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화
세르게이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 했다.
실드 스렛 3만짜리 방어력을 지닌 실드가 일격에 부서졌다.
놈의 공격력이 9만을 뛰어넘는다는 것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공격을 가하면 공격자에게도 반동 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검을 휘두를 때 왜 정자세를 취하 며,활을 쏠 때 왜 활대를 가슴팍에 붙이며,총을 쏠 때 왜 견착을 하겠 는가.
몸을 단단히 고정하여 최대한 반동
을 효과적으로 버텨 내기 위함이다. 인간의 몸으로 버려 낼 수 있는 반동의 최대치는 공격 스렛 1만 포 인트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1만 이상의 데미지를 가하면 공격자 본인의 몸이 망가진 다는 거다.
그걸 1만도 아닌 9만이나 가했다.
그런데도 카심은 일상적인 공격을 했다는 양 멀쩡하기만 했다.
카심은 위압감 넘치는 눈빛을 휘번 뜩이더니 세르게이가 가장 직위가 높다는 것을 직감했다.
“사이비 집단이 당당하게 지역장을 공격했다더니 듣던 것보다 기개 없 는 것들이구나. 도망치고 숨어 있는 게 너희들의 방식이더냐.”
정곡을 찌르는 도발이었지만 세르 게이는 쉽사리 반박하지 못했다. 상대는 무려 커뮤니티의 수장이다. 명계의 진을 부수고 나온 무지막지 한 무력을 목격한 직후인데 어찌 쉽 사리 덤비겠는가.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이토록 강력한 일격을 날리는 작자 는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강한 일격을 날릴 수 있다 해서 최강이 아니다.
강자에게도 상성은 존재한다.
공격 스텟이 높은 거라면 공격을 막아 낼 수 있는 부류의 기술을 쓰 면 될 일이다.
세르게이는 밤색 로브를 소환하여 걸치면서 본인의 무기인 생환검을 꺼내 들었다.
“힘깨나 쓰는 듯하다만 힘이 전부 는 아니지. 공격무효화 능력을 가진 자들은 전원 돌격해라! 나머지는 뒤 에서 엄호한다!”
소수이긴 해도 일시적으로 공격무 효화 능력을 쓸 수 있는 사제들이 몇 명 있긴 했다.
세르게이가 두른 밤색 로브도 공격 무효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명 ‘망명 로브’라 불리는 SSS급 스킬로,10분간 공격무효화 능력을 지닌 로브를 소환하는 효과가 있었 다.
단,한 번 소환하면 1시간 동안 재 사용 대기시간을 가진다.
아이스 에어리어 신전에서 3급 이 상의 사제들은 대략 30명.
그중에서도 세르게이를 포함한 5명 의 사제들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공격무효화 능력이 가진 효용성을 생각하면 5명도 꽤 많은 편이었다. 그에 대응하여 조직원들도 무기에 마나를 부여했다.
“수령님!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저 건방진 것들에게 주제를 알려 주 겠습니다!”
카심은 세르게이의 움직임을 점잖 게 지켜보다가 조직원들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너희들에겐 무리겠군. 내가 직접 상대할 테니 너희들은 벽 너머에 숨 어 있는 다른 녀석들을 쳐라.”
“저희는 괜찮습니다.”
“역량을 파악하는 것도 실력의 일 부지. 너희들로는 상대가 안 되니까 하는 말이지 않느냐.”
카심이 진득하게 노기가 깃든 목소 리로 주의를 주었다.
조직원들로선 죽을죄라도 진 양 얼 어붙고 말았다.
사실 카심의 주변에 있는 자들은 북동부 쉘터의 지부장들이었다. 세븐즈 교의 신전과 가까운 곳에 있는 쉘터에 동원령이 떨어지면서 병력을 모아 합류한 것이었다.
몇 달 전,제례미가 죽은 건 지부 장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일이었다. 지역장의 자리 중에서 공석이 생겼 는데 아직 그 공석은 유효하다. 여기서 카심의 눈에 들기만 하면 지역장 자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분발하려 했었다.
허나 카심의 명령을 어겨 눈 밖에 나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지부장들은 카심의 말이 곧 신탁이 라도 되는 양 사방으로 퍼졌다.
“벽 너머에 있는 자들을 최우선으 로 제거하겠습니다!”
“절대 카심 수령님을 방해하지 못 하도록 철저하게 배제하겠습니다!”
“대답 소리는 마음에 드는군. 대답
만 잘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 도록.”
“네!”
지부장들이 벽을 부수며 사제들과 엉키면서 아이스 에어리어 신전 후 방지대에 전투의 불길이 치솟았다. 커뮤니티 측이 머릿수가 많기도 한 데다 지부장들 뒤에 카심이 떡하니 서 있는 게 크게 작용했다.
카심이 누구인가.
커뮤니티 최고봉에 있는 자이자 조 직원들의 정신적 지주이다.
감히 쳐다볼 수도 없을 만한 지고 한 존재가 자신들과 함께 싸우고 있 다.
거기에 용맹하게 싸울수록 카심의
눈에 들 확률이 높다는 동기부여까 지 있는 마당이다.
지부장들은 옆에서 누가 쓰러지든, 앞에서 뭐가 날아오든 개의치 않으 며 사제들을 한 놈이라도 더 척살하 려 들었다.
“카심 수령님이 직접 명령을 내리 셨다!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커뮤니티를 얕본 놈들에게 우리가 건재함을 똑똑히 새겨 주어라!”
“우오오! 수령님이 보고 계신다! 수령님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 이지 말도록!”
사제들의 숫자가 차츰차츰 줄어들 고 있지만 세르게이는 여전히 승리 할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공격무효화 능력이 있는 한 카심은 세르게이 일행을 공격하지 못한다. 공격무효화 능력이 발동되는 시간 내에 카심을 죽이면 적의 전의를 꺾 을 수 있다.
카심도 여기까지 사기를 끌어올려 놓고 공격무효화 능력이 사라질 때 까지 도망 다니진 않을 거다. 수장으로서의 자존심이 도망을 허 락지 않을 터!
놈의 자만심을 찌르는 것만이 승리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세르게이가 앞으로 나서자 카심도 레온을 몰아 앞으로 내달렸다.
카심의 주먹이 닿기에는 멀고,세 르게이의 검은 카심에게 닿을 거리까지 좁혀졌을 무렵.
거리를 보충하기 위해 레온이 먼저 세르게이를 물어뜯으려고 아가리를 벌렸다.
“쿠어어영!”
세르게이는 절묘한 간격 조절로 레 온의 코를 베어 냈다.
짐승 특유의 촉촉하게 젖은 코가 베이면서 레온이 오만상을 찌푸렸 다.
그 틈을 타서 레온의 옆으로 돌아 들어간 세르게이가 카심을 향해 검 을 2번 휘둘렀다.
카앙!
첫 번째 일격은 실드에 부딪치며 막혔다.
대신 검이 실드에 부딪치면서 카심 의 몸에 화살 과녁 같은 표적이 생 겨났다.
카앙!
두 번째 일격도 실드에 부딪치며 막혔다.
대신 땅에서 흙으로 이루어진 굵직 한 송곳이 차례차례 뻗어 나오며 카 심의 실드를 무시하고 과녁에 꽂혔 다.
세르게이가 가진 ‘쌍둥이 송곳’ 스 킬에 의한 효과였다.
실드,방어구,몸뚱이.
어디든 상대의 일부를 가격하면 상 대의 몸에 표적이 생긴다.
다시 한 번 가격하면 ‘실드 무시’효과가 있는 송곳이 땅에서 뻗어 나 와 과녁에 적중한다.
세르게이는 두 번의 검짓이 적중한 순간부터 승리를 예감했다.
‘이거라면 실드 스텟이 얼마나 되 든 한 방이지. 어떠냐? 네놈의 당황 한 모습을 천천히 감상……
흙송곳에 꿰뚫려 피를 토하고 있을 카심을 생각하면서 위를 올려다보았 다.
하나 올려다본 곳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카심이 있었다.
그는 흙송곳에 꿰뚫려서 몸의 절반 이 날아갔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둣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었다. 심지어 꿰뚫린 부분에선 피 한 방울 홀러나오지 않았다.
당황한 모습을 감상하려 했는데 역 으로 세르게이가 당황하고 말았다.
‘꿰,꿰뚫리고도 멀쩡한데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다니! 인간이 아닌 거냐!’
인간이 아닐 리는 없다.
정상적인 카니발 거주자라면 이럴 때 무엇부터 생각하겠는가.
보구나 스킬의 효과구나!
마냥 괴물 괴물거리는 것보단 냉정 한 축에 속하는 판단이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카심이 뻗는 주먹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세르게이는 날아드는 그랜드 건틀 릿을 두고 맞서듯이 공격 자세를 취했다.
‘이 공격을 공격무효화 능력으로 막고 놈을 다시 벤다. 무슨 보구를 썼는지는 몰라도 몸을 가루로 만들 어 버리면 움직일 수 없을 테지.’ 망명 로브의 효과를 믿고 검을 쭈 욱 뻗었다.
한 번 공격을 시도한 후 다시 뻗 은 검이었기에 카심의 주먹보다 한 박자 느릴 수밖에 없었다.
세르게이의 검이 닿기도 전에 카심 의 주먹이 세르게이에게 닿았다.
분명 공격무효화 능력을 둘렀을 터 이다.
헌데 이상하게도 카심의 주먹은 공 격무효화 능력을 무시하고 세르게이의 얼굴에 적중했다.
아니,공격무효화 능력을 무시한 게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망명 로브의 효과가 사 라져 있었다.
카심은 몸의 절반이 날아간 몰골로 세르게이의 얼굴에 주먹을 적중시켰 다.
퍼석!
사람 주먹이 사람에게 닿았는데 쿠 키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실제로 세르게이는 머리부터 발끝 까지 아작 나듯 분해되며 산산이 부 서졌다.
세르게이의 보구인 생환검의 능력 을 쓸 순간도 없이 즉사하고 말았다.
세르게이가 잘못 계산한 게 아니 다.
카심에게 ‘자신 혹은 자신의 분신 을 공격한 적에게 스킬 봉인,보구 능력 봉인’을 하는 스킬이 있었을 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신 혹은, 자신의 분신에게 공격을 가한 적에 게 발동하는 스킬이다.
카심은 절반만 남은 몸뚱이를 나메 크인마냥 서서히 복구시키며 주위의 조직원들에게 따로 지시를 내렸다.
“몇 놈만 생포해서 다른 신전의 위 치를 불게 만들어라. 이참에 놈들의 씨를 말려 버리겠다.”
*
세븐즈 교의 대신전.
열 명의 고위사제들은 아이스 에어 리어의 상황을 전해 들은 후였다. 부교주 데메트리는 검지 손톱으로 원탁을 빠르게 두드렸다.
톡톡톡톡.
신경질적인 손버릇과 함께 데메트 리가 입을 열었다.
“아이스 에어리어가 무너졌다더군. 흔적도 없이.”
고위사제들은 뒤늦게 정보를 접한 터라 자세한 일은 하나도 몰랐다. 대책을 내놓으려 해도 뭘 제대로 알아야 내놓든가 말든가 할 것 아닌 가.
“어떻게 당했다고 합니까?”
“심어 둔 밀정들의 말에 의하면 카 심이 직접 출격했다는군.”
“카심이 직접 출격했단 말입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스 에어리어엔 세르게이 1급 사제가 있고,명계의 진이 있습니다. 쉬이 당하진 않았
“정신들 차리게! 그 세르게이며, 명계의 진이 쪽도 못 쓰고 돌파 당 했단 말일세!”
“지,진정하십시오,데메트리 부교 주 ”
“진정하게 생겼나? 옛날부터 누누
이 강조했었지. 커뮤니티는 무시해 도 좋되,카심 만큼은 무시하지 말 라고. 카니발 초기의 생존자를 무시 해선 안 된다고 몇 번을 말했나!”
펄펄 뛰는 데메트리를 달래느라 고 위사제들은 진땀을 뻘뻘 흘렸다.
그 와중에 오직 한 사람이 배짱 좋게 데메트리에게 일침을 가했다.
“세븐즈 교의 부교주란 사람이 그 리 경거망동해서야 되겠습니까?”
데메트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비아 냥을 날린 이를 째려보았다.
비아냥을 날린 이는 누구도 아닌 라파엘라였다.
라파엘라는 항상 그랬듯이 원탁의 가장자리에 컵을 아슬아슬하게 올려놓았다.
보는 이가 조마조마해지는 장난이 었다.
원탁 가장가리에서 흔들리는 컵을 보던 데메트리가 주먹으로 원탁을 내리치며 성질을 내었다.
타앙!
“지금 내게 뭐라고 했나! 예의를 지키지 못할까!”
라파엘라는 떨어질 뻔한 컵을 붙잡 아선 아무렇지도 않게 한 모금 홀짝 이곤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적이 최강의 카드를 냈으니 우리 도 최강의 카드를 내면 될 거 아닙 니까? 성녀를 출격시킬 때가 된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