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97화 (297/381)

297화

크레인 공국 북서부에 위치한 기다 란 산맥.

데릭로우스를 탄 무리가 산줄기를 따라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북부 산맥을 따라 남하하며 쥬리안으로 이동 중이었다.

“로산 지역장님,사흘만 더 이동하 면 쥬리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 다.”

데릭로우스를 타고 있던 무리는 로 산과 그의 디스트로이였다.

그들을 안내하고 있는 자는 디벨롭 의 뒤를 이어 차원관리자가 된 뎀바 란 이름의 아프리카 출인 이세계인이었다.

뎀바가 남은 거리를 계산하여 시간 을 알려 줬건만 로산은 대꾸 한 마 디 하지 않았다.

차원관리자라 해 봤자 지부장과 디 스트로이 중간급에 속하는 직위이기 에 지역장과는 하늘과 땅만큼의 격 차가 있었다.

무엇보다 등 뒤에서 1명의 그랜드 마스터와 5명의 마나 마스터가 한꺼 번에 움직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압박감이 장난 아니었 다.

‘미쳤군. 병사만 4? 5천 정도 주어 지면 일국도 멸할 수 있는 전력이 야. 카니발에서 난리가 났다고 들었는데 지역장을 하위차원으로 보내? 본부에선 뭘 생각하고 있는 거지?’

뎀바는 하위차원 정복 프로젝트를 전해 듣지 못했다.

기밀유지 차원에서 알려 주지 않은 것이었다.

차원관리자에겐 알려 주지 않을 정 도의 기밀인데다,하위차원의 소국 정도는 가볍게 정복할 전력이 투입 되었다.

자세히는 몰라도 한바탕 폭풍이 몰 아칠 거란 것만큼은 분명했다.

뎀바로선 맡은 바 역할인 안내역만 마치고 로드의 협곡으로 돌아가고픈 마음뿐이었지만 말이다.

‘말이 너무 없어서 신경 쓰여. 계

속 감시당하면서 안내하는 것 같단 말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신경 쓰이 는 건..

로산과 디스트로이들이 여행길 내 내 소고기 육포를 질겅질겅 씹어 대 고 있다는 점이다.

‘로산 지역장님은 인도인에 힌두교 인 아녔나? 힌두 계통은 소를 안 먹는 걸로 아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

더군다나 소고기 육포는 간식에 불 과하다.

이 사람들 아침,점심,저녁으로 소고기 요리를 먹는다.

물론 로산에게 하위차원의 화폐가 있을 리 없다.

이러한 까닭에 모든 경비는 뎀바에 게 주어진 예산으로 해결하고 있었 다.

전쟁 때문에 소고기 값이 얼마나 치솟았는지 아냐고. 안 그래도 쥐꼬 리만 한 예산인데 더 허리띠 졸라매 게 생겼네.

뎀바는 로산이 소고기만 고집하는 것이 너무 신경 쓰였다.

“저기,로산 지역장님. 뭐 하나 물 어봐도 되겠습니까?”

질겅질겅.

“말하게.”

“힌두교인이신데 소고기를 먹어도 되는 건지……. 아! 오해는 마십시 오. 너무 궁금해서 그만……

역린이라도 건드렸나?

로산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아! 물으면 안 되는 거였구나!

지역장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난 이 제 죽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킬 즈음.

로산이 기가 막힌 대답을 내놓았 다.

“소는 신성함과 동시에 맛있을 수 도 있다네.”

아,그러십니까.

소가 맛있긴 하지.

먹을 때 신성하게 먹기도 하고.

그건 일반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문구겠는데요?

가장 큰 호기심이 충족된 덕에 가 슴이 뚫어뻥처럼 뻥 뚫렸다.

템바는 괜히 더 질문했다가 책잡힐 까 싶어 질문을 삼갔다.

대신 쥬리안까지의 남은 시간만을 되풀이해서 중얼거렸다.

“앞으로 사흘. 앞으로 사흘. 앞으로 사홀.”

*

“쥬리안까지 사흘 남았습니다,사 이런스 단장님.”

“아휴? 싫어라. 꼭 산속으로 이동 해야겠어? 엄머엄머,뱀이 왜 아직 도 있니? 땅에 들어가서 두더지랑 뽀뽀할 계절 아니니?”

“하도 산짐승을 많이 잡아먹어서 늦게까지 월동 준비를 하고 있나 봅 니다. 사흘만 참으십시오. 쥬리안에 도착해서 최강현의 목만 따내면 돌 아갈 땐 편할 겁니다.”

며칠 전,사이런스는 크레인 왕궁 에 심어 놓은 밀정을 통해 무명의 마나마스터 정체가 강현이라는 걸 알아냈다.

뿐만 아니라 강현이 쥬리안으로 갔 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래서 사이런스는 4명의 보좌관들 만 이끌고 남부전선을 이탈하여 쥬 리안으로 가고 있었다.

사이런스가 마나마스터라지만 적국

한복판을 고작 5명이서 이동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안전하게 이동하려면 인적이 드문 길을 이용해야 했다.

그중에서도 쥬리안까지 이어지는 안전 루트는 산기슭을 통해 이동하 는 길밖에 없었다.

마을 한 번 안 들르고 산으로만 이동한다고 해 봐라.

자연인 저리 가라 할 고행이다. 단장이 된 이후로 편한 생활만 즐 겨 온 사이런스에겐 광야 40일 일 주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정이었다.

“최대한 빨리 갈 순 없겠니? 하루 라도 더 빨리 산행 생활을 마감할 방법을 내놔 봐.”

“이게 최대 속도입니다. 사흘만 참 으십시오. 최강현의 목만 따면 됩니 다.”

보좌관들이야 강현의 목만 따면 해 결될 일이라지만 사이런스의 생각은 그 너머까지 뻗어 있었다.

“얘 좀 봐? 목만 따면 거기서 끝 이니? 쥬리안에 리넬슨 있는 거 잊 었어? 개네들이 덤벼드는 것까지 생 각해야지?”

“최강현,그놈의 목적이 뭔질 모르 니 작전을 짜기도 애매하고……

“뻔하지. 배를 타고 한번에 오크 평원까지 가서 황궁에 합류하려는 거 아니겠니?”

“자칫 잘못하면 놈은 놈대로 놓치

고 헛걸음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우리가 쥬리안 으로 가고 있다고 정보를 흘리는 거 야.”

“무슨 소리십니까? 일부러 위험을 자초하자고요?”

“얘? 말은 끝까지 들어. 가고 있다 고는 하는데 쥬리안 북쪽으로 들어 간다고 하는 거야. 그러면 놈들이 어떻게 나을까앙??”

“단장님의 실력이라면 놈들도 가볍 게 흘려 넘길 수 없겠죠. 저 같으면 북쪽 초소를 늘리고 정찰대를 파견 해서 소문의 진위부터 확인할 겁니 다.”

“잘 아네. 기사 양성소 교관들이

기뻐하겠어?”

“진위가 파악될 때까지 최강현도 대기하겠지요. 놈들 입장에서 단장 님을 상대하려면 최강현이 남아 있 어야 하니까요.”

거짓정보를 홀려서 최강현과 리넬 슨 자작의 병력을 쥬리안 북쪽에 있 는 산맥으로 끌어들이자는 뜻이었 다.

작전의 목적을 인지한 부관들이 눈 을 휘둥그레 뜨며 질문을 날렸다.

“설마 쥬리안 북쪽의 산맥에서 게 릴라 작전을 펼치자는 겁니까?”

“도심 한복판에서 싸우는 것보단 낫지.”

“이건 알아 두셔야 합니다. 일부러

우리의 움직임을 알리고 시작하는 만큼 위험이 따를 겁니다.”

“알아,알아.”

“그리고 작전 내내 산속에서 지내 셔야 하는 것도 잊으시면 안 됩니 다.”

“그건 좀 싫네? 후딱 가서 후딱 해치워 버리자. 여기서 못하겠다고 말하는 머저리는 없지?”

“무작정 쳐들어가는 것보단 낫겠군 요. 산중에선 퇴로를 확보하기도 좋 으니 매우 좋은 작전이라 생각됨니 다.”

“알았으면 당장 작전 시행해.”

“네,당장 밀정들을 통해 정보를 홀리라 명하겠습니다.”

사이런스는 밤무대의 퀸마냥 쿠크 리를 매단 끈을 좌우로 팡팡 당겼 다. 그러곤 입맛을 다시며 자신의 계책에 심취했다.

“산중 데이트는 오랜만이라 기대되 는걸?”

*

리넬슨 자작가에서 하룻밤을 보낸 강현과 김혜림은 이튿날 조선소를 찾아갔다.

바다 위의 명장도 배가 없으면 싸 우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해군에선 조선소와 항 만에 가장 많은 경계 병력을 배치한다.

적의 첩자가 방화를 꾀할 수도 있 고,첫 전투에서 아수라장을 겪은 신참들 중 트라우마에 걸려 출정이 싫은 나머지 배에 불을 지르려는 경 우도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첩자보단 아군에 있는 고문 관들 때문에 배가 손실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러한 이유에서 조선소는 들어가 는 과정부터가 매우 까다로웠다. 허나 강현과 김혜림은 리넬슨 자작 의 배려 덕분에 몸수색 없이 정체를 감춘 채로 조선소에 들어갈 수 있었 다.

리넬슨 자작이 직접 지시하여 만든

드워프 전용 작업장으로 가자 데자 뷰를 일으키는 광경과 맞닥뜨렸다. 투응! 투응! 투응!

망치로 쇳덩이를 두드리는 소리, 정으로 돌 쪼개는 소리,수레차 바 퀴 굴러가는 소리.

대장간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소 리가 메트로놈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퍼진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이곳의 광경은 토르족의 대장간과 판박이 였다.

토르족들은 자신들을 드워프로 착 각하지 말라고 했다만,이리 보니 역시 같은 계열의 종족이 아니었던 가 싶다.

강현은 작업장 입구 근처에서 대패 질을 하고 있는 드워프에게 말을 붙 였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리넬슨 자작 님의 소개를 받고 온 자입니다만 여 기 책임자가 누구십니까?”

드워프는 대펫날이 틀어졌는지 대 패를 작업대에 강하게 내리쳤다.

광! 광! 광!

“에잉! 개인 도구를 가져올걸 그랬 어. 인간들 걸 쓰려고 했는데 영 시 원찮구만. 어이,형씨,방금 나 불렀 나?”

“리넬슨 자작님의 소개를 받고 왔 습니다만.”

“아아? 얘기 들었네. 안 그래도 왜

안 오나 싶었지. 뭘 부탁하고 싶은 가? 내게 말하게나. 견적을 봐줍 세.”

강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마룡의 허물로 만든 양날 도끼와 갑옷 조각 을 꺼냈다.

“이걸 재가공할 수 있을지 물어보 려고 왔습니다.”

“호오? 이거 참……. 재밌는 물건 이로구먼. 드래곤 스케일치곤 약간 물렁한 것 같고.”

“마룡의 허물입니다.”

“마롱? 에이션트급?”

“네. 가공할 수 있겠습니까?”

“쓰읍,본격적으로 하면 못할 것도 없는데 화로가 버틸지 모르겠군.”

작업장 입구에서 특이한 재료가 있 는 걸 알아첸 드워프들이 하나둘 몰 려왔다.

“뭐야뭐야? 무슨 일인데?”

“이 친구가 마룡의 허물이라면서 재가공을 할 수 있냐고 묻더라고. 드래곤 스케일과 비슷한데 프레로 방식으로 가공 처리가 되어 있는 물 건일세.”

“프레로 방식? 요즘 누가 그런 구 식 방식을 쓴데? 어디 나도 한번 보자. 보존 상태가 영 엉망이구만. 차라리 저온으로 장시간 가공하는 게 더 낫겠는걸.”

“그랬다간 내구도가 떨어져. 안 그 래도 프레로 방식 때문에 내구성 엉망인 걸 저온으로 달궜다가 누가 책 임지려고? 담금질 때 바사삭 부서지 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화로 세 개 거쳐서 3온 처리해.”

“오,그게 좋겠다. 근데 그랬다간 선박 작업 다 중단되는데 괜찮겠 어?”

“자작이 선박은 당장 급한 게 아니 랬잖아. 이쪽 친구 일 우선시하라고 하던데 괜찮지 않겠어?”

“괜찮으면 해 보자고. 드래곤 계열 재료는 오랜만이라 손이 근질근질 하구만.”

연구비 빵빵하게 지원 받은 공돌이 마냥 한껏 떠들던 드워프들이 강현 에게로 눈을 돌렸다.

짜리몽땅한 자들이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강현의 요구사항을 물었 다.

“거기 형씨. 이걸로 뭘 만들고 싶 은가?”

“검과 화살,갑옷을 만들고 싶습니 다.”

“다 만드는 건 무리일 걸세. 이거 처음 가공할 때 내구도가 떨어지는 방식으로 만들어서 재가공할 때 상 당량이 떨어져 나갈 게야. 무기는 만들어 줄 수 있는데 갑옷까진 무리 지 않을까 싶네.”

“갑옷 말고 보호대는 어떻습니까?”

“짜내면 토시 정도는 나오겠지. 팔 토시면 되나?”

“네. 가능하면 빨리 해 주셨으면 합니다.”

드워프들은 시간계산을 하느라 저 희들끼리 소곤거리더니 손가락 세 개를 척 내밀었다.

“사흘만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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