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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329화 (329/381)

329화

속도를 높여 격전지에 접근하니 전 투 상황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었 다.

지상에선 두 부류의 세력이 뒤엉켜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다만 두 세력 모두 통일된 복장이 아닌 가지각색의 복장을 하고 있어 소속을 구분키 어려웠다.

두 세력 중 한쪽의 정체를 파악하 는 건 어렵지 않았다.

김윤중이 계약골렘 위에서 활을 쏘 고 있는 걸로 봐선 한쪽 세력이 언 더그라운와 신혁명군임은 분명했다. 강현 일행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계약골렘에 가까이 접근했다.

얼마간 거리가 좁혀졌을 무렵.

계약골렘 어깨에 올라타 있던 김윤

중은 강현을 알아보곤 화색을 띠었 다.

“어? 저건…… 강현이랑 혜림이? 두 사람이 맞구나! 돌아왔구나!”

강현은 능숙한 솜씨로 계약골렘의 어깨 높이에서 니아를 멈춰 세우며 말을 꺼냈다.

“방금 막 돌아왔습니다. 지금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해상 카르텔이 쳐들어왔다네!”

해상 카르텔이라면 들어 본 적 있 다.

혁명군,언더그라운드와 더불어 이

전부터 카니발에 존재하던 군소세력 이다.

해상 카르텔과 관련된 이야기 중에 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몇 년 전에 해상 카르텔이 도적 떼이던 시절 몰래 기른 마약을 몰래 유통시킨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장사를 하던 지역 이 고메즈의 영역이었다.

화가 난 고메즈가 토벌에 나섰고, 그대로 내륙에서 쫓겨나서 강제적으 로 도적 떼에서 해상 카르텔로 노선 을 갈아랐다.

바다의 섬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줄 알았는데 고메즈가 사망했다는 소식 을 듣고 내륙으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강현은 빙백검을 뽑아 들며 전투의 사를 밝혔다.

“가세하겠습니다. 놈들을 이끌고 있는 리더는 어디 있습니까?”

양측 다 복장이 천차만별인지라 피 아식별이 불가능했다.

일일이 적을 구분할 수 없어도 상 대해야 할 적을 적장 하나로 좁히면 그만이다.

김윤중은 아수라장이나 다름없는 전장을 둘러보며 격전지 한복판을 가리켰다.

“저기! 저기일세! 저기 있는 곰이 적장이 라네!”

김윤중이 가리킨 곳에는 회색곰 한

마리가 언더그라운드 사람들을 물어 뜯고 있었다.

생긴 건 실제 곰과 다를 바 없었 다.

몬스터 사냥이 일상인 곳에서 곰 한 마리가 무슨 대수겠냐만 그리 간 단히 생각할 게 아니었다.

실제 곰이 아니라 사람이 곰으로 변한 거니까 지능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더불어 멀리서도 곰의 이빨과 발톱 에 그랜드 오러가 맺혀 있는 것이 훤히 보였다.

‘곰으로 변신할 수 있는 스킬을 가 진 거군.'

강현이 니아를 몰며 방향을 트는

동안 김혜림은 김윤중을 빤히 보고 있었다.

여기저기 잘려 나간 옷가지와 벌어 진 천으로 보이는 자잘한 상처들. 지친 안색 속에는 김혜림이 온 것 이 기쁜 나머지 입꼬리가 슬며시 올 라가 있었다.

김혜림은 김윤중의 상처 입은 모습 을 보곤 눈매를 날카롭게 세웠다.

“강현 씨,전속력으로 이동해 주세 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니아를 몰며 날아가고 있는데 언더 그라운드 사람들이 회색곰을 둘러쌌 다.

곰으로 변한 만큼 덩치가 불어나서

그만큼 피격 범위가 넓어졌다. 포위망을 뚫으려 해도 공격 받을 걸 감수하면서 뚫어야 할 거다.

그리 생각하고 있는데 별안간 회색 곰이 다른 동물로 변했다.

덩치가 줄어드나 싶더니 쥐로 변하 여 재빠르게 포위망을 빠져나가는 게 아닌가.

사람이 많은데다 다들 어지럽게 움 직이고 있고,스킬의 여파로 형형색 색 빛무리가 아른거리는 탓에 육안 으로 쥐를 찾는 게 여간 쉬운 것이 아니었다.

사람의 눈이라는 게 모기를 쫓다가 도 한 번 놓치면 다시 찾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어지러운 전장 속에서 쥐 한 마리를 찾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 다.

강현은 바쁘게 시선을 여기저기 옮 기다가 차라리 다른 방법을 쓰는 게 빠르겠다 여겼다.

‘나 혼자 싸우는 게 더 빠르겠군. 윤중 아저씨더러 언더그라운드 인원 들을 퇴각시키라고 해야겠어.’

언더그라운드 인원들이 퇴각하면 해상 카르텔의 병력이 쫓을 거 아닌 가.

그럼 피아식별이 되니까 투영 스킬 로 쓸어버리면 된다.

퇴각 과정에서 얼마간 피해가 누적 될 테지만 피아식별이 안 돼서 손놓고 있는 것보단 낫다.

판단을 내린 강현이 김윤중에게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김혜림이 입을 열었다.

“강현 씨,제가 처리할게요. 니아 속도 늦춰요.”

반사적으로 니아의 뿔을 당겨서 속 도를 늦췄다.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보건데 좋은 방법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니아가 속도를 늦추자 김혜림이 냉 큼 니아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고도를 낮췄다지만 아직 지상에서 20미터가량 떨어져 있었다.

떨어지면 무사하지 않을 터. 떨어지던 김혜림이 니아의 바로 밑에 하늘계단을 소환하며 가볍게 착 지했다. 그러곤 가이아 보우에 대지 의 화살을 소환한 자세에서 빠르게 눈을 움직였다.

어지러운 전장 속에서 솟아나듯 표 범 한 마리가 튀어 오른 순간.

김혜림이 표범 쪽으로 활을 옮기며 시위를 놓았다.

피잉!

시위 튕기는 소리가 청아하게 울려 퍼지며 화살이 뻗어 나갔다.

그랜드 에로우가 부여된 화살은 경 합 하고 있는 무기 사이를 매끄럽게 빠져나가며 표범의 목에 적중했다.

“끄엑!”

표범의 단말마가 터져 나옴과 동시

에 변신 스킬이 풀리며 사람의 모습 으로 변했다.

눈 깜짝할 새에 표범이 있던 자리 에는 화살에 꿰뚫린 말꼬랑지 머리 의 동양인 시체가 생겨났다.

목표물에 화살이 적중한 것을 본 김혜림은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가 기합이 담긴 일갈을 내질렀다.

“동작 그만!”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전장에 스며 들면서 모든 이가 주춤거렸다. 그리고 모두가 본의 아니게 김혜림 을 주목했다.

헌데 갑자기 김혜림의 모습이 사라 졌다.

사라진 김혜림은 말꼬랑지 머리의

동양인 시체를 들고 원래 있던 자리 에 다시 나타났다.

하늘계단이 전설급으로 바뀌면서 소환자 본인에 한하여 계단 위를 마 음대로 오갈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났 었다.

그 능력을 이용하여 시체 옆에 하 늘계단을 소환했다가,시체를 가지 고 원래 자리로 되돌아온 것이었다. 시체가 사람이라면 같이 이동하는 게 불가능했을 터이나 생물이 아닌 물건으로 치는지 무리 없이 옮길 수 있었다.

김혜림은 시체를 하늘계단 위에 내 려놓으며 살벌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사람처럼 되기 싫으면 꺼져.”

귀신마냥 한기가 풀풀 날리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냉랭한지 적아 구분 없이 일제히 몸을 부르르 떨었다.

리더를 처리한 것만으로는 임팩트 가 살짝 부족하다.

강현은 김혜림의 행동에 보조를 맞 춰서 허공에 투영검을 소환했다. 지잉!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버린 리더 와 살기를 풀풀 내뿜는 여장부. 거기다 무지막지한 크기를 자랑하 는 투영검까지.

적들에겐 투영검마저도 김혜림이 소환한 것처럼 보이리라.

해상 카르텔 조무래기들의 전의를

꺾어 버리기엔 이보다 완벽한 조합 이 있을 수 없었다.

해상 카르텔의 잡졸들은 즉시 등을 돌리고 도주에 나섰다.

“히익! 미,미친 여자다! 피에 미 친년이다!”

“잡아먹히고 말 거야! 여우가 둔갑 한 년이 분명해!”

“도망쳐! 치핑을 죽인 걸로 만족하 지 않고 우릴 전부 죽이려 할 거 야!”

해상 카르텔의 잡졸들이 도망가면 서 알아서 적군과 아군이 분리되었 다.

아군을 퇴각시킬 것도 없이 적군을 퇴각시켜 적아 구분을 가능케 한 것이었다.

김혜림은 해상 카르텔의 잡졸들이 얼마간 도망가게 놔둔 후에 손을 앞 으로 뻗었다.

그러자 도망가던 해상 카르텔의 잡 졸들이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친 것 처럼 하나둘씩 허공에 머리를 박고 튕겨져 나왔다.

적들이 일정거리까지 도망갔을 타 이밍에 맞춰 하늘계단을 세로로 이 어 붙여선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든 것이었다.

졸지에 보이지 않는 벽으로 막힌 막다른 길에 갇힌 꼴이 되었다.

김혜림은 한군데에 모여 있는 적들 을 향해 화염의 화살을 시위에 걸쳤다.

시위를 당기는 그녀의 모습은 가히 귀신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잘 아네. 리더만으론 모자랐거든.”

강조하자면 김혜림은 가이아 보우 에 박힌 적성의 핵을 통해 화염의 화살을 소환할 수 있다.

화염의 화살 열기 수준은 사용자의 마나량에 따라 달라진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크기의 가느다 란 화염의 화살이 시위를 떠나 포물 선을 그리며 해상 카르텔 잡졸들이 모여 있는 곳에 떨어졌다.

화염의 화살이 목적지에 떨어지자 포탄이 떨어진 듯 어마어마한 양의 불길이 치솟았다.

화르륵!

불길은 한꺼번에 해상 카르텔의 병 력을 집어삼켰으며 불길 속에서 몸 부림치는 자들의 실루엣이 어른거렸 다.

간간이 실드로 불길을 버려 내고 빠져나오거나,화염 계열 면역 스킬 을 가진 이들이 불길에서 빠져나오 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김혜림은 벌레 제거하 둣 대지의 화살을 날려서 불길에서 나오는 족족 꿰뚫어 버렸다.

적을 몰살시킨 후.

김혜림은 소매로 이마에 맺힌 땀을 홈치며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후아? 이걸로 마무리된 것 같네

요. 응? 다들 표정이 왜 그래요?”

김혜림을 중앙에 두고 세이아나와 니아,그리폰이 벙찐 표정을 짓고 있었다.

루나는 세이아나의 등 뒤에 숨어 오들오들 떨고 있었고,그나마 강현 만이 평소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태 연함을 유지했다.

루나가 어렵사리 세이아나의 등에 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러면서 조막만한 손으로 세이아나의 로브를 부여잡곤 울먹이며 간신히 목소리를 내었다.

“언니,무셔.”

거기에 강현이 검지로 김혜림의 옷 차림을 지목했다.

“너 로브 다 젖었어.”

활을 쏘느라 몰랐는데 김혜림의 로 브는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로브 앞부분이 흥건히 젖어서 핏물 이 타고 흐르는 중이었다.

적의 기세를 제압한답시고 적 리더 의 시체를 옮겼지 않은가.

그 때 피가 옮겨 묻은 것이었다. 옷에 피칠을 한 채로 살기등등하게 시체 위에 발을 올리고 있는 흑발의 여자.

적이 아니라 아군이라도 무섭다.

정말로.

그것도 모자라 어마어마한 불길을 피워 올리면서 세기말의 광경을 재 현하고 앉았으니 무서울 수밖에 없다.

김혜림은 피에 젖은 로브를 벗으며 바깥 면이 안쪽으로 뭉치도록 돌돌 말았다. 그러고선 아무 일도 없었다 는 양 로브 뭉치를 옆구리에 끼며 강현에게 손짓을 했다.

“참나,싸우다 보면 피 좀 묻을 수 도 있죠. 별 걸로 다 무서워하네. 이리 와요.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죠.”

세이아나는 강현이 김혜림에게로 가기 전에 냉큼 작은 목소리로 질문 을 던졌다.

“양말 뒤집어서 벗어 놓으면 죽을 지도 모르는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 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강현군?”

이 마당에 농담이라니 넉살 한번 좋군.

세이아나의 농담은 제쳐 두고서라 도 이번 건 솔직히 강현도 좀 움찔 했다.

김혜림이 화를 내는 원인은 짐작이 간다.

김윤중의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리라.

강현에겐 아무리 화가 나도 가끔씩 볼이나 부풀리는 게 전부다.

이리 살벌한 모습의 김혜림은 처음 봤다.

아? ,내가 호랑이 새?

"… 호랑이 마누라를 키웠구나.

하지만 성격상 움찔했다는 걸 겉으 로 드러낼 순 없었기에 아무렇지도 않은 양 덤덤하게 반응했다.

“별로. 난 뒤집어서 벗어 놓은 적 이 없거든.”

강현은 퇴근한 아내를 태우러 가는 현모양부마냥 조심스럽게 니아를 몰 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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