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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296화 (296/381)

296화

크레인 공국 항구도시 쥬리안.

쥬리안에는 명장이라 불리는 리넬 슨 자작이 있었다.

사실상 크레인 공국이 여태껏 공작 파의 공세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리넬슨 자작의 공로가 컸다.

공작파가 천공섬을 경유하지 않고 가이아 대륙 서쪽 바다를 통해 해군 을 보내면 곧장 공국 수도와 가까운 지방에 상륙할 수 있었다.

때문에 지금까지 공작파에선 적으 면 20척,많으면 80척에 달하는 대 규모 함대를 수차례 파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상상륙작전은 번번히 실패했다.

그 원인은 바로 리넬슨 자작으로 인한 패퇴였다.

내전 발발 이후 쥬리안은 단 한 번도 적의 상륙을 허용하지 않았으 며,내륙의 귀족들은 리넬슨 자작을 지원하기 위해 수많은 물자를 공급 해 주었다.

“3번 창고 목재 들어갑니다! 물자 넣고 보낸 분 이름과 해당 관청 날 인이 찍힌 서류를 제출해 주십시오! 공식 절차 없이 들어온 물자는 뇌물 이니 받지 말라는 게 리넬슨 자작님 의 방침입니다! 서류 제출 잊지 마 십시오!”

“오르비르 산에서 드워프 장인 분

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숙소는 벌써 꽉 찼는데 어디로 보낼까요!”

“귀하신 손님 분들이니까 저택으로 보내!”

“여보게,자작님께 이것 좀 보내 주어?”

“아이고,할머님. 마음은 알겠는데 집에 한 마리 남은 닭을 자꾸 전해 주시라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자작 님 매일매일 삼시세끼 잘 챙겨 드시 고 있으니까 닭은 할머니가 오래오 래 잘 키우세요.”

쥬리안 항구는 그야말로 가지각색 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 었다.

타 영지의 귀족들이야 리넬슨 자작

이 패전하면 공국 전체가 위험해지 기에 물자를 보낸다 치더라도,영지 민까지 리넬슨 자작이며 병사들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 주려고 애쓰는 중 이었다.

백성들의 존경은 물론,귀족계에서 도 능력을 인정받은 실력자.

도시는 전황의 바람을 타고 되려 호황을 이루고 있는데다 골목 구석 구석까지 활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강현은 김혜림과 함께 쥬리안 항구 롤 지나 시장으로 들어갔다.

“좋은 도시군.”

“전쟁 중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 도네요.”

“전쟁 덕에 호황을 누리는 곳이 생

기는 건 당연한 현상이야. 1차 세계 대전 때 미국만 봐도 알 수 있잖 아?”

가이아 대륙은 1제국 3공국 체제 를 유지하고 있다.

지도에 코딱지만 하게 그려져 있는 부족 국가나 약소 국가,아인족 국 가도 있긴 하다.

그래도 인간의 나라라고 부를 만한 국가는 기본적으로 1제국 3공국이 라 보면 된다.

그중 1제국과 2공국이 전시 중이 다 보니 남은 1공국이 유래 없는 호황을 맞이한 참이다.

유일하게 자국이 전쟁터가 되지 않 은 나라인 하니온 공국에선 브리니 아 공국과 크레인 공국에 식량과 광 석,기술자를 수출하여 막대한 골드 를 벌어들이는 중이었다.

“그거랑은 별개로 쥬리안도 호황인 건 마찬가지지.”

“바로 배를 수배하진 않을 거라 했 죠? 그동안 뭘 할 거예요?”

“마법물품 가게부터 들르지. 살 게 있어.”

전쟁이 일어나면 시장에서 누가 가 장 피해를 많이 볼까?

식료품 가게? 여관? 옷가게? 보석 가게?

아니,바로 마법물품 가게다.

마법물품 가게에 있는 대부분의 물 건이 무기로 쓰거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데 좋고,가게주인들 이 평소부터 보구를 매입하여 쌓아 두기에 전쟁이 일어나면 마법물품 가게의 물건부터 쓸어 간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으로 전시 에는 마법물품 가게의 물건을 평소 가격의 7할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매 입하도록 정해져 있긴 하다.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만.

쥬리안의 경우,시장에서 물자를 차출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기 때 문에 여전히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 었다.

강현과 김혜림은 시장을 돌아다니 다가 한 마법물품 가게로 들어섰다. 미닫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젊은 종업원이 우렁찬 목소리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마법물품 전문점 올리 밴더스입니다!”

가게 안은 온갖 마법물품과 보구로 가득 차 있어서 종업원의 안내 없이 둘러보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유리병 속에서 생물체도,물건도 아닌 것들이 달그락거리고 있었고, 가게 안쪽은 마법물품 전용 공방이 라도 되는지 보구에서 뿜어져 나온 마나가 크게 일렁이는 중이었다. 강현과 김혜림이 들어서자 천장에 달린 랜턴이 팩맨처럼 입을 뻐끔거 리며 양초를 켰다 꼈다를 반복했다. 젊은 종업원은 플라스크에 먹이를 주듯 성냥을 먹여 주며 재차 손님맞 이에 나섰다.

“에고고,반영구 랜턴에 밥 주는 걸 깜빡했군요. 이왕 말 나온 김에 반영구 랜턴 하나 구비해 두시는 건 어떻습니까? 불빛 색상을 자유롭게 조절 가능한 타입이라 저녁상에서 도! 침실에서도! 집 안 어느 곳에서 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좋답니다.”

“오호라,분위기 끌어을리는데 좋 단 거죠?”

“어떠십니까,사모님. 매번 집 양초 사다 놓기 부담스러우시죠? 성냥만 먹이면 평생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습기 제거랑 향초 대신 쓰기에도 좋 구요.”

“후후후,사모님 소리 들으니까 기 분은 좋네요.”

“하나 포장해 드릴까요?”

“근데 필요 없어요.”

“아……

똑부러지게 굴며 충동구매를 미연 에 방지하는 김혜림이었다.

정말 칼같이 거부하는군. 종업원 형씨,너무 무안해할 거 없어. 랜턴 으로 분위기 잡는 건 이미 시도했다 가 실패한 수단이거든.

강현은 무안해하는 종업원에게 용 건을 말했다.

“원격 조종이 가능한 폭탄형 보구 를 찾고 있다만.”

“폭발 능력이 있는 보구를 찾으시

는군요. 죄송하지만 해당 물품은 남 김없이 리넬슨 자작가에 납품했습니 다. 혹시나 입고해도 보안상 문제 때문에 허가 없이는 팔고 있지 않아 서요. 던전 공략에 쓰실 거면 용병 길드에 문의하시는 게 더 빠를 겁니 다.”

배를 주력 삼아 운용하는 해군에선 포탄과 화약이 주 공격수단이다. 물량이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혹시나 싶어 물어본 건데 없다고 하니 차선책을 택해야 했다.

“아니면 함정형 보구라도 괜찮은 데.”

“함정형 보구라면 재고가 꽤 남았 습니다. 구속 능력,마비 능력,시야 차단 능력,환각 능력이 있는데 하 나씩 다 살펴보시겠습니까?”

“전부 다 사도록 하지.”

“네,타입별로 하나씩 가져오겠습 니다.”

“그게 아니라 재고를 전부 가져오 란 뜻이었어.”

“네? 전부 다요?”

“그래.”

“양이 많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상관없어.”

작전에 쓸 함정형 보구는 많을수록 좋다.

이전에 기사단 생활을 하며 벌어 두었던 골드는 라벤더 상단에 맡겨 둔 터라,대륙 각지의 라벤더 상단지부에서 얼마든지 되찾아서 쓸 수 있기에 돈 문제도 없었다.

강현의 머릿속은 함정형 보구를 이 용해 작전에 활용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잠시 후,재고를 가지러 창고로 갔 던 종업원이 껑껑거리며 돌아왔다.

커다란 나무상자를 들고 왔는데 상 자 안에 함정형 보구가 수북하게 쌓 여 있었다.

어림잡아 20? 30개는 될 법했다.

W개쯤 있겠거니 해서 다 가져오 라고 한 건데 제법 양이 많았다.

20? 30개면 더 좋다.

그만큼 일이 더욱 수월해지니까. 강현은 가격을 치르기 위해 골드주머니를 들어 주머니 끈을 풀었다.

“보구를 구별할 감정서까지 주문하 겠어. 그렇게 했을 때 가격이 어떻 게 되지?”

“성급하시긴. 이제 첫 번째 상자입 니다. 앞으로 상자 4개 더 남았으니 까 다 가져온 후에 가격 계산하겠습 니다.”

“이런 게 4개나 더 있나?”

“네.”

함정형 보구만 100~150개…….

함정형 보구는 일회용이 많은데다 사용하기 까다롭기 때문에 팔려는 자는 많아도 살려는 자는 거의 없었 나 보다.

재벌마냥 전부 다 산다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었다.

옆에선 김혜림이 돈 낭비하지 말라

고 강한 눈총을 주고 있었다.

자존심 세우느라 전부 다 사 버릴 걸 걱정하고 있나 보군.

안 사니까 눈빛 거둬.

강현은 주문을 정정했다.

“한 상자만 사도록 하지.”

*

함정형 보구를 챙긴 다음에는 각종 생필품을 구매했다.

조미료는 무조건 많이 사 둬야 했 다.

카니발에선 조미료 구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향신료 고양이라는 좋은 생산 수단 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량이 썩 높지 않다.

푸드스톤이란 편리한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드스톤만으로 식사를 때 우고 싶진 않다.

푸드스톤은 패스트푸드 같아서 이 상하게 정이 안 간다.

무엇보다 요리 중 대화나 식사 중 대화가 생략되어 버리는 게 싫다. 사람이 살면서 밥 먹을 때 누군가 가 함께 있다는 것,누군가와 얘기 한다는 게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평 온하게 해 주는지 혼자 살아 본 자라면 누구나 절실히 느껴 봤을 것이 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엔 항상 번거로 움이 깃드는 법이다.

“간장 샀고,고춧가루 샀고,케첩이 랑 마요네즈,들기름,참기름……. 오케이. 다 샀어요.”

“한 통씩 더 사 두는 게 낫지 않 나?”

“이만하면 충분히 쓰고도 남아요. 아니면 아예 왕창 사서 카니발 가서 팔까요?”

“카니발에서 유통업만큼 적자 남기 기 좋은 사업도 없지. 클로징 포션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

“그냥 해 본 소리예요.”

“차라리 닭 튀겨서 파는 게 더 나 아.”

“기승전닭인 건 원래 세계나 카니 발이나 다를 게 없네요.”

필요한 물건을 모두 구매한 강현과 김혜림은 곧바로 리넬슨 자작가에 들렀다.

슈앙에게서 받아 온 소개장을 내미 니 금방 리넬슨 자작과 대면할 수 있었다.

“소개장은 봤네. 사정도 대강은 이 해했고. 자네 이름은 묻지 말라고 했으니 요구대로 묻지 않겠네. 대신 뭐라고 부르면 되겠나?”

“편하신 대로 불러 주십시오. 그보 다 배를 내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시기가 좋았군. 지난 해전에서 침 수 직전까지 갔던 배가 있네. 폐기 처분할 예정이었지만 함정용으로 쓸 거라면 겉만 멀쩡하게 보이도록 정 비해 주겠네.”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 전은 해상에서 펼칠 것이니 자작님 께 피해가 갈 일은 없을 겁니다.”

“하하하,신경 쓰지 말고 자네 일 에만 집중하게나. 드워프들이 지원 을 와 준 덕분에 선박 건조 시간이 절반가량 단축될 예정일세. 그건 그 렇고 자네들 며칠간 머물 곳은 있 나?”

“이제부터 구할 생각입니다.”

“차라리 여기서 묵게나. 데이낙스

백작님의 소식을 전해 받기도 편하 고,무슨 일 있으면 바로 대응하기 쉬우니 그게 안 낫겠나?”

“자작님께서 불편하지만 않으시면 그리하겠습니다.”

“하녀를 불러다 방을 준비하라 할 테니 기다리게.”

갑작스러운 일일 텐데도 굉장히 능 숙한 일처리 능력을 보여 주고 있었 다.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신뢰감을 느 끼게 하는 듬직한 인상인데다,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필요한 물자를 척 척 내놓는 게 마음에 들었다.

과연 서해안의 명장이라 불릴 만하 달까.

전쟁 전에는 평범한 항구도시의 귀 족이었다는데 지금은 거의 영웅으로 추앙 받는 수준이었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더니 그 말이 딱 들어맞는 인물이었다.

리넬슨 자작이 하녀를 불러다 손님 안내를 맡겼다.

하녀를 따라 나가려던 찰나.

강현은 문득 또 다른 용건을 떠올 리곤 리넬슨 자작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드워프들의 손을 잠시만 빌 릴 수 있겠습니까?”

“괜찮긴 하네만 뭐 부탁할 거라도 있나?”

“네,정비하고 싶은 물건이 있습니 다.”

“내 미리 전해 둘 테니 오늘은 쉬 고 내일 찾아가 보게나.”

가이아 대륙에 내려오면 꼭 한 번 드워프에게 보여 주고 싶은 물건이 있었다.

제1신화급 웨이브를 공략할 때 얻 었던 물건.

마롱의 허물 갑옷 조각과 양날 도 끼.

두 물건을 재가공할 수 있을지 없 을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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