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화
커뮤니티의 하위차원 정복계획을 미연에 저지한데다 로산을 정리했 다.
가이아 대륙에서 할 건 다 한 셈 이다.
리넬슨 자작가로 되돌아온 강현과 김혜림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논 했다.
“바로 카니발로 돌아갈 거예요?”
“빌로스 황궁에 들렀다 갈 생각이 야.”
“에르델 황녀님 보러요?”
“황제의 처소에 볼일이 있어. 황녀 님과는 겸사겸사 인사나 나누면 되겠지.”
노스 아일랜드에 있던 현자의 연구 소에서 황제가 수년 전에 사망했다 는 사실을 전해 들었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황제가 살아 있는 것처럼 꾸며져 있었다.
빌로스 제국의 풍습상 황제는 지고 한 자리이며 친족이라도 감히 알현 을 하기 힘든 자이기 때문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도 이상할 게 없었다. 거기다 황제의 침실은 황궁 내에서 도 독립된 공간으로 접근이 금지되 며,병 때문에 몸이 안 좋다는 핑계 로 에르델에게 전권을 일임해서 공 식선상에 불참해도 누구 하나 의심 하지 않았다.
황제가 무엇을 위해 살아 있는 것 처럼 꾸며 놓았는지 확실히 알아 둘 필요가 있었다.
더불어 황제가 계승자를 위해 따로 남겨 둔 것이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 다.
김혜림은 이불에서 빠져나와 스탠 드 옷걸이에 걸려 있는 목욕 가운을 걸쳤다.
“겸사겸사 인사만 한다 해도 황녀 님이 가만히 안 놔둘 걸요? 내전에 참가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겠어요?”
“사이런스랑 엘딘. 둘이나 더 처리 해 줬어. 예전에 스카텐드랑 요단, 겔로그도 베어 줬었고. 이만큼 해 줬는데 내전에서 계속 밀리면 자신의 자질을 의심해야지.”
“음…… 뭐 간섭할지 말지는 그때 그때 상황 봐 가면서 움직이죠. 세 이아나 언니는 뭐래요?”
“현자의 옛집에서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는군. 빌로스 제국 그란데 백 작령에서 합류하기로 했어.”
“여기랑 서해 군도 딱 중간 지점이 네요. 날아가면 한…… 일주일 좀 넘게 걸리려나. 언제쯤 출발할 거예 요?”
“오늘 오후.”
“그럼 얼른 준비해야겠네요. 저택 본채에 가서 필요한 식자재랑 소모 품 준비해 달라고 전해 두고 올게 요.”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 저택 본 채로 갈 생각인지 욕실로 향하는 김 혜림이 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욕실로 들어 가는 그녀의 얼굴은 정기를 빨아들 인 직후의 서큐버스마냥 반질반질했 다.
강현은 늦게야 이불에서 나오며 전 신 거울에 등을 비췄다.
할퀸 자국이 그득하게 남아 있는 등을 보며 중얼거리길.
“이래선 몸이 남아나질 않겠군.”
*
김혜림이 직접 리넬슨 자작을 찾아
간 결과 여행에 필요한 물자를 듬뿍 받아 낼 수 있었다.
떠나기 직전에 마지막 식사를 대접 하겠다고 하는 통에 점심 식사까지 만 하고 가기로 하였다.
리넬슨 자작의 특별지시 하에 쥬리 안의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리넬슨 자작은 테이블 상석에 앉아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로 빌로스 제국으로 간다 했나? 그거 아쉽구먼. 남부전선에서 같이 공작군을 토벌하며 남하했으면 했는 데 말일세.”
“사이런스와 엘딘을 제거했으니 기 존의 병력으로도 공작군을 밀어내는 “으아아아아악m”
동시에 비명이 메아리쳤다.
백작은 고통에 의해 몸을 웅크리면 서 자신의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자세히 보니 백작의 손가락은 기괴 한 형태로 뒤틀려 꺾여 있었다.
“영원히 고통스럽게 해주지.”
영원,그 달콤한 단어가 이리도 끔 찍하게 변할 줄이야.
백작이 고개를 들어 어둠을 바라본 다. 어둠은 냉소하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반드시 얻을 수 있다는 듯이.
건 충분할 겁니다.”
“그거야 그렇네만 자네의 활약을 좀 더 지켜보고 싶었다네. 자네의 지략을 보고 배울 점도 있을 테고.”
“크레인 공국의 명장께서 겸손이 너무 과하십니다. 이미 자작님께선 저 못지않은 지략을 펼치고 계시지 않습니까?”
“옛 성현들의 말씀에 배움은 평생 을 해도 모자랄 뿐이라 하셨잖는가.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자네가 행방불 명되면서 유언비어가 도는 게 마음 에 들지 않더군. 하나라도 더 많은 공적을 쌓으면 옛 명성 이상으로 명 성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아쉬운 마음에 한 소리 해 보았네.”
“영웅놀이에는 관심이 없어서 말입 니다.”
“그런가? 그럼 괜히 잔소리만 한 셈이로구만. 미안하네.”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작전 에 협조해 주셨으니 오히려 이쪽에 서 감사해야겠지요.”
“당연한 일을 한 거잖나. 이런,밥 상머리 앞에서 사설이 너무 길었군. 든든하게 챙겨 먹고 가게나. 뭘 하 든 배가 든든해야 열심히 할 수 있 지 않겠나. 자자,딱딱하게 예의 차 릴 것 없으니 편하게 먹게.”
사이런스와 조직의 강자를 한꺼번 에 정리한 것을 두고 강현을 다시 보게 된 리넬슨 자작이었다.
실력과 지략이 모두 뛰어난 자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까 소문이 틀렸 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실력과 지략이 모두 뛰어난 게 아 니다.
실력이 지략을 뒷받침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사이런스가 강현을 치기 위해 쥬리 안까지 온 것을 사전에 감지한 게 신의 한 수였다.
상대방의 목적을 단숨에 파악해 내 는 통찰력.
주어진 정보가 매우 적었는데도 사 이런스의 의도를 단숨에 파악한 게 너무나도 신기했다.
무엇보다 가장 감탄스러운 부분은 강현이 자신의 판단에 몸을 맡기고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는 점이었다. 누구나 판단 정도는 할 수 있다. 다만 자신의 판단이 틀리진 않았을 까 두려워 두 번,세 번 재차 확인 을 거듭한다.
확신이란 보증서를 얻으려고 확인 을 거듭하다가 기회를 놓치기 일쑤 다.
이번 일로 강현이 왜 제국 최고의 기사라 불렸는지,일개 기사이면서 도 어떻게 제국의 정치판을 뒤흔들 어 놓을 수 있었는지 실감하게 되었 다.
‘줏대가 강해서 적아 구분 없이 지
낼 타입이야. 괜히 건드려서 화를 부를 바엔 이쪽을 건드릴 이유를 만 들어 주지 않는 게 낫지.’
괜히 용의 역린을 건드려 재앙을 부를 필요는 없다.
리넬슨 자작도 명장이라 불리는 만 큼 사람 보는 눈만큼은 탁월하다.
리넬슨 자작이 봤을 때,최강현이 란 사내는 합리성이라는 규율을 이 정표 삼아 움직이는 타입이다. 적으로 돌아설 이유만 이쪽에서 만 들지 않으면 덤벼 오지 않는다.
없는 이유를 만들어 내서 덤벼 올 만큼 비합리적인 일은 하지 않는 자 이다.
‘그리 따졌을 때 우리 크레인 공국
과 최강현의 관계는 매우 위태로운 편이지. 슈앙이 멍청한 짓만 안 했 어도……
강현이 조직을 치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 달라 고 했었다.
그런데 슈앙이 제멋대로 공왕에게 강현의 정체를 알리는 바람에 정보 가 새어 나갔다.
정보가 새어 나간 것마저도 이용하 여 새로 작전을 짠 덕분에 잘 넘어 갔다만 자칫 잘못하면 모든 작전이 꼬일 뻔했다.
강현도 이번 일은 계속 염두에 두 고 있을 터.
차라리 강현이 원하는 거라도 있으
면 그걸 내주어 상쇄할 수 있을 텐 데 그마저도 없다.
리넬슨 자작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만찬을 대접하는 정도가 고작이었 다.
식사가 끝나면서 자리에서 일어날 무렵.
자작가의 집사가 리넬슨 자작을 찾 아왔다.
“자작님,수도에서 공왕 전하께서 보낸 기사단이 찾아왔습니다.”
“전하께서 보낸 기사단?”
“최강현 경을 지원하기 위해 왔다 고 합니다.”
“작전은 벌써 끝났는데 말이지. 그 래도 먼 길 왔으니 방을 내어 주고 식사를 내주게.”
“당장 자작님과 최강현 경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시는데 나중에 따 로 부르신다고 전할까요?”
“으음,당장 전할 말이라……. 작전 과는 별개로 전하의 지시사항이 있 는 건가.”
리넬슨 자작은 강현의 눈치를 보며 일순 망설였다.
이제 곧 떠날 사람을 크레인 공국 의 사정으로 붙잡아 두기가 애매해 서 어떻게 대처할까 고민하는 것이 었다.
강현으로선 초를 다툴 정도로 급한 사정이 있는 게 아니었다.
때문에 잠깐 정도는 시간을 낼 의
향이 있었다.
“얘기 들을 시간은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들어나 보도록 하죠.”
“그래 주겠나? 그럼 정원으로 나가 세나.”
강현과 김혜림,리넬슨 자작은 식 후 산책을 겸하여 저택 바깥으로 나 갔다.
저택 앞에선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리넬슨 자작을 보 곤 예를 갖췄다.
기사들의 선두에 서 있던 자는 허 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올리며 소속 을 밝혔다.
“크레인 왕궁 기사단 단장 펜실이 리넬슨 자작님께 인사 을립니다.”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네만 작전 은 종료되었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설마 벌써 작 전을 실패했습니까?”
“그 반대일세. 작전은 성공했고 더 이상 조직은 제 기능을 못할 걸세. 안심하고 푹 쉬다가 왕궁에 복귀하 게나.”
중대한 사항이라 말을 갈아타며 헐 레벌떡 달려왔는데 벌써 끝났다고 한다.
중간에 사이런스까지 쥬리안으로 향했다는 소식을 듣고 더더욱 상황 이 위험해질 거라 여겨 급박하게 뛰 어왔다.
근데 벌써 끝났다니.
크레인 기사단은 강현이 아닌 리넬 슨 자작의 능력에 감탄했다.
‘과연 명장이라 불리시는 분답구 나! 최강현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 도록 지혜를 내주신 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 빨리 끝날 리가 없 어/솔직히 강현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다.
허나 그의 명성은 내전 이전의 명 성에 불과하다.
막상 내전이 시작되니까 사라진 작 자를 어찌 신뢰하리오.
충의에 죽고 못하는 기사들의 시선 에서 최강현이란 사내는 국가를 저 버린 불명예스러운 작자로밖에 안보였다.
한 번 안 좋게 인식되면 뭘 하든 안 좋게 받아들이는 법이다.
그러니 작전이 일찍 종료된 게 강 현 덕분이 아닌 리넬슨 자작 덕분이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작전 수행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 다,자작님. 이 일은 공왕 전하께 빠짐없이 전하겠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나보단 강현 경의 수고가 컸네.”
“공적에 욕심이 없으시다 한들 이 자에게 공적을 양보하실 것까진 없 다고 사료되옵니다만.”
“양보가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일 세.”
“자작님의 겸손함에 또 한 수 배웠 습니다. 작전이 끝났다면 여기 오래 있을 필요는 없겠군요. 전하께서 명 하시길 작전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최강현 경과 함께 남부전선에 합류 하라 하셨습니다. 최강현 경,불명예 를 씻을 기회를 드리지요. 저희와 함께 남부전선으로 가 주셔야겠습니 다.”
정의는 자신들에게 있다는 양 뻣뻣 하게 고개를 들며 명령조로 말하고 있었다.
말할 때 불명예란 단어를 유달리 강조하였다.
기사들이 강현을 어떻게 여기는지 대놓고 어필하는 중이었다.
하나 강현이 누구던가.
고자세로 나온다고 저자세로 받아 줄 정도로 속 편한 성격이 아니다.
“그쪽이 내게 명령할 권리는 없을 텐데?”
“이런이런,반골 기질이 있다고 들 었습니다만 실제로 뵈니 아예 눈치 가 없으시군요.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겁니다. 본인 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따르는 게 좋 을 텐데요?”
“불명예라 밀어붙여서 전쟁에 내몰 아라. 그게 크레인 공왕의 명령이었 나 보지?”
“하하하,이젠 공왕 전하까지 모욕 하시는 겁니까? 대단한 신경줄이십니다. 모욕죄를 적용하……
퍼억!
펜실이 말을 하는데 누군가가 그의 턱에 주먹을 날렸다.
“우옥!”
주먹을 날린 자는 리넬슨 자작이었 다.
크레인 기사단 기사들로선 도통 영 문을 알 수 없었다.
불명예를 안고 있는 자가 주군인 크레인 공왕마저 모욕하고 있잖은 가.
그런데 되려 펜실에게 주먹을 날리 다니!
얻어맞은 펜실의 정신적 충격은 기 사들 이상이었다.
펜실은 턱을 감싸 쥐곤 얼빠진 표 정을 지었다.
“자작님? 어째서 저를?”
리넬슨 자작은 분에 가득 찬 둣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호통을 쳤다.
“듣자듣자 하니 어이가 없어서 가
만히 있지 못하겠구나! 수도에 처박 혀서 왕궁 성벽 위나 유유자적 거닐 고 다니는 것들이 뭐가 잘났다고 입 을 놀리느냐!”
“아니,저자는……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공국의 은인에게 또 모욕을? 창 이 리 내놔라. 내 직접 이 얼빠진 작자 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다!”
리넬슨 자작이 옆으로 손을 뻗어
병사가 쥐고 있던 창을 낚아챘다. 그러곤 숙련된 타자가 풀 스윙을 하 둣 창을 휘둘러 창대로 펜실의 무릎 뒤를 후려쳤다.
투퍽!
“<거으시”
펜실이 휘청거리며 균형을 잃곤 바 닥에 엎드렸다.
체벌을 서듯 엎드린 펜실에게 창대 를 이용한 몽둥이찜질이 이어졌다. 퍽! 퍼억! 퍼억!
“이놈이! 조직과 사이런스까지 전 부! 게다가! 엘딘까지! 거기까지! 해 줬는데! 정신을 못 차리고!”
한 대 때릴 때마다 옹호를 빙자한 기합을 터뜨리며 창대를 내리쳤다.
어느새 창대에는 마나유저 중급 수 준의 마나오오라가 맺혀 있었다. 현지인인 펜실로선 실드가 없기 때 문에 고스란히 창대의 위력을 궁둥 이로 받아 내야 했다.
이세계인이라 하였더라도 실드를 올릴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겠지만 말이다.
하도 흥분한 나머지 리넬슨 자작이 말을 할 때마다 어순이 엉망진창으 로 튀어나왔다.
그 정도로 리넬슨 자작은 머리끝까 지 열이 올라 있었다.
‘이것들이! 정보 유출로! 실점을! 한 것만으로도! 만회할! 걱정을 해 야! 할 판국에! 누굴 적으로 돌리려고!’
누구는 정보 유출 때문에 저 혼자 끙끙대며 만회하려고 만찬까지 차려 주고 있는데,누구는 일을 망칠 뻔 하고도 뻔뻔하게 명령까지 내려?
똥 싸는 사람 따고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냐!
눈치가 없는 건 너희들이야,이 자 식들아!
공국 망하게 할 일 있냐고!
뽀각!
쉴 새 없이 곤장을 내리치던 와중 에 창대가 부러졌다.
펜실의 눈에는 흰자위만이 남아 있 었고, 입에선 게거품이 뽀글뽀글 홀 러나왔다.
리넬슨 자작은 아직도 흥분이 가시 질 않는지 숨을 몰아쉬며 창대를 바 닥에 내던졌다.
“후우,후우. 미안하네,강현 경. 부끄러운 꼴을 보여 버렸군.”
“아닙니다. 제가 해결을 봐야 했는 데 자작님의 손을 빌리고 말았군 요.”
“내가 대신 사과하겠네. 공왕 전하 께는 내가 직접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리도록 하지. 그러니 크레인 공국 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품진 말게 나.”
“그럴 순 없지요. 공왕 전하께서 직접 절 불명예스러운 자로 지목한 것 같은데 오해는 당사자끼리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언제 한번 공 국 왕궁에 들를까 싶습니다.”
“어허! 제발 그러지 말게. 내 이리 부탁함세. 공왕 전하께선 자네가 생 각하는 그런 분이 아닐세. 분명 여 기 있는 이 펜실 놈이 멋대로 자네 에 대해 평가한 거겠지. 내 직접 엄 벌에 처할 테니 기분 풀게나.”
공왕 입장에선 강현이 황제파의 기 사로 복귀하기 위해 돌아온 거라고 여길 법도 하다.
이왕 제국으로 복귀하는 거 크레인 공국 남부전선을 정리하면서 내려가 는 게 낫기 때문에 병력으로 쓰라고 기사들을 보낸 것이었다.
그걸 펜실이 멋대로 자존심 세우며
명예니 불명예니 지껄인 거고 말이 다.
펜실만 혼줄을 내줄까 했는데 리넬 슨 자작이 먼저 나서 줬으니 더 이 상 시끄럽게 굴 이유가 없었다.
‘너무 안절부절못하시는군. 정보 유출 같은 건 별로 신경 안 쓰는데 말이지.’
정보 유출 때문에 실점했다 여겨 난리법석인 걸 왜 모르겠나.
딱히 크레인 공국 전체를 적으로 삼을 생각도 없는데 리넬슨 자작 혼 자 지레 앞서 나가선 야단법석을 떨 고 있었다.
강현은 리넬슨 자작을 너무 놀렸다 싶어 안심이 될 만한 반응을 해 주었다.
“리넬슨 자작님의 얼굴을 봐서 펜 실 경의 행동은 넘어가도록 하겠습 니다.”
“그리 생각해 주니 고맙구먼. 그리 고 정보 유출 건 때문에 너무 불쾌 해하진 말게나.”
“정보 유출 건을 미안하게 생각해 주신다면 한 가지 부탁만 들어주시 면 됩니다.”
“뭔가? 말해 보게. 손이 닿는 한도 내에서 뭐든지 들어주겠네.”
강현은 리넬슨 자작의 귀에 대고 무언가 속삭였다.
강현의 말을 듣는 동안 리넬슨 자 작의 동공이 커졌다가 작아졌다.
이윽고 강현이 말을 마치며 한 발 자국 물러났을 때.
리넬슨 자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 었다.
“휴우,자네도 사람 놀리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구만. 난 또 뭐 대단한 부탁이라고.”
“개인적으로 매우 고민되는데 어쩌 면 되겠습니까?”
“어쩌긴. 상의를 입고하게.”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자네도 사람이긴 사람이구먼.”
“그 말은 반갑군요. 사람 소리 들 은 지 오래돼서 말입니다.”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리넬슨 자 작의 선에서 잘 마무리되었다.
떠나려던 찰나에 일어났던 일이기 에 이젠 마음 놓고 떠나기만 하면 되었다.
강현은 니아를 소환하여 김혜림과 함께 올라타선 자작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곤 즉각 날아을라 빌 로스 제국 남쪽으로 경로를 잡았다.
리넬슨 자작가에서 멀어지며 본격 적인 비행에 들어가려던 순간.
김혜림이 강현에게 질문을 날렸다.
“아까 자작님이랑 무슨 얘기했어 요?”
강현은 등을 통해 따가운 통증을 느끼며 대충 얼버무렸다.
“별거 아냐. 야수의 발톱 대책 같 은 거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