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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306화 (306/381)

306화

세이아나가 일 보고 있길래 혼자 시간을 때우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염 덥수룩하게 기 른 시커먼 아저씨들이 다가오네? 그러면서 꼼짝 말고 가만히 있으라 네?

이게 말로만 듣던…….

“아! 변질자다!”

혜림 언니가 그랬어!

세상에는 루나처럼 여리여리한 산 토끼 같은 아이를 좋아하는 변태들 이 있대!

어린애가 무지개를 보고 신기한 거 라도 발견한 양 가리키듯 신랄하게 변질자라 칭하는 루나였다.

한순간에 변질자 취급을 당하게 된 기사들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 다.

“이년이 누구더러 변질자라 하는 거냐!”

“인간 말종!”

“말종? 말종이라고?”

“변태!”

“크윽,망할 꼬맹이가…… 꼬맹이 라서 최대한 살살 다뤄 주려 했더니 기어코 성질을 건드리는구나! 당장 이 꼬맹이를 포박해라!”

프라임의 명령에 몇몇 기사들이 포 승줄을 손에 쥐며 루나에게 접근했 다.

루나의 외침에 살짝 기분이 상하긴 했다만 어차피 어린아이의 헛소리 다.

포박해서 뺨 몇 대 후려 주면 금 방 눈물 짜며 입을 닥칠 거다.

인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면 서도 한편으로는 어린아이 따윌 잡 는 일쯤이야 식은 죽 먹기 아니냐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긴장감이라곤 조금도 없 었다.

기사들이 포승줄을 팽팽하게 당기 며 루나에게 다가서는데 오두막집 안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 다.

“그래비티!”

쿠우응!

그래비티란 이름의 스킬 시동어가 영창되면서 기사들에게 강력한 중력 이 가해졌다.

갑자기 천 근 바위를 짊어진 양 기사들이 무게감에 짓눌■려 한쪽 무 릎을 꿇었다.

“크으옥, 갑자기 무슨…… 몸 이……

“어떻게…… 된……

오두막집에서 루나를 세로로 잡아 늘리고 s라인을 넣은 듯한 은발 미 녀가 걸어 나왔다.

그녀가 들고 있는 스태프에 마나가 둘러져 있는 걸로 봐선 그래비티를 쓴 것이 저 은발 미녀임을 알 수 있었다.

은발 미녀, 세이아나는 도도한 표 정으로 기사들을 내려다보다가 입을 뗐다.

“어머,웬 손님들이래. 영감님이 민 박 사업이라도 시작했나 봐?”

“엄마! 변질자야! 인간 말종이야! 변태야!”

“딱 봐도 그런 것 같네. 근데 불청 객도 손님이니까 손님 대접 해야 지?”

“알 찾을까?”

“웬 알?”

“혜림 언니가 말했어. 변질자랑 마 주치면 알부터 부수래.”

“후후,그거 나이스 아이디어인데?

모처럼 혜림이가 좋은 말 해 줬네.”

알이란 게 무슨 알을 의미하는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알만큼은 내줘선 안 된다.

차라리 접시물에 코 박고 죽고 말 지!

프라임은 감히 고개조차 들기 힘든 와중에 이를 악물고 안간힘을 썼다.

“크옥,네 이년. 죽여 버리겠……

“어머,언제 봤다고 이년저년이래? 땅바닥에 입술박치기를 해야 정신을 차리려나.”

세이아나가 메모라이즈 스태프의 효과를 발휘하여 그래비티의 위력을 강화시켰다.

스태프에 등록된 스킬을 발동할 땐

마나가 들지 않는 효과에 의해 마나 소모 염려 없이 한껏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래비티에 의해 중력이 2배로 강 화되면서 기사들이 두 무릎을 모두 꿇고 바닥에 철퍼덕 몸을 처박았다. 프라임도 예외일 수 없었다.

얼굴이 흙투성이가 되는 굴욕을 면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 이었다.

끝내 프라임도 다른 기사들처럼 바 닥에 얼굴을 문대게 되었다.

“크으으, 이름도 모르는 년에 게…… 이따위 굴욕을……

“어머나,화장 참 멋있게 하네. 가 이아 대륙 기사들은 먼지 화장을 즐겨 하나 봐? 집에서 걸레 대신 얼 굴로 문대면 화장이랑 청소가 동시 에 해결되겠네.”

욕 한 마디 섞지 않았는데도 이리 도 사람 신경을 벅벅 긁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차라리 쩖■고 굵게 욕을 해 버리면 기분 나쁘고 말 텐데,아예 사람 인 격 자체를 뭉개 버리니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세이아나는 그래비티에 눌려 있는 기사들 앞에 서며 검지를 치켜 올렸 다.

“너희가 왜 왔는지 말할 사람 선착 순 1명. 먼저 말하는 사람은 먼지 화장을 즐겨 하는 다리털 여편네 신세를 면하게 해 줄게.”

몸이 무겁긴 하다만 아직까진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기사들의 생각은 매우 단순했다. 후발대가 뒤따라오고 있으니 조금 만 버티면 반격할 수 있다.

그거 하나만 믿고 버티기에 들어갔 다.

그러나 가만히 누워 버티는 걸 두 고 보고 있을 세이아나가 아니었다.

“한 번 드러누우니까 편해서 그대 로 잠들어 버렸나 보네. 이 각박한 세상에 낮잠이나 자서야 되겠어? 깨 워 줄까?”

메모라이즈 스태프로 가볍게 원을 그리자 그래비티가 한층 더 강화되었다.

그래티비의 위력이 강화되었다는 것을 단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 상이 발발하였다.

기사들이 입고 있는 갑옷이 중력에 눌려 찌그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꾸득! 꾸득꾸득!

압축기에 넣은 과일이 조금씩 둥개 지듯 기사들의 갑옷이 찌그러지며 일종의 스키니 갑옷이 되어 가고 있 었다.

단단한 강철로 만든 갑옷인 만큼 찌그러진 부위가 피부에 내려앉아선 뼈를 짓눌렀다.

개중 몇몇은 아예 갑옷이 찢어지면 서 생겨난 날카로운 부위가 살에 박혀 자신의 갑옷에 상처를 입기까지 했다.

그래비티를 강화한 지 고작 수 초 가 지나지 않아서 기사들이 앓는 소 리를 내었다.

tt O O O O ”

“끄으윽,아파,아파! 아파! 살려 줘!”

“내…… 내가 말하겠다!”

“닥쳐! 내가 먼저 말하겠어! 우린 빌토르 백작가의 기사들이다! 끄륵, 마,말하기 힘드니까 일단 나부터 풀어 줘!”

“미친놈들! 적에게 정보를 내주지 마라! 백작가를 등질 셈이냐!”

“뒤지게 생겼는데 어쩌라고 개자식

아!”

“개자식? 감히 단장에게 개자식이 라고 했어?”

“저 새끼들은 무시하고 날 풀어 줘!”

세이아나는 단장에게 개자식이라고 말한 용기 있는 자(?)를 골라 그래 비티를 풀어 주었다.

“솔직한 건 좋은 거야. 상관이 저 승 갈 노잣돈까지 챙겨 주진 않거 든. 자,하던 말 계속해 봐.”

그래비티에서 풀려난 기사는 눈치 를 보다가 대뜸 검을 내질렀다.

“빌어먹을 년! 뒈져라!”

처음부터 순순히 정보를 내줄 생각 은 없었다.

팔만 뻗으면 검이 닿을 거리인데다 손발이 자유로워졌는데 무엇을 망설 이랴.

기세 좋게 마나유저 중급 수준의 마나 오오라를 풍기며 검을 뻗은 것 까진 좋았다.

크게 한 방 먹였다는 생각에 더할 나위 없는 쾌감을 느꼈다.

검이 실드에 허무하게 막히기 전까 진 말이다.

카앙!

기사가 뻗은 검이 세이아나의 실드 에 막혀 허무하게 튕겨져 나왔다.

쇠파이프로 맨 땅을 내리친 양 쩌 릿한 감각이 검신을 타고 손까지 전 해져 왔다.

기사의 얼굴에 맺혀 있던 회심의 미소 위에 절망이 덧씌워졌다.

“저,저,저기……

세이아나는 어버버거리는 기사를 앞에 두고 빵긋 웃었다.

“아저씨,중력이 모자라셨던 것 같 네. 어쩌겠어 한 사발 더 드시고 싶 으면 드셔야지. 중력 무한리필이니 까 사양하지 않아도 돼.”

메모라이즈 스태프를 가볍게 흔들 어 기사에게 도로 그래비티를 가했 다.

괘씹죄를 적용하여 특별히 남들보 다 더욱 강한 힘을 가해 주었다. 기사는 파리채에 눌린 파리마냥 바 들거리다가 게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나머지 기사들은 중력 때문에 코앞 의 상황마저도 볼 수 없었지만 들려 오는 소리로 모든 걸 짐작할 수 있 었다.

마나유저 중급 수준의 검을 정통으 로 맞고도 꿈쩍도 않다니!

여자와 어린아이라 별거 아니라 여 겼는데 완벽한 오산이었다.

토끼굴인 줄 알고 팠더니 독사굴이 었던 셈이다.

세이아나는 같은 상황은 반복하지 않는다는 듯 주어진 단서만으로 정 황을 파악했다.

“죽일 거면 목을 노려야지 옆구리 를 노리네. 어떻게든 생포하고 싶었나 봐? 내륙에서 현이가 엄청 날뛰 고 있나 보네. 그렇지 않고서야 오 지까지 쫓아와서 인질 잡으려 할 리 가 없잖아? 내 말 맞지?”

기사들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침묵은 곧 긍정.

추리가 들어맞았음을 반증하는 반 응이 었다.

후후,루나면 몰라도 나 같은 게 인질 가치가 있으려나 모르겠네.

우리 잘난 남정네 녀석은 주전 골 키퍼만 중용하는 타입이걸랑.

세이아나는 자신이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마무리에 나섰다.

“루나,해일 스킬 써 볼래?”

“내가 마무리 해?”

“여기서 하룻밤 자고 갈 건데 아저 씨들 방치하면 아저씨 냄새날 걸? 냄새나는 건 싫지?”

“아저씨 냄새 싫어. 오빠도 요즘 아저씨 냄새나.”

“아하하,현이한테 빡빡 씻으라고 해 둬야겠네.”

루나는 모처럼 힘쓸 일이 생겨서 기분이 좋은지 아낌없이 마나를 투 자하여 스킬을 발동했다.

모비딕 스태프가 새하얗게 빛을 발 하더니 모비딕 스태프 고유 스킬인 해일이 발동되었다.

“해일!”

루나가 모비딕 스태프로 땅을 짚자

땅바닥에서 물보라가 일어나기 시작 했다.

물보라는 눈 깜짝할 새에 양이 불 어나며 거대한 파도가 되었다.

모비딕 스태프로 파도의 진행 방향 을 가리키자 파도가 앞으로 나아갔 다.

해일 스킬에 의해 소환된 파도는 거치적거리는 모든 것을 파괴하며 몸집을 불려 나갔다.

그래비티에 눌려 있던 기사들은 손 쓸 틈도 없이 파도에 휩쓸렸다. 그 러곤 세탁기에 들어간 이물질마냥 사정없이 물살 속을 부유했다.

루나는 한 건 했다는 듯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소매로 이마를 스윽닦았다.

“후우,오늘도 열일 했다?”

사이런스는 프라임이 양보해 준 일 부 병력을 이끌고 정글을 우회하는 중이었다.

앞서 나간 프라임 일행이 생포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후방에서 덮 치려는 속셈이었다.

생떼를 쓰며 억지로 작전에 참가했 으나 기력이 달려 자꾸 숨이 차올랐 다.

때문에 태운 콩가루즙 중독자마냥 기력 포션을 연신 들이켜야 했다. 한쪽 팔을 잃은 분노 때문에 도저 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하아하아,반드시 잡고 만다. 인질 을 잡아서 최강현 그 자식이 후회하 는 꼴을 이 두 눈에 똑똑히 새겨 주겠어.”

실성한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발걸 음을 옮기는데 전방에서 시원한 소 리가 들려왔다.

쏴아아아!

파도 소리?

해안가에서 제법 멀어졌는데 아직 도 파도 소리가 들려?

해안가에서 멀어지면서 들리지 않 게 되었던 파도 소리가 정글 한복판 에서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 또 다른 해안가가 있 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던 중.

사이런스는 목격했다.

전방에서 거대한 파도가 다가오는 것을.

“해일! 해일이다!”

“사,사이런스 단장님! 물속에…… 물속에!”

“젠장,프라임 저 쓸모없는 것 같 으니! 벌써 당한 거냐!”

적도의 바다마냥 에메랄드빛을 띠 고 있는 바닷물 속엔 프라임 일행이 있었다.

알로에 주스를 흔들면 알갱이가 마 구 부유하듯 프라임 일행의 육신은 의지를 잃은 양 쉴 새 없이 유린당 하는 중이었다.

좁쌀만 한 무인도에서 피할 곳이

어디 있겠는가.

백짓장같이 창백한 얼굴이 되어 허 망하게 파도를 올려다보는 기사들이 었다.

오직 사이런스만이 저 혼자 살아 보겠다고 제로 휘프를 소환했다.

“안 돼.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드 리안 공작가 최고의 기사인 나 사이 런스가 이따위 무인도에서 이따위로 죽을 순 없단 말이다!”

궁여지책으로 제로 휘프를 몸에 감 아 보려 했으나 해일의 속도가 더 빨랐다.

애당초 밧줄로 몸을 감아 잠수복 대용으로 쓴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 린가.

상황이 워낙에 급박하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임기응변이랍시고 시도하는 사이런스였다.

그러면 뭐 하나.

벌써 몸은 해일에 휘말린 것을.

해일의 강한 압력과 빠른 물살에 휘말리면서 사이런스는 몸의 제어권 을 잃고 해일의 일부가 되었다.

입 안으로 쉴 새 없이 바닷물이 들이닥치는 와중에 기포 뿜는 소리 가 사이런스의 단말마를 대신했다.

“꾸르륵! 꾸르르륵! 꾸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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