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28화 (328/381)

328화

다행히 커뮤니티 진지에 들어가기 도 전에 척살당하는 불상사는 일어 나지 않았다.

진지에 다가가자 경계를 서던 조직 원들이 최진철을 포위했다.

포위당한 최진철은 조직원들에게 이리 말했다.

“성녀와 관련된 거래를 하러 왔다. 카심 수령님을 만나게 해 달라.”

그리하여 스킬봉인 수갑을 찬 상태 에서 진지 안에 들어서는 것이 허락 되었다.

바라던 대로 바로 카심과 만나는 건 불가능했다.

다짜고짜 찾아와서 거래를 하자는 작자를 어찌 바로 수령에게 대령하 겠나.

최진철은 카심이 아닌 카심의 보좌 관인 구드르슨과 마주하게 되었다. 간부용 천막 안에서 구드르슨이 최 진철의 몸을 훑으며 말했다.

“따로 숨기고 있는 건 없군.”

말하는 꼴로 보건데 훑으면서 투시 효과를 지닌 스킬이라도 쓴 모양이 었다.

한겨울에 옷 벗는 일 없이 결백이 증명된다면 얼마든지 투시당해도 좋 다.

구드르슨은 만전을 기하기 위해 최 진철의 목에 갈고리 형태의 칼을 대며 대화를 진행했다.

“말하는 동안 목이 좀 서늘할 거 야. 적을 들인 셈이니 양해해 줬으 면 좋겠군.”

“상관없습니다. 그저 입만 움직일 수 있으면 됩니다.”

“담력 하나는 부하들이 보고 배웠 으면 좋겠군. 성녀과 관련된 거래라 했었지? 근데 그쪽이 말하는 성녀가 소멸의 기운을 쓰는 여자를 말하는 게 맞나?”

“그렇습니다. 당신들이 진격을 멈 준 이유이기도 하지요.”

“훗. 코에 걸면 코걸이,귀에 걸면 귀걸이라더니 진격을 멈춘 이유를 멋대로 해석하고 있군.”

“불필요한 자존심 싸움은 하지 않 았으면 합니다. 당신이 거래에 응한 것부터가 성녀를 위험한 존재로 여 기고 있다는 증거이니까요.”

성녀와 관련된 거래라는 이유로 들 여보냈으면서 아닌 것처럼 발뺌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머리보다 자존심부터 앞 세우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리리를 위험하게 여기지 않았다면 최진철을 진지 안에 들이지 않았을 것 아닌가.

거래에 응한 것부터가 모든 것을 증명하거늘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 낭비를 하고 있었다.

구드르슨은 말솜씨에서 최진철이

여간내기가 아님을 알곤 진지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허풍이나 치려고 온 건 아닌 것 같군. 제안을 말해 보도록.”

“사실 성녀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합 니다. 그래서 제가 옆에서 그녀를 돌보면서 지시를 내리고 있지요.”

“처음 듣는 정보로군. 우리가 입수 한 정보에 따르면 성녀는 항상 혼자 싸웠던 걸로 아는데?”

“제가 싸우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움직인 겁니다.”

“증거는 있나?”

“거래에 응해 주신다면 세본즈 교 상부에 갖은 핑계를 대서 성녀가 전 투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커뮤니티로선 나쁠 것 없는 제안이 었다.

봉인 능력에 면역을 지닌 소멸의 기운 사용자가 전장에서 배제된다면 세븐즈 교를 몰살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곳 부대를 이끌고 있는 건 카심 이다.

정확히는 카심의 분신이다.

물론 분신의 정확한 스팩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다.

대외활동 중인 게 카심의 분신인 걸 아는 사람조차 손에 꼽을 정도이 니 말이다.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어느 거리

까지 조종이 가능한지,어느 정도까 지 본인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지,카심 본인이 어디 있는지 등등. 분신에 관한 정보마저 베일에 싸여 있는 게 현재 커뮤니티의 수령인 카 심이란 사내였다.

허나 분신이라 할지라도 수령이 당 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때문에 성녀가 알아서 배제되어 준 다면 그보다 좋은 건 없었다.

다만 너무 좋은 조건인지라 되려 꺼림직한 기분이 들었다.

구드르슨은 의심의 끈을 놓지 않으 며 거래의 대가를 언급했다.

“공짜로 배제해 준다는 건 아닐 테 지. 원하는 게 뭐냐?”

“세븐즈 교에서 제 몸에 제노스의 독충을 심었습니다. 그걸 제거해 주 십 시오.”

“그래서였군. 그래서 몰래 거래를 하러 왔던 건가. 납득할 만한 이유 로군.”

“제거할 수 있겠습니까?”

원래 제노스의 독충은 커뮤니티에 서 사용하던 도구다.

오랫동안 사용해 왔던 만큼 제거할 방법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일말의 희망을 걸고 거래를 하러 온 것이었다.

구드르슨은 잠시 동안 뜸을 들이더 니 이내 곧 짧고 굵은 대답을 내놓 았다.

“제거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그렇다면……

“단,거래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고 민해 봐야겠어. 독충만 낼를 제거하 고 약속을 어기면 이쪽만 바보가 되 어 버리지. 안 그렇나?”

“맞는 말씀입니다.”

“흔쾌히 인정하는 걸 보니 절충안 을 가져왔나 보군.”

“세븐즈 교가 심은 독충을 제거하 고 새로 다른 독충을 가져와서 제 몸에 심으십시오. 그러면 커뮤니티 에서 제 목숨을 쥐고 있는 셈이니 약속을 어길 수 없게 됩니다.”

구드르슨은 한순간 할 말을 잃었

다.

남의 손에 목숨이 쥐여있는 걸 피하려고 찾아왔는데,또다시 남에 게 목숨을 맡기는 제안을 할 줄이 야.

독충을 제거하고 독충을 다시 심어 봤자 최진철 본인에겐 플러스 마이 너스 제로밖에 안 된다.

반드시 세븐즈 교의 지배 하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걸까.

‘처음부터 목숨을 담보로 내놓을 각오를 하고 온 거였군. 어쩐지 겁 이 없더라니.’

최진철의 제안대로라면 커뮤니티는 손해 볼 게 전혀 없다.

최진철이 약속을 지키면 성녀가 전

장에서 배제되고,약속을 지키지 않 으면 독충 암놈을 터뜨려 그를 죽이 면 되니까.

구드르슨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을 입 밖에 내었다.

“자네가 성녀를 컨트롤하고 있다 했었지. 그럼 자네가 죽으면 성녀는 어떻게 되나?”

최진철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질문이었다.

소멸의 돌을 가지고 있었을 때에야 폭주했을 거다.

지금 최진철이 죽어 봤자 혼자 슬 퍼하며 우는 게 고작이지 않을까.

최진철은 그 모습을 상상하자 가슴

언저리에서 원인 모를 통증이 느껴 졌다.

쓸데없는 생각은 밀? 자.

지금은 커뮤니티와 세븐즈 교 양측 을 모두 속이는 것에 집중해야 하 니.

“아마 폭주하겠지요. 폭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저도 잘 모르겠군 요.”

“흐음,이쪽도 불확실한 일을 벌이 기보단 확실하게 성녀가 배제되어 주는 게 이득이긴 하지. 자네가 약 속을 어기기라도 하면 모를까.”

“저는 이번 거래에 목숨을 걸었습 니다.”

“거래의사가 확고한 건 잘 알겠네.

하지만 나 혼자서 결정하기엔 무리 가 있군. 수령님께 보고하고 거래를 진행하도록 하지.”

“독충 제거는 지금 당장 가능합니 까? 간신히 교단의 감시를 뿌리치고 잡은 기회입니다. 한 번에 다 처리 하고 싶습니다만.”

“가능하니까 보채지 말게.”

“그리고……

“그리고 또 뭐?”

“꺼낸 독충은 재활용할 수 있습니 까?”

구드르슨은 독기를 품은 최진철의 모습을 보곤 직감했다.

세븐즈 교에 죽이고 싶은 자가 있 구나!

다른 의미에서 최진철과 거래를 할 이유가 늘었다.

이후에 거래는 신속하게 진행되었 다.

구드르슨이 카심의 허가를 받고 최 진철의 몸에 심어진 독충을 커뮤니 티만이 가진 특수한 방법을 이용해 제거하였다.

더하여 최진철의 몸에는 새로운 독 충이 심어졌다.

모든 과정을 마친 최진철은 커뮤니 티 진지에서 나와선 리리가 있는 곳 으로 되돌아갔다.

이대로 불칸 신전에 돌아가서 이리 말할 것이다.

‘리리가 능력을 쓰지 않겠다고 떼

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거부한다. 그래서 말했지 않느 냐. 실전에 투입하는 건 시기상조였 다고. 대신전으로 돌아가서 처음부 터 다시 훈련을 진행하겠다. 그리 알아라.’

……라고 하며 대신전에 돌아갈 것 이다.

라파엘라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 건이지만,리리가 능력을 잃었다는 걸 모를 테니 리리에게 험한 짓을 하지 않을 거다.

최진철에겐 심한 짓을 할진 몰라도 말이다.

클로이의 건은 리리가 말을 안 듣 는 나머지 적에게 포위당했고,리리와 최진철을 살리려고 클로이가 스 스로 희생양이 되었다 빌미를 앞세 우면 될 일이다.

이대로 리리와 도망간다는 선택지 도 있다.

커뮤니티와의 약속은 리리를 전장 에서 배제한다는 것.

이대로 도망가도 약속을 지키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래선 미래가 없다.

이 험한 카니발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힘을 키울 전환점이 필요 하다.

‘세븐즈 교와 커뮤니티는 아직까지 더 싸워 줘야 해. 그러다 보면 반드 시 기회가 올 거야. 언젠가 한 번쯤은 오겠지.’

그리 생각하며 리리와 함께 신전으 로 돌아가는 최진철의 손에는 적출 해 낸 제노스의 독충 수놈이 들려 있었다.

라파엘라가 가진 암놈과 한 쌍인 수놈이 말이다.

*

한 달간의 비행 끝에 강현 일행은 앤트 평원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지점까지 도달했다.

언더그라운드를 앞두고 강현 일행 은 각각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강현의 경우 언제나처럼 복잡한 계산을.

‘정보 수집부터 해야겠군. 커뮤니 티와 세븐즈 교가 충돌했다는데 어 떻게 됐는지 정확하게 들어야겠어. 하위차원 정복계획을 저지한 게 커 뮤니티의 귀에 들어갔는지도 궁금한 데 말이지. 계획이 무산된 것에 열 받아서 다시 수배령을 내릴지도 모 르지. 그때쯤이면 우린 제2신화급 웨이브에 들어가니까……

김혜림의 경우 강현과 김윤중 생각 으

‘아버지는 잘 계시려나 모르겠네. 아주머니가 옆에 계시니까 밥은 꼬 박꼬박 챙겨 드시고 다니시겠지? 강 현 씨는 성격상 정보 수집부터 할 거고. 정보 수집하는 동안 아버지 만나고 제2신화급 웨이브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겠네. 우리가 첫 공략자 니까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들어가 야겠지.’

세이아나의 경우 강현과 루나,발 레나 생각을.

'이번에는 나도 같이 신화급 웨이 브로 들어가게 되겠네. 현이 성격상 정보 수집부터 하겠지? 그동안 발레 나랑 애들 만나야겠다.

그다음에 루 나랑 공연이라도 볼까. 아,등에서 왜 이리 축축한 느낌이 들지? 얘 또 침 흘리면서 자는구나! 비행할 땐 위험하니까 참으라고 했는데도! 내가 요즘 너무 오냐오냐 하나? 으음,뭐라 하면 잔소리처럼 들릴 테 고,용돈 가지고 밀당하는 건 쪼잔 하니까…… 후우,이 부분은 현이랑 상담해 봐야겠네.’

루나의 경우.

‘쿠울?.’

니아의 경우.

“규우.”

가장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는 자 는 단연 니아였다.

구름이 걸린 산봉우리를 넘어 뿌연 수증기를 빠져나오니 앤트 평원의 정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예나 지금이나 개미굴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건 여전했다.

강현은 니아의 고도를 낮추며 그리

폰 옆에 바짝 붙였다.

“황재욱한테 연락해! 우리 도착했 으니까 마중 나오라고 해!”

“뭐라고?”

“황재욱한테 연락하라고!”

“뭐라고? 잘 안 들려!”

바람이 하도 세차게 불어서 서로 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 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고도를 더 낮추고 속도를 늦춰서 맞바람을 최소화한 후에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황재욱한테 연락해.”

“그 말하던 거였어? 난 또 이심전 심 게임이라도 하나 싶었네.”

“사실은 엄청 중요한 말을 했었지.

듣지 못해서 다행이군.”

“진짜? 무슨 말이었는데?”

“다시 말해 줄까?”

“응! 응응!”

“황재욱한테 연락해.”

“야! 너 죽을래?”

황재욱에게 연락을 하려고 언더그 라운드 관계자 전용 연락 보구를 꺼 내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전용 연락 보구를 꺼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고도를 낮춘 덕에 앤트 평원 중앙 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 세력끼리 싸우고 있는지는 몰 라도,멀리서 봤을 때 눈에 띄는 물체가 하나 있긴 했다.

김혜림은 격전지에서 적진을 헤집 고 있는 물체를 가리키며 황급히 외 쳤다.

“아! 계약 골렘! 강현 씨 속도를 높여요! 전장에 아버지가 있어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