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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283화 (283/381)

283화

혈영구슬을 통해 매일 안부를 확인 하긴 했어도 실제로 얼굴을 맞대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특히 루나는 격하게 세이아나와의 재회를 반겼다.

“와아! 엄마다! 엄마엄마,나 엄마 없는 동안 이거저거 엄청 열심히 했 어!”

“오? 그래?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들어 볼까?”

“응! 하고 싶은 말 엄청 많아!”

세이아나가 그리폰을 아래로 몰아 니아 옆에 바짝 붙으며 루나와 오순 도순 재회의 말을 나누었다.

더불어 나란히 날게 된 제물용 독 수리와 니아도 간드러지는 울음소리 로 인사를 나눴다.

“삐 익?”

“끼유?”

“1베이이 의.”

“뀨우우.”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두 소환수 사이에 묘한 공감대가 형 성된 모양이었다.

루나에 이어 김혜림과도 재회 인사 를 마친 세이아나는 하강할 준비를 갖췄다.

“여기서 계속 있을 순 없으니까 아 래로 내려가자. 언더그라운드로 안 내할게.”

“하고 싶은 말,듣고 싶은 말 둘 다 많아. 필담은 불편해서 오래 할 만한 건 못 되더군.”

“동감이야. 모름지기 사람은 얼굴 맞대고 얘기하는 게 최고 아니겠어? 먼저 내려갈 테니까 따라와.”

세이아나가 먼저 지상으로 향하고, 강현 일행이 그 뒤를 따랐다.

지상에 착지한 세이아나는 그리폰 을 소환석 상태로 되돌리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어디 보자. 입구가 어디더라? 여 긴 들어갈 때마다 헷갈린다니까.”

개미굴 입구처럼 수도 없이 많은 구멍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길을 찾 는 세이아나였다.

그녀는 한참을 이 구멍 저 구멍 옮겨 다니나 싶더니 어느 구멍 앞에 서 멈춰 섰다.

“여기다! 얘들아,이리로 와! 여기 야 여기!”

마찬가지로 지상에 착지한 강현은 드림윙을 해제하고 니아를 소환석으 로 되돌렸다. 그러고 나서 김혜림, 루나와 함께 세이아나가 있는 곳까 지 걸어갔다.

세이아나가 입구라고 지목한 구멍 은 지극히 평범한 지하동굴 입구였 다.

달리 언더그라운드 입구란 표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눈에 띄는 특이 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세이아나는 눈치 좋게 강현의 의문 을 읽곤 구멍 안쪽 깊숙한 곳을 가 리 켰다.

“구멍 안쪽을 매직아이 하듯이 보 면 UG라는 글자가 보여. 그걸 보고 입구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거지. 가 끔 U GG라고 적힌 곳도 있는데, 거긴 함정이 있는 곳이니까 혹시나 또 들를 일이 생기면 주의해.”

알려 준 요령대로 매직아이를 해 보니 어렴풋하게 UG란 글자가 보 였다.

앤트 평원에는 언더그라운드로 들 어가는 문이 여러 군데 있으며,들 어가는 입구는 주기적으로 바꾸고 있었다.

또한 입구 위치를 알기 위해선 특 정 루트를 통해 위치에 대한 정보를 구입해야 해서 어지간해선 쉽사리 접근하기 힘든 구조였다.

강현은 세이아나와 함께 구멍 안으 로 발을 들이며 입을 열었다.

“투옥된 것치곤 굉장히 편하게 지 내더군.”

“뭐가? 설마 커뮤니티 지하감옥에 갇힌 거 말하는 거야?”

“그거 말고 뭐가 더 있겠어?”

“상황을 잘 이용하다 보니까 그리 되더라고. 여간 고생이 아니었어. 완 전히 오물과 함께하는 탈출극이었다 니깐. 본부에서 나올 때 하수구로 나오고,바빌론 쉘터에서 나을 땐 쓰레기더미에 숨어서 나왔거든. 나 중에 가니까 얼마나 악취가 심하던 지 절인 청어 저리 가라더라고.”

강현이 옆으로 한 발자국 물러나 자,세이아나가 자지러지게 웃으며 검지로 눈가를 닦았다.

“아하하하! 지금은 냄새 안 나. 오 랜만에 봐도 사람 놀리는 건 여전하 네.”

“혹시 모르지. 그 뒤로 잘 안 씻었 으면 남아 있을지도.”

“어머,연꽃이 늪에 빠진다고 향이 지워지는 거 봤어? 나 원래 향기 나는 여자야.”

“연꽃도 시들면 향을 잃는 건 마찬 가지라고 알고 있거든.”

“늙었다는 말 금기인 거 잊었나 보 네. 누나 화나면 무서운 거 알지?”

세이아나가 강현의 목에 팔을 휘감 으며 강하게 힘을 주었다.

신장 차이 때문에 헤드락을 걸기보 단 세이아나가 매달린 꼴이 되었지 만 말이다.

경사진 지하동굴 통로 안으로 들어 갈수록 통로가 어두컴컴해졌다.

빛이 들지 않아 어두운 나머지 벽 을 더듬으며 이동해야만 했다.

얼마쯤 통로 안으로 들어가자 서서 히 발광이끼가 심어진 구간이 나타 났다.

발광이끼의 불빛을 형광등 삼아 이 동하다 보니 막다른 길에 도착했다.

“다 왔어. 문 열어 달라고 할 테니 까 조금만 기다려.”

세이아나는 길을 막고 있는 벽을 노크하듯 두드렸다.

겉보기엔 돌로 이루어진 벽인데 노 크를 하자 나무 문을 두드린 듯 경 쾌한 소리가 울렸다.

똑똑똑!

벽 너머에서 방문자 확인용 시야 칸막이가 열리면서 누군가의 눈동자 가 드러났다.

눈동자는 문 앞에 선 이들의 정체 를 확인하다가 세이아나에게서 멈추 었다.

“어이쿠,누님이셨군요. 볼일 있으 시다더니 벌써 돌아오셨습니까?”

“볼일 보고 온 거니까 빨리 문이나 열어.”

“네,누님!”

누님이라…….

듣기로 언더그라운드는 거대 지하 도박장이라 했다.

커뮤니티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단체인데다,은밀하게 몸을 숨기고 있는 자들이다.

세이아나와 언더그라운드.

평범한 관계는 아닌 것 같다.

세이아나가 그랜드 마운틴의 주민 들을 데리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이곳으로 온 것도 그렇고,누님 대 접을 받고 있다는 것만 봐도 보통 인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막다른 길처럼 꾸며져 있던 벽이 옆으로 밀려나며 통로가 이어졌다. 안쪽에선 우락부락한 건달 인상의 사내들이 양쪽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세이아나를 맞이했다.

“오셨습니까,누님!”

세이아나는 익숙한 듯 간단한 손짓 만으로 인사를 받으며 말을 꺼냈다.

“내 손님들이야. 나라고 생각하고 깍듯이 대우해 줘.”

“예!”

“재욱이는 어디 있어?”

“오너라면 VIP접대 중입니다. 1시 간 뒤에 끝나지 않을까 싶은데,나 중에 누님이 찾으셨다고 전해 드리 겠습니다.”

“당장 튀어오라고 해. 그 녀석 사 무실에 있을 테니까 바로 그리로 데 려와. 그리고 애들 배고플 테니까 주방 가서 요깃거리 올리라고 전해 줘.”

“지금 당장요?”

“VIP접대라 해 봤자 많이 딴 놈한 테서 돈 회수하는 거잖아. 10분 내 로 안 오면 그 녀석 보구 컬렉션 다 박살 내 버린다고 전해.”

“껍,누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야 일단 전하긴 해 보겠습니다.”

건장한 사내들이 세이아나에게 쩔 쩔매며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정작 세이아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 는 양 강현 일행에게 손짓을 했다.

“사양 말고 안으로 들어와. 내 집 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행동해.”

지하도박장 내부는 원래 세계의 카 지노 못지않은 화려함을 자랑했다. 발광이끼를 작게 뭉쳐다 금속 틀에 박아선 상들리에처럼 달아 놓았고, 벽과 바닥을 매끈하게 닦아 놓아 깔 끔한 분위기를 조성해 두었다.

지하 1층은 카페테리아와 술집 바, 전당포,물물교환소,세탁소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로타리 형식으 로 둥글게 길을 뚫어 놓았기에 지하 1층 중앙 전체가 광장처럼 널찍했 다.

광장에선 많은 방문객들이 드나들 었고,그 사이에서 광대들이 재주를 넘으며 분위기를 달구고 있었다. 알려지지 않은 음습한 지하에 이리 번화한 장소가 있을 줄은 몰랐다. 강현은 언더그라운드의 특징을 찬 찬히 관찰하다가 입을 열었다.

“공략한 지하던전을 통째로 개조한 건가?”

“맞아. 지하 1층은 편의시설,지하

2층은 숙박시설, 지하 3층은 도박시 설이야. 원래는 커뮤니티에서 세금 못 낸 사람들 지내게 하려고 만들어 놓은 피난처인데,나중에 와 보니까 지하도박장이 되어 있더라고.”

“너도 모르게 지하도박장으로 바뀌 었다는 말로 들린다만.”

“당시에 그랜드 마운틴 월터 설립

초창기여서 많이 바빴거든. 여기로 피난 온 사람들 지키라고 보냈던 디 스트로이가 지하도박장으로 만들고 싶다길래 지하 시설이 하나쯤 있어 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뒤를 봐줬 지.”

언더그라운드의 규모는 여느 8성급 쉘터 수준이라고 한다.

커뮤니티도 언더그라운드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특별히 불온한 움직임 을 보이지 않는 이상 가만히 놔두자 는 입장이다.

언더그라운드엔 커뮤니티 소속의 단골들이 많은데다,그들에게 상당 량의 뒷돈을 쥐여 주고 있기에 언더 그라운드는 커뮤니티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조작해 주고 있다.

강현 일행은 지하 1층을 지나 지 하 2층의 숙박시설을 거쳐 지하 3 층으로 내려갔다.

앞서 세이아나가 말했던 것처럼 지 하 3층은 도박 시설이었다.

그러나 상상했던 것과 같은 도박장 은 아니었다.

지하 1층,2층이 카지노에 딸린 시 설처럼 꾸며 놨던 터라 지하 3층도 카지노 같은 풍경이라 예상했었다. 슬롯머신까진 아니더라도 룰렛과 포커,바카라,크랩스,블랙잭 테이 블 등등 카지노라면 응당 갖추고 있 을 시설이 있을 거라 여겼었다.

헌데 예상과 다르게 지하 3층에는

지름 1미터짜리 대형 혈영구슬이 다 수 설치되어 있었고,한 켠에는 트 랙이 설치되어 있어 소환수를 이용 한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혈영구슬 주변에 모여 구 슬에 비치는 영상을 구경하거나,트 랙 주변에서 소환수들의 레이스를 관람하는 중이었다.

“뛰어! 더! 더! 아이고! 그리폰이 어떻게 놀보다 느릴 수 있냐고! 3번 레이스 종쳤네 젠장!”

“공략법 거기 적혀 있잖아! 거기 거기! 나무표지판 뒤에! 미치겠네. 이러다 내 10만 CP 날아가게 생겼 어!”

“야야야! 저쪽에 꿀배당 떴어! 일

단 걸고 와서 다시 관람해!”

“혈영구슬은 2폴 이상 묶어야 걸 수 있잖아,확률로 따지면 얼마 안 돼,차라리 소환수 레이스 복승에 걸어.”

지하 3층에 있는 사람들은 충혈된 눈으로 도박 용어를 남발하며 환전 소와 매표소를 들락날락했다.

자세히 보니 혈영구슬에선 던전에 들어간 공략대가 비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공략대가 던전을 공략하 는 걸 보며 누가 더 빨리 공략하니, 왜 내가 건 공략대는 이리 느리니 하는 얘기를 하였다.

한 던전에 여러 공략대가 들어가서 누가 먼저 공략하는지를 두고 도박을 하고 있던 것이다.

이름하여 던전 레이스란 도박이었 다.

카니발식 카지노의 독특한 도박 방 식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던전으로 도박을 할 생각을 하다 니 사람이란 참……. 오락에 살고 오락에 죽는 존재로군.”

“이게 해 보면 은근히 재밌거든. 배울 점도 많고.”

“포커 같은 일반 도박은 운영하지 않나 보지?”

“어랍쇼? 너라면 왜 일반 도박이 없는지 바로 알 줄 알았는데 짐작이 안 가나 보네.”

“스킬로 속임수를 쓸까 봐?”

“빙고. 잘 아네.”

“혹시나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물어봤을 뿐이야.”

던전 레이스는 굉장히 잘 만든 도 박이라 할 수 있었다.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언더그라운드 주변의 지하던전들을 정리할 수 있 으니 말이다.

더구나 던전 레이스에 참가하는 선 수들은 언더그라운드 소속이다.

던전을 공략하며 도박 거리를 제공 함과 동시에 언더그라운드의 군사력 을 강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공략대 중에서 강한 공략대일수록 인기가 많아 언더그라운드의 스타가 될 수 있고,던전 레이스 우승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에 동기부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세이아나는 후끈한 공기로 가득 찬 공간을 가로지르며 매표소 뒤쪽으로 향했다.

“해 보고 싶으면 말해. 아,공략하 는 쪽이 아니라 돈 거는 쪽 말한 거 알지?”

“하라고 해도 안 해.”

매표소 뒤쪽에는 도박장 스태프를 위한 사무실과 휴게실이 있었다.

언더그라운드의 오너라는 황재욱을 기다리기 위해 그의 사무실에 들어 가려던 찰나.

등 뒤에서 혈영구슬을 들여다보던 도박꾼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빅터가 1등이야! 이 자식,만년 꼴지가 웬일로 1등이래?”

“와우! 대박 땄다! 빅터 이 자식 사랑한다!”

“나이스! 배당 24배짜리구만! 빅터 녀석 언젠가 한번은 1등할 거라 여 겼다니까.”

쏟아져 나오는 레이스 1등의 이름.

그 이름이 너무나도 익숙하다.

벤젠 기사단 부단장이었던 자의 이 름과 똑같지 않은가.

빅터란 이름이 흔하긴 하다만 그래 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긴다. 강현은 세이아나를 따라가다 말고 뒤로 돌아 사람들이 모여 있는 혈영 구슬을 보았다.

큼지막한 혈영구슬 안에선 강현이 아는 낯익은 인상이 비치고 있었다.

“빅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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