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23화 (323/381)

323화

다음 날,로드의 협곡 안쪽으로 들 어가선 차원의 경계를 찾아갔다. 차원의 경계 위치는 예전과 마찬가 지로 환각 결계에 의해 지켜지고 있 었다.

다만 너무 오래전 일이고 협곡 내 부의 풍경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바뀐지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 협곡을 돌아다닌 끝 에 환각 결계가 쳐진 곳을 찾아냈 다.

강현은 환각 결계로 만들어진 절벽 에 손을 내밀었다.

절벽에 손이 닿자 손이 관통하듯

절벽 안으로 쑤욱 들어갔다.

“여기였군. 내가 여기라고 말했을 때 아니라고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 지?”

자신의 기억이 맞다며 협곡 안쪽으 로 더 들어가라고 했던 이가 있었 다.

강현이 면박을 주자 세이아나가 어 깨를 으쓱였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은발을 한데 을려 묶어 길게 늘어뜨린 머리 모양 을 하고 있는 그녀다.

거기에 익살맞은 웃음기가 더해졌 다.

“오랜만이니까 착각할 수도 있지 뭘.”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지도.”

“나이 얘긴 하지 말랬지? 혼날래?”

“처지는 게 고민될 정도면 나이 든 거 맞지.”

세이아나는 무슨 얘기인가 싶다가 문득 개화의 서 능력을 떠올렸다.

“아! 너 레벨 300 넘었구나! 파악 능력 썼지?”

“생겼으니까 써 봤지.”

“오호? 그랬다 이거지? 그 얘기는

욕실에서밖에 안 했는데 말이야. 어 떻게 된 건지 설명해 보실까나?”

“파악 능력 쓰니까 나오더라고.”

“참나 너무 당당하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네.”

“대단한 것도 아닌데 숨기고 말고

할 것도 없지.”

“조금은 부끄러워하라고. 보이는 입장은 얼마나 신경 쓰이는 줄 알 아?”

“관리 좀 해야겠어.”

“남이사!”

과하게 친해지는 것도 두고 볼 일 이다.

누구와도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건 다시 말해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기 힘들다는 걸 의미한다.

이미 뇌리에 박힌 이미지 때문에 무엇을 말해도 가벼운 농담으로 받 아들여지고 만다.

그래서 포기한 것이기도 하지.

불칸에서 두 사람이 재회한 걸 봐

버렸거든.

나는 절대로 그런 식으로는 못하겠 더라고.

이 나이가 되면 말이야,회복이 더 디거든. 그게 정신적인 상처면 더더 욱 더뎌져.

지금까지의 관계를 내던지면서 몸 을 날리는 건 못하겠더라고.

세이아나는 새삼 무리 내에서 자신 의 포지션을 자각하였다.

“됐으니까 들어가기나 해. 카니발 안 갈 거야?”

“가야지. 근데 실드 끌어을리는 게 좋겠어.”

실드는 공격을 막을 때나 끌어올리 는 것이다.

실드를 끌어을리라는 건 공격을 막 을 상황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말 끝나기 무섭게 환각 결계 너머 에서 모닝스타가 뻗어 나왔다. 강현은 몸을 틀어 돌기 달린 쇠구 슬을 피해 냈다.

그러면서 발검 자세를 취하며 허릿 심을 이용해 빙백검을 뽑아냈다. 기다란 검날이 단번에 쑤욱 뽑혀 나오면서 금빛 오러를 둘렀다. 그랜드 오러가 맺힌 빙백검은 발검 과 동시에 모닝스타의 쇠사슬 부분 을 끊어 냈다.

뎅겅!

쇠사슬 끝에 달려 있던 철구가 떨 어져 나가며 포물선을 그렸다.

김혜림의 머리 위를 지나서 저 멀 리 날아가던 철구가 바닥에 떨어졌 다.

동시에 철구의 돌기가 사출되면서 독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쉬이익!

대상에 적중하면 돌기를 사출하고 독연기를 뿜어내는 보구였나 보다. 강현은 빙백검을 쥔 채로 환각 결 계 너머를 향해 몸을 날렸다.

환각 결계를 통과하자 차원의 경계 가 존재하는 동굴이 나타났다.

동굴 안에는 무기를 들고 있는 자 들이 서 있었다.

검,창,활,투척 무기.

저마다 다른 무기를 들고 있는 사

내들.

그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으 니.

그것은 바로 가슴팍에 달아 놓은 배지 였다.

‘C’란 문자를 필기체로 멋들어지게 찍어 낸 배지는 두말할 것도 없이 그들이 커뮤니티의 일원임을 증명하 는 액세서리였다.

커뮤니티의 인물과 조우하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아참,얼마 전에 로산을 베어 냈으 니 그리 오랜만도 아닌가?

커뮤니티에서 가이아 대륙 차원의 경계에 병력을 증원했다고 들었었 다.

이들이 증원된 병력인 모양이었다.

강현은 검을 앞으로 내세우며 동굴 안쪽에 자리 잡은 차원의 경계를 지 목했다.

“예의상 묻겠는데 길을 터 줄 생각 은 있나?”

커뮤니티 조직원들은 이게 무슨 해 괴한 일인가 싶었다.

로산 지역장을 제국으로 안내하러 떠난 뎀바는 돌아오지 않고 웬 이상 한 녀석들이 나타났다.

남자 1명에 여자 3명으로 이루어 진 무리.

그중 한 명은 어린아이이기까지 하 다.

공격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날린 모

닝스타가 연줄마냥 쉽게 끊겨 나갔 다.

무엇보다 위험한 건 사내가 쥐고 있는 검이다.

빙백검!

카니발에서 뜨거운 감자나 다름없 는 자가 가진 검임을 누가 모르리! 조직원들은 사내의 정체를 알아차 리곤 소스라치게 놀랐다.

“푸,푸른 검이다! 최강현이라고!”

“놈이 어째서 가이아 대륙 쪽에서 온 거야? 카니발에 있었잖아!”

“이를 어쩌지? 어쩌면 좋아?”

그러고 보니 최강현 뒤에 은발의 여성이 서 있는 걸 깨달았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신기한 머리

색을 가진 여자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하니 까 세이아나의 인상착의와 완전히 똑같았다.

지역장도 감히 손을 못 대는 최강 현,전 지역장이자 화력의 대명사라 고도 일컬어졌던 세이아나.

4명 모두의 정체를 가늠할 것도 없다.

최강현과 세이아나만 해도 버겁기 에.

목숨 걸고 차원의 경계를 지키라는 명령이 있었고,최강현과는 반목하 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다.

이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지?

한 명령을 지키면 필연적으로 다른

명령을 어겨야 한다.

어느 선택을 해도 똑같다면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쪽을 택하기 마련이 다.

조직원들은 무기를 거두고 길을 열 었다.

“실례했습니다. 가던 길 마저 가시 지요.”

“막아서지 않는군.”

“당신을 적대시하지 말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명령이 있던 것치곤 제례미와 로

산은 굉장히 호전적이던데 말이지.”

제례미와 로산 둘 다 이미 붙어 본 듯한 발언에 조직원들이 몸을 부 르르 떨었다.

제례미가 본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강현을 공격한 사건은 커뮤니티 내 에서 매우 유명한 사건이었다.

그 사건을 논함에 있어 로산을 끼 워 넣다니.

로산도 강현에게 덤볐다는 건가.

헌데 정작 로산은 돌아오지 않고 강현이 나타났다.

로산이 어찌 되었는지는 묻지 않아 도 알 일이었다.

커뮤니티의 수장이 고메즈에 버금 가는 재능이라 부르던 신임 지역장 들이 계속 당하고 있다.

강현이 더 강해진 건지,카심의 안 목이 잘못된 건지…… 조직원들로선 알 길이 없었다.

강현은 양옆으로 물러선 조직원 사 이를 유유히 지나쳤다.

뒤이어 김혜림,세이아나,루나도 강현을 따라 차원의 경계 앞까지 갔 다.

네 사람은 지체하지 않고 차원의 경계에 발을 들였다.

한 명 한 명 카니발로 복귀하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발을 들이던 강 현이 조직원들에게 한 마디 남기고 갔다.

“로산이나 제례미보단 똑똑하군.”

적의 칭찬에 웃어야 할지,울어야 할지 몰라 미묘한 표정만 짓는 조직 원들이 었다.

*

몇 달 만에 마주한 카니발의 풍경 을 보고 네 사람 모두 동시에 생각 했다.

'아,눈 아파.’

가이아 대륙의 녹음 짙은 대지를 보다가 붉은 대지를 보니 정신 사납 게 느껴졌다.

확실히 살기 좋은 동네는 아니다.

따지자면 서울이나 런던,도쿄,북 경 등등...

수도에 상경한 느낌과 비슷하다.

힘과 돈,위치 등을 얻으려면 큰물 에서 놀아야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 가.

큰물이 곧 살기 좋은 장소는 아니 다.

돈이 있으면 그보다 지내기 편한 곳은 없다는데 모든 이가 돈을 가지 고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카니발도 마찬가지다.

힘이 있으면 카니발만큼 지내기 편 한 곳도 없다.

힘만 있으면 원하는 곳에 쉘터를 지어 왕처럼 떵떵거리며 살 수 있지 않은가.

‘쉘터 짓고 떵떵거리는 건 커뮤니 티가 하는 짓이지 않나. 그리 따지 면 커뮤니티가 카니발에서 잘사는 법의 표본인 셈인가.’

강현은 잠깐 동안 실없는 생각이나

하며 눈이 카니발 풍경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여자들도 풍경이 눈에 익기 시작했 는지 정신을 차리면서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오니까 적응이 안 되네. 어딜 봐도 시뻘건 게 정신 사납지 않아?”

“최대한 멀리 보면서 하늘이랑 같 이 보면 그나마 빨리 익숙해지네 요.”

“꼭 배를 타야만 땅멀미를 하는 건 아닌가 봐. 현아,바로 언더그라운드 로 갈 거지?”

타임로드란 자가 제2신화급 웨이브 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위치는 언더그라운드 바로 밑.

여기서 언더그라운드까지 날아간다 해도 한 달은 걸릴 거다.

부재중에 카니발 정세가 어떻게 변 했는지 파악하고 싶기도 하다.

김윤중의 신 혁명군이 언더그라운 드를 거점 삼아 활동하고 있으니까, 도착하면 김윤중의 입을 통해 카니 발 정세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 다.

강현은 니아의 소환석을 꺼내 들었 다.

“바로 가야지. 또 니아&그리폰 항 공이 수고해 줘야겠군.”

“이코노미석밖에 없는 항공이지만 요.”

“표값 안 드는 것만으로도 다행이

라 생각해야지.”

“그래서 마일리지도 안 쌓이죠.”

“비행기 타 본 적 없으면서 까불기

느 ”

김혜림은 예전에 비행기는 신발 벗 고 타야 되는 거라는 말에 깜빡 속 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혀를 날름 내 밀었다.

“베에? ,비행기 타 본 적 있어서 좋겠네요.”

강현은 니아를 소환하여 등 위에 올라타며 김혜림의 팔을 잡았다.

“까불지 말고 을라타기나 해.”

*

카니발 대륙 북동부에 위치한 얼어 붙은 땅.

상상을 초월하는 추위가 365일 내 내 유지되는 이곳을 두고 사람들은 아이스 에어리어라고 부른다.

아이스 에어리어에는 세븐즈 교에 서 세 번째로 큰 신전이 있었다. 아이스 에어리어 너머에는 카니발 의 숨겨진 낙원 중 하나인 ‘로얄 ’ 이 있었다.

로얄 가든에는 세븐즈 교의 대신전 이 존재하고,아이스 에어리어 지부 는 대신전에 가기 위한 중간다리 같 은 곳이었다.

추위를 막아 주는 보구를 착용하지 않으면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동상에 걸려 버리는 곳.

신전 안에선 사제들이 바쁘게 뛰어 다니고 있었다.

얼마 전,커뮤니티의 정찰대가 신 전의 존재를 확인하고 돌아갔기 때 문이었다.

커뮤니티가 세븐즈 교 말살을 선언 했기에 조만간 커뮤니티의 병력이 들이닥칠 게 분명했다.

“설치형 보구를 설원 곳곳에 설치 해 둬! 그리고 대신전에서 연락은 아직이야?”

“방금 연락 왔습니다! 사제들과 소 환석을 보내 준다고 합니다!”

“커뮤니티 쪽 동향은 살폈느냐! 지 역장 중에서 누가 온다던?”

“그 부분은 모르겠습니다. 적이 철 저하게 정보를 차단하고 있는지라 이쪽으로 오는 병력의 규모를 알 수 없습니다!”

지역장 중에서 누가 오는지,병력 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할 수밖에 없 었다.

아이스 에어리어 신전의 책임자인

1급 사제 세르게이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비를 해 두고자 했다. 그래도 세르게이 본인 역시 지역장 급 실력은 되었다.

지역장 중에서 누가 오든 허무하게 당하진 않을 거라 자부하고 있었다. 전투에 대비하느라 바쁘던 차에 말단 사제의 보고가 올라왔다.

“적입니다! 적이 오고 있습니다! 방향은 남동쪽! 거리는 5km가량 남 았습니다!”

“쉘터는? 쉘터 관문은 걸어 잠갔느 냐?”

“잠그긴 했는데 적들이 공성병기 같은 보구를 이용해서 관문을 뚫어 버렸습니다!”

“젠장,리군혁 사제가 남긴 보고대 로군. 정말로 관문을 뚫는 보구를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누가 적의 병력을 이끌고 있는지는 확인했느 냐?”

정찰을 나갔다 들어온 말단 사제는 허연 입김을 푸욱 내뿜더니 적장의 이름을 밝혔다.

“그게…… 카심이 직접 병력을 이 끌고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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