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 화
케이델 폰 왈라너츠.
그래,그게 내 풀 네임이지.
왈라너츠란 이름은 그다지 좋아 하는 편은 아니야.
왈라,너츠. 무슨 견과류 종류 같 잖아.
사설은 집어치우고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나 시작하지.
물어 놓고 그날이 무슨 날이냐고 묻다니 이런 얼빠진 친구를 봤나.
정신 차려,이 친구야.
최강현이 드리안 공작가 저택에 찾아왔던 날의 이야기를 하던 중 이었잖아.
어디 보자.
첫 서리가 내린 직후여서 아침부 터 추운 날이었지.
나는 최강현이 복귀한 것 때문에 드리안 공작과 대책을 짠답시고 계속 녀석의 저택에 머무르고 있 었다.
알고 있겠지만 남의 집에서 지낸 다는 건 보통 불편한 게 아냐.
특히 남쪽에서 지내다가 북쪽 지 방에 올라와서 지내면 더더욱 불 편하지.
그거 알아? 드리안 공작가에선 겨울이 되면 아침에 창문을 못 여 는 거 말이다.
커튼을 걷으면 처마에 맺힌 고드
름이 창문까지 내려와 있는 게 보 여.
창문을 열었다가 고드름이 부서 져서 아래로 떨어지면 운 나쁜 정 원사가 머리를 맞고 비명횡사할 수도 있다고.
어쨌든 뜨거운 물로 세수를 하고 드리안 공작과 아침식사를 했지. 까놓고 말하면 밥이 안 넘어가더 라고.
최강현이 오고 있는데 밥이 넘어 가겠어?
그래서 드리안 공작한테 이리 말 했지.
“정말 물귀신 부적만으로 놈을 막 을 수 있을까?”
“또 그 소리군. 케이델 공작,식 사를 할 텐가 아니면 고장 난 오 르골처럼 같은 소리만 반복할 텐 가?”
“대비책 하나로는 부족하다고 말 하는 걸세. 내전에서 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나. 차선책을 준비해 둬야 하네.”
“차선책? 있긴 있지.”
“뭔가?”
“짐 싸서 천공섬으로 이동하자고. 구름다리를 끊으면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겠지.”
천공섬으로 들어가 통로를 모두 끊어 버리는 것.
그게 차선책이랍시고 말하는 건
가. 다 포기하고 도망가자는 거잖 아.
생각해 보면 그때 드리안 공작도 예감했던 것 같아.
물귀신 부적이 안 통하면 더 이 상 방법이 없다는 걸 예감했겠지. 처음에는 길어야 1년 안에 내전 이 끝난 거라 생각했지.
근데 벌써 2년 넘게 내전을 치르 고 있어.
창고 가득 쌓여 있던 재화는 바 닥을 드러내기 시작한데다, 꽃이 만개하던 정원은 감자와 무 밭으 로 변했지.
가진 모든 것을 쥐어짜면서 싸우 고 있는데 성과를 내긴커녕 계속 수세에 몰리고 있어.
지칠 만도 하지.
최강현 이야기는 언제 나오냐고?
거참 성질 급한 친구로군.
이제 막 하려던 참이었는데 꼭 그리 보채야겠어? 말하려는데 재 촉하면 얼마나 짜증나는 줄 아나? 어디까지 얘기했었더라.
맞아. 아침식사를 하던 중이라는 얘기까지 했었지.
솔직히 드리안 공작에겐 많이 실 망했어.
내전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녀석에게선 야망을 느낄 수 있었 거든.
덩달아 나까지 제국의 지배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 었지.
지쳐서 껍데기만 남은 녀석을 보 고 있자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 군.
식사가 끝날 즈음이었었나?
일은 그때 터졌지.
정원 쪽에서 뭔가 무거운 게 떨 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쿠응하고 말이야.
솔직히 창문 밖을 보지 않아도 알겠더라.
아,왔구나.
놈이 왔구나.
그때 당시에 드리안 공작의 표정 을 봤어야 하는데 말이지. 아마 그 표정은 본 사람만 알 수 있을걸? 사람 얼굴이 그런 식으로 일그러 질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처음 알 았어.
구긴 종이를 물에 넣었다가 다시 말리면 그런 구김이 나오지 않을 까 싶을 정도로 얼굴이 구겨지더 라고.
그러면서 화통 삼킨 사람처럼 소 리를 고래고래 지르는데 그 소리 가…… 어후, 드리안 공작의 부인 이 기사랑 바람났을 때도 그리 크 게 소리를 지르진 않았을걸?
아주 그냥 목청이 터져라 꽥팩 소리를 지르더라니까.
“카슈아딘 그 쓰레기 자식은 대체
전방에서 뭘 하고 있는 거냐! 물 귀신 부적까지 줬는데! 어째서 저 놈이 내 집 안마당에 와 있냐고!”
그 뒤에는 뭐…… 다들 알잖아? 최근에 소극장에서 ‘드리안가 최 후의 날’이라고 많이들 연극하더 만.
그 연극이 드리안 공작이 죽은 과정을 바탕으로 만든 대본이라 며?
나도 봤는데 실제랑 거의 흡사해.
드리안 공작이 바락바락 강현을 죽이라고 소리 지르고,기사들은 온갖 스킬에 마나 능력 다 써 가 며 덤비고, 최강현이 용에서 내리 면서 검 휘두르고…….
다른 점이 있다면 전투 장면이랄 까.
연극에선 연극시간 늘릴 겸,재미 도 줄 겸 전투씬을 길게 잡아 놨 던데 실제론 몇 분 안 걸렸어.
어? 뭐야 그 표정은? 내가 거짓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최강현이 강한 건 알겠는데 공작 가를 몇 분 만에 제압하는 건 과 장이 너무 심했다고?
아니,그럼 오크군 1만을 몰살시 킨 건 말이 되는 거라 생각해?
요즘 자작나무를 너무 많이 태워 서 자작나무 태우면 다 티 난다 고?
거참,사람 속고만 살았나.
실제로 어땠는지 알고 싶다며.
그래서 기껏 말해 주고 있는데 사람 거짓말쟁이 취급하고 있군.
그 뒤에는 별 거 없어.
최강현 그 녀석은 드리안 공작을 베고 나서 북쪽으로 날아가 버렸 지.
드리안 공작이 죽었는데 뭘 어쩌 겠어.
서부전선 뚫리고, 동부전선 뚫리 고,천공섬 통해서 크레인 공국군 내려오고.
그대로 황제파 병력이 밀고 들어 오면서 내전이 끝났지.
처음에 우리가 왜 내전에서 승산 이 있다고 생각한 줄 알아?
SSS랭크 공략할 때 최강현이 오 브렌과 하워드를 척살했잖아.
황제파 소속 마나마스터 숫자가 줄었으니까 할 만하다고 생각해서 일으킨 거지.
그리 따지면 결국 녀석의 행동에 의해 시작된 내전이 녀석에 의해 종결된 셈이려나.
응? 나?
나는 어떻게 살아남았냐고?
그란데 백작에게 물귀신 부적에 대한 정보를 준 게 누구라고 생각 해?
공작 작위는 잃었어도 목숨은 부 지했으니까 나름 신의 한 수였던 셈이지.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니까 그만 돌아가 봐.
一<제국 자기계발서 : 제국 최고 의 영웅을 살피다〉中 유배당한 자와의 대화에서 발췌-
*
드리안 공작을 벤 강현은 일행을 이끌고 로드의 협곡으로 향했다. 로드의 협곡 가장 안쪽에는 차원 의 경계가 있다.
가이아 대륙 차원관리자인 뎀바 는 사망한 지 오래이니 차원의 경계로 통하는 길이 비어 있을 거다. 크레인 공국을 종단하여 로드의 협곡에 이르렸을 무렵.
카니발로 되돌아가기 전에 마지 막 휴식을 취했다.
로드의 협곡에서도 양지 바른 곳 에 난쟁이 하우스를 소환하고 하 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오늘 목욕하면서 해파리 신기록 세울래!”
“목욕탕 장난감은 한 번에 1개씩 이라 했지? 니아,넌 바깥에서 현 이 보고 씻겨 달라고 해.”
“세이아나 언니. 여기 쌓아 둔 장 작 못 봤어요?”
“그거 지저분해서 창고로 옮겼어.
물은 그냥 스킬로 데우자. 네가 화 염의 화살로 데울래?”
“욕실에 활 들고 가라고요? 강현 씨! 강현 씨!”
복층 주택의 2층에서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던 강현이 1층으로 내려갔다.
소리가 하도 쩌렁쩌렁 울려 대서 무슨 용건으로 불렀는지 들을 것 도 없었다.
강현은 곧장 욕실로 들어가며 제 왕의 화염검을 소환했다.
“물 데워 달라고 부른 거지?”
“네,루나도 들어가야 하니까 너 무 뜨겁지 않게 부탁해요.”
“장작을 써. 뭐 때문에 갖다 놨다
고 생각해?”
“장작 쓰면 강현 씨가 바깥에서 불 조절 해 줘야 하잖아요. 강현 씨 편하라고 스킬로 해결하려는 거예요.”
“오늘 목욕담당은 너잖아. 왜 나 한테 시켜?”
“세 명이서 한꺼번에 들어가려고 요. 강현 씨도 같이 들어갈래요?”
사람 본성 어디 안 간다고 약혼 을 해도 김혜림의 장난기는 어디 안 갔다.
막상 들어간다고 하면 당황할 거 면서 말이지.
같이 들어간다고 해서 당황하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 다.
강현은 절묘한 마나 조절로 제왕 의 화염검 온도를 조절하며 물을 데웠다.
적당히 데워졌는지 확인하기 위 해 검지를 물에 담가 보고 나서야 욕실에서 나왔다.
“지금 들어가. 너무 오래 있진 말 고.”
물을 데워 주자 세 여자는 욕실 로 들어가선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난쟁이 하우스의 벽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방음이 뛰어난 구조는 아 니다.
2층으로 올라가 침대에 누웠는데 욕실에서 세 여자의 수다가 고스 란히 들려왔다.
“약혼까지 했다면서 아직도 강현 씨라고 부르네. 이참에 자기라고 불러 봐.”
“여태까지 해 온 게 있어서 갑자 기 호칭 바꾸는 게 쉽지 않더라고 요.”
“하다못해 오빠라 부르던가.”
“루나는 오빠라고 부르고 있어 !”
“루나야,엄마가 중요한 얘기 중 이잖니? 이럴 땐 경청하면서 머릿 속에 쏙쏙 집어넣으렴.”
“응!”
세이아나 아주머니.
애한테 참 좋? 은 거 가르치십니 다.
세이아나의 얘기를 듣고 있을 바 엔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이득이 었다.
그러고 보니 가이아 대륙에 내려 온 다음부터 상태창 정리를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상태창을 확인했을 때가 레벨 270때였다.
그때부터 한참이 지났으니 어쩌
??????.
[최강현(LV. 300)]
관통 : 1, 770
무적 : 703
감지 : 750 홉기 : 1, 000 보급 : 704 보너스 포인트 : 900 보유스킬 : 각성의 서(?), 세이덴 의 독주머니(?),마나폭검(?),석 상 호걸의 갑옷(?),쉐도우 리퍼의 외갑(?),명계의 서(?), 위치 되감 기(?), 개화의 서(?), 제왕의 화염 검(S), 군단의 서(?), 석화의 마안 (?),엘레멘탈 웨펀(?),개방의 서 (?),업적의 서(?),매혹(?),해신 의 축복(?),드림 윙(?),초월의 서(?), 투영(?),비밀의 서(?),마 도의 서(?)
특수능력 : 간파,분할,파악.
가이아 대륙에서 지내는 동안 레 벨이 270에서 300으로 올랐다. 레벨 300을 달성하면서 개화의 서 세 번째 능력이 개화되었다.
세 번째 특수능력은 ‘파악’.
세 번째 특수능력이 생겨나면서 파악 능력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 에 흘러들어 왔다.
[파악 : 군단의 서가 적용된 군단 원들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능 력.]
군단원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개화의 서는 항상 타인과 연관된 능력만 나왔으니 파악과 같은 능 력이 나와도 이상할 건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군단원의 현황 을 파악하는 능력이라니.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 전혀 감 이 안 온다.
강현은 파악 능력의 효과를 확인 해 볼 겸 능력을 발동해보았다. 파악 능력을 활용하자 현재 확인 할 수 있는 군단원의 목록이 머릿 속에 흘러들어왔다.
[파악 능력을 발동하였습니다. 누 구의 현황을 확인하시겠습니까?
_ 김혜림
-세 이 아나
? 루나
확인하고자 하는 자의 이름을 선 택하십시오.]
가장 편한 상대로 치자면 김혜림 이다.
김혜림을 택하니 머릿속에 혈영 구슬을 보듯 김혜림의 현황이 동 영상을 보듯 흘러들어왔다.
첨벙첨벙.
목욕하는 장면과 함께 김혜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도 다른 호칭으로 부르고 싶 긴 해요. 앞으로 차근차근 말해 보 려고요.]
그러면서 목욕하는 장면이 머릿 속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강현은 욕조에 나란히 몸을 담근 세 여자의 적나라한 모습이 뇌리 에 새겨지는 것을 확인코는 파악 능력을 끓었다.
더불어 본인의 뛰어난 관찰력과 기억력에 의해 머릿속에 남은 영 상을 무의식중에 리플레이하며 침 대에 누웠다.
“좋은 능력인지 나쁜 능력인지 모
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