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화
그림이 몬스터로 구현화해선 강현 일행 주위를 포위했다.
그림을 몬스터로 만들 수 있는 스 킬 ‘아트 서번트’.
바로 제례미를 북서부 지역장으로 만들어 준 스킬이었다.
아트 서번트에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
1. 아트 서번트 습득자는 가진 마 나를 소모하여 ‘서번트 물감’을 만 들어 낼 수 있다.
2. 아트 서번트 습득자는 서번트 물감으로 그린 그림을 구현화할 수 있다. 구현화한 아트 몬스터는 소환자의 스텟에 비례하여 강한 신체능 력을 지닌다.
-공격 스텟이 높을수록 아트 몬스 터의 근력이 높아진다.
-회피 스텟이 높을수록 아트 몬스 터의 몸놀림이 빨라진다.
-실드 스텟이 높을수록 아트 몬스 터의 실드량이 많아진다.
-회복 스텟이 높을수록 아트 몬스 터의 회복력이 높아진다.
-마나 스텟이 높을수록 한꺼번에 소환할 수 있는 아트 몬스터의 숫자 와 조종범위가 늘어난다.
(소환한 아트 몬스터가 조종범위를 벗어나면 저절로 소환이 해제되어 땅바닥에 스며든다. 최소한 인물,동물,식물로 인식할 수 있는 그림이 어야만 소환 가능하다. 아트 서번트 의 몸은 무조건 돌로 이루어진 형태 로 구현화된다).
예술의 도시란 간판을 내세운 엔티 티엔의 진실.
엔티티엔은 제례미가 언제 어디서 든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는 요새였 던 것이다.
구현화된 아트 몬스터들은 화가의 그림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 다.
코믹스의 기법으로 그린 거인들은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양 그림체 그 대로 거인이 되었고,바닥의 거북들 은 실물처럼 섬세하게 그려 놓았기에 실물과 같은 모습을 띠고 있었 다.
먼저 땅을 기던 거북들이 일제히 튀어 올라 강현 일행을 물어뜯으려 했다.
겉모양만 거북이지,몸놀림은 날랜 제비마냥 재빨랐다.
그에 대응하여 강현은 빙백검에 마 나를 듬뿍 부여하여 빙결 오오라를 활용했다.
쩌저저적!
빙백검의 검신에서 한기가 풀풀 일 어나면서 빙결 오오라를 한껏 발산 했다.
거북 몬스터들의 등껍질이며 머리, 팔다리에 서리가 맺히면서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기세 좋게 달려들던 거북 몬스터들 이 제자리에서 얼음상이 되어 땅바 닥을 굴렀다.
제례미는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뀌 며 강현의 대응에 역수를 두었다.
“흥,조잡한 수를 쓰는군. 엘레멘탈 실드!”
엘레멘탈 웨펀의 실드 버전인 엘레 멘탈 실드.
엘레멘탈 실드를 발동하면 화,수, 풍,토 네 가지 속성 중 한 가지를 지정하여 해당 속성에 면역이 된다. 스킬의 효과는 시전자 본인뿐만 아 니라 시전자의 소환수에게도 적용된 다.
엘레멘탈 실드의 효과에 의해 거북 몬스터들의 몸을 가두고 있던 얼음 이 증발했다.
거북 몬스터들이 전열을 가다듬으 며 강현 일행에게 재차 달려들었다. 강현은 빙백검을 검집에 꽂아 넣고 몽환검을 빼어 들며 횡으로 크게 그 었다.
후응!
거북 몬스터들은 몽환검에 걸리는 족족 무 썰리듯 베여 나갔다.
동강 난 거북 몬스터들의 파편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며 물감으로 되돌 아갔고,새똥 떨어지듯 바닥에 철픽 철퍽 떨어져 내렸다.
거북 몬스터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
갔지만,제례미는 여전히 자신의 우 세를 점쳤다.
거북 몬스터가 미끼가 되는 동안 내벽의 거인 몬스터들이 모여들었 다.
확실히 강현의 공격 능력은 강력하 다.
제례미의 실드 스텟 수치가 약
2, 000인데 똑같은 실드량을 가진 아 트 거북을 단번에 베어 낸 것만 봐 도 강현의 공격력을 가늠할 수 있 다.
허나 거인들의 몸집을 감안하면 거 북처럼 쉬이 없애진 못할 거다.
10미터 높이로 그린 벽화에서 구 현화된 10미터 거구의 거인 몬스터들이 강현 일행을 둘러쌌다.
거인 몬스터들은 집단 린치를 하듯
강현 일행에게 거침없이 발을 내리 찍었다.
쿵! 쿵! 쿵! 쿵!
거인 몬스터들이 거대한 몸집으로 부산하게 발길질을 하다 보니,강현 일행의 모습이 가려져서 보이지 않 았다.
제례미는 강현이 이 정도에서 끝나 지 않을 거라 예감했다.
고작 이 정도에서 끝날 자라면 본 부에서 위험인물로 지정하지도 않았 을 거다.
북쪽 관문에서의 전투는 놈을 자극 하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하다.
제례미의 머릿속에선 장기전으로 끌고 가서 천천히 강현 일행을 사냥 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데릭로우스의 머리를 돌려라. 놈 들이 거인을 상대하는 동안 시가지 로 돌아간다.”
강현이 제례미를 쫓아 시가지로 따 라 들어오기만 해도 전투는 끝난 거 나 다름없다.
시가지에 그려진 수많은 벽화가 제 레미의 소환수로 화하여 강현을 노 릴 것이고,조직원들을 시켜 개인적 으로 소장하고 있던 수천 점의 그림 을 골목마다 배치하라고 시켜 두었 다.
제례미가 한꺼번에 소환할 수 있는
아트 몬스터의 숫자는 50마리. 시가지에 돌입하기만 하면 아트 몬 스터가 당할 때마다 계속 숫자를 보 충하여 장기전에 돌입할 수 있다.
거기다 언제든지 놈에게 스킬 봉인 을 걸 수 있도록 스킬 봉인 함정을 설치해 두라고 일러 두었다.
강현이 대륙에서 손꼽히는 실력자 라 할지라도 스킬이 봉인된 상태에 서 아트 몬스터를 모두 감당하긴 어 려을 거다.
시가지까지만. 놈을 시가지까지만 유인하기만 하면 된다.
제례미는 디스트로이들을 이끌고 시가지로 향했다.
헌데 후방에서 따라오던 디스트로
이들이 황급하게 제례미를 불렀다.
“제레미 지역장님 큰일입니다! 벌 써 놈들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거인 몬 스터만 20마리를 붙여 뒀다. 벌써 처리했을 리가 있겠느냐.”
“믿기 힘드시겠지만 정말입니다! 뒤를 보십시오!”
제례미의 총 스텟은 약 7, 000.
한데도 제례미의 스렛에 비례한 근 력과 실드,민첩함을 가진 거인 몬 스터들이 벌써 당했다고 한다.
거인 몬스터들이 공격을 개시한 지 몇 초나 됐다고 벌써 당했단 말인 가.
제례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뒤를 힐끗 보았다.
강현 일행이 있는 장소에서 굵직한 산성액 물줄기가 뻗어 나와 거인 몬 스터들을 녹여 내고 있었다.
“애시드 필러! 애시드 필러!”
더구나 강현이 직접 나서지도 않았 다.
강현과 함께 있던 은발 꼬맹이가 스태프를 요리조리 뻗으며 혼자 거 인 몬스터들을 몰살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루나의 애시드 필러는 수 속성 마 법 스킬이다.
모비딕 스태프의 효과에 의해 수 속성 스킬은 공격 스렛x 10의 위력 을 낸다.
안 그래도 강력한 애시드 필러가
10배가량 강력해지면서,10미터 거 구의 거인마저도 일격에 녹이는 한 방 기술로 거듭난 것이다.
더불어 강현의 공격은 이제부터가 본방이었다.
녹아내리는 거인 몬스터 사이에서 한줄기 빛이 솟구쳤다.
빛의 정체는 드림윙을 펼친 강현이 었다.
강현은 제례미와의 거리를 좁힐 것 도 없이 공중에서 스킬을 발동했다.
“투영을 시험해 보기 딱 좋은 무대 로군.”
신화급 웨이브에서 나온 이후로 전 투라곤 한 번도 없었기에 투영 스킬을 시험할 기회가 없었다.
틈틈이 라이를 표적 삼아 풀어 놓 고 연습을 해 두긴 했지만 실전에서 쓰는 건 처음이었다.
강현은 몽환검을 곧게 쥐며 기본자 세를 취하곤 투영 스킬을 발동했다.
‘투영.’
투영 스킬은 손부터 손에 쥔 무기 를 원하는 지점에 원하는 크기로 투 영하는 스킬이다.
공격 스렛에 비례하여 투영체의 최 대 크기와 위력이 달라진다.
강현이 투영 스킬을 발동하자 제례 미의 이동경로 앞에 큼지막한 손과 5미터 길이의 굵직한 검이 투영되었 다.
강현이 제자리에서 몽환검을 가로 로 긋자 투영체 또한 강현의 움직임 을 따라 검을 가로로 그었다.
후우응!
투영된 검은 거친 후폭풍을 몰며 제례미와 디스트로이들을 향해 쇄도 했다.
제례미는 데릭로우스의 갈기털을 잡아당겨 급격히 방향을 꺾었다.
“젠장! 이런 기술이 있단 말은 없 었어! 모두 방향을 꺾어라! 무슨 능 력인지 모르는 이상 직격만은 피해 야 한다!”
그러면서 아공간 주머니에서 그림 한 뭉치를 꺼내 전방에 던지는 제례 미였다.
“아트 몬스터 소환!”
공모전을 통해 수집한 그림의 일부 는 제례미가 항상 소지하고 다녔다. 소지한 그림 중에서 가장 사이즈가 큰 그림들만 골라서 내던졌다.
특대 사이즈의 캔버스에서 몬스터 나 동물, 인간을 모델 삼아 그린 그 림들이 아트 몬스터로 구현화되었 다.
대략 20마리쯤 되는 아트 몬스터 가 늘어서며 제례미를 지키기 위해 몸으로 강현의 공격을 받아 냈다. 허나 아트 몬스터들은 종잇장마냥 투영검에 쓸려 나갔다.
서격! 서격! 서격!
방향을 꺾어 길을 벗어나 보리밭에
뛰어들던 제례미는 학을 뗄 수밖에 없었다.
아니,무슨 실드 스렛 2, 000 수준 의 몬스터들을 이리도 쉽게 벤단 말 인가!
한 마리도 아니고 수십 마리인데!
제례미의 공격은 통하지 않는데, 강현의 공격은 한 번을 막아 내기가 벅차다.
그건 곧 강현과 제례미 사이엔 넘 을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한다는 걸 의미했다.
제례미 본인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엔티티엔은 나만의 요새다. 내 요 새에서 내가 밀린다니! 인정할까 보냐!”
제례미가 발악하듯 부정해 보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투영검은 아트 몬스터를 베어 넘기 고도 약해진 구석 한 점 없이 제례 미에게로 날아들었다.
그때,제례미를 뒤따르던 디스트로 이들이 속도를 높여 제례미 옆에 바 짝 붙었다.
디스트로이들은 가진 방어스킬을 총동원하여 제례미와 투영검 사이에 뛰어들었다.
황금왕의 토시처럼 공격무효화 효 과를 지닌 스킬과 보구가 한꺼번에 발동하면서 투영검을 막아섰다.
투응!
디스트로이들은 공격무효화 능력을 둘러 몸으로 투영검을 억지로 막아 냈다.
그리고 필사의 각오를 드러내며 제 레미의 안전을 우선시했다.
“지역장님 지금입니다! 먼저 가십 시오!”
“저희 걱정은 않으셔도 됩니다! 금 방 뒤따라갈 테니 염려 붙들어 매십 시오!”
성격이 개차반인 지역장이라지만 그래도 상관이람시고 충의를 보이고 있었다.
정작 제례미는 부하들에게 눈길 한 번 안 주고 시가지로 달리고 있었 다.
디스트로이들에겐 그걸로 충분했 다.
제례미가 강현을 시가지로 끌어들 여 처리해 주기만 한다면 여기서 죽 는다 한들 헛된 죽음은 아닐 거라 여겼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려고 마음을 굳게 먹었으나 디스트로이들의 바람 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뒤늦게 강현의 공격이 공격무효화 능력을 관통하며 디스트로이들에게 강렬한 검격을 선사했기에.
푸확!
“크어억!”
“끄르르륵!”
“쿨력! 쿨럭쿨력!”
디스트로이들은 공격무효화인데 어 째서 타격을 입은 건지,어떠한 경 위로 자신이 쓰러지고 있는 건지 인 지조차 못하고 피를 뿜으며 고꾸라 졌다.
디스트로이들의 비명 소리를 들은 제례미는 그제야 뒤를 보며 부하들 이 전멸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위해 몸 바쳐 막아섰건만 애도는커녕 역정만 냈다.
“빌어먹을 것들! 못 막으면 차라리 나서질 말던가! 제기랄,비싼 봉급 만 처먹었지 쓸 데라곤 눈곱만큼도 없어!”
지부장으로 지내며 지역장들의 횡 포를 고스란히 목격해 왔던 제례미였다.
지역장의 자리란 제멋대로 해도 되 는 자리라고 인식이 박혀 있었기에 디스트로이를 소모품으로 여기는 건 당연하다고 여겼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자리가 지역 장이었다.
거머리가 떨어져 나간 자리에 다시 거머리가 붙은 격이다.
지역장이란 직책이 존재하는 이상 커뮤니티 개혁은 있을 수 없다는 걸 커뮤니티 본부는 알고 있을까. 알고는 있지만 적이 있는 한 지역 장도 있어야 하기에 손대지 못하는 걸 거다.
군 비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과 감하게 칼을 꺼내 들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제례미는 유인이 아닌 도주에 가까 운 형태로 시가지를 향해 달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비행중인 강현이 따라오지 않고 제례미가 물러나도록 놔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제례미는 강현이 추격하지 않는 걸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했다.
‘놈이 쫓아오지 않는다는 건 놈도 시가지에 들어서면 위험하다고 생각 하기 때문인가. 반대로 생각하면 시 가지 안에선 내가 더 유리하다는 게 입증된 셈이군.’
강현의 움직임을 통해 시가지에선
자신이 더 유리하다는 확신을 얻은 제례미였다.
무성하게 자란 보리밭을 헤쳐 나가 다 보니 시가지에 다다랐다.
유인이 아닌 도주에 가까운 형태였 지만 어쨌든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 다는 게 중요했다.
쉘터의 상공은 옅은 막으로 둘러져 있어 비행스킬을 가지고 있다 해도 나가지 못하며,유일하게 열어 두었 던 쉘터 남문도 닫아 둔 마당이었 다.
닫힌 쉘터를 여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다.
쉘터 주인을 죽이거나,관문을 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를 생포하여 열게 하거나.
현재 쉘터 안에 남은 자들 중 관 문 개방 권한을 가진 자는 제례미가 유일했다.
즉 강현이 나가려면 제례미를 제압 하는 수밖에 없다는 거다.
제례미는 미로처럼 뻗은 엔티티엔 시가지의 골목에 들어가선 조직원들 과 조우했다.
“그림 배치는 어떻게 됐느냐?”
“오셨습니까,지역장님? 어? 디스 트로이 분들과 함께 가셨던 거 아닙 니까?”
“그림 배치는 어떻게 됐냐고!”
“지,지시하신 대로 배치 완료했습 니다!”
“곧 놈이 올 테니 함정 보구란 함 정 보구는 전부 깔아 둬라! 그리고 놈에게 비행스킬이 있으니 공중전에 도 대비해야 한다! 날개가 달린 그 림은 전부 내 앞으로 모아 와! 지금 당장!”
“네! 당장 가져오겠습니다!”
윽박을 지르며 조직원들을 닦달한 제례미는 북쪽을 응시했다.
자,여기서부턴 나의 영역이다. 어디서 어떻게 올 것이냐?
공중? 지상?
얼마든지 와 봐라.
그간 쌓아 둔 나만의 군단을 총동 원해서 네놈을 무너뜨려 주마.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강현 일행의 모습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 다.
대신 북쪽에서부터 짠 내와 습기 섞인 바람이 밀려 들어왔다.
짠 내의 원인을 확인하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북쪽에서 물줄기가 얼핏 엿보이더 니 규모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물줄기가 아니었다. 북쪽 전역에서 물의 장벽이 파도처 럼 밀려오는 게 아닌가!
제례미는 물의 장벽이 강현 측의 공격임을 깨닫곤 기겁하며 고함을 질렀다.
“해,해,해,해일이다!”