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99화 (299/381)

299화

“꾸웨에엑!”

“꿰에엑!”

멧돼지 몇 마리가 죽을 둥 살 둥 발버둥 치며 도망치려고 안간힘을 쓴다.

데릭로우스로 착각할 만한 크기를 잡아 오라고 했는데 정말로 DMZ 급 멧돼지를 잡아 왔다.

송아지만 한 크기의 멧돼지들을 기 둥에 묶어 머리에 닭 머리 조형물을 매달고,꼬리에는 종이로 만든 뱀을 달았으며,등에는 나무 인형을 매달 아 두었다.

멧돼지들이 하루 종일 산속을 돌아

다니면 소문내기 좋아하는 약초꾼들 이 ‘데릭로우스를 타고 순찰 중이 다’라고 소문을 내줄 거다. 멧돼지들에게 달아 둔 조형물은 하 루가 지나면 이슬에 젖어 저절로 조 각조각 떨어질 테니 들킬 염려도 없 다.

남은 건 사이런스가 ‘데릭로우스를 탄 자가 강현이다!’라고 착각하지만 하면 된다.

리넬슨 자작가의 기사들은 힘 좋은 멧돼지들을 창대로 억누르느라 애를 먹었다.

“리넬슨 자작님! 준비 끝났습니다! 풀어도 되겠습니까?”

리넬슨 자작은 강현의 신호를 기다

렸다.

작전을 짠 사람이 강현인 만큼 강 현이 만족해야 작전을 개시할 수 있 었다.

하루만에 급조한 조형물치곤 완성 도가 높다.

어두운 산기슭에서 문득 보고 지나 치게 되면 데릭로우스로 착각할 만 한 완성도였다.

어차피 데릭로우스에 대해 잘 모르 는 사람들은 저게 데릭로우스겠거니 하고 넘어갈 거다.

“이름 없는 마나마스터가 사이런스 를 잡으러 나섰다는 소문은 흘렸습 니까?”

“어젯밤에 작업을 마쳐 놨네. 입산

금지 대자보를 붙였으니 현재 산에 남아 있는 약초꾼이나 사냥꾼을 제 외하곤 민간인이 없다네. 그들도 오 늘 내로 내려오겠지.”

“얼추 준비가 끝났다고 보면 되겠 군요. 시작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보내겠네.”

리넬슨 자작은 기사들을 향해 오른 손을 높이 들었다.

작전을 개시해도 좋다는 신호였다. 신호에 맞춰 기사들이 멧돼지를 묶 고 있던 밧줄을 검으로 끊어 냈다. 꾸에에에에!

밧줄이 풀리자마자 멧돼지들이 기 둥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흥분한 멧돼지들이 공격성을 띠기 전에 문을 열어 산으로 이어지는 길 로 내몰았다.

송아지만 한 멧돼지들이 한꺼번에 도망가다 보니 마치 바로 옆에서 구 둣발로 바닥을 찍는 듯한 강렬한 발 소리가 울려 퍼졌다.

UZ IZ TZ TZ I

ㄱ~I-一I~「!

작전을 개시했으니 강현과 김혜림 도 따로 북녘산에 들어갈 채비를 갖 췄다.

준비를 하려고 리넬슨 자작가 저택 에 돌아갔는데 드워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흘 전에 맡겨 둔 마룡 허물 장 비들을 재가공하여 갖고 온 것이었다.

처음 장비를 만들 때 하도 내구성 이 떨어지게 만들어서 재가공 과정 동안 많은 양을 버려야 했다.

그 결과,롱소드 한 자루와 화살 열댓 개,팔 토시 네 쌍이 나왔다. 드워프들은 간만에 큰일 해냈다는 양 가슴 활짝 펴고 장비를 인계했 다.

“주문대로 만들었네. 이것들 가공 한다고 작업팀 전부 자진 밤샘했 지.”

“고생하셨습니다.”

“껄껄껄! 장난삼아 생색낸 거니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게.”

“사례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껄껄! 사례는 됐네. 우리도 간만 에 재밌는 재료로 작업해서 기분 좋 았으니까. 그보다 자네가 준 양날도 끼로 롱소드와 화살을 만들긴 했는 데 처음부터 워낙 열화가 심해서 어 찌어찌 모양새만 만들어 놨다네. 아 마 오래 쓰진 못할 게야. 팔 토시는 허물 갑옷 상태가 좋은 것만 골라서 만들었으니 막 쓰든지 말든지 편한 대로 하게.”

무적 관통 능력을 지닌 양날도끼로 는 롱소드와 화살을,무적 능력을 지닌 허물 갑옷으론 팔 토시를 만들 었다는 말이었다.

롱소드와 화살은 내구성이 별로 좋 지 않으니 꼭 필요할 때만 쓰고,팔토시는 그나마 내구성이 좋은 편이 니 방어할 때가 오면 유감없이 사용 하란다.

강현과 김혜림은 각자 허물 롱소드 와 허물 화살을 챙겼다. 그리고 허 물 팔 토시는 전부 김혜림에게 넘겼 다.

“난 무적 있으니까 네가 가지고 있 어.”

“네 쌍 전부 다 챙겨 둘게요. 한 쌍은 저 쓰고 나중에 세이아나 언니 랑 루나 만나면 한 쌍씩 줄게요.”

“마음대로 해.”

볼일을 마치고 저택 안으로 들어가 려는데 드워프가 강현을 불렀다.

“형씨,따로 부탁한 물건도 만들긴

했는데 한번 보겠나?”

사흘 전에 마룡 허물 재가공을 맡 길 때,김혜림 몰래 또 다른 물건의 가공도 부탁해 놨었다.

재료가 남으면 만들어 달라고 했었 는데 아슬아슬하게 재료가 남았던 모양이다.

드워프가 물건을 확인시켜 주려고 목갑 상자를 내밀며 뚜껑을 열려고 했다.

“여기 보면……

탁!

강현은 드워프가 상자를 열기 직전 에 손바닥으로 뚜껑을 덮었다.

멀리서 김혜림이 뭘 하나 싶어 멀 뚱멀뚱 강현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당장 물건의 정체를 보여 줘 선 안 된다.

될 수 있으면 서프라이즈로 넘겨줘 야 할 물건이다.

강현은 목갑 상자를 잡아채며 주머 니 깊숙이 찔러 넣었다.

“잘 쓰겠습니다.”

드워프들은 강현의 시선이 김혜림 에게 머물렀던 것을 눈치 채며 능글 능글 미소를 지었다.

“아하,그런 거였나. 실수할 뻔했 군. 이런 건 분위기가 중요하지. 응 원하겠네.”

“쉿.”

“아차차,이런 말을 하는 것도 위 험하겠군. 볼일 잘 보게나. 흐아암? ,이제야 눈 좀 붙일 수 있겠 군.”

“훗날 어떤 형태로든 사례하겠습니 다.”

“아이고,됐대도. 정 사례하고 싶으 면 좋은 핍에 우리 이름으로 맥주값 이나 넣어 주게. 아,전시 중이라 금주령이 떨어졌었나?”

“조만간 구해서 보내 드리겠습니 다.”

“그래 주면 좋고. 이만 가 보겠네. 수고하게나?”

드워프들을 보낸 강현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김혜림 곁에 복귀했 다.

나란히 걸으며 저택 안으로 들어가

는데 김혜림이 허리를 앞으로 내밀 며 강현을 비스듬히 올려다보았다.

“따로 부탁한 물건 있었어요?”

“그래.”

“뭔데요?”

“필요한 물건.”

“작전에 필요한 물건인가 보네요.”

“매우 중요한 작전에 필요한 물건 이지.”

“그 부분이라면 강현 씨에게 맡길 게요. 어서 준비하죠. 카모플라쥬 쓰 고 돌아다녀야 하니까 마나포션부터 챙겨 둬야겠어요.”

아무것도 모른 채 깨금발로 활기차 게 먼저 저택에 들어가는 김혜림이 었다.

침대 불편해서 잠자리 뒤숭숭하다 고 하더니 잘만 기운차게 움직이는 군.

한동안 카모를라쥬 걸어 주는 역할 만 맡다 보니 몸이 근질근질한 모양 이다.

노는 게 더 불안하다.

바쁘게 살아온 사람들의 입버릇이 다.

부지런하고,똑 부러지며,하고 싶 은 말 거침없이 하고,가끔 집착도 보여 주는 사람.

나는 그녀가…….

“강현 씨! 안 와요?”

강현은 얼른 준비하자고 재촉하는 김혜림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며 로브 후드 앞자락을 끌어내렸다.

후드 앞자락 덕에 그늘진 얼굴 아 래에는 자연산 돌고래 행진 목격를 보다 더 귀하다는 강현의 미소가 서 려 있었다.

*

“최강현이 데릭로우스를 타고 북녘 산을 수색하고 있다 했니?”

“정확하게는 이름 모를 마나마스터 가 수색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 니다. 일부러 흘린 느낌이 강한데 함정일까요?”

“얘가 무슨 말만 하면 나한테 되묻 네. 궁금한 거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겠다 얘?”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함정을 팔 거면 소문을 흘리지 않 았을 거야.”

“어차피 대답해 주실 거면서……

“뭐라고 했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말씀 계속 하 십 시오.”

“사내자식이 쪼잘쪼잘거리기는. 아 무튼 함정을 팔 거면 소문을 홀리지 않았을 테지. 최강현 그 작자 말이 야,생각보다 강단 있는 걸? 일부러 이쪽의 소문에 응수해 줬다는 건 산 에서 제대로 한판 붙어 보자는 뜻 아니겠어?”

산속에서 게릴라전을 펼치기 위해

일부러 우회 루트를 통하여 북녘산 에 들어선 마당이다.

사이런스 일행은 기동력보다 은밀 함을 우선시하여 산속 깊은 곳에 말 을 매어 두고 발로 직접 뛰는 중이 었다.

부관들은 마른 나뭇가지를 옆으로 밀어내지 않고 허리를 숙여 나뭇가 지 밑으로 지나갔다.

나뭇가지를 꺾으면서 지나가면 누 군가 지나갔다고 알려 주는 꼴이기 에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귀찮더라도 고생을 자처했다.

사이런스도 이번 일의 중요성을 알 기에 화장품 대신 진흙을 얼굴에 발 라 철저하게 위장을 해 두었다.

“그런데 데릭로우스를 타고 돌아다 니고 있다는 정보는 확실해? 소환석 이라는 게 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 은 아니잖아. 그걸 몇 개나 보유하 고 있었다는 게 말이 돼?”

“다수의 목격 정보가 있습니다. 데 릭로우스를 탄 자들이 온종일 산을 랐다더군요. 게다가 최강현 그 작자 는 명성 높은 연합기사단 자리도 마 다하고 행방불명된 자 아닙니까. 상 상 이상의 짓거리를 해도 이상할 게 없지요.”

“여기서 누가 최강현의 얼굴을 안 다고 했지?”

“저희 모두 연합 기사단 창단 행사 때 참가해서 한 번씩 인사하긴 했습니다. 근데 동양인 얼굴이 거기서 거기다 보니 구분이 되어야 말이 죠동양인이 서양인 구별을 못하는 것 이상으로 서양인은 동양인을 구별하 지 못한다.

오죽하면 동남아인과 동아시아인을 구별 못할까.

정작 동양인끼리는 한중일 사람들 도 세세하게 읽어 내는데 말이다.

얼굴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 보니 단서는 ‘데릭로우스에 타고 있 는 자’로 한정되었다.

사이런스는 가장 단순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어쨌든 데릭로우스에 타고 있단

것만은 확실하니까 데릭로우스부터 찾아.”

“2인 1조로 갑니까? 3인 1조로 갑 니까?”

“2인 1조. 발견하면 소리잔으로 연 락 쳐.”

“알겠습니다. 다들 들었을 거라 생 각하고 바로 움직이겠다. 2인 1조로 움직여.”

사이런스가 부관 한 명을 대동하 고,나머지 부관들이 2명씩 짝을 지 어 뿔뿔이 흩어졌다.

도심 한복판 대신 첩첩산중을 전장 으로 택하여 적의 포위를 미연에 방 지한 것까진 좋다.

다만 적이 사이런스를 찾기 힘든

것처럼,사이런스도 적을 찾기 힘들 다.

서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 에 먼저 적을 발견한 쪽이 유리한 건 당연지사다.

리스크를 떠안는 한이 있더라도 정 보전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사이런스 일행은 기밀함을 바탕으 로 최강현 사냥에 나섰다.

그들 말로는 늑대 사냥이라 이름을 붙여 두었다.

유명한 동물학자 어니스트 시튼이 한 말이 있다.

늑대를 잡는 과정은 사냥이 아니라 전쟁이라고.

하물며 그들이 잡으려 하는 건 평

범한 늑대가 아니라 로보급의 늑대 다.

로보는 블랑카라도 미끼로 쓸 수 있었지,강현의 블랑카는 가히 적수 를 찾기 힘든 고수이기까지 하다. 그들이 감히 누구를 잡으려 드는지 자각조차 못하고 있다.

하긴 그 사실을 모르니까 강현을 잡겠다는 허황된 꿈을 안고 쥬리안 까지 온 거겠지.

태양이 서산 끝에 턱을 될 무렵.

사이런스는 소리잔을 통해 부관으 로부터 낭보를 전해 받았다.

- 단장님,발견했습니다. 서쪽 계 곡 상류에 데릭로우스를 탄 무리가 야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려고 아예 쥬리안으로 돌아가지 않고 야영을 하기로 했나 보네.”

- 멍청한 녀석들입니다. 수색하러 나와선 야영지에 불을 피우고 있습 니다.

“야습할 거면 해 보라는 거겠지. 거기가 어디라고 했지? 서쪽 계곡 상류?”

- 네,낮은 봉우리에 자라 있는 소 나무를 이정표 삼아 넘어오시면 됩 니다.

“금방 갈 테니까 다른 부관들한테 도 연락 치고 녀석들 동향 계속 주 시해.”

수색 중인 주제에 불까지 피워?

아주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구만.

우리 사랑스런 쿠크리가 피 맛이 동한다는데 배불리 포식시켜 줄 수 있겠네?

사이런스는 부관을 데리고 지정된 장소로 은밀히 이동했다.

지정된 장소에 도착할 즈음,서산 엔 태양 대신 달이 턱을 괴고 있었 다.

계곡의 바위 위에 납작 엎드려 있 던 부관을 발견하여 다가가자 부관 이 입에 검지를 대었다.

“소리 주의해 주십시오. 놈들이 막 식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강현은 있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동양

인 몇몇이 소고기 육포를 뜯고 있습 니다. 저 중에 한 명이 아닐까요?”

“소고기 육포에,소고기야채스프에, 소고기 스테이크까지 준비 중이네. 육식 계열이란 걸 아니까 더 매력적 으로 느껴지는걸?”

그듬달이 구름으로 얼굴을 포옥 감 싸나니.

습격하기 좋은 밤이로구나.

사이런스는 부관들이 모두 집결한 것을 수차례 확인하곤 손가락 세 개 를 펼쳐 들었다.

3초 후 돌입하겠다는 수신호였다.

이내 곧 사이런스의 손가락이 카운 트를 세듯 하나씩 접혔다.

3, 2, 1.

카운트가 0에 도달하면서 사이런스 와 부관들이 은밀하게 계곡 아래를 향해 돌진했다.

스스스숙!

더불어 계곡 아래에 있던 자들 역 시 반응했다.

계곡 아래에 있던 자들은 입으로 가져가려던 스테이크를 신성한 물건 모시듯 불판 위에 되돌려 놓았다. 동시에 무기를 들고 갑작스러운 야 습에 대응했다.

“로산 지역장님! 야습입니다! 산적 놈들로 보입니다!”

“신성한 식사를 방해하다니 간덩이 가 부었나 보구나. 상대를 잘못 골 탔다는 걸 알려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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