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15화 (315/381)

315화

말하지 마.

그걸 말해 버리면 우린 끝난다고!

아니,잠깐. 근데 이번에 부른 오 크군의 진의라니?

이번에 부른 1만의 오크군에 다른 뜻이 있는 것이냐.

드래코프는 트라이어의 입을 틀어 막기 위해 급한 대로 황궁의원들의 등을 떠밀었다.

“트라이어가 입을 열게 하지 마라! 가서 몸으로라도 막아! 가라고!”

“으어어? 어어? 이,이러지 마십시 오,황자님!”

“가라면 가라고!”

억지에 가까운 투정 속에서 황궁의 원들이 강현 쪽으로 밀려났다.

황궁의원들은 제 의지와 상관없이 비틀거리며 강현의 근처에 이르렀 다.

몸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드는데 눈 앞에 강현이 떡하니 서 있다. 위압감에 눌린 황궁의원들은 기겁 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들의 눈에는 명계에서 올라온 사 신이 눈앞에 강림한 기분이었다. 강현은 소음을 제거하기 위해 강경 책을 동원했다.

검을 뽑아 마나 블레어드를 부여하 며 경고하길.

“중요한 증언입니다. 소음을 낸다

면 다시는 소음을 내지 못하게 만들 어 드리지요.”

“히익! 신성한 대회의장에서 무기 를 뽑다니,제정신인가!”

설마 진짜로 배겠냐는 심보로 어찌 어찌 목소리를 짜내 보는 드래코프 였다.

강현은 드래코프에게 검을 겨누며 무표정으로 입만 움직였다.

“못 벨 것 같습니까?”

이 남자라면 베고도 남을 것 같다. 그리 생각하자 더 이상 입을 움직 일 수 없었다.

단숨에 장내를 휘어잡은 강현은 트 라이어의 등을 발로 꾸욱 누르며 재차 명령을 내렸다.

“시작해.”

“끄으윽,베,벤젠 기사단에게 역모 죄를 씌운 건 저와 드래코프 황자님 입니다. 사실은 잘못된 정보를 주어 서……

트라이어의 입을 통해 벤젠 기사단 이 역모죄를 뒤집어쓰게 된 모든 경 위가 밝혀졌다.

케케묵은 수첩을 열어 숨겨진 뒷장 을 펼쳐 보는 양 밝혀질 리 없었던 진실이 낱낱이 드러났다.

벤젠 기사단에게 누명을 씌운 게 드래코프와 트라이어라는 것부터, 드래코프와 트라이어 사이에 맺여진 밀약,트라이어가 이번에 불러들인 오크군은 빌로스 제국 남부 지방을 점령하기 위함이었다는 것까지. 경악을 금치 못할 뒷사정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번에 불러들인 오크군의 진의만 큼은 드래코프도 몰랐기에 듣는 순 간 눈을 휘둥그레 떴다.

“트라이어 네놈……. 뒤에서 그 따 위 수작을 부리려 했어?”

트라이어가 드래코프에게 변명의 말조차 못하고 이마를 바닥에 찧었 다.

사죄의 의미가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 기력이 다해 정신을 잃은 것이었다.

모든 진실을 토해 낸 이상 트라이

어의 역할은 끝났다.

강현은 트라이어의 등 위에서 발을 떼며 드래코프를 응시했다.

“방금 트라이어의 발언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어떻게 생각하냐니……

“벤젠 기사단은 몸 바쳐 싸우고도 오명 속에 생을 달리했습니다. 게다 가 당신이 부른 오크란 것들은 내전 중임에도 불구하고 제국의 땅을 점 령할 생각부터 하고 있었지요.”

“나는 모르는 일이다! 적어도 남부 지방을 점령하려는 계획은 나도 몰 탔단 말이다!”

“적어도? 다른 일은 전부 알고 있 었다고 인정하는 겁니까?”

“ O O ㅇ,,

한 마디 할 때마다 드래코프가 궁 지에 몰렸다.

벤젠 기사단에게 누명을 씌워서 사 형 시켰다.

이건 황자라 해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거기다 오크군이 제국의 땅을 무단 으로 점령하려고 했단다.

역모죄 같은 건 우스울 수준의 대 범죄다.

황가의 뒤통수를 쳐서 땅을 빼앗으 려 했지 않은가.

드래코프로선 거기까진 몰랐다 해 도 오크군을 끌어들인 장본인인 이 상 책임을 피할 순 없다.

강현은 드래코프에게 한 발자국씩 다가갔다.

저벅.

“오크군에게서 추가 지원을 받아 낸 시점에서 넌 중분히 세력을 회복 했어. 벤젠 기사단과 무관하게 실력 으로 황제의 자리를 노릴 수 있었 지.”

저벅.

“꼭 누명을 씌울 필요는 없었어. 벤젠 기사단은 그저 공작군을 격퇴 하기 위해 싸우고 있었을 뿐이니까. 이기기 위해,이 내전을 끝내기 위 해.”

저벅.

“모든 이유를 걸러 내니까 네가 벤

젠 기사단에 누명을 씌운 이유는 하 나밖에 안 남더군.”

강현이 걸을 때마다 황궁의원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좌우로 물러났 다.

위협을 할 것도 없이 걷는 것만으 로도 길이 열렸다.

열린 길의 끝에는 드래코프가 사시 나무처럼 벌벌 떨며 뒷걸음질을 치 고 있었다.

그러다가 의자에 발이 걸려 꼴사납 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허어억! 오지 마! 오지 마!”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밖에 없어. 기분 나쁘다. 그 이유 하나 때문에 누명을 씌웠나?”

전장에 나가 있는 벤젠 기사단이 드래코프에게 무슨 위협이 되겠는 가.

물론 벤젠 기사단이 공적을 높이 쌓을수록 부담이 되긴 한다.

근데 오래전부터 웨이브가 나타나 지 않게 되면서 연합 기사단이 해체 된 지 오래다.

순수하게 브리니아 공국의 기사단 으로 되돌아간 벤젠 기사단이 공적 을 높이 쌓아 올린다 한들 에르델에 겐 하등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도 구태여 계략을 짜서 누명 을 씌웠다.

가만히 놔둬도 아무런 위협이 안 되는데 뭐 하러 일부러 계책까지 짜가며 누명을 씌웠을까?

그저 기분 나쁘기 때문이다.

강현이 이끌던 벤젠 기사단에게 당 한 게 많으니,강현이 사라진 후에 도 그 잔향을 느끼고 있었던 거다. 벤젠 기사단을 볼 때마다 당한 기 억이 떠올라 지워 버리고 싶었던 것 이리라.

결국 단순한 말로 환원해 보면 ‘기 분 나빠서’라는 말밖에 안 남는다. 고작 기분이 나쁘단 것 때문에 죽 어야 했다.

너무 억울해서,가슴이 찢어지도록 억울해서 분을 참지 못하고 원수를 갚으려 한 자가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누가 벤젠 기사단

을 탓할 것이며,누가 빅터를 탓하 겠는가.

강현은 빙백검을 위로 들었다.

“그렇다면 같은 이유로 죽어도 할 말은 없겠군.”

“에,에르델! 제발 이 녀석을 멈춰 다오! 황제의 자리는 포기하겠다! 유배를 보내도 좋으니 제발 살려만 다오! 황궁에서 피를 볼 것까진 없 지 않느냐!”

썩어 빠진 인간이라도 황족은 황 족.

그 논리대로라면 적합한 절차 없이 죽이는 건 명백한 반역 행위다.

엿 같아도 제국의 법이란 게 원래 황족을 위한 법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드래코프는 엿 같은 법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살아남기 위해 발악했 다.

그러나 마지막 기대마저 에르델이 단칼에 잘라 버렸다.

에르델은 냉혹한 표정으로 강현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었다.

“트라이어의 증언과 드래코프 황자 본인의 반응으로 판단컨대 그의 행 동은 명백히 황가,더 나아가 제국 전체의 안위를 위협하는 행위였습니 다. 이에 제국법 특별조례를 적용하 여 드래코프 황자에게 국가를 위기 로 몬 죄를 묻겠습니다. 엘리오스 킨 에르델의 이름으로 명하겠습니다. 거기 있는 제국의 배신자를 베 십 시오.”

제국법 특별조례.

제국에 있는 그 어떠한 자라 하더 라도 제국의 영역지도를 변형시킬 만한 행위를 한 자는 제국의 국적을 박탈한다.

이는 황족이라도 예외는 없으며, 국적을 박탈당한 자는 죄질에 따라 영구추방 및 사형에 처한다.

트라이어의 증언으로 인해 특별조 례를 적용할 조건은 충족되었다. 국적을 박탈당한 이상 황자고 뭐고 없다.

그저 국적 없는 떠돌이 한 명에 불과할 뿐.

강현은 에르델의 지원에 힘입어 빙 백검을 아래로 내리쳤다.

서격!

드래코프의 목이 떨어지면서 대회 의장 바닥이 피로 물들었다. 끈질기게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친 것치곤 밋밋한 죽음이었다.

하지만 이치에 맞는 죽음이기도 했 다.

조무래기에게 장대한 죽음은 사치 에 불과하다.

그래도 지능이 있는지,의심 받던 사람치곤 한 가지는 제대로 맞췄다. 강현이 돌아오면 모든 게 끝난다는 것 말이다.

끝내 드래코프가 죽으면서 황궁에

는 단 한 명의 황제 후보만 남게 되었다.

에르델은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다 잡기 위해 회의를 일단락시켰다.

“긴급회의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어 요. 모든 황궁의원들은 오크군의 동 향 파악,드래코프 오라버니의 정식 국적 파기 절차,전장의 아군이 동 요하지 않도록 손을 써 주세요.”

결국 강현은 돌아왔고,차기 황제 는 에르델로 거의 확정되는 분위기 였다.

에르델 지지파로선 기뻐할 일아고, 드래코프 지지파는 몸보신에 나서야 할 처지다.

허나 황궁 내부에서 정권다툼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트라이어가 체포되었고,오크군이 강현에 의해 몰살당했으니,전방의 오크군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에르델 지지파니,드래코프 지지파 니 하면서 책임을 따질 때가 아니란 거다.

황궁의 존속이 달린 문제다.

모두가 한몸이 되어 움직여야 할 때였다.

에르델은 여린 손으로 주먹을 쥐어 테이블을 내리쳤다.

과앙!

“뭣들 하고 있나요! 제국 최대 위 기상황이에요! 다들 움직이세요!”

“아,네! 명을 받들겠습니다,황녀

님!”

“명을 받들겠습니다!”

황궁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 는 가운데 에르델은 강현을 불렀다.

“강현 경,경은 절 따라오세요. 듣 고 싶은 얘기,하고 싶은 얘기 둘 다 많아요.”

강현은 빙백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엄지로 아까부터 대기 중이던 루나 와 세이아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둘에게 방부터 내주십시오.”

에르델은 뒤늦게 김혜림 대신 다른 여자가 옆에 있고,여자를 닮은 아 이까지 있는 걸 알아차렸다.

혜림 경 대신에 다른 여자와 아이 를 데려왔네.

설마 못 보던 사이에 다른 여자랑 결혼해서 애까지…… 낳을 리가 없 지. 그러기엔 애가 크잖아. 근데 저 은발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세이아나를 유심히 보던 에르델은 기억 속에서 그녀의 존재를 끄집어 냈다.

“아! 혹시 세이아나?”

세이아나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루 나를 등에 업다가 어색하게 웃어 보 였다.

“아하하,에르델 오랜만.”

*

십 수 년 전,황궁에서 잠깐 지냈

던 은발의 성질 더러운 여자.

에르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세 이아나의 이미지였다.

현자의 팀이 무인도에서 살기 전에 잠깐 황궁에서 지냈었으니 에르델과 세이아나가 구면이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초기의 이세계인에겐 계급이란 개 념이 없었던 탓에 어렸던 세이아나 와 에르델은 격식 없이 지냈었다.

루나를 방에 재운 후.

강현과 에르델,세이아나는 세이아 나의 침실에 모여 대화의 장을 열었 다.

“전부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고생 했다는 것만은 알겠네요.”

강현은 에르델에게 카니발이란 상 위차원이 있다는 것, 커뮤니티의 하 위차원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복귀 했다는 것,황제가 현자의 팀을 결 성하여 각성의 서를 만든 것까지 모 두 말했다.

모두가 필요한 설명이었다.

왜냐하면....

“현자가 말했습니다만 황제는 오래 전에 세상을 떴다더군요.”

이 말을 꺼내야 했기 때문이다. 수영장에 들어갈 때도 발부터 적셔 야 하는 법이다.

사전 설명이 있어야 황제가 죽은 걸 누구한테 들었는지,신빙성 있는 이야기인지 납득할 거 아닌가.

충분히 여유를 두고 얘기했다고 생 각한다.

그러나 에르델은 뒤통수에 망치라 도 얻어맞은 양 멍한 표정을 지었 다.

“아바마마께서…… 돌아가셨다고 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나 보다.

황제가 죽었는데 그 사실이 알려지 지 않고 다른 누군가가 황제 행세를 했다니.

가이아 대륙 태생이며,가이아 대 륙에서 자랐고,가이아 대륙의 상식 을 가지고 있다면 상상도 할 수 없 는 일이었다.

충격적이겠지만 언젠가는 받아들여

야 할 일이기도 했다.

강현은 충격으로 정신을 못 차리는 에르델을 다부지게 붙들었다.

“정신 차리십시오. 황녀님은 여제 의 자리에 오르실 분입니다.”

제국이 위기인데 유일한 계승권자 가 정신줄을 놓아서야 되겠는가. 에르델은 강현의 한 마디에 냉정을 되찾았다.

“죄송해요,잠시 제 위치를 잊을 뻔했네요.”

“어려운 일인 줄은 알겠지만 황제 의 처소에 발을 들이셔야 합니다.”

황제의 처소는 불가침 영역이다. 발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즉결 사형 감이며 강현 등장 이전에,제국 최강으로 불렸던 황제의 기사가 처소 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황제가 죽었다는데 그 진실 을 확인하지 않을 순 없다.

에르델은 강현이 함께한다는 사실 에 힘입어 서슴없이 결단을 내렸다.

“아바마마의 처소에 가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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