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17화 (317/381)

317화

“타임로드?”

“설마 타임로드에 대해 알고 있습 니까?”

“사정이 있어서 이름만 아는 정도 입니다.”

“어느 정도 얘기가 단축되겠군요. 정확한 햇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첫 웨이브가 발생했을 때였을 겁니다. 황제 폐하는 물론이고 황궁에 있는 모든 귀족과 기사들이 웨이브가 무 엇인지 알아내려고 했었지요.”

아놀드의 이야기는 웨이브 발생 초 기 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웨이브 발생 초기 시절.

황궁에선 나날이 제국의 땅을 좀먹 는 웨이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 었다.

황제도 웨이브 현상을 해결해 보려 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태 파악에 힘쓰던 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황제에게 어떤 아 리따운 여인이 찾아왔다고 한다.

여인은 황제에게 조만간 특정 이세 계인들이 도착할 터이니 그들을 모 아 웨이브 조사를 맡기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중요한 한 마디를 남겼 다.

“신화에 머무르는 이들을 모두 공 략하지 않으면 다섯 개의 신화급 웨이브가 다섯 하위차원에서 폭발하여 하위차원 전역을 던전화시킬 겁니 다. 공략을 서둘러 주십시오.”

강현은 신화급 웨이브에 대해 언급 할 즈음에 아놀드의 말을 잘랐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신화급 웨이 브를 모두 공략하지 않으면 다섯 개 의 신화급 웨이브가 다섯 하위차원 에서 폭발한다 하셨습니까?”

“적어도 제가 기억하기론 맞을 겁 니다.”

“이미 하나는 공략했습니다만.”

“그렇습니까? 그럼 공략한 것을 빼 고 나머지 4개가 하위차원에서 소멸 하지 않을는지요. 신화급 웨이브가 소멸하면 하위차원 한곳이 전부 던 전화 되고,다시 카니발에 다섯 개 의 신화급 웨이브가 생긴다고 합니 다. 하위차원이 전부 던전화되면 그 다음은 카니발 차례라더군요.”

세븐즈 교의 논리에 따르면 신화급 웨이브를 공략하지 않으면,창조급 웨이브도 나타나지 않으니 아예 공 략 안 하면 된다고 하였다.

대신 그 논리에는 누락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신화급 웨이브를 공략하지 않 으면 하위차원의 소멸된다는 사실이 다.

설마 신화급 웨이브의 뒷면에 이리 위험한 규칙이 존재했을 줄이야.

느긋하게 공략할 때가 아니었다. 남은 신화급 웨이브를 공략하지 않 으면 하위차원에 있는 모든 세계 자 체가 아예 소멸해 버린다.

더불어 신화급 웨이브가 소멸한 자 리에 하위차원 전체 크기에 달하는 거대 던전이 생겨난다.

카니발에 다시 5개의 신화급 웨이 브가 재생되고 말이다.

최후에는 카니발마저도 던전화 되 어 버린다고 하니 느긋하게 앉아 있 을 순 없는 노릇이다.

“시간은 얼마나 있다고 합니까?”

“당시에 30년 남았다고 하니 앞으

로 10년은 더 남지 않았을지……

10 년?

10년이나 남았다.

강현은 남은 기간을 듣곤 안심했 다.

“10년이나 참았으면 충분합니다.”

“10년밖에 안 남은 거 아닙니까?”

“충분합니다.”

강현이 매우 단호하게 말하자 그 중후한 아놀드도 조금 당황할 수밖 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이미 하나를 공략했다 고 말한 참이지 않은가.

신화급 웨이브의 난이도를 몸소 체 험한 자이기에 괜찮다고 말할 수 있 는 거겠지.

아놀드는 강현의 자신감을 오만이 아닌 실력이라 받아들였다.

그보다 강현이 신경 쓰이는 건 세 이아나가 한 번도 신화급 웨이브의 이면 규칙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는 점이었다.

“세이아나, 저 얘기 들은 적 있 어?”

“나도 처음 듣는 이야기야.”

“모를 수밖에요. 타임로드는 두 번 찾아왔습니다. 현자의 팀을 결성하 기 전,현자의 팀이 카니발로 떠난 후. 이 이야기는 후에 들은 이야기 입니다. 두 번째로 찾아왔을 때는 미래가 바뀌었으니 인공던전에 있는 세이덴의 숫자를 하나로 줄이란 얘 기를 했었지요.”

현자의 인공던전 2층에 있던 전갈

몬스터 세이덴.

기억하기로 세이덴은 한 마리밖에 없었다.

원래 두 마리였는데 일부러 한 마 리로 줄인 건가.

하긴 두 마리 모두 남아 있었다면 버티지 못했겠지.

“타임로드는 누구입니까? 무슨 목 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알고 계십 니까?”

“글쎄요. 제가 아는 거라곤 그녀가 세계의 초기화를 막으려 하는 자라 는 것만은 알겠더군요. 갑자기 나타 나 황당한 말을 하긴 했습니다만 그 녀를 보고 있자면…… 뭐랄까,인간 그 이상의 존재인 것 같아 믿을 수밖에 없었지요.”

미래를 예지하고,신출귀몰한데다, 의심을 품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신성한 존재.

신이라도 되는 건가.

아니,적어도 신은 아니다.

정말로 전지전능한 자였다면 예언 이 틀렸다는 식의 발언은 하지 않았 을 거다. 그리고 세계의 초기화를 막으려는 것치곤 움직임이 굉장히 소극적이다.

스킬북 용지를 맡긴 것도 그렇고, 본인이 직접 해결하지 않고 남에게 떠맡긴 느낌이 강하게 풍겨 온다.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걸지 도.

‘행동에 제약이 있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이상한걸. 처음부터 신화급 웨이브의 이면 규칙에 대해 알고 있 었다면 왜 처음부터 알려 주지 않은 거지? ,마치 뒤늦게 끼워 넣은 듯한 규칙 이다.

타임 로드란 자가 마치 공략을 부 추기기 위해 추가로 거짓말을 끼워 넣은 걸 수도 있다.

'아냐,거짓말은 아닐 거야. 거짓말 을 할 거였으면 아예 처음부터 말해 줬겠지. 뒤늦게 말하는 게 더 의심 스러워. 거짓말을 하려는 자가 일부 러 거짓말인 티를 낼까? 본인도 뒤 늦게 신화급 웨이브의 이면 규칙을 알아내서 급하게 전해 줬다고 생각 하는 게 더 자연스럽겠군.’

거듭 추측할수록 타임 로드란 자가 행동에 제약이 있다는 쪽으로 생각 이 기울었다.

그 제약의 형태라면 여러 가지를 예로 들 수 있을 거다.

어딘가에 갇혀 있다든지,누군가의 감시를 받고 있다든지,숨어서 몰래 활동하는 중이라든지.

‘인간 같지 않으면서 신화급 웨이 브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는 자. 그 리고 어딘가에 갇혀 있거나 바깥 행 동을 오래 할 수 없는 자. 이 조건 을 채울 수 있는 자라면……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건 아니다.

소거법을 적용해 보자.

인간 같지 않다고 했으니 커뮤니티 나 세븐즈 교,기타 여행자는 아닐 거다.

카니발에 있는 인간에 가까우면서 인간이 아닌 자는 한 부류밖에 없 다.

‘타임 로드는 신화급 웨이브 안에 사는 존재일 가능성이 높겠군.’

아인족의 특성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인간 같지 않고,신화급 웨이브에 가장 근접한 위치에 사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신화급 웨이브의 아인족이 바깥에 선 오래 활동 못하는 제약이 있는지 는 모르겠지만,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신화급 웨이브 내의 아 인족이 아닐까 싶다.

신화급 웨이브 내의 아인족 중에서 바깥 세상에 나가고 싶어 하는 존재 가 있다는 건 문 엘프 파로스의 사 건을 통해 충분히 입증된 바이다.

‘추론이 사실대로라면 신화급 웨이 브를 공략하다 보면 마주칠 수 있겠 지., 여러 가지 사고회로를 거치긴 했지 만 결론은 단순했다.

여태까지처럼 신화급 웨이브 공략 에 박차를 가하면 된다.

강현이 상념에 잠겨 있는데 아놀드 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흠흠,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도 되

겠습니까?”

“실례했습니다. 이야기하시죠.”

강현이 타임 로드에 대한 궁금증을 표출하면서 끊어졌던 이야기가 재개 되었다.

아놀드는 애잔한 표정으로 황제의 의복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황제 폐하께선 눈을 감고 마셨지요. 아직 에르델 황녀님이 10살도 되지 않았 던 시기의 일이었습니다.

황제 폐하 께선 돌아가신 후의 일을 걱정하셨 습니다. 메이아 황녀님,드래코프 황 자님, 에르델 황녀님은 어리셨으니 모두 황제가 되기엔 너무 어린 나이 셨죠. 호시탐탐 제국 장악을 노리던 두 공작에겐 그만한 기회가 없었을 겁니다. 두 공작에게 제국이 넘어갈 것을 염려하신 황제 폐하께서 후계 자가 가려질 때까지 제게 대행을 부 탁하셨습니다.”

계승권자들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 려주기에는 셋 다 나이가 너무 어렸 다.

황제는 드리안 공작과 케이델 공작 의 눈을 속이기 위해 대행을 세운다 는 강수를 둔 것이었다.

누군가가 황제를 사칭한다는 건 있 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황제의 기사가 황제를 사칭 하는 건 더더욱 있을 수 없다. 시도한다 한들 대행을 맡은 입장에선 보통 고역을 치러야 하는 게 아 니다.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가짜 황제로 서 긴 세월을 낭비해야 하는데다, 항상 들키기 않도록 언제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황제에게 자신 의 삶을 바치기로 맹세한 황제의 기 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계책이 아니 었나 싶다.

실제로 사람들은 모두 속아 넘어갔 으니 심리의 맹점을 꿰뚫은 계책이 라 할 수 있다.

황제가 죽었는데도 버젓이 황제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던 수수께끼 가 풀렸다.

아놀드는 설명을 마치면서 바닥에 두 무릎을 꿇었다.

“선대 폐하의 유언이었다고는 하나 황제를 사칭한 건 무엇으로도 씻을 수 없는 죄입니다. 황제의 자리에 오르시면 가장 먼저 저의 목부터 치 십 시오.”

법적으로는 사형해야 마땅하나 황 제의 유언이었고,제국을 위해서 행 한 일인데 어찌 벌을 내릴 수 있겠 나.

에르델은 아놀드를 죽일 생각이 전 혀 없었다.

“아놀드 경,고개를 드세요. 경은 누구보다 깊은 충성심을 보였어요. 사형은 가당치 않죠.”

“아닙니다. 절 사형에 처하셔야 합 니다.”

“사형에 처하지 않겠다고 말했을 텐데요? 뜻 있는 자를 사형에 처하 면 제 곁에 누가 남으려 할까요?”

“제 목을 치는 것도 선대 폐하의 유언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황제란 자리는 냉철하고도 강한 카리스마를 보유해야 합니다. 이미 다른 계승권 자 분들을 제치셨고,거기에 제 목 을 치신다면 귀족들과 만백성이 에 르델 황녀님을 경외할 겁니다.”

선대 황제의 계획은 후계자의 위엄 을 세우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 다.

황제의 기사마저 죽인 냉철한 여

제.

일명 철혈 여제라 불리며 감히 넘 볼 수 없는 권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냉혹함을 구심점 삼아 오래토록 제 국을 평안하게 다스리길 바라며 기 꺼이 목을 내놓는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을 버리고 마지막엔 불 명예스럽게 죽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놀드.

그는 세상에 다시 없는 충신이었 다.

에르델 입장에서도 제국을 위해서 라면 아놀드를 베는 게 맞다.

다른 계승권자를 제치고,내전에서

승리하여 두 공작을 치는 것만으로 는 턱도 없다.

왜냐하면 두 가지 일 모두 강현의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러니 에르델 스스로의 위엄을 세 우려면 충격적인 사건 하나쯤은 벌 여야만 했다.

아놀드를 사형에 처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하지만 에르델은 끝까지 자신의 뜻 을 관철했다.

“베지 않겠어요. 세간에는 아바마 마께서 최근에 돌아가신 걸로 하는 게 나아요. 그게 훨씬 파장이 적겠 죠. 혼란은 적을수록 좋아요.”

“말씀하시는 뜻은 알겠습니다. 하

지만 황제의 위엄을 세우셔야 합니 다. 이 늙은 몸을 아까워하지 마시 고 선대 폐하의 유지를 받들어 주십 시오.”

“위엄이라면 괜찮아요. 다른 방법 으로 세우면 되니까요.”

“다른 방법이라 하심은?”

에르델은 강현의 손을 덥석 잡았 다.

매우 적극적으로,마치 지금이 아 니면 기회가 없다는 것처럼 절박한 움직임이었다.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폭탄 발언이 터져 나왔다.

“강현 경과 혼례를 올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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