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01화 (301/381)

301 화

뎀바는 차원관리자로 임명된 이후 로 가이아 대륙에서 지내 왔다.

그 탓에 한참 동안 카니발의 정세 를 듣지 못한 참이었다.

최강현.

템바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 량은 극히 적었다.

이전 차원관리자였던 디벨롭을 처 치,무단으로 차원의 경계를 통과하 여 기어코 커뮤니티의 수배서에 얼 굴을 새기게 된 인물이었다.

최강현의 목에 억대의 현상금이 걸 렸던 걸로 기억한다.

억대의 골드가 아니다.

억대의 CP가 걸려 있다.

로산을 포함한 머릿수를 감안하더 라도 한 사람당 수천만 CP가 돌아 간다.

그리 생각한 순간,뎀바의 눈에는 최강현이 CP 보따리로 보이기 시작 했다.

“지역장님! 저 작자 말인데 지명수 배자로 수배된 최강현 아닙니까? 복 덩이가 저절로 굴러왔는데 놓칠 수 야 없죠! 얼른 잡읍시다!”

호들갑 떠는 뎀바와 달리,로산과 디스트로이들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 어 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맹수와 마주친 초 식동물처럼.

규격 외의 상황과 마주한 듯 몸이 얼어붙어 있었다.

절벽 위에선 강현이 빙백검을 위로 치켜 드는 중이었다.

그와 동시에 로산이 가까스로 입술 을 파르르 떨며 말을 꺼냈다.

“피…… 피해!”

로산을 비롯한 디스트로이들은 누 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곧장 가진 이 동스킬을 발동했다.

로산과 디스트로이들의 신형이 사 라지며 원래 서 있던 자리로부터 한 참 떨어진 곳으로 각각 퍼져 나갔 다.

야영지에 남아 있는 건 오직 가이 아 대륙 차원관리자인 뎀바뿐이었다.

로산이 몸을 뺀 이유는 명백했다.

어느새 허공중에 마나로 이루어진 거대한 검이 생겨나선 머리 위로 떨 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템바는 어버버거리다가 허둥지둥 실드를 끌어올렸다.

“어어어어!”

뎀바도 이곳 가이아 대륙에선 손꼽 히는 강자에 속한다.

물론 가이아 대륙에서라면 말이다. 그의 실수가 있다면 상대의 역량을 잘못 재었다는 점이었다.

뎀바가 가이아 대륙에서 손꼽히는 강자라지만,상대는 상위차원인 카 니발에서 손꼽히는 강자다.

그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말 로도 부족하다.

투영검은 무자비하게 뎀바의 실드 를 깨부수며 그의 몸을 한 뭉치의 핏덩이로 뭉겠다.

쿠응!

제천대성의 몸뚱이 위에 바위가 떨 어질 때도 이만한 굉음은 울려 퍼지 지 않았을 거다.

투영검이 작렬한 자리가 크게 패이 며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거기에 계곡물이 튀어 오르며 한데 섞여선 자욱한 물안개가 형성되었 다.

물안개는 넓게 퍼져 나가며 로산 일행을 뒤덮었다.

달빛마저 닿지 않는 시야 제로의 상황 속에서 로산은 바쁘게 머리를 굴렸다.

템바의 안위 같은 건 아무래도 좋 다. 안위고 뭐고 이미 죽었겠지. 그보다 최강현에게 집중해야 한다. 놈의 악명(?)은 질리도록 들었다. 허투루 판단해선 하위차원 정복 계 획을 실행하기는커녕 이 자리에서 뼈도 못 추릴 거다.

'놈이 무슨 수로 여기로 내려왔지? 예전에 놈이 무단으로 경계를 넘으 면서 차원의 경계 경비를 5배나 강 화했어. 한데 그걸 뚫고 여기까지 왔다고?’

차원을 넘나드는 방법은 커뮤니티

가 관리하는 통로밖에 없는 걸로 알 고 있는 로산이었다.

때문에 강현이 정면돌파로 커뮤니 티의 경비대를 뚫고 쫓아온 것이라 생각했다.

하나 그렇다고 한다면 미리 강현의 추적을 알려 왔을 터. 그런데 지금 까지도 아무런 정보가 들려오지 않 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문인 건 강현이 무슨 목적으로 쫓아왔냐는 점이다.

‘설마 하위차원 정복계획을 방해하 러? 어림없는 소리! 1급 기밀로 부 쳐지고 있던 계획을 놈이 알고 있을 리 없어. 그렇다면 설마 날 제거하 기 위해서?’

지역장을 제거하러 왔다고 생각하 면 아귀가 들어맞는다.

강현이 본격적으로 커뮤니티를 공 략하자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성가 신 게 누구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지역장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 한 명씩 제거하려고 쫓아온 게 틀림없다.

난공불락의 최강현이 지역장을 껄 끄럽게 여기고 있어?

이건 귀중한 정보다!

‘본부는 놈이 지역장을 아무렇지 않게 본다고 여기고 있어. 하지만 녀석 또한 사람이야. 지역장의 이름 을 가볍게 느끼진 못할 테지.’

생각에 잠긴 시간은 눈 깜빡할 정 도로 짧은 시간이었다.

그동안 강현의 공세는 계속 이어지 고 있었다.

땅에 박혔던 투영검이 재차 허공으 로 떠오르며 물안개가 자욱한 계곡 을 가로로 그었다.

과과과과!

투영검의 크기에 강현의 공격력이 더해지자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강대한 파괴력이 발휘되었다.

계곡 절벽은 거진 뜯겨 나가다시피 부서지며 굵직한 바위 파편을 토해 냈고,투영검의 움직임에서 파생된 후폭풍이 물안개를 걷어 냈다.

후응!

떨어지는 바위가 로산이 피할 곳을 차단했으며,투영검의 검날은 절단 기마냥 걸리는 물체를 족족 잘라 내 려 들었다.

로산은 임기응변으로 발을 구르며 디 스트로이들을 불러들였다.

“전원 내게로 집합해라!”

로산이 신고 있는 신발은 ‘디그 슈 즈’라는 A급 보구로,마나를 부여하 여 땅을 박차면 땅 구멍을 만들 수 있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로산의 띔박질에 땅이 움푹 꺼지면 서 간이 참호가 만들어졌다.

로산을 비롯한 디스트로이들은 몸 을 날려 참호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참호 안에 웅크린 순간 아슬아슬하게 투영검이 허공을 스쳐 지나갔다.

후응!

공기를 가르는 소리만 들어도 온몸 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섬쩟한 분위기가 오장육부를 죄는 느낌이 썩 유쾌하진 않았다.

로산은 숨이 턱턱 막히는 압박감을 털어 내며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냈 다.

“시간이 없으니 한 번만 말하겠다. 놈은 지역장 각개격파를 위해서 여 기까지 추격해 온 게 틀림없어. 여 기서 놈의 목을 친다.”

“그렇다면 더더욱 안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하위차원 정복계획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됨니 다. 저희가 응전할 테니 그 틈을 타 서 도망치십시오.”

“놈이 지역장의 힘을 두려워해서 이 먼 곳까지 쫓아왔는데 놈을 앞두 고 등을 돌리라고? 놈의 허세에 현 혹되지 마라. 얼뜨기 마나마스터를 먼저 앞세워 내 능력을 확인한 것부 터가 놈이 스스로 약점을 드러낸 꼴 이니. 곧바로 부딪치자니 내 실력이 두려워서 미끼를 쓴 거지.”

“그래도……”

“시간이 없다. 바쁜 마당에 호통치 게 만들지 말도록. 보아하니 마나로 이루어진 검으로 원거리 공격을 하 는 것 같은데 쉔 호우가 먼저 나가서 마나번으로 검을 태워라. 그 뒤 에 내가 참격을 날리겠다. 카운트를 셀 테니 바로 행동에 나서라. 작전 에 번복은 없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작전을 수행하도록.”

로산이 손가락 세 개를 펴며 한 개씩 접기 시작했다.

3, 2…….

카운트가 2에 돌입한 순간,투영검 이 날을 틀어 구멍을 겨냥했다. 바깥에서 최강현이 구멍의 수상함 을 깨닫고 검을 겨눈 것이었다.

투영검이 떨어지기 직전,

……1!

“작전을 수행해라!”

즉석에서 뚝딱 만든 작전이라지만

상관의 명령인 만큼 충실히 이행해 야만 했다.

로산의 디스트로이 중 한 명이 손 에 불의 부채를 소환하며 힘차게 휘 둘렀다.

“여제의 부채!”

제왕의 화염검과 데칼코마니를 이 루는 스킬인 여제의 부채.

제왕의 화염검이 닿는 마나를 불태 운다면,여제의 부채는 부채 바람이 마나에 닿으면 해당 마나를 태워 버 린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쓰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오늘밤은 바람이 잔 잔한 편이었다.

여제의 부채가 일으킨 바람이 투영

검에 닿으면서 투영검에 불이 붙었 다.

불길은 마나를 연료 삼아 삽시간에 번지며 투영검을 증발시켰다.

로산은 길이 열린 틈을 놓치지 않 고 디스트로이들부터 내보냈다.

“놈의 스킬이 무력화되었다! 접근 해서 압박해라! 쉔 호우! 놈이 또 검을 소환하면 태워 버려라!”

“GO! GO! GO! 움직여!”

“상대는 악명 자자한 최강현이다! 기회가 생겼을 때 압박해야 한다!”

땅 구멍에서 나온 로산 일행은 미 리 상의한 대로 움직였다.

디스트로이들은 최대한 흩어져서 계곡 너머의 최강현에게 돌격했고,로산은 초토화된 야영지에 남아 장 대낫을 허리 옆으로 깊숙이 당겼다.

“피차 한 방 싸움이다. 테라 사이 드의 진면목을 보여 주마.”

로산이 들고 있는 장대낫은 ‘테라 사이드’란 전설급 보구로,마나 스 렛 300분량의 마나를 부여할 때마 다 공격력이 곱절씩 증가하며,16배 이상부턴 공격무효화 관통 능력이 가미된다.

300분량을 부여했을 땐 2배,600 분량을 부여했을 땐 4배,900분량을 부여했을 땐 8배.

로산이 보유한 모든 마나를 한번에 부여하면 최대 16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었다.

다만 한번에 300분량씩 부여해야 하기 때문에 16배까지 증가하려면 얼마간 시간이 필요했다.

로산은 디스트로이들이 시간을 벌 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강현의 검짓 한 번에 와장창 부서졌다.

절벽 위에 서 있던 강현이 빙백검 에 마나를 불어넣자 푸른 냉기가 풀 풀 피어올랐다.

빙백검에서 발생한 빙결 오오라가 순식간에 디스트로이들의 몸을 얼리 기 시작했다.

즈즈즈즈!

디스트로이들은 계곡물에 반쯤 잠 긴 바윗덩이를 징검다리 삼아 뛰어 넘다가 하나둘씩 계곡물에 빠지기 시작했다.

차가운 계곡물과 빙결 오오라의 냉 기는 그들을 삽시간에 얼음상으로 만들었다.

“으앗! 차거! 허억! 언제 얼어붙은 거야?”

“놈의 능력이닷! 놈이 능력으로 우 릴 얼리고 있어!”

“지역장님! 무리입니다! 상성이 너 무 안 좋으……. 꾸르륵!”

몸이 얼어붙었는데 무슨 수로 깊은 계곡을 헤엄치랴.

냉기로 인해 서서히 손발의 자유를 잃어 가며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강현은 발발 떨며 수면 위아래를 오락가락거리는 디스트로이들을 향 해 마나폭검을 날렸다.

영롱한 황금빛을 자랑하던 그랜드 오러가 잘게 쪼개지며 그들의 머리 위를 덮쳤다.

텀벙! 텀벙! 텀벙!

허우적거리기 바쁜 디스트로이들에 게 피할 여유는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실드 를 끌어올리는 자도 있었지만 관통 스렛 앞에선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 였다.

마나폭검이 가해진 수면이 포탄이 라도 맞은 양 물보라를 일으켰다. 물보라 사이로 디스트로이들의 생 명이 다했음을 알리는 핏물이 펑펑흘러 넘쳤다.

디스트로이 정리를 마친 강현은 빙 백검의 검 끝을 로산에게로 옮겼다.

“제레미도 그렇고,너도 그렇고 신 참 지역장들은 왜들 그리 자신감이 넘치는지 모르겠군.”

제례미를 처리한 듯한 말투에 로산 의 안색이 시퍼래졌다.

제례미가 누구던가.

쉘터의 예술화라는 타이틀을 내걸 고 무려 8성급 쉘터 전체를 자신의 무기 창고로 만든 괴물 같은 실력자 가 아닌가.

신참 지역장 중에서도 최강으로 손 꼽힐 만한 그를 처리했다?

로산은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제례미가 죽든 말든 놈이 지역장을 껄끄러워 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난 그리 판단하고 있다.

‘예상보다 디스트로이가 빨리 죽어 버려서 곤란한 참이었다만 멍청하게 말을 걸어 주는군. 덕분에 증폭을 끝낼 시간을 벌었구나.’

디스트로이가 전멸한 시점에서 8배 증폭이었던 것이 강현이 뜸을 들이 면서 16배로 증폭했다.

로산은 테라 사이드를 휘두르며 강 현의 멍청함을 비웃었다.

“예로부터 수다쟁이는 명이 짧다 하였지. 탓하려면 너의 그 가벼운 입을 탓하거라!”

후우우응!

중후한 파공음과 함께 선 굵은 참 격이 뻗어 나갔다.

브레스가 압축되어 참격이 되면 이 렇지 않을까 싶다.

압축된 브레스.

그리 칭할 수 있을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위력적인 기세를 내뿜는 참 격이었다.

테라 사이드의 참격에 대응하여 강 현은 드림 윙을 펼쳤다.

회피를 위한 드림 윙일까?

전혀!

놀람게도 강현은 계곡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며 참격에 정면으로 돌진했다.

강현의 대응을 유심히 지켜보던 로 산은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크하하하! 미친놈! 최악의 수단인 것도 모르고 실드로 부딪치려 드는 구나!”

로산의 비웃음은 불과 1초만에 사 그라들었다.

참격이 강현에게 부딪치나 싶더니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테라 사이드의 능력상 16배 증폭 부턴 공격무효화 관통 능력이 가미 된다.

놈이 공격무효화 능력이 있는 보구 나 스킬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데미지가 들어가야 정상이다.

로산은 텅 빈 껍데기마냥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장대낫을 놓고 말았 다.

“괴,괴물 자……”

로산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빙 백검이 그의 목을 갈랐다.

강현은 로산을 지나치며 미끄러지 듯 바닥에 착지했다.

투욱!

로산의 단말마를 대신하듯 머리 떨 어지는 소리가 간결하게 들려왔다. 우연일까.

로산이 서 있던 곳은 그가 식사를 하려고 준비 중이었던 야영지였다. 금세 로산의 몸이 힘을 잃고 무너지다가 바위에 걸터앉았다.

이제 먹을 입이 없건만 그의 시신 만은 널브러진 고기 조각 사이에 앉 아 하염없이 식사 시간을 기다렸다. 강현은 억지로 제동을 거느라 반쯤 땅에 묻힌 신발을 위로 들며 흙을 털어 냈다. 그러곤 기도를 하듯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로산의 시신을 응 시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음식은 있는데 넣을 입이 없어 아 쉽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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