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13화 (313/381)

313화

오크들은 어이가 없었다.

이 작자가 우리더러 뭐라고 했지?

대족장님의 위치를 대라고?

인간이잖아.

전력이 모자라서 우릴 이 먼 곳까 지 초청한 거잖아.

안 그래?

그럼 깍듯이 대접을 해야지 사내 물건같이 굴면 쓰나.

교육이 필요하겠구만.

오크들은 잡히는 대로 물건을 쥐며 무기 삼아 치켜들었다.

“어디 대족장님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 죽고 싶냐?”

“야야야,그냥 죽여 죽여. 인간 놈 하나 죽인다고 우리 보고 뭐 어쩔 건데?”

“싸워 주러 왔더니 말하는 꼬라지 봐라. 인간 새끼들 사회 교육 안 되 어 있는 거 보면 기분만 더러워진다 니까.”

참 안타까운 일이다.

상대방의 역량을 파악하는 것도 재 능이라 했거늘.

아니지,오크 전사들의 탓을 할 게 아니다.

역량의 격차가 상상 이상으로 크면 격차를 재지 못해도 이상할 게 없 다.

오크 전사들의 잘못은 하나뿐이다.

상대방과 격차가 너무 컸다는 것.

서격! 서격! 서격!

푸른 잔상 한 줄기가 생겨나더니 푸른빛이 커튼처럼 나풀거렸다. 잔상이 아른거린 직후.

오크 전사들은 기이한 현상을 겪었 다.

잔상이 사라짐과 동시에 자신들의 몸이 기우는 게 아닌가.

땅이 왜 다가오지?

철퍽!

땅에 닿았을 때에야 느꼈다.

땅이 다가온 게 아니라 본인들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단 것을.

검짓 한 번에 주변에 있던 오크 머리가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떨어졌다.

목이 떨어지지 않은 오크들은 바닥 을 구르는 동료 오크들의 머리를 두 고 술기운이 확 달아났다.

“크아아! 빌어먹을 인간 놈아! 네 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하느 냐!”

“인간이 오크를 베었어! 인간이 오 크를 베었다고! 배은망덕한 것들! 인간을 도우러 왔더니 오크를 베었 어!”

“죽여! 저놈을 죽여! 죽여라!”

오크들이 광분하며 제자리에서 펄 펄 뛰더니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 나 무기 삼아 쥐었다.

도끼,나무 몽둥이,각목,술병 등

등.

손에 하나씩 무기를 든 오크들은 술 냄새 섞인 콧김을 흑흑 뿜어 대 며 돌진했다.

“으아아아! 인간! 네 죄를 네가 알 렷다!”

단지 트라이어의 위치를 물었을 뿐 인데,너희들은 트라이어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내게 덤비고 있다.

죄를 논할 거라면 상대의 역량을 파악하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거라.

휘익!

오크들은 무기를 휘둘렀다.

사정거리는 충분했다.

팔을 힘껏 뻗었으니 상대에게 닿아 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상대는 멀쩡하게 서 있었 다. 그리고 자신들의 시야는 사선으 로 기울어졌고 말이다.

추락하며 낮아지는 시야에는 자신 이 쥐고 있던 무기의 반 토막이 반 사되 었다.

무기와 함께 목을 베어 버렸음을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풀썩! 풀썩! 풀썩!

사방에서 나뒹구는 오크들의 시체 들.

강현은 쓰러지는 오크들 사이를 관 통하듯 지나치며 살아남은 오크들에 게 질문을 날렸다.

“트라이어의 위치를 대라.”

시퍼런 검날이 오크들을 겨누며 양

자택일을 권했다.

대답할 것이냐,죽을 것이냐.

오크들은 빙백검의 검날마냥 안색 이 푸르뎅뎅해지며 입을 열었다.

“대,대,대족장님의 위치를 알려 줄 것 같으냐!”

겁을 먹은 와중에도 윗선의 안전만 은 끝까지 책임진다.

이해타산으로 쉬이 배신하는 인간 들보단 낫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벨 내가 아니다.

덤벼드는 오크들을 보던 강현이 입 술을 달싹였다.

“투영.”

*

트라이어는 모처럼 드래코프 별궁 에서 나와 오크 진영 한복판의 천막 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대접에 술을 가득 채우고 높이 들 며 외치길.

“오크 평원의 엘프숲 진출을 위하 여!”

“위하여!”

각 부족의 족장들이 건배사에 운을 맞추며 대접을 높이 들었다.

트라이어와 족장들은 단숨에 대접 을 비우며 찰지게 탄성을 내뱉었다.

“캬아? 평원의 바위술도 좋지만 인간들 술은 달달한 게 아주 일품이 구만. 모두들 그리 생각하지 않나?”

“대족장. 황자라는 놈,정말 황자 맞습니까? 하는 짓이 영 미덥지 못 하던데요.”

“이름만 황자지 하는 짓은 시정잡 배더군. 인간은 참 역겨워. 소인배라 도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가치가 달 라진단 말이지.”

“그러니까 이리 손쉽게 이용해 먹 을 수 있는 거 아니겠느냐.”

“내전이 끝난 뒤에 약속을 지키기 는 할까요?”

“지킬 리가 없지. 그러니 너희들은 남쪽으로 가서 내가 지정한 요새들 을 전부 점령해 두거라.”

드래코프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인

물이라는 건 진작에 눈치했었다.

그럼 거친 수단을 써서라도 받아 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에 부른 1만의 오크군은 전방 으로 보내기 위해서 부른 게 아니 다.

남쪽 최후방으로 보내서 약속된 땅 을 미리 점령할 생각이었다.

전쟁을 지원하러 온 지원군이 멋대 로 땅을 점령한다? 그것도 전쟁 중 에?

뒤통수를 쳐도 거하게 치는 셈이 다.

“아예 전방에 있는 병력도 철수시 켜서 남쪽으로 가죠. 우린 남부의 길목만 있으면 되잖습니까. 더 이상 머저리 황자랑 붙어 있을 이유가 없 죠트라이어는 길게 찢어진 입속으로 술을 괄괄 쏟아부었다.

“아니,좀 더 지켜보고.”

“황궁에 뭐 좋은 거라도 있습니 까?”

“에르델 황녀가 꽤 반반해서 말이 다. 황자를 밀어주면 황녀는 황궁에 서 튕겨 나오지 않겠느냐. 기품 있 는 여자는 밤에 무슨 소리를 낼지 궁금해서 말이지.”

“하하하! 대족장님 가슴에 불을 붙 이다니 여간 내기가 아닌가 봅니 다.”

웃고 떠들며 연거푸 술잔을 비우던

와중.

웬 오크 전사가 헐레벌떡 천막 안 으로 뛰어 들어왔다.

“대,대족장님! 큰일 났습니다! 괴 물이…… 괴물이 진영을 휘젓고 있 습니다!”

트라이어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 하지 못하고 술을 들이켰다.

“벌컥벌컥!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 먹겠군. 좀 더 알아들을 수 있게 설 명해라.”

“이러실 때가 아닙니다! 인간이 쳐 들어왔단 말입니다!”

“인간이라면 공작군인가? 놈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솔직히 공작군인지 아닌지도 모르

겠습니다. 일단 적인 것만은 확실합 니다. 얼른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한 명에게 수 백 명이나 당했단 말 입니다!”

적이 침입했다고 해서 수백,수천 명은 쳐들어온 줄 알았다.

헌데 고작 한 명이란다.

고작 한 명을 막지 못해서 대족장 인 나에게까지 소식을 전하러 왔다 고?

대체 어떤 놈이길래!

트라이어는 기둥에 걸어 두었던 손 도끼를 낚아채며 족장들을 재촉했 다.

“당장 무기를 챙겨라. 어떤 놈인지 는 몰라도 당장 처리한다. 겁도 없이 혼자 쳐들어온 놈에게 본때를 보 여 주마.”

트라이어를 비롯한 족장들은 취기 에 비틀거리며 천막을 나섰다.

어떤 미친놈이 단신으로 우리에게 덤비느냐.

빅터라는 얼간이가 생각나는군.

드래코프를 죽이려고 미친 듯이 날 뛰었지.

그러고 보니 에르델이 그 작자를 탈옥시켰는지 모르겠군.

탈옥시키고 붙잡았다면 내게 연락 이 왔을 텐데,안 온 걸 보면 아직 탈옥은 안 시켰나.

‘뭐 일단 내 진영에 뛰어든 얼간이 가 어떤 놈인지부터 확인해 볼까?’

천막 바깥으로 빠져나와 전방을 본 순간.

취기가 한달음에 달아나 버렸다.

저 멀리서 마나로 이루어진 검이 진영 한복판을 유린하고 있는 게 아 닌가!

심지어 크기 또한 무지막지하게 크 다.

집채만 한 검이 진영을 헤집고 있 다!

보기만 해도 식은땀이 나는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거대한 검이 뚝,뚝,떨어질 때마 다 피와 살,천막의 파편이 마구 튀 었다.

투과과광!

공격 한 번에 몇 십 명이 죽어 나 가고 있다.

상대가 어느 정도 수준일지 견적도 안 나온다.

마나마스터? 아니면 그 이상?

아냐,마나마스터보다 높은 경지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해. 그랜드 마스 터는 전설에나 나오는 경지라고.

스킬 덕분에 가능한 공격일 거야. 젠장,이래서 이세계인들은! 트라이어는 뒤늦게 거대한 검 너머 에서 한 사내가 검을 휘두르고 있는 걸 목격했다.

‘흑발에…… 푸른 검? 어디선가 들 어 본 적 있는 것 같은…… 아!’ 흑발에 보통의 광석으로는 구현이 불가능한 푸른 검신의 검을 쥔 사 내.

드래코프가 몇 번이고 황궁에 들여 선 안 된다고 경고했던 사내 아니던 가!

공작파에서 보낸 침입자인 줄 알았 는데,알고 보니 최강현이었다.

놈이 무엇 때문에 우릴 공격하는 거지?

이유야 어찌 됐든 차라리 잘됐다.

적어도 적의 정체를 알았으니 싸울 의욕도 생긴다.

같은 마나마스터끼리라면 이길 수 있다.

지금이야 최강현이 분전하고 있다 만,숫자의 차이가 있으니 언젠가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질 거다. 트라이어는 상황을 분석하여 자신 만의 결론에 도달했다.

“족장들은 전사들 사이에 섞여서 기회를 노려라. 녀석의 스킬 규모로 보건데 마나 소모량이 많을 거다. 마나량이 줄어들었을 때를 노려서 친다. 알겠나?”

“네! 대족장님!”

족장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와중에 도 학살은 계속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오크들을 베어 나가는 강현을 보며 트라이어는 감탄과 경 악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적의 움직임에 감탄을 느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면 볼수록 대단하다.

저리 큰 기술을 쓰면서도 동작에 낭비가 없다.

‘드래코프가 어째서 필사적으로 녀 석의 복귀를 막으려 했는지 이제 이 해가 가는군.’

듣기로는 책략가라 했는데 괴물 같 은 무력까지 갖추고 있으면 정말 답 이 없다.

근데 들은 것과 달리 책략가의 면 모는 보이지 않는다.

책략가치곤 하는 행동이 너무 우직 하다.

트라이어는 손도끼를 양손에 각각 하나씩 쥐며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단신으로 쳐들어온 건 어디까지나

시선을 끌기 위함인가. 그렇다면 비 정상적인 단신 침입도 이해가 되지. 어디냐. 시선을 끌어 놓고 무엇을 할 것이냐.’

강현이 따로 책략을 가지고 왔다고 생각하여 주변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피해는 계속 누적되고 있었다.

500명에서 1,000명으로,1, 000명에 서 1,500명으로…….

그 숫자는 삽시간에 수천 단위까지 늘어났다.

강현이 공격할 때마다 수십 명씩 죽어 나가는데,오크들의 공격은 씨 알도 먹히지 않았다.

빗발치는 투창이 일일이 다 보이기 라도 하는 건지 너무나 쉽게 피하고 있었다.

어쩌다 투창 하나가 강현의 몸에 적중해도 튕겨 나가기 일쑤였다. 피해가 누적되는 와중에 트라이어 의 마음속에 자그마한 의혹이 생겨 났다.

의혹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으로 변했다.

확실하다!

이 작자에게 다른 계책은 없어!

계책 자체가 필요 없었던 거야!

이 자식! 단신으로 1만을 상대할 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적을 앞두고 등을 돌리지 않는다는

오크의 습성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 다.

도망치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던 중에 강현의 시선이 트라이어에게로 옮겨졌다.

트라이어는 원치 않게 강현과 눈을 마주쳤다.

트라이어가 두르고 있는 사자 가죽 이 강현에게는 힌트로 작용했다. 강현은 다른 곳에 일체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트라이어에게로 쇄도 했다.

온다. 온다. 온다!

대응해! 놈의 마나는 거의 바닥났 을 거다! 가만히 있으면 당할 뿐이 야!

트라이어는 손도끼에 마나 액스를 부여하며 정면으로 마주 달렸다. 아니나 다를까,강현이 조종하던 거대한 검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거봐라.

벌써 마나를 다 썼지 않느냐.

놈에게 남은 마나는 거의 없을 터.

이 전투,조심성 없이 덤벼든 네놈 의 패배다!

서로가 서로의 사정거리에 들어섰 을 때.

트라이어가 양손의 손도끼를 동시 에 휘둘렀다.

허나 트라이어의 의도는 이루어지 지 않았다.

손도끼가 가속하기도 전에 먼저 빙

백검이 날아들어 손도끼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기에.

채앵!

트라이어는 양손으로 두 개의 손도 끼를 다루고 있다.

근데 그걸 한 손으로 검을 쥐고선 가볍게 억누르는 중이었다.

같은 마나마스터라면 경합 싸움에 선 근력이 우위인 쪽이 이기기 마련 이다.

그런데 한 손으로 내 양손을 누르 고 있다고?

오크와 인간의 근력 차가 얼만데!

강현의 한 손,트라이어 양손이 경 합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는 건 강현에게 빈 손 하나

가 남는다는 게 된다.

강현은 왼손을 뻗어 트라이어의 얼 굴을 덥석 잡아선 냅다 땅에 내리꽂 았다.

투응!

땅에 내다 꽂힌 충격으로 트라이어 가 강한 숨을 토해 냈다.

“커헉!”

아직까지 강현의 손은 트라이어의 얼굴을 누르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강현의 얼굴을 본 트라이어는 또 한 번 헛숨을 들이켜 야 했다.

차갑고,무뚝뚝하고,아무런 표정도 없는 얼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서

성난 야수의 인상을 읽어 낼 수 있 었다.

강현은 트라이어의 머리가 으스러 질 정도로 꾸욱 힘을 주며 차가운 투로 말했다.

“당장 죽이진 않으마. 당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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