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08화 (308/381)

308화

최강현이 복귀했다!

이 사실은 슈앙에 의해 공왕에게 전달,공왕에 의해 크레인 왕궁 의 원들에게 전달되었다.

정보란 아는 자가 많을수록 필연적 으로 보안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최강현의 복귀와 관련된 소문은 삽 시간에 가이아 대륙 전역으로 퍼졌 다.

크레인 공왕이 직접 에르델에게 서 신을 띄웠지만 발 없는 말이 빨리 간다고 소문이 제국 황궁에 먼저 도 달했다.

소문을 접한 황궁에선 발 빠르게

움직였다.

에르델은 긴급 소집령을 내려 황궁 의원들을 궁으로 불러들였다.

“다들 소식은 들었다고 생각하고 회의를 진행하겠어요. 최강현 경과 김혜림 경이 일선에 모습을 드러냈 다고 하네요.”

원래라면 임모벨 백작이 에르델의 말을 이어받아 주거니 받거니 회의 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강현의 정체를 알아차리기 전,즉 정체불명의 마나마스터가 나 타났다는 걸 듣고 임모벨 백작을 크 레인 공국으로 보낸 참이었다.

때문에 임모벨 백작의 자리는 휑하 니 비어 있었다.

에르델의 커다란 버팀목 중 한 명 인 임모벨 백작이 부재중이다. 호시탐탐 에르델의 꼬투리를 잡을 건수만 기다리고 있던 드래코프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드래코프는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 구했다.

“에르델,그 건에 관해서 할 말이 있다만.”

언제 봐도 기분 나쁜 웃음이다.

어릴 적부터 봐 왔지만 저 웃음을 볼 때마다 속이 메스꺼워진다. 짜증나는 소리를 할 걸 알면서도 발언권을 줘야 한다.

열 머리 맞대어 명안을 짜내자라는 허울 좋은 명분하에 만든 것이 왕궁의회 정치이기에 이유 없이 발언권 을 묵살하는 건 불가능하다.

뭘로 명안을 짜내자는 건지 원. 작금에 와선 열 머리를 맞대는 게 아니라 열 머리끼리 부딪치고 앉았 다.

에르델은 코로 긴 숨을 내쉬며 드 래코프의 발언을 허락했다.

“말씀하세요,드래코프 오라버니.”

“최강현과 김혜림. 두 사람 모두

벤젠 기사단 소속이자 연합 기사단 에 포함되어 있었지. 벤젠 기사단과 연합 기사단이 얼마나 높은 위상을 지니고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 을까? 그 두 사람은 빌로스 제국과 브리니아 공국 두 국가를 대표하는 기사였지. 하지만……

번지르르하게 말을 늘어놓으며 과

거 강현과 김혜림의 위상을 높게 평 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 봐 야 한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 다.

‘하지만’이란 접속 부사 뒤에 좋은 말이 따르지 않는 건 만인공통의 규 칙어다.

“……두 사람은 스스로 기사의 직 을 포기하고 도망가 버렸지. 전쟁의 중압감을 버티지 못하고 도망친 자 들을 다시 받을 생각이라면 결사반 대라고 미리 의견을 전해 두지.”

거봐라.

하지만 뒤에 좋은 말이 붙을 리가 없다니까.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회의 시작부 터 불씨를 당길 줄이야.

어지간히도 강현 경의 복귀가 무서 운 모양이네.

하긴 강현 경도 강현 경이지만 혜 림 경도 있으니까.

오라버니가 혜림 경에게 막말했다 가 호되게 당한 일이야 유명하지. 드래코프가 선수를 쳐서 반대 의견 을 펼쳤지만 에르델도 잠자코 물러 나진 않았다.

“과거에 강현 경은 스카텐드,요단, 겔로그 공작파의 마나마스터를 3명 이나 제거해 주었죠. 거기다 복귀하자마자 엘딘과 사이런스. 우리에게 있어 가장 위협이 되던 자들을 베어 줬어요. 그가 돌아오면 오랫동안 질 질 끌어온 내전을 확실하게 끝낼 수 있어요. 드래코프 오라버니쯤 되는 분이 그걸 모르진 않으시겠죠?”

“답답하구나,에르델. 서부 전선에 선 황제파가 우위를 점하고 있고, 동부 전선도 아슬아슬하지만 버티고 있지.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승리하 는 건 우리야. 놈의 가세와 무관하 게 우리가 이기는 건 확정된 일이라 고.”

“승리가 예정되어 있었다고 단언하 는 건 오만 아닌가요? 엘딘이 크레 인 공국을 점령하고,공국의 귀족들을 포섭해서 제국으로 돌아왔다면 정황이 어디로 흘러갔을지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명백히 강현 경이 복 귀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요.”

“강현 경이라 부르지 마라.”

“무슨 의미죠?”

“나라를 버리고 도망친 놈에겐 기 사의 호칭조차도 아까워.”

“아까부터 자꾸 도망쳤다고 하는데 원래 약속되어 있던 부분이에요. 떠 날 때가 되면 떠난다고 사전에 약속 이 되어 있었어요.”

“또 그놈의 조직 얘기군.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놈들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고? 도망갈 구실을 만들어 주 려고 대충 지어낸 얘기 아니던가?”

에르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저리 대놓고 뻔뻔하게 말할 수 있 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디벨롭이 조직의 수장이었던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디벨롤을 집사로 두고 있었던 드래 코프가 조직과 무관할 리 없다. 짜증나는 건 드래코프가 미리 물증 을 없애 버렸기에 심증만 있고 물증 이 없다는 거다.

“강현 경과 혜림 경이 복귀하면 제 휘하의 개인호위기사로 받아들이겠 어요.”

에르델이 강수를 두었다.

개인호위기사로 두게 된다면 의회 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

가장 빨리,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강현과 김혜림을 받아들이려고 묘책 을 가져온 것이었다.

드래코프라고 순순히 강현과 김혜 림을 받아들이게 놔둘 순 없었다.

“에르델,황궁의 권위를 떨어뜨릴 생각이냐? 네가 하려는 짓은 누워서 침 뱉는 것과 다를 게 없어.”

“공식선상이니 말을 골라서 해 주 시죠. 발언권을 금지할 수도 있어 요.”

“내가 어디 틀린 말을 했나? 최강 현와 너,브리니아 공왕 전하 사이 에어떤 약속이 있었던 간에 그건 중요하지 않아. 세상이 놈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냐가 중요하지. 세상은 놈을 기사직을 버리고 도망친 작자 로 인식하고 있어. 그런 자를 다시 받아들이겠다고? 세상이 황궁을 뭘 로 보겠어? 마음대로 떠나도 다시 받아 주는 곳. 그리 인식할 테지.”

의외로 정곡을 찌르는 의견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황궁의 권위만큼은 무너져선 안 된다.

황궁이 곧 제국의 얼굴이기 때문이 다.

이번 내전만 해도 그렇다.

드리안 공작과 케이델 공작이 황궁 을 우습게봤기 때문에 반란을 일으 킨 게 아니겠는가.

황궁의 권위가 떨어지면 제국 전역 에 혼란이 닥친다.

단순히 실력자 한두 명을 들이느냐 마느냐로 그칠 일이 아니다.

에르델을 지지하는 자들마저도 입 을 다물 정도로 드래코프의 말은 정 론에 가까웠다.

분위기가 에르델에게 불리한 쪽으 로 차차 흘러가고 있었다.

여기서 반박하지 않으면 드래코프 에게 주도권을 빼앗겨 버린다.

“엘딘과 사이런스를 벤 것만으로도 공백기를 만회할 실적은 되지 않나 요? 여기서 어느 누가 엘딘과 사이 런스를 벨 수 있죠? 게다가 그가 돌아오면 내전 자체를 종식시킬 수 있는데 그 공적은 어떻게 평가할 거 죠? 세간의 평가란 건 갈대와 다를 바 없어요. 바람 부는 대로 그때그 때 방향을 바꾸죠. 그를 받아들임으 로 인해서 황궁의 권위가 실추될 일 은 없을 거예요.”

에르델의 발언에 대응하여 드래코 프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오크가 손 을 들었다.

이세계인들이 살던 세계에선 뚱뚱 한 몸집에 녹색 피부,말할 때마다 킁킁거리는 돼지 정도로 치부되지만 가이아 대륙의 오크는 외견부터가 완전히 다르다.

산왕을 죽인 부자왕의 세계처럼 들 창코에 식스팩이 기본사양으로 달려 있는 근육질의 마초,기다란 어금니 가 입 밖으로 드러나 있는 아인족의 일종이다.

이들은 빌로스 제국 서쪽에 이태리 반도처럼 튀어나와 있는 오크 평원 이란 곳에서 부락을 이루며 살고 있 다.

인간과 달리 임신 주기가 3개월로 매우 짧고,3년이면 성인이 되는데 다,기본적으로 가진 골격과 근육량 이 다르기에 병력수와 질이 인간병 사들보다 한층 높다.

드래코프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오 크의 이름은 트라이어.

오크 평원의 모든 부락을 정복하여 통일 부족 국가를 이룩한 자였다. 에르델은 트라이어의 발언을 허락 했다.

“말씀하세요,트라이어 대족장.”

“내 듣자하니 최강현이란 자를 받 아들여 전력강화를 할지,배척하여 황궁의 권위를 지킬지 그 점을 두고 논쟁을 펼치는 것 같더군.”

“말씀대로예요. 달리 하고 싶은 말 씀이라도 있으신가요?”

“논점을 잘못 두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일세. 기억하기로 최강현이란 자 가 이끌던 벤젠 기사단은 여기 있는 드래코프 황자를 암살하려고 했다 지?”

“그랬…… 었죠.”

에르델이 시선을 아래에 두며 어물 거리는 투로 긍정했다.

솔직히 벤젠 기사단이 드래코프 암

살을 시도했다는 걸 믿는 입장은 아 니었다.

암살을 시도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그럴 성격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당시 드래코프가 피투성이가 되어 황궁에 실려 왔었다.

드래코프 본인을 비롯한 호위대 전 원이 입을 모아 벤젠 기사단이 범인 이라고 지목했다.

제출된 증거를 살펴본 결과.

모든 증거와 정황이 벤젠 기사단의 암살 시도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에르델은 그들을 지켜 주고 싶었 다.

'그’가 키운 기사단이며,‘그’와 시 간을 공유했던 자들이며,‘그’가 돌아올 자리였으니까.

하지만 지켜 주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들을 지켜 줄 말을 떠올릴 수 없는 스스로가 창피 했다.

에르델의 기분과 무관하게 트라이 어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아래에 위치한 자가 위에 위치한 자의 목을 치려고 했지. 우리 오크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일세.”

“벤젠 기사단 건은 오래전에 마무 리됐어요. 케케묵은 이야기를 꺼내 는 이유가 뭐죠? 제대로 된 이유를 갖춘 이야기이길 바라겠어요.”

“어쩌면 벤젠 기사단과 최강현이 계속 비밀리에 연락을 취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거지.”

“음모론 따위로 강현 경의 명예를 실추시키려 들지 마세요. 매우 불쾌 하네요.”

“음모론이라면 황녀가 말한 조직 실재론이 더 허황된 이야기지. 조직 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벤젠 기 사단이 드래코프 황자를 암살하려 든 건 명명백백한 사실일세.”

“그게 강현 경과 관련이 있다는 증 거는요?”

“암살 지시를 내린 게 최강현일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의혹을 가진 자 를 황궁에 들여놓는 건 아니라 이거 지.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 무 엇보다 우리 오크 부족의 참가로 전황이 뒤집어졌는데 우릴 믿지 못하 고 그 작자만 무조건 칭송하는 게 매우 불쾌하군.”

“오크 부족의 지원에는 감사하고 있어요. 하지만……

“오크 평원의 대표로서 확실히 말 해 두지. 최강현이란 작자를 받아들 이면 우리 오크들은 내전에서 발을 빼겠네. 혼자서도 내전을 끝낼 수 있는 실력자라면 우리가 없어도 이 길 수 있을 테니 말일세.”

설사 강현이 정말로 황궁으로 와 준다 하더라도 오크족이 빠지면 곤 란했다.

강현 혼자서 드넓은 전장을 모두 누빌 순 없는 노릇이다.

강현이 최단루트로 움직여도 공작 파의 두 우두머리인 북쪽의 드리안, 서쪽의 케이델을 잡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한편 오크족이 빠지는 순간부터 서 부전선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샹데르 까지 적이 몰려올 거고 말이다.

이 모든 게 드래코프 때문이었다. 오크족에게서 추가 지원을 받아 낸 건 드래코프다.

직접 오크 평원까지 가서 트라이어 와 손을 잡고 왔다.

트라이어가 드래코프를 지지하는 이상 강현을 황궁에 들이는 건 무리 였다.

에르델은 탁자 아래로 주먹을 과악

쥐며 분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개인호위로 들인다는 발언을 철회 하겠습니다. 강현 경에 대한 처사는 후에 그의 행보를 보고 판단하겠습 니다.”

분을 삼키는 에르델과 달리 드래코 프는 마냥 의기양양하기만 했다.

*

샹데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깊 은 산속.

수년 전,가이아 대륙에 첫 SSS랭 크 웨이브가 나타났던 지점은 그 이 후로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았다. 사람의 발길이 끊겨 수풀만 무성한 산기슭에 어떤 사내가 착지했다.

매일같이 복수심을 품고 살아온 사 내는 한 인물에게 복수하기 위해 가 이아 대륙으로 되돌아왔다.

실력을 갈고닦고,딱딱한 빵을 씹 으며 2억 CP를 모아 오늘날에 이르 렸다.

언더그라운드 지하에 위치한 차원 의 경계를 통과하여 가이아 대륙으 로 돌아온 자.

사내는 산 아래에 펼쳐진 샹데르의 풍경을 내려다보다가 황궁에서 시선 이 멈추었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황궁을 쏘아 보던 중.

빅터가 살의에 가득 찬 목소리로

진득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드래코프. 네놈만은 반드시 내 손 으로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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