 취급하지 않는다.
카니발의 유명한 어구 중에 ‘황금
따위를 캘 CP로 경작지나 늘려라!’ 라는 말이 있다.
무기를 얻고 싶으면 던전을 공략하 면 되는데 누가 대장간을 차리겠는 가.
광산 개발하자고 대량의 CP를 투 자해 가며 산에 쉘터를 짓는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등급이 낮은 보구에도 허구한 날 달려 있는 게 보석인데 누가 보석을 귀하다고 여기겠는가.
황금을 캘 바엔 옥수수를 키우고 말지.
간디가 옥수수를 가지고 와서 금으 로 교환하자고 하면 냉큼 교환할 지 경이다.
그러다 보니 황재욱이 갈라진 틈새 아래에 있는 금색 물질을 보고도 그 냥 지나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강현은 로브를 벗어 세이아나에게 건네며 틈새 안으로 발을 들였다.
“직접 가서 확인하는 게 빠르겠 군.”
“틈새가 좁은데 괜찮겠어? 내가 가 는 게 낫지 않을까?”
“난 끼여도 위치되감기로 나을 수 있지.”
“뭐야? 네가 끼면 나도 낀다는 거 야?”
“마음대로 생각해.”
강현은 세이아나의 반응을 보지 않 고 곧바로 틈새 안으로 뛰어들었다.
두 손을 X자로 교차하여 가슴에 붙이고 몸의 면적을 최소화하자 무 리 없이 틈새를 빠져나와 황금색 물 체의 위에 착지할 수 있었다.
위에서 ‘현이가 나한테 살쨌다고 한 거 맞지? 그렇지?’,‘와악! 누님! 제가 말했을 때랑은 반응이 다르잖 아요! 제가 동네북입니까!’,‘닥쳐! 내 잘못도 네 잘못이고,네 잘못도 네 잘못이야!’ 등의 소란스러운 목 소리가 들려왔지만 가볍게 흘려 넘 겼다.
그보다 신화급 웨이브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게 급선무다.
틈 아래로 떨어지니까 매끄러운 황 금색 보석 위에 안착했다.
워낙에 일부만 보였기에 웨이브인 지 아닌지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었 다.
강현은 틈새 위를 보며 세이아나를 불렀다.
“세이아나.”
“응? 왜?”
“웨이브인지 확인해.”
“나보고 확인하라고?”
“내가 입장하면 웨이브인 줄 알고 혜림이랑 루나 불러서 따라 들어 와.”
“뭐? 야! 잠깐……
세이아나가 말리기도 전에 강현은 황금색 물체에 손바닥을 대었다. 웨이브 보석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입장하는 게 가장 빠르지 않겠 나.
머릿속으로 입장하는 이미지를 그 리자 웨이브 보석이 강현을 빨아들 였다.
옥신각신할 것도 없이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신화급 웨이브 보석이었음 을 증명한 강현이었다.
세이아나로선 강현의 거침없는 행 동력에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목숨이 걸린 일이잖아!
이쪽 의견은 들어 보고 결정하라고 멍 청아!
걱정에서 비롯된 분노가 치솟는 가 운데 세이아나는 분을 삭이듯 긴 숨 을 내쉬었다.
“하아,재 걱정해 봤자 뭐가 남겠 어. 재 걱정할 시간에 빨리 루나랑 혜림이나 부르러 가는 게 낫지. 암 그렇고말고.”
*
웨이브 보석에 손을 얹고 머릿속으 로 입장하는 이미지를 그리자 공간 이 일그러지면서 시야가 비틀렸다. 더하여 안쪽으로 빨려들어 가는 느 낌과 함께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참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다. 그랜드 우드를 공략한 이후로 한 번도 던전이나 웨이브에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허구한 날 김혜림이랑 세이아나에 게 공략중독이라 불리는 강현이다.
터놓고 말해서 유부남의 유일한 취 미 생활이 제한당한 기분이다.
양복점에서 비밀결사 활동을 하는 자가 세상을 구하려는데 애인과 헤 어질 뻔한 걸 감안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긴 하다.
신화급 웨이브 1층에 도착한 강현 은 가장 먼저 1층 지형지물부터 확 인했다.
1층 환경은 루이지애나처럼 나무가 미로처럼 자라나 있고 바닥에 흙탕 물인 곳이었다.
흙탕물의 깊이는 무릎까지 잠길 정 도였으나 그 이상까지 잠기진 않았다.
강현은 실드를 끌어올리며 흙탕물 에 손을 담갔다.
흙탕물 속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 까.
얼마쯤 손을 넣자 바닥에 손에 닿 았는데 바닥을 얼마간 퍼올리자 썩 은 내가 나는 진흙덩어리가 올라왔 다.
‘늪지대가 맞군. 요정의 신발 덕에 다리가 빠지지 않는 거였어.’
강현은 불칸의 전설급 웨이브에서 얻은 요정의 신발을 신고 있다. 요정의 신발은 ‘요정의 신발을 신 으면 늪에 빠지지 않으며,그 어떤 종류의 늪이라 한들 신발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효과를 가지고 있던 걸로 기억한다.
요정의 신발이 있다 한들 고여서 썩은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건 썩 유쾌하지 않다.
때문에 니아의 소환석을 꺼내어 소 환하곤 니아의 등 위에 올라탔다.
니아는 소환과 동시에 바닥에 발을 딛다가 흙탕물에 발을 담그며 순식 간에 늪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소환되자마자 일어난 일인지라 니 아는 당황을 금치 못하고 얇은 울음 소리를 냈다.
“뀨우우우?”
당황하여 바둥거리는 니아를 두고 강현이 루나마냥 니아의 머리를 찰싹찰싹 두드렸다.
“당황하지 말고 몸을 흔들면서 날 개를 퍼덕여.”
라이에게 뭘 배운 건지 머리를 때 리자 차분해지면서 이성을 되찾는 니아였다.
니아는 강현의 말대로 몸을 흔들면 서 날개를 퍼덕였다.
워낙 힘이 좋다 보니 몇 번 날개 를 퍼덕이자 늪에서 빠져나와 위로 날아오를 수 있었다.
장장 10미터 높이까지 자란 나무 밀림 사이를 빠져나와서 하늘에 오 르자 1층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 다.
제2신화급 웨이브 1층 전체가 밑
도 끝도 없는 늪으로 이루어져 있었 다.
늪지대를 보고 있자니 제2신화급 웨이브에 서식하는 신수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땅속을 헤엄쳐 다니는 늪의 포식자 어스 메갈로돈.
어스 메갈로돈이 제2신화급 웨이브 의 지배자이리라.
일단 웨이브 안에 들어왔으니 표지 판부터 확인해야 한다.
표지판은 항상 입구 근처에 있으니 까 이 근처 어딘가에 있을 터. 고도를 낮춰 나무 사이를 비행하다 보니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는 표지판을 발견하였다.
표지판에 가까이 가서 내용을 확인 한 결과.
표지판에는 이리 적혀 있었다.
[어스 메갈로돈의 영역 1층 : 로토 의 늪 공략법]
[1 층에 사는 로토족에게서 2층으로 가는 방법을 알아내라.]
신화급 웨이브에 서식하는 종족의 이름과 그들에게서 다음 층으로 가 는 방법을 알아내라는 문구.
간단한 듯하면서도 뒷면에 다른 의 도가 숨겨져 있는 표지판이지 않은 가.
이제야 돌아온 기분이 드는군.
의심할 여지없이 신화급 웨이브에 들어왔음을 느끼게 해 주는 표지판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